Druid RAW novel - Chapter 270
0269 대규모 간택사업(2)
“안녕하십니까, 장정구입니다. 오랜만에 연락드리는군요.”
“아, 네. 안녕하세요.”
쉬고 있던 도중, 장정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바로, 해운대구청장인 장정구였다.
지금은 우리 아쿠아리움에 있는 상괭이로 인해 생긴 인연이었다. 원래는 해운대에 있는 아쿠아리움에서 보호하던 녀석이었는데, 아쿠아리움의 폐업으로 인해 해양 방류가 결정되었을 때, 도움을 달라고 요청해달라고 한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그런 장정구 구청장이 갑작스레 전화한 것은, 해당 아쿠아리움을 인수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건 아니었다.
부산에서도 어마어마한 수를 자랑하는 팬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장을 비롯한 몇몇 공무원들이 나를 무척 어렵게 여겼기 때문에 구청장이 연락책이 된 것이었다. 괜히 말실수라도 했다가 피를 보고 싶은 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시장님께서 이번에 한 가지 정책을 결정하셨습니다만, 신수환님께서 약간의 도움을 주셨으면 하신다고 합니다.”
“무슨 정책이길래 제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죠?”
도대체 무슨 정책이길래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들려오는 장정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수 있었다.
“시장님은 현재 부산에 있는 길고양이를 비롯한 유기 동물들의 구조와 보호 등을 계획 중에 계십니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비롯한 동물들이 많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사회적인 문제로도 대두되고 있어서 말입니다.”
“하긴, 그건 예전부터 문제긴 했죠.”
길고양이를 비롯한, 도심 속의 야생동물이라 할 수 있는 동물들이 사회적인 문제인 것은 예전부터 이어진 것이었다.
단순히 도시의 청결 상태 같은 것들을 해치는 것은 기본이었고, 심한 경우에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문제 되는 것은 각종 질병의 전염 매체가 된다는 것이었다. 인수공통감염 질병을 퍼트리거나,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해충을 퍼트리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실생활에서도 여러 피해를 입혔다. 차량 내부에 들어간다거나 위에 올라가서 손상을 입히고, 쓰레기를 흩트려놓고, 물건들을 파손시켜 놓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나도 초능력을 개화하기 전에 몇몇 피해를 입기도 했었다.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를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 놓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던 도중, 시장님께서 영상을 보셨다고 합니다. 따님이 길고양이를 데려와, 함께 살고 있던 고양이와 친해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영상 말입니다.”
“아…….”
“그래서 이번에 신수환님의 도움을 받아, 문제가 되는 동물들을 해결하기로 하신 겁니다.”
어째서 장정구 구청장이 내게 또 연락을 한 것인지 자세한 내막을 눈치챌 수 있었다.
길고양이를 비롯한 도심의 야생동물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도중에 내가 아웃스타에 올린 소은이의 영상을 본 것이었다. 마침 길고양이를 데려와서 집고양이로 교화시키는 모습을 보았으니 딱 알맞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나는 한 가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한 가지 걱정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거지만, 한꺼번에 모아서 안락사를 시킨다거나 할 생각은 아니겠죠?”
그런 일이 벌어졌다간 아주 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했기에 걱정이 되었다.
단순히 동물 애호가들의 공격부터 시작해서, 각종 법률적인 문제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이미지가 나락 가면서 뮤튜브 구독자의 숫자도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물론, 그런 짓에 협조해 주길 바라는 것이라면 애초에 협조해 주지도 않을 거지만.
“어유, 당연히 아닙니다. 그런 일을 벌였다간 후폭풍을 감당할 수가 없으니까요. 아마 당장 시장님부터 쇠고랑을 차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장정구가 무척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절대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없다며, 계획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일단, 신수환님의 도움을 받아, 동물들을 한곳으로 모을 생각입니다.”
내 도움으로 동물들을 모은다는 계획부터 시작한 것은 제법 구체적이었다.
