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76
0275 왕눈이, 큰눈이(1)
“압빠아! 압빠아아아아!”
소은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건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은수야, 누나 왔네.”
“눈낫!”
“그래그래. 우리 은수, 누나 보러 갈까?”
“조아!”
말이 부쩍 늘은 은수는 소은이를 보러 가자는 말에 기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좋아하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것도 마다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였다.
“눈나앗!”
은수를 안아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니, 은수가 팔다리를 파닥파닥 흔들며 소은이를 불렀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었는지 소은이의 것이 분명한, 경쾌한 발소리가 다다다다 들려왔다.
“압빠! 다녀와씀미다! 은수야! 눈나 와따!”
언제나처럼 높은 텐션의 소은이는 손을 붕붕 흔들어댔다. 환한 미소로 인사를 하며 은수에게도 열심히 인사를 해주는 모습이었다. 은수의 손을 잡고 까딱까딱 흔들어 주는 것이었다.
“누운나!”
“웅웅, 눈나 왔어!”
내 품에 안긴 은수와 손을 잡고 방방 뛰고 있는 소은이의 모습을 보니 이대로만 자랐으면 싶었다. 누나 또는 남동생과 잡아먹을 듯이 싸우는 이들을 워낙 많이 봤어야지.
그리고, 그렇게 은수와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던 소은이가 은수의 손을 붙잡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호기심이 가득해 보이는 얼굴에, 무슨 질문이 날아올까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되었다.
“압빠!”
“응?”
“타조가 정말 바보야?”
“타조? 갑자기?”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타조가 바보냐는 물음을 하는 소은이의 모습에 의아함이 먼저 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소릴 들었길래 이런 질문을 하나 싶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그랬어! 타조가 눈 보다 뇌가 작아서 똑똑하지 않다고 했어!”
“아, 그랬어?”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이의 선생님이 딱히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타조는 그 커다란 눈망울보다 더 작은 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말이다. 똑똑하지 않다는 말이 어째서 바보가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소은이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우리 동물원에도 타조가 있었지만, 녀석은 호텔 형식으로 동물원에 체류하던 녀석이라 지금은 없었기 때문이다. 녀석이 남아 있었더라면 소은이가 직접 체감을 할 수 있었을 건데.
더군다나, 당시와는 다르게 소은이가 동물들과 말이 통하는 상태였으니, 더더욱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아, 그래. 바보는 아니지만, 기억력이 조금 부족한 친구라고 하면 되겠다.”
타조라는 동물은 10초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동물이었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학자들이 밝혀낸 타조의 단기 기억력이 10초라는 것이었다. 무언가를 한 번 보고 기억하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 10초라는 소리였다.
실제로, 예전에 있던 녀석들도 무언가를 가르치기가 참 힘든 녀석들이었다. 한두 번 설명해 주는 것으로는 도통 알아먹지 못했었지.
“기억력이 얼마나 짧아?”
“소은이 키만큼?”
“우우!”
가볍게 장난을 치니, 소은이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그 모습에 흐뭇하게 웃고 있으니, 내 품에 있던 은수가 소은이의 볼을 눌렀다.
“.”
은수의 손길에 소은이의 부푼 볼이 눌려지며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딱히 그런 거에 신경을 쓰진 않는지, 소은이는 다시금 볼에 바람을 넣었다.
“뿌우우웁.”
그런 소은이의 모습에 나도 볼을 슬며시 누르며 바람을 빼냈다. 그리고, 소은이가 원하는 답을 내주었다.
“타조는 보통 10초 정도 기억한다고 해.”
“10초? 엄청 짧아!”
“그렇지? 그래서 열심히 뛰고 있는 타조들은 딱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 왜 뛰고 있는지 까먹기 직전인 타조와, 왜 뛰고 있는지 까먹은 타조로 말이야.”
“후히힝, 진짜 기억 못하는구나!”
가볍게 해준 이야기에 소은이가 해맑게 웃으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한껏 해맑은 웃음을 짓던 소은이가 내 옷자락을 착 붙잡으며 소리쳤다.
