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Dark Master become a Trash RAW novel - Chapter 408
제408화
크리스는 마리가 어떤 존재인지 지금껏 알지 못했다.
비단 마리뿐만 아니다.
지금껏 ‘마후’의 정체를 아는 이는 누구도 없었다.
이만한 존재라면 분명히 과거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흔적이 없었다.
-마후는 마황께서 만드신 인공혼(人工魂)이다.
만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었다는 의미일까?
무수히 나누어진 고통받는 정신세계를 보니 짐작할 수 있었다.
‘마리의 영혼은 사람들의 원념을 추출해 만들어진 거야.’
과거 황도에 왔을 때 마후가 그를 이끌었던 화중정원(畵中庭園)의 모습이 떠올랐다.
숱한 사람들에게 수백 년의 세월 동안 고통을 주어 그 원념으로 만든 게 마리의 존재인 것이다.
그때,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전 꼭 행복해지고 싶었습니다. 그게 절 태어나게 한 모두의 소망이었거든요.
마리였다!
평소와 다른 아릿한 얼굴로 크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가 늘 행복해지고 싶다고 되뇌었던 사연을 알게 된 크리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크리스는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날 믿도록.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 테니.
마리가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오호호. 이거… 프러포즈라고 봐도 되겠지요?
-아니, 그건….
크리스는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결혼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당장 세상이 망하니, 마니 하는 판인데 뭔 결혼이란 말인가?
‘뭐, 마리도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는 아닐 테니.’
크리스가 마리를 위해 지금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저 고통 속에서 해방하게 하는 것.
파아아아아앗!!!
크리스의 영혼에서 찬란한 빛이 터져 나왔다.
마리를 위하는 마음을 인과율에 담아 정신세계에 비춘 거다.
마치 ‘제령(祭靈)’과도 같이.
-아아아아.
고통받던 정신들이 눈물을 흘렸다.
마리의 눈동자에서도 뚝 눈물이 떨어졌다.
늘 가벼운 모습을 보였지만, 실제로는 늘 끔찍한 괴로움 속에서 고통받고 있었을 거다.
처음으로 받는 위로에 그녀의 영혼이 정화되었고, 정신세계를 속박하던 마황의 주박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감히…!!
마황이 분노한 음성을 토했다.
크리스는 싸늘하게 외쳤다.
-내 것에서 꺼져!
와장창!!
크리스의 힘은 마황에게 미치지 못하지만, 정신세계의 주인인 마리가 크리스에게 전적으로 협력하는 상황이니 주박을 깨뜨릴 수 있었다.
크리스는 정신세계에서 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마황이 타격을 입고 왈칵 피를 토하고 있는 게 보였다.
‘이길 수 있어.’
크리스는 눈빛을 빛냈다.
아무리 마황이라도 마후 정도 되는 존재를 묶던 주박이 깨졌으니 타격이 작을 리가 없었다.
지금이 기회였다.
스르르륵.
크리스에게서 강렬한 위압감이 흘러나왔다.
위대한 격에 도달한 영혼의 진체(眞體)를 드러낸 것이다.
홀(hole).
강력한 힘이 주변을 뒤틀듯,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크리스의 인과율에 주변 인과율이 정신없이 요동쳤다.
“사라져.”
번뜩!
빛과 어둠이 교차하였다.
마황이 마주 인과율을 끌어 올려 방어하려 하였지만, 방금 충격을 입은 탓에 완벽히 할 수 없었다.
충격을 받아 비틀거렸고, 마리가 움직였다.
[도련님과 제 행복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겁니다!]마리의 힘의 원천은 고통.
그 고통이 정화되며 힘이 대폭 떨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존재 자체가 품고 있는 격은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마리는 오랜 기간 마황에게 속박되어 있던 몸.
주박이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그 끈의 흔적은 남아 있었고, 그 흔적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마황의 영혼에 직접 타격을 주었다.
