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ing the World Tree RAW novel - Chapter 656
각자의 시간, 분홍 (1)
범해지는 대모가 천박하게 까악댄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속옷 속을 드러낸 채.
흉악하리만치 거대한 자지에 찔려대며, 아양을 부리는 암컷 새가 남자에게 매달려 있었다.
“흐윽… 옥…오호오옥…!”
삐걱거리는 침대 위는 도토리투성이.
“흐그윽… 미쳐…. 미칠 것 같애…. 으. 으으… 으하아아악!!”
이성은 먼젓번에 날려보낸 듯.
내가 허리를 뒤챌 때마다, 정액투성이의 몸이 펄떡 뛰었다.
-퍼억! 퍽! 퍽!!
“으하앙!! 앙! 아아앙…!”
움찔! 가버리는 몸.
무수한 타작에 빨개진 엉덩이에 고간을 밀어붙이며 그 안에 사정한다.
“…으흑, 오…옥.”
천박하게 벌려진 다리가 파르르 떨려오길 한참.
-퓨웃, 퓻!
천박하게 벌어진 보짓 구멍의 가장자리로 새하얀 정액이 넘쳐흐른다.
-꿀럭, 꿀럭.
“…읏… 앗.”
내가 타이밍 좋게 허리를 튕기면, 질 속의 또 다른 입구가 귀두 끝에 걸렸다.
정액이 가득 찬 그 구멍을 톡톡 치대자.
-울컥.
아랫입으로 꼭꼭 씹어 삼켰던 정액이 역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류의 삼각주마냥, 긁어진 정액이 나와 그녀의 고간에 고이기 시작하고. 허리를 내빼니 끊임없는 폭포가 새하얀 천 위로 떨어졌다.
“흣… 흐윽… 하아.”
“만족했어?”
“응… 으응.”
꽉 조이는 좆을 빼내기 전, 울먹이던 세영이 내 허리를 다시 감았다.
“빼지… 마.”
“더?”
“아니… 그냥. 하아, 하… 잠시만 숨 좀 고르고…. 그냥 안아줘.”
어디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정액투성이가 된 몸.
어쩔 수 없이 그냥 안아주기로 했다.
-꽈악.
뜨끈한 나체의 여인이 나에게 안겨오더니, 내 목덜미에 고개를 묻곤 아찔한 숨을 흘렸다.
“그거, 하아… 알아?”
“뭘?”
“너 방금…. 엄청 대단한 년 따먹은 거.”
옛날과 지금은 다르다고 말하는 건가.
하기야 무게부터 다르긴 하다.
“…살쪘다고 말하는 거야?”
주로 허벅지같은 곳이.
이전보다 훨씬 요염하고 섹시해진 것은 사실이라, 나는 세영의 이마에 엷게 키스했다.
-쪽.
만족한 듯 부드럽게 풀어지는 얼굴.
이마와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 땀투성이, 냄새는 그다지 좋지 않고 하물며 내 것으로 진창이 된 몸이지만.
잠시 시야에 비친 세영의 얼굴은 몹시 행복해 보였다.
“하아, 하아…. 야…. 있잖아.”
“응.”
“나, 누구꺼야?”
말없이, 담백히 흐르는 질문.
-꽈악.
“내 것.”
나는 질문에 답하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저항없이 품에 안긴 세영이 지친 미소를 지으며 두 팔로 내 등을 안았다.
-꽈아아악!
“내꺼야.”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하나로 이어진 채, 훨씬 강렬하게.
“…흐윽.”
숨이 넘어갈 정도로 품을 끌어안으니. 가슴은 뭉개지고 얼굴도 빨개졌다.
기절하기 직전까지 하염없이 무게를 주며 가만히 있었다.
뜨거운 열기, 습기가 어려있는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
-꽈악!
“…….”
“…….”
내 등을 감은 그녀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
-꽉!
힘을 주면 더 세게 안아온다.
그러면 나는 더욱 더 강하게 안아주었다.
-꽈아악!
헌터를 다룰 때만큼이나 강한 힘으로.
압박되는 힘에 흉부에 뼛소리가 울리도록.
“끄…읏.”
이건 좀 과했는지 그녀의 팔 힘이 점차 느슨하게 풀렸다.
하지만.
분명 아프고, 호흡도 벅찰 터인데.
신기하게도 이세영은 좋아죽겠다는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사랑해. 아무리 이상했던 관계였어도…. 잊지 않았어.”
빨개진 얼굴로 안긴 그녀의 머리에 꽃이 달린다.
자신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었는지 부르르 몸을 떠는 세영이.
