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hless Warrior RAW novel - Chapter 229
저들은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행성을 썩게 하는 최상급 어둠의 대군에겐 한참 부족하나, 여기 신격들에겐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크아아아아아!
어둠의 대군의 괴성만으로도 신격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어둠의 대군이다! 그것도 한둘이 아냐!”
“설마 소문대로 저자가 진정 어둠의 대군을 부리는 것인가!”
내가 어둠의 대군을 굴복시켜 청지기로 쓰는 건 비밀이다. 하지만 은연중에 소문이 될고 있다는 건 알았는데 지구의 신격도 들어본 모양이다.
쿠아아아앙! 콰앙!
완전히 시커멓게 변한 하늘에서 번개가 끊이질 않았다. 기괴하게 생긴 어둠의 대군들은 그 속에서 탐욕에 입맛을 다시며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거미 다리를 수십 개 가진 놈, 화산재 같은 연기가 뭉쳤다 흩어졌다는 반복하는 놈, 어둠을 찢어진 로브처럼 길게 늘어뜨려 물에 부풀어 썩은 것 같은 육체를 가린 놈 등 그 형태가 다양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으니 여기 모인 신격들을 보며 주체 못할 식욕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단 점이다. 기본적으로 어둠의 대군은 인신공양을 좋아한다. 하나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게 있으니 바로 신격을 먹는 일이다.
신체(神體)와 정수를 한꺼번에 씹어 삼키는 건 그들에게 지고의 쾌락이었다. 다만 신격이란 존재가 영혼을 수확해 그들에게 제공하니 함부로 못할 뿐이다. 유용한 도구를 망가뜨릴 정도로 멍청한 어둠의 대군은 없으니까.
그러나 드물게 자제력을 잃고 만신전 하나를 통째로 잡아먹는 어둠의 대군도 있다. 결국 순간의 쾌락을 위한 대가로 알거지가 되지만.
“꺄아아아아아!”
“으아아악! 피해!”
어둠의 대군이 손아귀를 뻗어오자 신격들은 공포에 빠져 사방으로 달아났다. 그들은 전혀 대항하지 못했다. 마치 사자를 보고 혼비백산한 임팔라 무리 같았다.
우적우적.
어둠의 대군 하나가 양손에 신격을 하나씩 쥐고 머리부터 뜯어먹기 시작했다. 놈은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불러줘서 고맙다는 듯 웃어보였다. 그 미소가 얼마나 끔찍하던지 보통 인간은 저걸 보기만 해도 정신이 나가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내게 특별할 것 없었다.
“꼭꼭 씹어 먹어.”
한 마디 해주고 무심히 이 아비규환의 현장을 가로질렀다. 울면서 쥐처럼 도망가는 신격과 반쯤 놀이에 빠져 그들을 모는 어둠의 대군들로 시끄러웠다. 신격들의 토막난 육체와 터진 내장이 사방에 질척질척 늘어지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코끼리 같은 어둠의 대군이 바로 앞에서 땅을 울리며 달려갔다. 크게 일어난 자욱한 먼지를 뚫고 나가니 황아연이 공포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봐, 명색이 대신격이 너무 한심한 거 아냐? 저기 어둠의 대군 몇은 상대할 수 있잖아?”
여기 불려온 어둠의 대군은 신격보다는 우위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급이 높은 존재는 아니다. 행성계의 지존인 대신격이라면 몇 정도는 격파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완전히 압도된 황아연은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고양이에게 감히 덤빌 생각을 못하는 쥐새끼 같았다. 그녀는 날 보자마자 매달려왔다.
“저 좀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뭐?”
지금 실시간으로 끔살되고 있는 만신전의 신격들을 구할 생각은 안하고 지가 사는 게 우선인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매사 뻔뻔하고 능글능글한 나조차 순간 벙쩌버렸다.
찌이이익! 촤아아아!
옆에서 길게 찢어진 한 신격의 몸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신격 하나를 찢어발긴 어둠의 대군은 이쪽을 힐끔 보더니 다른 곳으로 간다. 황아연은 내가 처리할 거라고 여긴 모양이다. 그러자 그녀는 내 덕에 살았다고 생각했는지 더욱 애타게 빈다.
“살려주시면 원하는 건 뭐든지 할게요. 제발요!”
“필요 없는데?”