마리의 인과율 베기가 마황의 방어를 무너뜨렸고, 동시에 에반, 이드린느, 라냐도 나섰다.
세상을 베는 검.
존재의 근원을 희롱하는 혈종술.
모든 위상의 근원을 꿰뚫는 백마법.
그들 셋이 9성에 오르면서 깨쳤던 궁극기들이 몰아쳤다.
아무리 마황이라도 무사할 수 없는 강력한 공격.
하지만.
[제법이야. ‘내’가 아니었다면, 큰일 났겠어.]파아앗!
마리의 인과율 베기가 무산되어 산산이 흩어졌다.
에반의 세상을 베는 검도, 이드린느, 라냐의 궁극기도 마찬가지였다.
힘을 끌어 올려 방어한 게 아니다.
상대의 공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버린 후 근원에 단위 해 간섭하여 해체해버린 거다.
마치, 크리스가 자주 했던 것처럼.
[말했잖아. 너랑 난 닮은꼴이라고. 네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마황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마리의 주박이 풀릴 때의 타격과 크리스의 공격 때문에 입은 피해로 창백한 안색이었지만, 여유가 가득했다.
자신이 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얼굴.
‘…이길 수 있을까?’
크리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까지 강적은 숱하게 만났다.
하지만 어떤 강적에게도 느끼지 못한 드높은 벽이 느껴졌다.
[크리스, 너는 죽이지 않으마. 마후가 망가졌으니, 널 새로운 병기로 만들어야겠어.]마황이 손을 뻗어 기운을 발현했다.
고오오오오.
10성.
위대한 격에 상응하는 인과율이 요동쳤다.
크리스와 일행들은 굳은 안색으로 방어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마황이 눈길을 주자, 그들이 끌어 올렸던 기운이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또 인과율에 개입해 해체해버린 거다!
[자, 끝내자.]완전히 무방비 상태의 그들에게 마황이 힘을 휘둘렀다.
고오오오오.
인과율의 폭풍이 몰아쳤다.
온 세상의 법칙이 마황의 권능에 굴복했다.
세상의 전경이 일그러졌고, 시공간이 뒤틀렸다.
‘감당할 수 없어.’
크리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지금 마황이 보이는 힘은 3계의 격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아직 완전히 10성에 오르지 않은 크리스로서는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마황은 어떻게 저런 힘을?’
마황이 품은 인과율은 상리를 벗어나 있었다.
순간, 이전 메피나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만, 너는… 특별하구나. 오롯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초월의 격을 얻었으니… 정당한 승천의 자격을 얻은 건… 네가 유일하리라.
메피나의 그때 이야기에 따르면 마황은 정당한 방법으로 초월의 격을 얻은 게 아니었다.
경위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람들을 제물로 바쳐 얻은 거겠지.’
지금 저 강대한 힘도 황도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얻어낸 것이리라.
크리스는 웃음이 나왔다.
“뭐가 마황이고, 뭐가 나와 비슷하다는 거냐?”
[…뭐?]“남들을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는 한심한 놈이.”
[!!]크리스는 비릿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진짜 위대한 존재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크리스가 무엇인가 시도할 생각이라는 걸 눈치챈 에반, 이드린느, 라냐가 앞을 호위하듯 가로막았다.
오래 버티지는 못하리라.
길어야 몇 분.
그 안에 기적을 일으켜야만 했다.
크리스의 심상이 지그시 가라앉았다.
‘완벽한 10성에 올라야 해.’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그 방법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10성에 올라야만 했다.
‘내가 10성에 오르지 못하는 건, 위대한 격에 상응하는 권위가 모자라기 때문.’
대악마나 거성들은 날 때마다 이러한 권위를 가진다.
반면, 크리스는 순수한 깨달음과 자신의 오성만으로 인과율을 획득했기에 권위를 갖추지 않았다.
‘얻을 수 있어. 저딴 놈도 얻은 권위이니까.’
어떻게 ‘권위’를 가질 수 있을까?
위대한 격에 상응하는 ‘권위’란 무엇일까?
