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71
0270 대규모 간택사업(3)
“어우야.”
자연구역에 몰려 있는 동물들을 바라본 나는 조금 아찔해졌다.
다름이 아니라, 백여 마리가 훌쩍 넘는 길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이 무슨, 해운대 백사장에 몰려 있는 갈매기처럼 모여 있었으니 제법 무섭게 느껴졌다. 물론, 그건 내 감상이었다.
“히히히히! 고양이 짱 많아!”
소은이는 내가 붙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당장 고양이들에게 달려가, 고양이들 사이를 파고들 것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은이의 그 소원은 지금 이뤄줄 수가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길에 있는 녀석들을 그대로 데려온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더러운 상태라는 것이었다. 어떤 기생충이, 어떤 진드기가, 어떤 병균이 있을지 모른다는 소리였다.
실제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몇몇 수의사들의 확인한 결과, 피부염이나 진드기 같은 것을 보유한 녀석들이 몇몇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자원봉사자들을 대거 이용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기존의 자원봉사자들은 로캣과 그 친구들을 데리고 여전히 부산 곳곳을 누비고 있었기에, 새롭게 모집한 자원봉사자들이었다.
간단하게 말해, ‘빨래 작업’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고양이들 목욕 용품을 들고서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봄철 벚꽃이 흩날리듯, 겨울철 함박눈이 내리듯 흩날릴 털을 막기 위한 마스크도 꼼꼼하게 착용하고 있었다.
“자, 여러분. 이 녀석들은 지금부터 수속성 고양이입니다. 구석구석 깨끗하게 해주시면 됩니다. 다만 귀에 물이 들어가지는 않도록 조심해 주셔야 합니다.”
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손짓하며, 더러운 상태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고양이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자원봉사자들이 고양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녀석들을 한 마리씩 들어 올렸다.
“와, 얌전한데요? 저희 집 고양이는 목욕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지랄발광을 하는데…….”
“진짜 얌전하긴 하네요. 신수님 말하는 거 들었으면 자기들 목욕할 거라는 것도 알 텐데, 반항하나 안 하고 있네요.”
자원봉사자들은 고양이들을 들어 올리며 여러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반응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고양이들이 얌전한 것이 신기하다는 것이었다. 고양이가 물을 싫어하기로 유명하니 말이다.
물론, 그 녀석들이 씻겨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였다. 아주 맛있는 것을 제공해 주는 것과, 씻은 녀석들만 소은이에게 쓰다듬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상태였다.
아무튼, 자원봉사자들에게 하나씩 잡힌 녀석들은 곧장 샤워장으로 향했다. 물론, 근처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끌어온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온수기 등이 달린 상태라, 찬물로 씻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히히, 내가 고양이 목욕을 다 시켜볼 줄이야.”
“얌전하니까 확실히 씻기긴 편하네. 울 집 냥이도 이랬으면…….”
“앗, 여긴 안 돼? 미안, 미안해. 그러니까 나한테 물 털지 말아 줄래?”
“어떠냐, 인간의 손맛이! 좋아 죽겠지?!”
자원봉사자들은 무척 즐거워하는 모습으로 고양이들을 목욕시켰다.
평소라면 사람들을 보자마자 도망쳤을 길고양이들이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목욕까지 흔쾌히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마냥 즐거워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자원봉사자들을 제법 많이 모집하긴 했지만, 아직 그 몇 배나 되는 고양이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아주 열심히, 그러면서도 웃음기를 잃지 않고 목욕을 이어갔다.
한 명당 거진 세 마리에서 네 마리 정도를 목욕시키고 나서야 그 목욕 작업이 끝을 맞이했다. 길고양이들에게서 나온 시커먼 물과 털 뭉치들을 보면 얼마나 이 녀석들이 지저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때, 깨끗해지니 좋지 않아?”
“흥.”
내 말에, 근처에 있던 한 녀석이 새초롬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기분이 좋았던 건지, 꼬리 끝을 살랑살랑 흔들어대며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린 나는, 내 주변에 몰려든 고양이들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그루밍을 하며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약속했던 것을 내놓으라 시위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바로, 맛있는 것을 내놓으라는 시위였다.
“자원봉사자 여러분? 고양이 피딩도 직접 해보시겠어요?”
“저는 꼭 하고 싶어요! 냥이들이 저만 보면 도망쳐서, 만져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피딩……. 저도 해보고 싶네요.”
“앗, 저는 패스할게요. 예전에 먹이 주다가 한 번 물린 적이 있어서…….”