관심 없다는 의사를 보이자 황아연은 다급했는지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정숙한 차림인데 속옷만은 엄청 야했다. 뭔가 그런 대비가 겉과 속이 다른 그녀의 성품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을 다 드릴게요! 저를 맘대로 하셔도 좋아요!”
그녀의 말에 웃고 말았다.
“주제 파악 못하나 본데, 내가 받는 게 아니라, 내가 간택하는 거다. 그리고 너는 기준 미달이고.”
“당신!”
자존심 다 버리고 한 말에 내가 조소하자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황아연이 뭐라고 하려던 때 나는 그녀를 붙잡아 머리 위로 던져버렸다.
키에에에에!
쿠아아아!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어둠의 대군 여럿이 달려들어 그녀를 덮썩 물어 잡아당겼다.
“꺄아아아!”
비명소리와 함께 곧 부우욱! 하며 황아연이 찢어졌다. 참으로 허망한 최후였다. 그녀가 지구 만신전의 마지막 희생자였고, 포식이 끝나자 어둠의 대군들은 모두 저 우주 멀리로 사라졌다. 남은 건 파괴된 도시의 광경뿐이었다.
“지구도 이제 많이 바뀌겠군.”
이런 괴력난신을 접했으니 모든 게 달라지겠지.
부우우웅.
그때 엉망이 된 아스팔트 위로 차량 하나가 덜컹덜컹 흔들리며 오더니 누군가 내렸다. 발푸르가였다. 한껏 멋을 부리고 온 그녀는 주변을 보더니 어이없어 했다.
“후배, 이게 다 무엇?”
아무래도 미안하지만 발푸르가는 앞으로 오랫동안 지구에 계속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뭐긴 뭐야. 선배가 이제 지구를 다스려야 한다는 소리지.”
품에서 신격의 정수를 내밀자 발푸르가가 혀를 찼다.
“내가 정말 못살아.”
***
발푸르가의 한껏 빛났지만 그리 길지 않았던 걸그룹 생활이 끝난 뒤로 반년이 지났다. 지구 만신전이 붕괴한 뒤 그녀는 내가 제공한 정수로 신격에 다시 올랐다. 아니, 오를 수밖에 없었다.
“후배, 그날 이래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알아?”
“선배 아니면 할 사람이 없잖아. 미안해.”
“으이그! 새로 인재를 뽑아 만신전을 구성하느라 반년 동안 죽을 고생했다고.”
하지만 정작 그녀가 날 원망하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내 처녀도 가져가 놓고 지구에 버려두면 어떻게 해? 옆에 끼고 살아야 할 거 아냐?”
“미안해. 지구만 안정화되면 불러들일 테니까.”
발푸르가는 지구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이렇게 재회한 건 반년만이다. 오늘 그녀는 어렵게 리켄티아투스를 찾았는데 바로 내 결혼식 때문이었다.
“경사잖아. 오늘은 참아주라. 내일부터는 다시 구박해도 되니까.”
“뭐, 좋아. 그런데 내가 샤르티에를 소중히 하라고 했지? 왜 지금에야 결혼식을 올리는 거야?”
“사실 결혼은 이미 했어. 식을 못 올렸을 뿐이지.”
종말의 때가 지나고 리켄티아투스도 신격들이 떠나 개판이었다. 샤르티에와 함께 행성을 재건하느라 50년 동안 정신이 없어 결혼식도 못 올렸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
“에휴, 정말 고생이었구나. 후배도.”
“선배는 50년 동안 꿀 빨았잖아. 제발 나 좀 도와줘. 응?”
“…알았어. 지구에서 힘낼 테니까 걱정 마.”
그렇게 말한 발푸르가는 신부를 보겠다고 떠났다. 샤르티에는 그녀가 창조한 가장 완벽한 존재다. 그래서인지 오늘 웨딩에 대해서도 관심이 지대했다. 본인이 꿈꾸는 이상적인 신부가 어떤지 궁금한 모양이다.
“축하드립니다. 대신격이시여.”
여기저기서 인사를 받던 중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오, 틸리 장군!”
틸리 장군은 종말의 때가 지나고 얼마 버티지 못해 사망했다. 딱히 무슨 사고가 터졌다기 보다 그냥 나이가 많아서였다. 저승으로 온 그는 내 스카웃에 응해 반신격에 올랐다.
군략, 병참, 훈련을 관장하는 반신격으로 새로 전쟁의 신격이 된 베오울프를 모시는 존재가 됐다.