단 한 번도 섞인 적 없던 그녀의 초록색 머리카락에 아름답고 붉은 꽃이 개화했다.
“아…♡”
그녀의 눈동자가 밝게 공명했다.
*****
여자가 느끼는 독수공방의 설움은 남편의 입장으로는 결코 알 길이 없다던가.
연인들과 떨어져 생활함에도 최소한 여체만은 멀어지지 않았던 나였다.
이세영, 진달래, 별과 산수유.
쓸모없는 죄책감을 키운 3년간, 그녀들은 나와 반대로 사랑과 애틋함을 키워나갔는지.
어제는 참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 하루였다.
─어제, 좋았어….
나를 배웅하며 부끄럼을 타던 그녀.
이세영답지 않은 모습이라 얼굴에 물음표를 띄었더니, 그 대답이 압권이다.
─뭣, 머, 뭐? 씨발탱아. 난 수줍으면 안되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귀를 열고 있는 사람한테 씨발탱이라니.
깃털옷 좀 입었다고 성격도 까마귀가 되었는지, 손톱으로 야무지게 얼굴을 긁히고야 말았다.
─넌 욕 먹어도 싸 병신아.
인정.
하지만 악의 없는 욕만큼 귀여운 게 없긴 하다.
그렇게 세영과 헤어진 아침.
방으로 복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통을 이어받은 달래와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보글보글.
“빠아~!! 이거 바바!”
국 끓는 소리가 동네방네 흐르는 주방.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블록 조각이 눈앞에 불쑥 튀어나온다.
우리 딸램방구의 장난이 내 무릎을 톡톡 긁는다.
“이게 뭐야?”
“시바 아빠!”
손이 C모양에, 밟으면 억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 회사의 장난감.
테러리스트가 발명한 게 틀림없을 장난감 사람이 시바의 앙증맞은 손에 쥐여 있었다.
“이게 아빠라고?”
“삐이!”
싱글벙글 해맑게 웃는 시바.
위키는 알바가 데려갔는지 기척이 없다. 그도 그럴게, 지금은 진달래가 날 독점하는 시간이니까.
원래였다면 시바 역시 보모에게 맡겨져야 했겠지만 달래가 거절했다.
“어디 보자… 아빠랑 별로 안 닮았는데.”
“삐, 아니야. 빠아 닮았서.”
“그래?”
쬐끄만 장난감을 들어보니, 어이쿠.
블록에서 머리카락이 쏙 빠져나가 바닥을 굴렀다.
“삐야아악!? 빠아의 머리까락이!!!”
“아니야. 멀쩡해.”
이러면 안되지.
바로 머리카락을 주어 공손히 그 위에 착용했다.
머리카락은 중대사항이다.
-툭.
“…뭐 해? 둘 다.”
그때 주방장갑을 착용한 달래가 킥킥대며 찌개를 테이블의 중앙에 내려놓았다.
눈을 동그랗게 뜬 시바 왈.
“엄마! 빠아 머리까락이 있잖아요. 삣! 하고 건드니까 홀라당 뱃겨졌서요.”
“홀라당? 시헌이 너 설마….”
“아니, 절대 아닙니다.”
나는 잽싸게 의혹을 부정하며 냄비 안을 바라보았다.
냄새부터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청국장찌개. 옛날에 달래가 끓여줘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좋아하나…봐요?
─응. 이게 처음 먹으면 별론데. 먹을 때마다 이상한 게…. 요즘은 맛있더라고.
그때 당시만 해도 존댓말이 디폴트였던 진달래.
그런 그녀가 이제는 이렇게 편히 말을 놓았다.
“왜 그래?”
불쑥 고개를 내밀어오는 그녀.
“아니, 기억하고 있구나 싶어서. 그런데 정말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거야?”
진달래는 배시시 웃었다.
“이거 말고…. 또 뭐가 있는데?”
시바와 함께 보내는 하루.
평범한 가정집의 휴일이 진달래에겐 늘 그리던 꿈이었나 보다.
어떻게 그녀를 만족시켜줄까 고민하던 내 낯짝이 부끄러워, 속으로 한숨이 지어졌다.
“빠아? 엄마?”
“앗 내 정신 좀 봐. 시바~ 밥 먹자아~!”
“빠압!!”
꺄르르 웃으며 냉장고로 직행한 달래가 척척 반찬을 꺼내 착착 세팅했다.
몸에 익어버린 동작들을 보고 있자니 새삼스레 그녀가 주부인 걸 떠올렸다.
스물넷.
당장 홍대 앞에서 젊음을 만끽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시바를 키우며 가정을 꾸린 것이다.