동물들을 모은 다음, 목욕을 시켜 청결하게 만든 다음, 건강을 체크한다고 했다. 그렇게 문제가 없다고 판별된 동물들은 잠깐의 교육을 받고, 입양을 원하는 이들에게 보내진다는 것이었다. 건강하지 못한 동물들의 경우에는 치료 과정을 거친 다음 입양이 될 거라고도 알려주었다.
“제법 인력이 많이 필요할 텐데요? 가능하겠어요? 그리고, 그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을 공간은요?”
“일단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공간은……. 조금 외람된 말이지만 신수환님의 동물원에 잠시 수용했으면 합니다. 물론, 무상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아니면 기부 처리를 통해, 신수환님께서 세금 혜택을 받으실 수도 있겠지요.”
장정구는 내가 손해를 볼 일은 없을 거라며 호언장담을 하고 있었다.
“음……. 잠시 생각 좀 해볼게요.”
“예, 가벼운 일이 아니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신수환님의 도움이 없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계획이니, 신중히 생각하시고 결정하십시오.”
전화를 종료한 다음, 나는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길고양이를 비롯한 도심의 동물들을 정리하게 되면 생길 이득이나, 그로 인한 문제점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쥐 같은 해수들을 길고양이가 정리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 길고양이가 쥐를 잡는 일은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를 찾아냈다.
캣맘 캣대디 등등. 워낙 먹이를 챙겨주는 이들이 많다 보니, 길고양이라고 해도 사냥을 해서 먹이를 챙겨 먹는 녀석들이 많지 않은 탓이었다. 정말 굶을 지경이 아니면 사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것까지 확인하고 나니, 그 계획에 동참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본의 아니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 최종적으로는 안락사까지 당하게 되는 녀석들을 구조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인간들을 쫓아낼 수도, 그렇다고 동물들을 모조리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공존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금 더 고민을 이어간 나는, 그대로 장정구에게 전화를 걸어 계획에 동참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조직이 꾸려진 다음, 시장님께서 직접 알려주실 겁니다.”
전화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장정구 구청장이 꾸벅꾸벅 허리를 숙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럼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리고, 장정구와 전화를 종료하고 며칠 정도 지났을 때, 약속이 잡혔다. 시장을 비롯한 몇 명이 직접 동물원으로 찾아오기로 약속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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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과분하지만 시장이라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어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외국 출신이라 생각하시는데, 부산에서 나고 자란 마 씨입니다.”
처음 만나게 된 시장은 제법 유쾌해 보이는 아저씨였다.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은 다음, 그를 따라온 이들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이번 계획을 담당하는 팀이었다.
통성명을 나눈 우리는 곧바로 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온 이들 중 몇몇은 아쉬워하는 느낌이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장이 제법 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정책적인 부분과 인력은 저희들이 미리 다 준비해둔 상태입니다. 신수환님께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동물들을 포획하여 동물원의 일부 공간에 격리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하는 걸로 하죠. 공간은 자연구역 일부를 임시보호구역으로 쓰면 되겠네요.”
직원들 중 몇 명에게 자연구역 일부에 동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라 지시하고서, 곧장 움직였다.
부산 전체를 돌며 보호가 필요할 만한 동물들을 모아올 생각이었으니,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자, 일단 네가 아는 녀석들부터 찾으러 가자.”
그리고, 그런 내 곁에는 가장 최근에 우리 동물원에 합류한 로캣 녀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길에서 살아오던 녀석이었으니, 비슷한 길고양이들이 어디에 잘 모여 있는지 쉽게 알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녀석들? 나보다 귀엽지 않은 녀석들은 뭐 하러?”
“……진짜 로캣이 아니라 나르시시스캣 같은 걸로 이름을 지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소은이에게 자길 데려가라고 할 때도 자기 스스로를 귀여운 고양이라고 칭하는 걸 보면, 나르시시스트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것 같았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소은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올 때 움직이는 경로를 되짚어갔다.