“일은 할 만한가?”
“전쟁의 신격 베오울프가 배려해 줘서 괜찮습니다.”
“다행이군.”
신수가 훤한 틸리를 보자니 그와 비슷한 행보를 걸었지만 지옥으로 떨어진 사내가 떠올랐다. 바로 발렌슈타인이다. 그는 제국이 해체된 후 신생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으로 큰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의 빠른 행운과 폭압적인 경영은 불만을 샀고 결국 부하의 배신으로 암살당했다. 사후 그는 지옥에서 550년 형을 받았다.
“대신격이시여.”
정치의 반신격인 리슐리외가 다가왔다.
“달타냥이 할 말이 있다는군요.”
“알겠네.”
리슐리외가 알려주는 곳에 가보니 달타냥이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5년간 주종관계를 맺는다는 계약으로 만난 그녀다. 이제 그 계약은 5억년으로 늘어났다. 현재 그녀는 인간의 종족신격이 됐다. 마족의 종족신격인 칼리오네도 그렇고, 양 종족의 종족신격이 음흉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워서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겠다.
“달타냥. 무슨 일이야? 어라? 마리도 있네.”
마리는 정의의 여신격이다. 내 부탁으로 리켄티아투스에서 형언할 수 없는 암흑의 흔적을 싹 지운 그녀는 우주로 시선을 돌리는 중이다. 언젠가 내가 형언할 수 없는 암흑의 화신에게 네놈 흔적을 남김없이 지워갈 거라고 한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거 받아주세요.”
마리가 존대를 하는 건 아직도 좀 어색했다. 그냥 편하게 말하라고 해도 듣지 않는다.
“열쇠?”
달타냥과 마리가 함께 내민 건 황금열쇠였다. 이게 뭐냐고 묻자 모두가 함께 장식한 신방의 열쇠란다.
“분명히 마음에 들 거예요. 예쁘게 꾸몄거든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주군.”‘
성의가 참 고마웠다. 어떻게 해놨을지 궁금하군.
“고마워, 둘 다.”
둘에게 감사의 키스를 해주던 그때 식이 시작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신랑, 신부 동시 입장하겠습니다.”
이미 웨딩드레스를 입은 순백의 신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
길게 감탄이 터졌다. 이제는 그녀의 아름다움에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눈부신 금발에 선명한 녹안,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틀림없었다. 언젠가 그녀가 발푸르가 수녀회의 성 밖에서 주저하며 투구를 벗을 때가 떠올랐다. 저주가 사라진 걸 빼면 그때와 똑같구나.
“발푸르기스.”
추억에 젖어 그 이름을 꺼내자 그녀가 기뻐했다.
“오랜만에 그리 부르시네요? 여보.”
“옛날 일이 떠올라서. 발푸르가 수녀회에서 헤어질 때 말이야.”
“아, 그때도 이렇게 화창한 날이었죠.”
투구를 벗는 순간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금빛 머리칼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저 오늘 예쁜가요? 당신의 신부로 어울릴까요?”
“말할 것도 없어.”
그녀는 막 피어난 백합처럼 싱그러웠고, 수확을 앞둔 라즈베리처럼 향기 가득했다. 너무 예뻐서 이게 정말 내거인가 싶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입장하는 중 멈춰서 키스하자 하객들이 박수를 쳤다.
“우우우우-!”
그중 유일하게 야유를 퍼붓는 이가 있었으니 페자무트였다. 이 혼자가 된지 오래된 남자는 질투 가득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바로 12리치들에게 핀잔을 들었다.
“늙은 대공의 질투는 보기 흉한 겁니다.”
“본인이 며칠 전에 지옥미인대회 1위의 서큐버스에게 차이고 괜히 심술인 겁니다.”
“차인 게 서큐버스 뿐이면 말도 안 하는 겁니다. 대공은 지옥의 축구공인 겁니다.”
오늘을 위해 하얀 로브를 차려입은 지옥의 12리치들은 언데드 특유의 음산함을 완전히 감추고 있었다. 마치 성인의 해골을 보는 듯 가장한 게 실로 놀라운 솜씨였다.
“여보, 그러고 보니 우리가 처음 만난 건 페자무트 공과 싸움에서잖아요.”
“그러니까. 참 사람 일 모르겠네.”
따지고 보면 저 말썽쟁이 지옥의 대공 덕분에 우리가 만난 거니까.
