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409
제409화
“목표?”
“별건 아닙니다. 진부하게… 세상의 멸망입니다.”
마도 재상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전 천계, 게헨나, 마황과 다르게 완벽한 멸망을 바라거든요.”
“무슨 미친 소리냐?”
“아아. 다음 세상 따위 없는 완벽한 멸망을 바란다는 뜻입니다.”
마황과 천계, 게헨나가 세상을 멸망시키려 했던 건 진짜로 멸망을 바라서가 아니었다.
기존의 세상이 종말 후 도래할 새로운 세상에서 승천하기 위해서였다.
“왜 그따위 바람을?”
“별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그게 재밌을 것 같으니까요?”
“!!”
마도 재상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천진난만한, 그래서 더욱 소름 끼치는 웃음이었다.
마도 재상이 따악, 손가락을 튕기자 크리스의 시야가 변하였다.
파아아아앗!
어느새 크리스와 마도 재상은 지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득한 하늘 위로 올라와 있었다.
“저 밑을 내려다보십시오. 얼마나 많은 인간이 벌레처럼 꿈틀거리고 있는지. 저 많은 인간이 비명을 지르며 멸망한다고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나요?”
“…….”
“그뿐이 아닙니다. 천계와 게헨나의 오만한 것들을 보십시오.”
따악,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게헨나와 천계의 전경이 보였다.
“저들이 비루하게 비명을 지르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건, 얼마나 행복할까요? 아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일어 견딜 수가 없군요.”
“…미쳤군.”
마도 재상이 쿡쿡 웃음을 흘렸다.
“전 원래부터 미쳐 있었습니다. 제가 왜 암멸의 마왕 시절 마도 제국을 정벌하려고 했는지 아십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들은 날 위대하다고 칭송했지만, 전 그저 마도 제국을 제 손으로 피로 물들이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
“마황은 그런 제 흑심을 눈치채고 절 자신의 노예로 삼았죠. 그게 도리어 자신의 목덜미가 잡히는 일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는. 저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요. 덕분에 진정한 멸망이 도래하게 할 수 있었으니.”
크리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네놈이 무슨 수로 그런 일을 벌인다는 거지?”
“후후, 가능합니다. 저 황도의 기둥을 보십시오.”
마황을 소멸시켰음에도 자색의 기둥은 사라지지 않고 불길한 빛을 뿜고 있었다.
“저 기둥의 실제 소유자는 마황이 아니라, 저입니다. 마황은 권한을 뺏긴 줄도 모르고 있었죠.”
마도 재상이 손을 들었다.
마도 재상의 주변에는 크리스의 권능에 가루로 화했던 마황의 영육이 맴돌고 있었는데, 파르르 요동을 쳤다.
“그건 설마?”
“네, 맞습니다. 전 수백 년간 마황의 근처에 있으며, 마황이 죽을 시 제 제물이 되도록 조처를 해 놓았습니다.”
크리스는 아까 마황의 영육을 완벽히 소멸시키려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잔해가 남았다.
마도 재상이 마황의 영혼에 미리 부려놓은 수작 때문이었다.
“단, 마황을 죽일 방법이 없어서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당신이 대신 마황을 처리해주어 다행이었습니다. 기대한 대로 해주었어요.”
그렇다.
이게 바로 마도 재상이 크리스에게 바라던 꿍꿍이.
“…네놈의 뜻대로 되도록 가만히 지켜볼 것만 같으냐?”
크리스가 손을 들었다.
“죽어라.”
번뜩.
빛과 어둠이 교차했다.
마도 재상은 손을 들어 크리스의 공격을 막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크리스의 격은 이미 마도 재상을 아득히 초월한 상태다.
단번에 마도 재상은 치명상을 입었다.
마황의 최후처럼, 세상이 마도 재상의 존재를 지우기 시작했고, 마도 재상의 영육이 가루로 화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크리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완전히 소멸하지 않는?’
