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521
외전 110화
“힝…. 나 실수했어.”
무대 위에선 아무렇지 않은 척하더니, 입술이 댓 발 튀어나온 걸 보니 많이 속상한 모양이었다.
“리허설 땐 완벽했는데.”
“방금도 완벽했어.”
“나 가사 틀린 거 못 들었어?”
속상한 마음에 유연을 붙잡고 하소연을 할 뻔한 백야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내 정신 좀 봐. 얼른 가 봐.”
“다녀와서 이야기해.”
“응. 너는 실수하지 마라.”
스크린에는 유연의 솔로 무대를 암시하는 VCR이 나가고 있었다.
앞발을 움켜쥔 백야는 활짝 웃으며 유연을 향해 파이팅을 외쳤다.
“잘하고 와!”
대답 대신 진한 보조개로 화답한 유연은 무대로 달려갔다.
백야는 곧장 대기실로 돌아가지 않고 무대 아래에서 유연의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힘이 조금 달리긴 하나, 지난 1년 동안 보컬 실력이 는 게 느껴지는 무대였다.
유연이 노력해 일궈 낸 성과였지만 지켜보는 백야도 뿌듯함을 느꼈다.
사실 뭘 해도 잘하는 멤버들이라 보고 있으면 절로 흐뭇해져 계속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넋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고개를 저어 미련을 떨쳐 낸 백야는 얼른 대기실로 향했다.
다른 멤버들이 솔로 무대를 하는 동안 서둘러 다음 무대를 준비해야 했다.
– 무대에 대체 몇 명이 있는 거야?? 진심 어나더 레벨 퍼포먼스
– 저렇게 많은 댄서들 사이에서 안 묻히고 유연이만 보이는 게 대단하다
– 스케일이 미침
– 애드립 미쳤네; 이런 무대를 제가 공짜로 봐도 되나요;;
– 애들 솔로 무대 한 명씩 다 할 건가 봐ㅠㅠ 감격
유연에 이어 율무, 청, 민성, 지한의 솔로 무대까지가 예정된 1부 공연이었다.
마지막 주자인 지한의 무대가 끝나면 그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댄서팀의 2부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었다.
대기실로 돌아가자 솔로 의상으로 갈아입은 청이 깔깔거리며 백야를 반겨 주었다.
“우하하! 내 버킷리스트 성공이야!”
사람들이 백야의 솔로 무대 때 정말 ‘햄스터’라고 외쳐 줬다며 청이 행복해했다.
그 모습을 본 백야는 조금 약이 올랐지만, 저놈을 응징하는 건 공연이 끝나고 난 다음이었다.
“넌 이따 주거따.”
움켜쥔 앞발을 내밀며 청에게 경고한 백야는 얼른 다음 의상을 받아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 * *
한편 미국과의 시차 덕분에 한국에선 낮 시간에 데이즈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유치원에 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도하는 오늘 하루 자체 휴원을 결정했다.
이는 도하에게 있어 아주 큰 결심이 아닐 수 없었다.
쪼우 할부지 집은 안 가더라도 유치원만큼은 눈이 부나, 태풍이 부나 꼭 가야 하는 고집스러운 어린이였으니까.
“애기! 애기 머싯써!”
유치원까지 포기하며 집에 남은 도하는 TV 앞을 떠날 줄 몰랐다.
백야가 화면에 잡힐 때마다 TV 앞으로 달려가 화면을 두드리는 도하 때문에 지훈은 1분에 한 번꼴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중이었다.
“아들. 아빠 힘들어.”
“우오! 윰무!”
“그러네~ 율무 형이네? 도하 아~”
도하가 입을 벌리자 백연이 작게 자른 감 한쪽을 입에 넣어 주었다.
입맛에 맞는지 신이 나서 제자리를 콩콩 뛰자 통통한 볼살이 흔들렸다.
“맛있어?”
“웅! 엄마, 윰무야.”
“율무 형이라고 해야지.”
“윰무 형!”
그나마 다행이라면 백야가 아닌 다른 멤버들이 나올 땐 TV 앞으로 달려나가지 않았다.
백야의 첫 솔로 무대를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만 주야장천 나오자, 도하는 흥이 식어 버린 듯 백연의 품을 꼬물꼬물 파고들었다.
“아들, 엄마 힘드니까 아빠한테 와.”
“우우웅.”
“싫어? 왜 싫어?”
“엄마가 조아.”
도하가 백연의 목을 끌어안으며 입술 위로 쪽, 뽀뽀했다.
순간 저도 모르게 질투를 느낀 지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도하! 연이 내 거거든?”
“안니야. 도하꼬야. 엄마도 도하가 세상에서 제일 조아. 구치?”
아들과의 말싸움에서 진 지훈이 시무룩한 얼굴로 백연을 바라봤다.
부자의 유치한 싸움에 입꼬리를 씰룩이던 백연이 끝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이좋게 지내야지~ 도하 얼른 아빠 사랑해요~ 하면서 안아 드려.”
“엄마 사랑해요.”
도하가 백연의 뺨에 뽀뽀를 쪽쪽, 퍼부으며 애교를 부려 댔다.
“저, 저…!”
저 복숭아 탈을 쓰고 있는 쪼그마한 것이 알고 보니 여우였나?
내가 여우 새끼를 낳았나?!
지훈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아무리 아들이라지만 취향까지 빼닮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태어나 처음으로 패배감이란 걸 느껴 본 지훈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아빠를 돌아본 도하가 개구진 미소를 지으며 뽀짝뽀짝 지훈에게 다가갔다.