“샤르티에. 행복해야 한다.”
“샤르티에, 내 딸. 사랑해.”
샤르티에의 계부인 빌헬름과 친모인 아스비엘라의 축복이 이어졌다. 그 외에도 내 괴물사냥꾼 스승인 루드 등 많은 축하가 쏟아졌다. 주례가 있는 곳까지 가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아주 거북이처럼 기어오지 그러나.”
“하하, 슈바르체 영감. 이런 날도 까칠하시군.”
주례는 구(舊) 마룡인 슈바르체토이펠이 맡아줬다. 나와는 인연이 아주 깊은 드래곤이다. 툴툴대긴 하지만 언제나 내게 성실했던 자다. 현재는 법의 신격에 올라, 추상같은 위엄으로 뭐든 법대로 처리하고 있다. 그에게 걸리는 예외가 없기로 유명했다.
“원래 주례를 위해서는 이런 까칠함이 약간 필요하지. 예쁜 신부 때문에 얼굴 관리도 못하고 헤벌쭉한 신랑을 조금 혼내줘야 하거든. 안 그러면 식이 진행이 안 돼. 신부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와하하하하.”
슈바르체토이펠의 일침에 하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아까부터 정신을 못 차리고 샤르티에만 보고 있었다.
“흠흠.”
괜히 민망해져서 헛기침을 하자 주례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주례사라기보다 마룡의 추억담 겸 악담이었다.
“제가 과거 이 인간을 만나고 그 진가를 알아봤을 때 무슨 기분이었는지 아십니까? 제국의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멸망의 병기를 만들고 있는 기분이었죠.”
“하하하하하!”
“옛날부터 가공할 사내였습니다. 사기꾼으로 대성할 게 딱 보였죠. 그때 당시에 저보다 한줌도 안 되는 인간에 불과했습니다만, 언데드 도시가 어쩌고 하면서 제 재산을 사기 쳐 빼앗았습니다.”
“그렇다! 나도 당했다!”
페자무트의 호응에 다시 웃음이 터졌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사기 피해자구나. 슬쩍 돌아보니 나한테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식은땀이 났다. 무슨 뒤풀이 같은 거 있는 거 아니겠지? 어쩐지 오한이 돋는 게 이날만 기다렸다는 인물들이 있는 것 같았다.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마룡을 사기 치더니 후일 어둠의 대군조차 속여 넘기더군요. 그가 무덤에서 웅크리고 있는 자를 거하게 속인 건 다들 아실 겁니다.”
그 말에 내가 하늘 위로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보이자 하객들이 크게 웃으며 다시 박수를 쳤다. 이 혼란 속에서도 슈바르체토이펠은 꿋꿋하게 주례를 이어갔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닙니다. 그의 사기실력을 찬양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죠. 다만, 지금 이 세계가 남아있고, 이렇게 번영하는 건 누군가의 목숨을 건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리고 싶어서입니다.”
다시 큰 박수가 터졌다. 이번에는 웃음은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큰 존경만이 담겨있었다.
“하여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그의 헌신과 그의 승리 덕에 우리가 여기 있음을. 어둠의 대군에게서 완전히 벗어난 이 리켄티아투스가 진정한 천국임을.”
“옳소!”
“죽어도 어둠의 대군에게 삼켜지지 않고 천국과 지옥에서 그저 삶의 대가를 치를 뿐입니다. 언젠가 다시 환생할 수도 있죠. 여러분, 이 슈바르체토이펠이 장담하건데 우주에서 이런 축복을 받은 건 오로지 이곳뿐입니다!”
그는 내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여기 우리의 위대한 대신격이 그걸 이뤘음을 알아주십시오. 최대 경의와 축복, 그리고 우정을 발러슈테드에게 보내고자 합니다!”
“와아아아아아!”
하객들은 기립해서 열렬히 박수를 쳤다. 손을 들어 답례를 하고 있는데 샤르티에가 옷자락을 살짝 잡아당긴다.
“여보, 키스해 주세요.”
살며시 볼을 붉힌 그녀가 눈빛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망설일 이유 있겠는가. 나는 열정적으로 그녀와 입술을 겹친 뒤에 선언했다.
“리켄티아투스란 이름은 버리겠다. 이제부터 이 세계는 카일룸(천국, 영원)이라 명한다!”
사기꾼은 소망한다.
승리여, 영원하길.
<피도 눈물도 없는 용사-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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