마황 때와 마찬가지였다.
“네놈 설마?”
“큭큭, 맞습니다. 전 이미 제 영혼도 제물로 바쳐놓은 상태입니다. 마황과 제 영혼 정도면 저 자색 기둥이 이 세상을 집어삼키도록 폭주하게 하기에 충분하겠죠.”
마도 재상이 광소를 터트렸다.
“직접 세상의 멸망을 관람하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상관없습니다. 아하하! 그러면 곧 닥칠 멸망 속에서 발버둥 쳐보길, 인간의 위대한 왕이여.”
마황과 마도 재상의 영혼이 자색 기둥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쿠르르릉!
자색 기둥의 범위가 화악 넓어졌다.
대륙의 모습이 내려다보이는 창공에 있어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황도에 국한되어 있던 기둥은 중앙 직할령 전체로, 이어 마도 제국 전체로, 종국에는 골든 크로스, 카른 제국, 신성 제국을 포함한 대륙 전체로 영역을 넓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저 자색 기둥은 대륙 모든 인간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 하고 있어.’
크리스는 안색이 하얘졌다.
기둥의 성질이 변하였다.
마황은 저 기둥에 바쳐진 제물로 자신의 힘을 강화하려 했지만, 마도 재상은 오로지 파괴만 일으키게 한 거다.
전 대륙 인간의 영혼을 제물로 삼는 거니, 완벽한 멸망이 도래하리라.
‘막아야!!’
하지만 늦었다.
저 자색 기둥은 마도 재상이 수백 년에 걸쳐 획책한 것.
아무리 크리스라도 짧은 시간 만에 저지할 수가 없었다.
고오오오오오!!!!
세상이 섬뜩한 자색 빛으로 명멸하였다.
지상의 모든 영혼이 절망의 비명을 질렀다.
천계와 게헨나도 마찬가지였다.
삼계의 경계가 무너지며 거성과 대악마들이 다급히 권능을 발휘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진정한 멸망이 도래하려는 순간이었다.
우뚝, 크리스 주변 시간이 멈추었다.
동시에 들려오는 음성.
[크리스티앙… 위대한 인간의 왕이여, 네게 기회를 주겠다.]일전 들었던 2계의 격의 음성이었다!
[새로운 세상을 열도록 하겠다.]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그래, 아무리 저 멸망의 기운이 대단하다고 해도 우리 2계의 격들이 모든 권능을 바치면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너는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도록 하여라.]완전한 멸망을 바랐던 마도 재상의 바람이 무산되는 이야기.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새로운 세상을 열면? 남은 인간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새로운 세상을 맞을 수 있는 자는 오로지 너뿐. 나머지 일반 인간들은 모두 소멸을 맞을 거다.] [!!]크리스는 이를 악물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이 세상은 창생멸사의 순환의 주기상 멸망할 운명. 그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보면 된다.] […….] [만약, 가까운 이들의 죽음 때문에 망설여지는 거라면, 그들은 너와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향할 수 있게 해주마. 넌 그들과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되면 된다. 네가 바라던 부귀영화도 새로운 세상에서 누리면 된다.]마치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제안이었다.
아니,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왜일까?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왜 그러냐? 네 가까운 이들은 모두 함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그래, 거리낄 것 없었다.
희생될 다른 사람들?
크리스가 언제부터 그렇게 다른 사람을 챙겼다는 말인가? 그는 철저히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죽음은 그의 잘못도 아니었다. 전혀 죄책감 느낄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거절한다.] […뭐라고?] [거절하겠다고 했다. 이 무능한 것들아.] [!!] [난 저들의 왕. 죽게 내버려두지 않아.]크리스는 자신이 한 선택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아 헛웃음을 흘렸다.
언제부터 남들 따위 신경 썼다고 이런다는 말인가?
자신답지 않은 걸 알지만, 바보 같은 선택임은 알지만, 도저히 이대로 도망갈 수 없었다.
