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75
0274 드루이드는 드루이드를 연기한다(4)
“일단, 패시브는 기존에 있던 캐릭터 하나랑 엇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스킬 위로 마우스 커서를 올리니 설명이 보였다.
“몬스터들한테 공격당하지 않고, 공격할 수 없다는 부분이에요.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몬스터가 있는 곳에서 적에게 공격당하면 몬스터의 어그로가 드루이드를 공격한 적에게 고정된다는 거죠.”
[????????????] [뭐지 정글몹이 보디가드가 된다는 건가?] [개쩌네 ㅋㅋㅋㅋ] [그럼 이거 정글캐릭임? 정글에서 놀면 상대 정글 다굴 쌉거눙인데;]“안타깝지만 정글 캐릭터는 아니에요. 따지자면 서포터랄까? 아니, 근데 정글도 아닌데 이런 걸 넣어서 뭐해?”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내가 서포터를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닌데, 캐릭터의 성능은 서포터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아쉬움을 드러내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패시브에 그 효과만 있는 게 아니에요. 다른 효과도 하나 더 있죠. 제 별명 중에 하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풍요와 건강의 토템 같은 효과가 있어요. 드루이드 주변에 위치한 아군과 아군 미니언의 능력치가 5% 상승한다는 거죠. 범위는 캐릭터 레벨에 따라 다르고요.”
[?개사기잖아; 파이엇 도랐나] [파이엇도 이제 밸런스 개나 주기로 한건가?] [이제 앞으로 서폿은 드루이드로 고정이겠네.] [시작하자마자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밀어버리기 ㄱㄴ?]당연한 말이지만, 내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능력치가 고정 수치도 아니고, 비율로 상승하는 것은 밸런스를 해치기 딱 좋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게임 진행이 되는 초반은 몰라도, 후반이 될수록 그 크기가 커지니 말이다.
하지만 그 반발은 이어진 설명에 금세 가라앉았다.
“대신, 드루이드의 자체 공격력은 무조건 1로 고정된다는 단점이 있어요. 이거 때문에 서포터 자리에 무조건 고정된다고 해야죠. 어차피 미니언을 잡을 수 없으니까, 서포터 말고는 불가능한 거죠.”
[ㅋㅋㅋㅋ 원본 고증 100%] [그럼 이제 ‘님도 빨리치셈. 돈오름.’ 이거 못함?] [가만히 있는 미니언 잡을라 해도 하루 종일 걸리겠땄빱? [고증 100% 맞잖아 ㅋㅋㅋㅋ 어차피 막타 잘 못 치잖슴 ㅋㅋㅋ]“아니, 무슨 고증 100%에요. 나도 킬을 하긴 한다고. 아무튼! 일단, 패시브는 이렇고……. Q부터 보죠. 냥냥펀치라는 이름으로, 남캣 녀석이 나와서 뚝배기를 후드려 까고 튀는 스킬이죠. 이렇게요.”
내 실력이 또 까발려질 위기에 처했기에, 나는 곧바로 다음 스킬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패시브가 아니라, 액티브형 스킬이었기 때문에 스킬을 직접 사용했다.
키보드를 딸깍- 누르니, 화면에서 남캣으로 보이는 고양이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공격을 날리고 사라졌다. 스피커로 순식간에 쾅쾅쾅- 하는 소리 역시 들렸다.
[이게 냥냥펀치??] [마, 이게 바로 이세계의 냥냥펀치다!] [고양이의 위험성(feat. 드루이드)] [우리는 도대체 무슨 시대에 살고 있는 거냐;;] [야! 3뚝말고 30뚝 정도 되는 거로 가져와!]다만, 그 스킬의 이펙트를 본 이들이 무척 경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름은 분명 냥냥펀치였는데, 정작 화면에 보인 것은 땅이 쩍쩍 갈라지는 이펙트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킬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둔 미니언 하나는 순식간에 사라진 상태였다.
“참고로, 이게 드루이드가 쓸 수 있는 유일한 공격기에요. 대신, 사용하기 위해서는 츄르라는 전용템을 하나 소비하고요. 강한 만큼 페널티가 크달까……. 단순히 수치만 보면 모든 Q 스킬 중에는 제일 높을걸요?”