답은 금방 나왔다.
대악마들은 게헨나의 주인으로서, 거성들은 천계의 주인으로서 권위를 가진다.
‘난 지상의 주인이 되어야 해.’
정확히는, 인간들의 왕(人王)이 되어야 했다.
막연한 일.
하지만 이미 크리스는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난 이미 이 지상의 왕이야.’
암흑 연맹을 위시한 마도 제국도.
골든 크로스도.
카른 제국도.
신성 제국도.
대륙 전체가 그의 발아래 있었다.
단순한 권력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크리스는 지난 시간 동안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대륙과 인류를 구원해왔다.
그런 그가 인류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면, 이 세상의 누가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인가?
‘최소 저놈보다는 내가 더 인간들의 왕에 적합해.’
단, 하나.
크리스가 왕이 될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이곳 황도의 백성들이었다.
마황의 제물이 되어 영혼째로 소멸되고 있는 가련한 이들.
크리스는 자색의 기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금도 끔찍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는 영혼들을 향해 선언했다.
“날 왕으로 섬기도록. 내가 너희를 구원해 주겠다.”
[!!]제물로 바쳐졌던 영혼들이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마황이 분노하여 외쳤다.
[감히! 이들은 나의 소유다. 네놈 따위가…!]“소유?”
크리스는 싸늘하게 비웃었다.
“네놈 따위 이들의 왕이 될 자격 없어!”
제물로 바쳐진 영혼들이 옳다는 듯이 요동쳤다.
[네놈 뜻대로 되게 놔둘 것 같으냐?]마황이 이를 악물며 손을 썼다.
인과율을 움직여 강제로 저들이 크리스에게 굴종하는 걸 막으려고 한 거다.
하지만.
“말했지? 네놈 따위 나에게 비교할 수 없다고.”
마황의 말과 다르게 둘은 닮은꼴이 아니었다.
크리스는 마황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뛰어났다.
크리스는 마황에게 인과율 간섭을 시작했다.
단순한 인과율의 총량으로 따지면 크리스는 마황보다 현격히 부족했다.
하지만 크리스가 품은 인과율의 ‘의지’는 마황의 것보다 비교도 할 수 없게 뛰어났다.
더구나 크리스는 혼자가 아니었다.
-당신을 왕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위대한 왕이여!! 우리를 구원하시옵소서!
제물로 바쳐진 황도의 영혼들이 크리스를 경배하며, 크리스에게 힘을 보탰다.
그들뿐이 아니었다.
온 대륙.
지금껏 그에게 구함받은 모든 이들이 크리스의 승리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다.
파아아아앗!!!
크리스는 영혼의 격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
‘권위’를 얻어 완벽한 10성에 올랐다.
그것도 보통의 10성이 아니었다.
지상의 주인, 인왕(人王).
삼계 중 일계(一界)의 주인이 되었다.
그 격은 3계의 격과 비교해도 부족하다고 할 수 없을 터.
크리스는 벌레를 내려 보듯 마황을 바라보았다.
“죽어라.”
언령(言令)이 내려졌고.
사사삭.
마황의 몸과 영혼이 가루로 변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는…!! 크아아아아악!!!!!]저항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세상이 마황의 존재를 소멸시켰다.
승리한 거다!!!
하지만 크리스는 긴장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나오도록.”
더욱 최악의.
마황조차 가지고 놀았던 존재의 이름을 불렀다.
“마도 재상.”
사르르륵.
고요한 바람과 함께 가루로 흩어졌던 마황의 잔해가 어딘가로 흘러갔다.
그 방향의 끝에서 신사복을 입은 마도 재상이 나타났다.
“훌륭합니다. 정말로 승리하다니. 더구나 인류의 왕이라니. 경이롭군요.”
광대 같은 음성.
크리스가 어떤 경지에 올랐는지 분명히 알 텐데도, 전혀 긴장하는 음색이 아니었다.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당신 덕에 제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