“저기가, 내가 있던 만큼 아름다운 곳이야.”
앞장서서 걸어가는 로캣 녀석을 따라 움직이니 박스 몇 개가 나뒹굴고 있는 구석진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개의 건물이 애매하게 붙은 데다 앞에 전봇대가 있고, 옆에는 누가 놔둔 건지 모를 화분이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은신처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아주 집을 꾸며놨구만?”
“아름다운 고양이인 내가 허름하게 살 수는 없잖아? 저것들 물어 온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는 녀석을 데리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역시 현지묘라고 해야 할지, 녀석은 주변에서 길고양이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들을 아주 빠삭하게 꿰고 있었다.
“이쪽으로 들어가면 조금 까칠한 놈 하나가 있어. 저쪽엔 나 좋다고 따라다니던 암컷이 있고. 아, 저기엔 꼬맹이 놈 하나가 있었어.”
주변에 있는 길고양이들의 위치를 아주 자세히 알려주는 로캣이었다.
덕분에 나는 10여 분 정도 걷는 것으로, 총 일곱 마리의 길고양이들을 붙잡을 수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내게 붙잡힌 일곱 마리의 길고양이들은 나를 바라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뭔가 좋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말도 통하다 보니 일단 따라오긴 했는데, 자기들을 돌아가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뭐, 너희들을 해치려고 이렇게 붙잡은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녀석들의 경계심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남캣 녀석도 환장을 하는 츄르부터 시작해, 먹을 것들을 내어 주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내 초능력으로 동물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만든 펫푸드답게, 녀석들은 언제 경계했냐는 듯이 허겁지겁 먹어치우고 있었다. 쓰다듬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였다.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그럼 이런 거 자주 먹을 수 있게 해줄게. 더울 때는 시원하게 있을 수 있고, 추울 때는 따듯하게 있을 수 있을 거야. 누군가에게 공격당할 일도 없을 거고, 굶게 될 일도 없어. 게다가 아프기라도 하면, 아프지 않게 치료도 해줄 수 있지.”
허겁지겁 펫푸드를 해치운 녀석들은 내 말에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말한 것들이 하나같이 녀석들에겐 생존에 관련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캣맘들이 있어 먹을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캣맘들이 그 외의 것까지 신경 써주는 인간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에는 약간의 그늘이라도 찾기 위해 애를 써야 했고, 추운 겨울에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햇빛을 쫓아다녀야 했다. 게다가 영역 싸움을 했다가 다치는 일이라도 있다면 목숨이 오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할 수 있었다. 가벼운 상처라도 그것이 곪아, 죽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결국, 녀석들은 하나같이 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결정에는 로캣의 이야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었다. 길바닥에서 살 때와, 동물원에 합류한 이후의 삶이 180도 달라졌다며 자랑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나르시시스트 특유의 그 과장된 화법 때문인진 몰라도 길고양이들이 하나같이 기대하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들을 데리고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녀석들에게도 동물원의 참 맛을 보여준 다음, 녀석들을 부려먹기 시작했다. 세상 어딜 가도 공짜라는 것은 없는 법이었다.
“자, 여러분. 여러분들이 하실 일은, 이 녀석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길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을 데려오는 겁니다. 대부분 얘들이 알아서 할 테니, 여러분들은 그렇게 모인 동물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는 일을 해 주시면 됩니다.”
나는 시장이 따로 모집해 준 자원봉사자들과, 새롭게 합류하게 된 길고양이들을 함께 부려먹었다.
동물원에 적응한 길고양이들을 시켜, 여러 지역에 있는 동물들을 불러 모으게 시키는 것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그런 고양이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며, 녀석들이 불러 모은 동물들을 동물원까지 이송해 줄 일종의 운반책이었다.
내가 직접 움직여서 동물들을 불러 모은다면 이 일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고양이들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내보내니, 하루가 지날 때마다 많은 수의 야생 동물들이 자연구역의 한 편에 모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