일장일단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스킬을 사용하는데 재화가 든다는 특이한 메커니즘이란 단점이 있지만, 그걸 상회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스킬이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는 채팅창의 반응을 보며 다음 스킬 설명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W는 넝쿨 당기기. 이건 드루이드가 씨앗을 뿌리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자란 넝쿨이 적을 포박하고, 청호가 그걸 물어 당긴다는 설정이에요.”
W 키를 누르니 갑자기 바닥에서 솟아난 넝쿨이 적을 휘감고, 청호가 나타나 그 넝쿨을 잡아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익숙한 닉네임의 후원 메시지와 함께 영상이 재생되었다.
[파이엇코리아 님이 10만 원 후원!] [영상]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할 때, 청호가 밧줄을 잡고 있던 덩치 좋은 남자를 냅다 당기는 영상이 재생되었다.
으아아악- 소리를 내지르며 날아, 내가 깔아두었던 완충 매트에 떨어지는 모습이 재생된 것이었다. 물론, 일반 직원인 탓에 얼굴은 모자이크 되었지만, 그 건장한 남자가 날아가는 모습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뒤로는 조금 전 사용했던 Q 스킬의 모션이 촬영될 때의 영상도 늦게나마 따라 나왔다. 남캣이 냥냥펀치로 안전모 같은 것을 박살 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 현실 고증 100% ㅋㅋㅋㅋㅋ] [본 캐릭터는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뭐……. 설명은 충분하죠? 다음은 E. 이건 사실 대단한 건 없어요. 패시브로 강화되는 부분을 한 캐릭터에게만 집중해서 강화 버전으로 쓰는 거죠. 지속 시간은 길지 않고요. 아무래도 모든 팀원들이 하루 종일 몰려다니는 건 아니잖아요? 그 상황에서 쓰라는 거 같네요.”
딱히 대단할 건 없었기에, 곧바로 마지막 스킬의 설명을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궁. 이게 진짜 바로 현실 고증이 된 스킬입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는, 그 마법의 단어죠.”
마지막 스킬은 내가 종종 실제로 사용하는 마법의 단어를 외치는 것이었다. 바로, ‘멈춰!’였다.
“이건 사용하면 그 어떤 동작도 못 하도록 하는 제압 스킬이에요. 유지 시간은 최대 1.5초 밖에 안 되지만, 범위 형이라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죠.”
[ㄹㅇ 궁 하나만 보고 플레이해도 되겠는데?] [진짜 궁 성능이 압도적이네. 공 1에 딜 가능한 스킬이 1개밖에 없는 것도 이해된다.] [범위형 cc? 실패도 안 하고 제압으로? 미쳤다 진짜. 중요한 순간에 잘만 맞추면 서폿으로 MVP 쌉가능이겠는데?]스킬에 대한 설명이 끝나니, 채팅창에서는 캐릭터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좋은 캐릭터다, 애매한 캐릭터다, 말이 많았다. 그래도 캐릭터가 처참한 수준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캐릭터를 조작해 춤을 추도록 만들었다. 감독의 제안으로 가볍게 씨앗을 심는 듯한 모션을 촬영했었는데, 그게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제법 나쁘지 않았다.
마치 씨앗을 심는 듯한 모습이 보이는 것과 동시에, 기다란 풀들이 자라나더니 살랑살랑 흔들리며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춤이 끝나갈 때 즈음 되니 만들어진 풀들을 헤치고 남캣 녀석이 튀어나와 뒹굴뒹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신수님 왜 춤 안 춰요 ㅠㅠ] [잡초가 춤을 추게 하네;] [ㄲㅂ 신수님 춤 실력 볼 수 있었는데.]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직접 춤을 추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딱히 잘 추는 춤이 없어서요. 부끄럽기도 했고. 아무튼, 리뷰는 이걸로 끝! 공개 테스트 시작되면 여러분들도 이 캐릭터를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가볍게 마지막 홍보를 해주고서는 방송을 종료했다. 나는 딱 공개를 해주는 정도만 해주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성능에 대한 리뷰는 연구까지 해가면서 게임하는 이들이 해줄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내 예상대로, 공개 테스트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캐릭터 드루이드를 플레이하며 연구를 해 결과를 내놓았다.
