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444
SSS급 재벌 헌터 444화
바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등줄기가 서늘할 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그것도 더 강해져 있다면 말이다. 어찌어찌 물리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피해가 클지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역시나 카이너스입니다. 최후의 발악이었군요.”
“미리 안배를 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리 알아내서 차단을 하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부활을 하였다면…….”
“미래가 불투명했겠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어쨌거나 놈은 처리가 되었다. 그러니 진정한 의미의 축배를 들 수 있는 것이다.
바헬이 잔을 들었다.
“그럼 축배를 들죠!”
“차원의 평화를 위하여 건배!”
챙챙!
우리들은 단숨에 영혼주를 들이켰다.
하지만 예전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취하지 않는데?’
강해져서 불만인 것은 이 하나다.
다른 신들도 어느 정도 강해졌지만 이 정도로 취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올라오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나는 이곳에 그들을 부른 이유를 설명하였다.
“지금까지 고생하셨습니다.”
“뭘 새삼스러운 말씀을.”
“우리들의 동맹도 이쯤에서 파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최종적인 선언이 떨어졌다.
신들은 그제야 내가 이곳에 자신들을 부른 이유를 짐작하였다. 드디어 모든 임무가 끝이 났기에 동맹을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처음에 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그리고 신들과 동맹을 맺어 어떻게 해서든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지구를 찾아왔다.
물론 일부는 내가 초빙하기도 했다.
카이너스라는 적이 사라졌으니 동맹도 사라져야 하는 것인데 바헬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물었다.
“우리들은 앞으로도 동맹을 맺어도 되지 않나요?”
“음……. 그런가요?”
“앞으로도 교류를 하도록 하죠. 어떤가요?”
“좋은 생각입니다.”
“계모임 어때요?”
비비안이 그렇게 제안했다.
다른 신들도 모두 찬성하였다. 최소한 5천 년에 한 번 정도는 계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술도 한잔하고 이야기도 나누면 좋을 것 같았다.
바헬이 잔을 들었다.
“창조신의 모임을 위하여!”
“위하여!”
다음 날이 되어 우리들은 각자 갈 길을 찾아 흩어졌다.
신들이 모두 돌아갔지만 렌은 돌아가지 않았다.
“너는 안 가냐?”
“너무 섭섭해서 그래요.”
“후후. 섭섭할 것까지야.”
나는 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다고 해도 렌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이곳이 좋은 모양이었다.
“다시 만날 거야.”
“정말이죠?”
“신들의 약속은 절대적인 것 몰라? 그러니까 너무 섭섭해하지 마.”
“나중에 모른 척하기 없기예요?”
“물론이지.”
렌과는 새끼손가락까지 걸었다.
그만큼이나 섭섭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섭섭하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렌은 천사들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사라지기 직전, 한마디를 남겼다.
-100년에 한 번씩은 만나요!
번쩍!
렌은 그렇게 사라졌다.
모든 신들이 사라지자 시원섭섭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이제야 완전히 끝이 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카이너스라는 공통의 적이 있었고 놈을 죽이기 위하여 고군분투를 하였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었다.
“간간히 천사들에게 발견되는 카이너스의 흔적을 지우기만 하면 되겠네요.”
비비안도 앞날을 낙관적으로 보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앞날에 무슨 일이 닥칠지는 나도 알 수가 없었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카이너스의 존재는 완전하게 박멸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나는 청와대로 돌아왔다.
앞으로 대한제국의 일들은 대부분 이한진이 처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어비스로 돌아가 지상을 가끔 살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였다.
비비안과 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구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끔씩 찾아와서 상황을 볼 것이고 아리아를 남겨 두어 어떤 일이 발생하면 바로 호출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정도 대비면 충분하지 않을까.
몬스터는 지구 자체적으로도 처리할 수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이한진이 들어왔다.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지금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누구보다 폐하께서 고생을 하셨습니다.”
나는 이한진과 악수를 나누었다.
이쯤 되자 이한진은 내가 왜 이러는지 깨닫게 되었다.
“설마…… 지구를 떠나십니까?”
“떠납니다. 앞으로의 일은 수상에게 맡기겠습니다.”
“퇴위를 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퇴위는 아닙니다. 한 10년마다 한 번씩 오도록 하지요. 그리고 완전히 지구가 안정되고 나면 퇴위를 해야겠죠.”
“아!”
말이 10년이었지 그냥 한번 둘러보고 별일이 없다면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사실상 작별이나 다름없었다.
“섭섭한 일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죠.”
“폐하…….”
“앞으로 제국을 부탁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복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몬스터들에게 피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제 다 끝났다.
이한진도 이 정도 말을 했으니 사실상 나와 작별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잘 지내세요.”
“폐하께서도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고도 민망했는지 그는 멋쩍게 웃었다.
창조신은 영원히 살아간다. 죽음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이한진이었다.
쿨렁!
나는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어비스에서는 비비안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들은 전 차원을 유람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친분을 쌓았던 신들의 차원에도 방문할 것이고 우리들이 만든 차원도 돌아다닐 것이다.
그렇게 한 수만 년 정도는 돌아다니면서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작별 인사는 하셨나요?”
“그럭저럭 했죠.”
“많이 섭섭하시죠?”
“이제는 익숙해져야죠. 신들을 제외하고는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죽을 텐데요.”
“드림 팀원들과는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되나요?”
“괜찮습니다.”
그들에게는 전언을 남겼다.
지구를 부탁한다고. 내가 없는 동안에도 각자 맡은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라고 이야기하였다.