[…이대로 도망가려니 기분이 나빠서 말이야.]크리스는 억지로 그런 이유를 대었다.
딱 하나. 방법이 있었다.
[내 영혼을 제물로 바칠 테니, 저 멸망을 막아주도록.] [!!] [내 영혼을 대가로 하면 충분할 것 같은데?]그는 평범한 위대한 격이 아니었다.
인간들의 위대한 왕이었다.
그런 만큼 그의 영혼은 다른 인간 모두를 합친 것보다 값진 가치가 있었다.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냐? 정말 그런 선택을 하겠다고?] […나도 내가 바보 같으니, 더 묻지 말도록.]크리스는 피식하였다.
왜 자신이 이런 희생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바보 같은 선택이다.
하지만 그는 결정했다.
[어서! 시간이 없어.] […네 희생에 경의를 표하겠다. 넌 진정 위대한 왕이다.]개뿔. 전혀 위로되지 않는 경탄이었다.
크리스는 눈을 감았다.
2계의 격의 권능이 자신의 영혼을 감싸는 게 느껴졌다.
파아아아아앗!!!
그의 영혼에서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세상 전체를 밝힐 광채였다.
그의 빛에 닿은 자색 기둥이 힘을 잃고 사그라지는 게 보였다.
자색 기둥에 제물로 바쳐졌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우, 우리가 어떻게 살아난?”
“저기 저 빛!! 마휘 덕분이야!!!”
자색 기둥에 갇혀 있던 영혼들은 크리스티앙이 자신의 영혼을 산화하여 자신들을 구해 주었음을 알았다.
“마휘 만세!!!”
“우리의 왕이여!!!”
크리스는 피식 입꼬리를 비틀었다.
‘됐고. 마지막으로 술이나 한잔했으면.’
정말 죽는다고 생각하니 후회되었다.
자신이 왜 그랬을까?
‘아아. 부귀영화는 결국 못 누려 보는구나. 술도 제대로 못 마셔봤고. 억울하네.’
하지만 늦었다.
이윽고 모든 자색 기둥이 사그라들었고, 모든 인류가 구원을 맞았다.
죽음을 맞을 차례였다.
크리스의 의식이 깊은 어둠 속에 침잠했다.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소멸을 맞으려는 찰나, 돌연 이변이 일어났다.
“멈춰!! 크리스티앙의 영혼 대신 내 영혼을 바치겠다!!!”
에반의 음성이었다.
이드린느와 라냐도 나섰다.
“비키십시오. 크리스티앙 대신 희생할 사람은, 가장 가까운 친구인 나요.”
“…전 대신 죽고 싶지는 않지만, 천재 마법사로서 크리스티앙 혼자 잘난 척하게 놔둘 수는 없죠. 제 영혼도 같이 바치겠습니다.”
그들이 끝이 아니었다.
“이 불효막심한 놈. 할아비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죽느냐, 마느냐 해? 내 손자의 영혼 대신 내 영혼을 가져가라!!”
“짐도 마찬가지다. 주, 죽는 건 무섭지만…! 연애 못 해보고 죽는 건 싫지만…!! 내 영혼도 바치겠다!!”
노르디언과 은설의 마왕도 나타났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형님, 제 영혼도…!!”
“이 나쁜 놈!! 맨날 자기만 잘난 척을…!!”
“크리스 오라버니!!”
“대공자님, 저도 있습니다!!!”
“저도…!!!”
크리스의 도움을 받았던 모든 이들이 자신의 영혼을 내걸었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하늘이여, 저희의 왕에게 자비를…!!”
“제발…!!”
방금까지 온 인간들의 영혼은 자색 기둥에 갇혀 있었다. 따라서 크리스티앙이 했던 희생을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온 세상의 인간이 한마음으로 무릎을 꿇어 크리스티앙의 소생을 간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