마음이 편치 않다. 싱숭생숭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눈앞의 반찬들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소세지에 불고기, 각종 나물부터 무침에, 갈치 조림과 갈비찜까지.
“뺘아아~!”
시바의 행복한 비명이 바로 옆에서 들려온다.
“빱, 빠압!”
즉시 포크수저로 야무지게 반찬을 탐하려던 시바.
하지만 시바의 행복회로는 거기서 끊어졌다.
-탁!
엄마의 손길에 손등을 얻어맞은 것.
“삐엥!”
“아빠 먼저 먹어야지, 시바야.”
“……삐이이.”
손등을 살살 문지르며 고개를 돌린 시바가 날 조심스레 올려다본다.
언제 먹는지 고심하며 지켜 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슬쩍 진달래를 바라보자, 샛노란 앞치마를 한 그녀가 눈을 찡긋.
‘그러고 보니 헤어스타일도 바뀌었네.’
단발에 그쳤던 그녀가 등까지 내려오는 장발이 되었다.
한쪽으로 땋은 머리카락은 그녀가 어머니임을 상기하는 듯했고. 부자연스러움 하나 없이 훈훈한 얼굴은 예전의 못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죄책감이라던가, 눈치보는 행동이라던가.
그런 게 하나도 없고 단지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수저 안 들어? 여보?”
달콤한 목소리다.
“빠아.”
시바의 조르는 목소리에 나는 수저를 들어 찌개를 한 입 물었다.
포슬포슬 익은 모두부에 구수한 국물이 피로한 몸에 스며들었다.
-꼴깍.
“후우….”
“맛있어?”
“응.”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는 얼굴로 입을 가린 채 웃는 진달래.
그 즉시 시바의 수저가 냄비를 향했다.
“아, 시바 잠깐만~! 합죽이?”
“합죽이!”
달래는 국자를 들어 청국장찌개를 시바의 조그만 그릇에 양껏 퍼주었다.
합죽이는 또 뭘까.
시바에게 몇몇 행동을 가르친 모양이다.
약간 위험한 행동같은 걸 할 때, ‘합죽이’ 하면 멈춘다던가…하는.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 자주 쓰는 방법인데. 착한 시바가 말을 참 잘 들었다.
“땡!”
“뺘아~!”
-호로록, 호록!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와구와구 청국장을 퍼먹는 시바.
두부와 애호박, 양파까지 가리지 않고 들이킨 시바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삐웁?!”
‘역시 조금 입에 안 맞으려나?’
애들한테 청국장은 냄새나고 좀 별로겠지, 하는 착각도 잠시였다.
시바가 그릇을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삐흐어어어~! 뺙예~”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한국인의 소리에 흠칫, 귀를 의심했다.
뺙예?
내가 아는 그거 아니지?
“……누구 아이야 얘?”
“여보야요.”
“여보야?”
“싫어?”
“…아니 뭐. 좋지.”
갓나자마자 국밥을 먹인 게 잘못이었을까.
다소 호불호 갈리는 미나리 나물도 착착 입에 잘 넣는다.
“새싹만 아니면 잘 먹어.”
“말도 안 돼. 교정하기 힘들다는 애들 편식이….”
그래도 고기 반찬에 손이 더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시바는 양손에 쥔 갈비찜을 양념 묻혀가며 야무지게 씹어먹었다.
아주 잠깐 보긴 했지만, 어른 시바의 발육이 어디서 진행되었는지 알게 된 것 같았다.
“삐이. 단백질.”
“…….”
나 방금 처음으로 우리 딸이 낯설게 느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안 먹고 뭐해?”
“어, 어어. 어! 먹어야지.”
나는 다급하게 수저를 들어 반찬을 입 안에 욱여넣었다.
요리 실력이 늘어난 달래의 집밥은, 밖에서 사 먹는 것 같다는 칭찬조차도 실례로 받아들일 정도로 맛이 있었다.
두 팔을 모아 턱받침을 한 채 나와 시바를 바라보던 달래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찰칵.
“?”
“삐?”
예전에는 찍지 못했던 것들.
“응, 잘 찍혔다.”
카메라에서 막 찍힌 사진을 뽑아낸 달래가 우리 앞에서 그 사진을 자랑했다.
똑같은 갈비찜을 허겁지겁 먹어대는 두 사람.
오랜만에 본 내 얼굴은… 어딘가 맛이 가 있었지만.
대체 뭐가 재밌는지 진달래는 킥킥 웃고만 있었다.
“많이 먹어~ 여보.”
고개 숙인 그녀의 머리카락이 기분 좋게 흔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