양슬하가 난리를 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나를 보고 싶으면 수련을 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과연 양슬하를 비롯한 드림 팀의 대원들이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리 된다면 앞으로 삶이 꽤 풍성해질 것이다.
“그럼 떠나 볼까요?”
“그렇게 해요.”
우리들은 차원을 도약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지난 50년 동안 비비안과 나는 여러 차원들을 돌아다니면서 살았다.
여기서 한 달, 저기서 한 달,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 한 달.
그렇게 한 달 단위로 움직였는데 아직도 갈 곳이 태산이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아직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퍽!
쫘좌좌좍!
나는 도끼질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브라이트 차원의 한 행성이었는데 인간은 살지 않았다.
동물들이 번성하고 있었고 아직 지성체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거대한 폭포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집을 지어 이곳에서 한 달째 살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식사하세요!”
“벌써 다 준비가 되었나요?”
“물론이죠.”
요즘에 비비안은 새로운 음식들을 연구하고 있었다.
매일 한식만 먹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맞는 식재료를 구해 요리하고 있었다.
구수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건 생선 아닌가요?”
“폭포 아래에서 잡았어요.”
이건 거의 참치 수준의 고기다.
적당히 튀긴 후에 감미로운 향신료를 첨가했다.
나는 접시에 생선을 덜어 썰었다.
“맛있는데요?”
“그렇죠? 이번에 새롭게 채취한 향신료예요. 이렇게 하나씩 요리를 개발하다 보면 앞으로 삶이 풍성해지겠어요.”
“후후. 그렇겠군요.”
이제 슬슬 이곳에서도 이동할 준비를 해야 한다.
“브라이트 차원에 온 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가네요. 이번에도 이동을 하실 건가요?”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여기서 1년 정도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벌컥!
“아빠! 엄마!”
성인이 된 라엘이 달려왔다.
라엘은 신으로 태어났고 1년 만에 성체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비비안에게 여러 가지를 전수 받고 있었다.
라엘이 안겨 들었다.
“이번에도 다른 곳으로 가나요?”
“한 1년 정도 여기에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 않니?”
“그래도 좋을 것 같아요. 친구들도 사귀었고요.”
“친구들?”
“동물 친구들이에요.”
우리들은 흐뭇하게 웃었다.
라엘은 40년 전에 태어났다.
처음에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마을에 자리를 잡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우리와 여행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자신이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로는 한자리에 집착하는 것을 버렸다.
어차피 신이 아닌 이상 모두 죽는다.
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천사가 아닌 이상은 1만 년 정도를 살아갈 뿐이었다. 그러니 한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며 정을 붙일 필요는 없었다.
“렌 고모는 안 오시나요?”
“렌? 이제 올 때가 됐지.”
렌은 그야말로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왔다.
거의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찾아와서 함께 여행을 다녔는데 라엘과도 꽤나 친해져 있었다.
쿨렁!
아니나 다를까, 렌이 도착했다.
“오빠! 지구에서 일이 생겼어요.”
렌과 나는 의남매 사이였다.
그걸 비비안도 인정하였고 라엘도 렌을 고모라고 불렀다.
“고모!”
“라엘이구나. 너도 함께 가도록 하자.”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네 아버지와 친분이 있었던 사람이 죽었어.”
“어떤 친분……?”
“대한제국 수상이 죽었어요. 이제 곧 탈상이라고 하더군요.”
“아아!”
나는 안타깝게 탄성을 내뱉었다.
역시 인간의 삶이란 그 끝이 정해져 있었다. 모두 죽음으로 끝을 맺지 않던가.
우리들은 지구로 넘어갈 준비를 하였다.
이한진의 관이 이동하고 있었다.
국립 현충원에 묻힐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그 앞에 강림하였다.
번쩍!
“허억! 황제 폐하시다!”
웅성웅성!
50년 만의 방문이었다.
나를 알던 사람들은 늙거나 죽었지만 그 당시 있었던 영상이나 기록들은 남아 있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았던 것이다.
이한진에게는 별로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나는 상여 앞에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고생하셨습니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수많은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나는 선언했다.
이제 더 이상 대한제국일 필요는 없었다.
“저는 퇴위합니다. 그리고 대한제국은 대한민국으로 개칭됩니다. 앞으로는 예전 대한민국의 정치 체계를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 내가 지구에 해 줄 수 있는 일은 이게 끝이었다.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향해 갈 것이니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갈 것이다.
앞으로 수백 년 정도는 대한제국을 유지하려 하였지만, 카이너스도 완전히 사라졌고 몬스터도 사라졌으니 더 이상은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지구의 어비스.
나와 렌, 비비안과 라엘은 잠시 이곳에 들러 지상을 살펴보기로 했다.
“정말 괜찮겠어요?”
비비안이 물었다.
지구에서 손을 떼면 앞으로는 개입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괜찮아요.”
“고향이잖아요?”
“그러니까 저들 스스로 발전을 해야죠.”
나는 몸을 돌렸다.
온갖 시원섭섭한 감정들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인간이 태어나면 죽고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니까.
내가 알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모두 죽을 것이다. 이곳에 남아 있어 봤자 섭섭함만 가중될 뿐이었다.
나는 남아 있던 감정을 털어 냈다.
“다시 여행을 시작해 볼까요?”
“이번에는 저도 가요!”
렌이 바짝 다가왔다.
나는 그녀들을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이번에는 어디로 떠나 볼까나?”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