[큰 장점과 큰 단점을 동시에 가진 양면의 칼.] [‘팀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겐 좋은 캐릭터, 그렇지 못하다면 트롤러의 예능형 캐릭터.] [희생하면 안 되는 서포터! 서포터가 죽게 되면 오히려 버프가 빠진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수준으로 필요한 캐릭터.] [원본이 되는 드루이드는 절대 쓰면 안 되는 캐릭터.]게임의 커뮤니티에 리뷰라고 해도 좋을 게시물들이 가득 올라왔다.
아무래도 신규 캐릭터가 나오게 되면 게임의 진행이 매우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의 캐릭터와 낼 수 있는 시너지, 그 캐릭터만이 만들 수 있는 신규 작전 등등. 연구할 것은 차고 넘쳤다.
그리고, 나는 그런 캐릭터의 리뷰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좀 심하지 않나? 나는 쓰면 안 되는 캐릭터라니. 내가 내 캐릭터를 쓰는 게 뭐가 어때서.”
안 그래도 조금 전에 공개 테스트가 시작된 기념으로 게임 한 판을 했다가, 앞으로는 절대 그 캐릭터를 쓰지 말라는 소리를 들은 상태였다.
[신수님이야말로 너무한 거 아님?] [본인 캐릭 본인이 제일 못 씀.] [이상하다? 어떤 뮤튜버는 분명 괜찮은 캐릭이라고 했는데.]“까는 거 이제 멈춰!”
[회색화면 님이 10만 원 후원!] [“6렙 못 찍어서 궁 못 쓰죠?”]화면 너머의 시청자들에게는 마법의 단어가 통하지 않았다.
강력한 초능력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조금 더 강했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나를 도발하는 시청자들에게 맞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회색화면님, 축하드립니다. 동물원 초대권을 드릴게요. 꼭 와주실래요?”
나는 씩- 웃으며, 근처에서 뒹굴뒹굴하던 남캣을 잡아들었다. 뭐냐아- 하고 반항하려던 남캣이었지만, 뒷덜미를 잡았기 때문에 반항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6렙은 못 찍었어도 Q는 찍었다고 ㅋㅋㅋㅋ] [동물원 초대권 – 준비물 : 30레벨 뚝배기] [ㄷㄷㄷㄷ 냥냥펀치 예약] [목숨을 건 동물원 투어;] [회색화면 님이 10만 원 후원!] [“아앗, 핑이 느린 탓에 몸이 지금 멈춰가지고 동물원에 갈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역시 드루이드가 최고예요!”]“후, 한 번만 봐드립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남캣을 내려놓았다. 항복까지 한 시청자에게 끝까지 복수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내 손에 잡혔던 남캣은 생각이 달랐단 것 같다.
“갑자기 뭐 하는 거야!”
“악!”
남캣 녀석은 목덜미를 잡혔던 것이 기분 나빴는지, 내 다리에 냥냥펀치를 파바박 휘갈기고 사라졌다.
“아오, 씨……. 아파라.”
나는 냥냥펀치에 당한 다리를 슥슥- 문지르며, 녀석의 발톱에 의해서 옷에 구멍이 난 곳은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그 사이 채팅창이 난리가 났다.
[저걸 버팀? 안전모 개박살 내는 냥냥펀치를?] [그러고 보니까, 남캣 쟤 기린도 이기지 않았나?] [사실 드루이드가 최강이었던 거임;] [힘을 숨긴 드루이드 ㄷㄷ]“이건 또 무슨 소리예요. 남캣 쟤가 아무리 냥아치라도 저한테 안전모를 박살 낼 수준의 힘으로 냥냥펀치를 갈길……수도 있긴 한데, 아무튼. 그 정도로 맞은 건 아니에요.”
나는 갑자기 불거진 드루이드 최강설을 해명해야 했다. 아니, 내가 왜 최강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