“에휴. 아빠 사랑해요.”
옜다 관심.
분명 같은 애정 표현이었지만, 백연 남매에게 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지훈은 알 수 있었다.
“쯧쯧. 그러게 애들은 평상시에 잘해 줘야 한다니깐. 우리 아기 햄스터~ 할부지한테 오련?”
아들을 한심해하던 제우스가 두 팔을 벌려 도하를 불렀다.
넋이 나간 지훈을 밀어 바닥에 넘어뜨린 도하가 막 아빠의 배 위로 올라타려던 때였다.
제우스의 부름에 도하가 할아버지를 바라봤다.
그러나 마침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작은 고개가 홱, 돌아갔다.
“꺄아아! 애기!”
지훈의 위에 올라타 장난을 치려던 도하가 비명을 지르며 TV 앞으로 달려갔다.
음악에 맞춰 삼촌처럼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자 제우스의 얼굴이 처참히 구겨졌다.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안 돼…!”
도하만큼은 장차 제우스 그룹을 이끌어야 할 인재로 자라야 했다.
“우, 우리 도하는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에요~ 할부지랑 건물 쇼핑 갈까?”
“시져! 도하도 커서 애기처럼 대꼬야! 천재 아이돌!”
명예 손자에 이어 친손자마저 ID에게 빼앗기게 생긴 제우스는 그만 충격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거실 바닥에 나란히 쓰러진 두 제우스는 각자의 사정으로 근심에 잠겼다.
“아이돌은 안 돼…….”
“연이는 내 건데…….”
* * *
한국에서 두 제우스가 눈물을 훔치는 사이, 공연은 어느새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세계적인 불꽃 쇼를 보는 것처럼 화려한 폭죽과 함께 시작된 마지막 무대.
돌출 무대에 있던 멤버들은 의 1절을 부르며 메인 스테이지로 향했다.
나의 시간을 함께 걸어 줘
My Highteen
마지막 곡인 만큼 조금이라도 더 많은 팬을 눈에 담기 위해 멤버들의 시선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마침내 본무대에 모인 데이즈는 승강 무대와 이어진 계단을 오르며 가장 높은 곳으로 향했다.
처음 등장했던 위치에 나란히 선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
퍼엉!
퍼버버벙!
화려하게 쏘아지는 불꽃.
무대를 빛내 준 양국의 댄서들이 모두 올라와 하이라이트 안무를 함께했다.
어느 한 명 빠짐없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무대를 즐겼다.
My Heart
퍼버버벙!
그리고 백야의 고음 애드리브와 함께 가장 화려한 불꽃이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았다.
넌 나의 Universe
그 뒤를 이어 유연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가사를 개사해 마지막 소절을 불렀다.
‘넌 나의 Highteen’이 아닌 ‘넌 나의 Universe’.
저희에게 팬들이란 단순히 10대의 젊은 날 뿐만이 아니었다.
저희의 세상이자 우주였다.
서로가 함께이기에 더욱 빛날 수 있는 존재.
“Thank you so much.”
무대는 끝이 났지만, 마지막 인사를 위한 엔딩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센터에 선 백야가 손을 내밀자 곁에 있던 청과 민성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서로의 손을 잡은 멤버들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지금까지 율무.”
“유연.”
“청.”
“백야.”
“민성.”
“지한.”
“데이즈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은 다 함께 합창한 멤버들이 서로의 손을 잡은 팔을 들었다 내리며 힘껏 허리를 숙였다.
퍼버버벙!
퍼버벙!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과 휘날리는 오색의 꽃가루.
2시간 동안 멋진 공연을 보여 준 데이즈에게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허리를 숙인 상태로 잠시 멈춰 있던 멤버들은 하나둘씩 뒤돌아 계단 위를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We love you Coachella!”
지한이 계단을 오르며 공연장을 찾아와 준 모든 관객에게 애정을 드러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방긋, 광대가 올라간 민성이 신이 난 얼굴로 팔을 마구 흔들었다.
그때 다가온 청이 백야를 껴안자, 마이크를 타고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끄앙…!”
막내즈의 애정 행각을 발견한 율무가 양팔을 뻗으며 달려들자 너도나도 서로를 얼싸안기 시작했다.
무사히 공연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뿌듯함이 몰려왔다.
멤버들이 서 있던 리프트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자 아쉬움 섞인 탄성이 들려왔다.
– 안 돼 끝나지 마 흑흑…
– 행복했다
– 마지막 인사 한국어로 하는 거 보고 개울었다ㅠㅠㅠ 오늘부터 데이즈가 국보임
– 데이즈 코첼라 보고 지금 국뽕 만렙 됨
공연이 끝났다는 아쉬움에 채팅창도 눈물바다가 됐다.
어느새 리프트는 완전히 내려가 멤버들의 모습은 더는 보이지 않았다.
현장의 관객들은 물론이고, 생중계를 통해 공연을 보던 약 3억 명의 시청자들이 모두 아쉬워하던 그때.
빼꼼-
무대 위로 머리통 하나가 올라왔다.
공연장 전경을 잡고 있던 카메라가 다급히 리프트 쪽을 클로즈업하자, 눈만 빼꼼히 드러낸 백야의 모습이 드러났다.
꺄아아아악!
팬들의 함성이 쏟아지자 부끄러운 듯 쭈뼛거리던 백야는 이내 짧은 인사를 건네곤 쏙, 숨어 버렸다.
“안녕. 또 만나.”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