“품에 안고 줘도 되나요?!”
자원봉사자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무척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고, 극히 소수였지만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먹이를 주는 것까지 떠넘기기로 결정한 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특제 츄르들을 무더기로 넘겨주었다.
“오예!”
자원봉사자들이 무척 기뻐하며, 츄르를 고양이들에게 먹여주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한 사람이 츄르를 한 손에 두 개씩 들고 먹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츄르 급여는 금세 끝나게 되었다. 수가 많긴 해도, 사람들이 한 번에 여러 마리에게 주다 보니 금세 끝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장님-! 여기 또 왔어요!”
그리고, 고양이들의 츄르 급여가 끝나니, 타이밍도 좋게 다른 동물들이 추가로 찾아왔다. 물론, 이번에도 대다수가 고양이였다. 개들이 몇 마리가 있었고, 왜 있는 건지 모를 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다.
“자원봉사자 여러분들,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당연히, 그 녀석들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떠넘겼다.
반려동물 칩이 이식된 녀석이나, 주인이 있음을 알리는 인식표 등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이전과 비슷한 절차를 거친 것이었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새로 찾아온 동물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본 다음, 조금 전에 작업이 마무리가 된 동물들에게 다가갔다.
이미 츄르도 먹고 배부른 녀석들은 옹기종기 모여, 아주 열심히 그루밍을 하고 있었다.
녀석들에게 다가간 나는 미리 계획해둔 것들을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너희들 중에, 인간들이랑 같이 살고 싶은 녀석 있어? 그런 녀석이 있다면, 인간들과 살 수 있도록 도와줄게. 인간들이랑 살게 되면 장점들이 많을 거야.”
인간들과 함께 살면 좋은 것들을 늘어놓았다. 먹을 것, 안전한 공간, 아플 때의 치료 등등. 기본적인 것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준 것이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고양이 녀석들이 가장 흥미를 보일만한 내용도 알려주었다.
“인간들을 집사로 부릴 수 있어. 어때?”
스스로를 집사라 칭하는 애묘인들을 정말 집사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오……?”
“그런 거라면 조금 끌리는데.”
“난 좋아! 인간들 좋으니까!”
내 이야기에, 고양이들이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곧장 인간들과 함께 살 거라고 결정하는 녀석도 있을 정도였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는 없나요?”
“음…….”
당연한 말이지만, 원래 자신이 지내던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녀석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녀석들의 희망 사항은 이뤄줄 수가 없었다.
길고양이들을 비롯한 동물들이 만들어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녀석들을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그 일이 거의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안 되는 거면 어쩔 수 없죠.”
다행스럽게도 그것에 아쉬워하는 녀석들은 있을지언정, 받아들이지 못하는 녀석은 없었다. 녀석들도 보다 좋아지는 환경을 반기는 것이었다.
그런 녀석들부터 시작하여 포획해온 동물들의 대부분이 인간들과의 공존을 선택하도록 만들었다. 극히 소수의 몇몇을 제외한 모두가 인간들과 함께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로도 몇 번이나 포획해온 동물들에게 비슷한 과정을 거친 나는, 최종적인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 최종적인 절차라는 것은 간단한 것이었다. 바로, 동물들에게 자신을 데려갈 인간을 결정하게 해주는 절차였다.
흔히들 야생의 동물들이 따라오며 잘 따르기 시작하는 것을 ‘간택’받았다고 하는 것처럼, 인간들이 동물들에게 간택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지낼 준비가 된 이들을 엄선하여, 자연구역에서 따로 격리가 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자 수많은 이들이 몰려와, 기대감을 한껏 품은 채로 동물들과 마주했다.
○ ◑ ● ◐ ○ ◑ ● ◐ ○
“아, 안녕! 나랑 같이 가, 가지 않을래?!”
조금 자신감이 부족한 건지는 몰라도, 한 남자가 고양이 앞에서 쭈뼛거리며 츄르를 내밀었다.
새초롬한 얼굴의 고양이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휙- 몸을 돌려 떠나갔다.
“으……. 역시 안 되는 건가……?”
그 모습에 남자는 시무룩한 모습을 보였다. 안 그래도 자신감이 없어 보이던 남자였는데, 그 거절 때문인지는 몰라도 더더욱 자신감이 없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의 자신감마저 앗아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너, 마음에 든다! 나를 데려가도록 허락해 주마!”
흔히들 턱시도를 입은 고양이라고 표현하는, 검은색과 흰색이 뒤섞인 고양이 한 마리가 그런 남자의 등에 가볍게 올라탔다.
“내가 마음에 드는 거야?”
“뭐라고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네! 아무튼 나를 데려가라!”
“고, 고마워!”
축- 처져 있던 남자는 제 몸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 고양이를 보며 기뻐했다. 여전히 등에 올라온 녀석 탓에 몸을 한껏 구부정하게 굽힌 상태로. 아니, 그냥 일어나면 알아서 내려올 건데……?
어쨌거나, 남자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와 함께 돌아갔다. 도중에 반려동물 등록을 하고, 인식칩까지 삽입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남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고양이 녀석이 등에서 내려오지 않았음에도.
그리고, 그런 모습은 자연구역의 일부. 이제는 간택의 숲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츄르를 들고 다닌다거나, 장난감 같은 것들을 들고 숲을 배회하면 동물들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나타난 동물과 만나게 되면 조금 전의 남자와 같은 반응을 볼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아 떠나가거나, 마음에 들어 자신을 데려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간혹 애매한 느낌을 받았다며 접근하지는 못하게 해도 따라다니는 경우도 있었다.
“꺄하하하하항! 고양이 이불이다!”
물론, 열 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에게 뒤덮힌 상태의 소은이처럼 예외로 봐야 하는 경우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거절과 승낙 두 가지의 반응이 보편적이었다.
그리고, 딱 나뉘는 반응 덕분에 SNS에서 간택의 숲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일종의 서비스처럼 해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택 받아서 데려온 울 집 냥이가 엄청 똑똑해요!] [길냥이 출신이라서 교육을 좀 많이 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교육은 무슨 ㅋㅋㅋ 개쩐다 진짜;] [새벽에 갑자기 화장실 물 내려가서 개놀랬는데, 알고 보니까 간택의 숲에서 데려온 냥이가 한 거였음 ㅋㅋㅋㅋㅋ 어쩐지 화장실용 흙이 이틀 동안 깨끗하더라니 ㅋㅋㅋ] [방금 신둥에 문의했음! 신수가 직접 동물들 교육했다더라? 화장실 이용 방법이나 동그라미랑 세모, 네모로 의사 표현도 할 수 있게 교육했다고.]반려동물을 키울 때 가장 크게 문제가 될만한 부분들을 교육해서 보내준 것이었다.
함께하는 인간이 배변 문제로 골머리 앓지 않도록 인간의 변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교육했고, 기본적인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형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었다. 동그라미는 긍정, 네모는 부정, 세모는 애매함을 뜻하도록 교육시켜둔 상태였다.
덕분에 어마어마한 이들이 간택을 받기 위해서 몰려들었고, 부산 전역에서 데려온 동물들이 금세 여러 가정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모든 것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두가 만족하는 상황이 온 것이었다.
[고양이털 알레르기 있는데, 길고양이들이 대부분 사라져서 길거리에서 재채기를 더 이상 안 해요!] [아침마다 본닛 두드리기를 더 이상 안 해도 된다는 게 너무 좋다ㅠㅠ] [소시지 포장지를 쓰봉에 대충 담아서 버려도 더 이상 터지지 않다니, 기적이 따로 없네;] [밤마다 응애응애으앵 울던 고양이들 없어지니까 꿀잠 잘 수 있었다. ㄹㅇ 개꿀잠 잤음 ㅋㅋㅋ]길거리에서 살아가던 동물들이 사라졌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녀석들이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변에 입히던 피해가 사라지니 바로 반응이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불만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다. 그 대부분은 소위 캣맘 캣대디 등으로 불리는 이들이었다.
[아니 내가 밥 주는 고양이를 데리고 가면 어떡해?] [ㄴ ㅋㅋㅋ ‘기르는’이 아니라 ‘밥 주는’이죠? 아니꼬웠으면 느그 집에 데려가서 밥 줬어야제~] [ㄴ 아 내가 착한 인간인 척해야 한다고 ㅋㅋㅋ 우월감도 좀 느껴야 한다고 ㅋㅋㅋㅋㅋㅋ] [ㄴ (남의 차 밑에서, 남의 집 앞에서, 남의 동네에서) 밥 주기? 제발 느그 집에서 하세요.]물론, 그런 이들에게 호의를 보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동물원으로 들어오게 된 동물들 모두를 확인해가며 주인이 있는지 내가 직접 확인한 다음 일을 진행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반응 덕분인지는 몰라도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