“압빠! 우리 타조 키우자!”
“타조를?”
“웅! 내가 타조를 똑똑해지게 할 거야!”
“으음…….”
타조를 키우자는 소은이의 말에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예전에 타조를 잠깐 맡았을 때도, 그 타조와 별다른 교감을 나누지는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냥 다른 동물들과 어울려서 동물원을 돌아다니고, 국정원의 요원들이 훈련할 때 상대가 되어준 것이 전부였었다.
‘그리고 솔직히, 얼마나 바보 같은지 정말 궁금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타인의 동물을 맡아 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지능 테스트를 해본다거나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키운다면 솔직히 지능 테스트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그래, 키우자!”
“와앙!”
소은이는 내 말에 기쁘다는 듯이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딱히 무언가 배운 춤이 아니라, 막춤이었지만 워낙 귀여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법 잘 추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잠시 춤을 추며 기쁨을 표현하던 소은이가 덜컥- 멈춰 섰다.
“압빠.”
“응? 왜 그래?”
“압빠가, 에뮤는 타조 사촌이랬잖아. 그럼 에뮤도 바보야?”
“어……. 글……쎄? 나중에 타조가 오면 같이 확인해 볼까?”
“좋아!”
내 말에 소은이가 다시금 덩실덩실 춤을 췄다. 그 모습에, 내 품에 안겨 있던 은수 역시 몸을 파닥파닥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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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타조는 제법 많은 수가 사육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동물원 뿐만 아니라, 타조를 사육하는 농장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구한 타조는 총 두 마리로, 각각 왕눈이와 큰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름이 또……. 네가 지은 거야?”
“내가 한 거 아냐.”
“그럼?”
“영지랑 소은이가.”
누나가 내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저 조용히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작명 학원 같은 거라도 있을까?”
“없을걸?”
“둘 다……. 아니, 너까지 해서 셋 다 보내고 싶은데.”
“난 왜?”
“몰라서 묻니?”
새초롬히 나를 바라보는 누나의 모습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건 그렇고, 둘이 어떻게 타조 이름을 지은 거야? 소은이 학교 간다고 나갈 때 타조가 들어오지 않았어?”
“소은이가 나갔다가, 놔두고 간 게 있어서 다시 왔거든. 출근하는 영지랑 마주쳤고. 그 상태에서 타조가 들어왔지.”
누나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마주친 타조를 보고, 냅다 이름을 지어버린 것임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누가 왕눈이고, 누가 큰눈이야?”
“왼쪽에 눈이 아주 조금 더 큰 녀석이 왕눈이, 그 옆에 녀석이 큰눈이야. 둘 다 일단 큰데, 한 녀석이 조금 더 크다고 왕눈이라더라.”
참 직관적인 작명 방식에 누나가 고개를 내젓고 타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타조는 참 오랜만이네. 예전에 펫 호텔로 맡아둔 한 마리가 전부였잖아. 그것도 오래 있지 않았고.”
“그렇지.”
누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도, 커다란 날개를 살며시 퍼덕이며 스트레칭하는 듯한 두 타조를 바라보았다.
“뭐……. 어떻게 됐든, 열심히 해. 나는 잠깐 나갔다가 올게. 아까 화장실에서 휴대폰 떨어트렸는데, 액정이 깨져서 터치가 안 돼서 고치려고. 봐.”
“어이구, 아주 박살 났네? 이참에 바꿔.”
“그러려고 해도 데이터 옮기려면 터치가 돼야 하잖아. 일단 다녀올게. 수고해! 아, 은수는 내가 데리고 갔다 올게. 은수야, 아빠한테 빠빠이하자.”
“아뿌, 빠빠!”
수고하라며, 가볍게 볼에 입맞춤을 한 누나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물원에서 빠져나갔다. 손을 흔드는 은수를 가볍게 안아들고서 말이다.
“자, 그럼 나도 타조들 교육부터 해볼까.”
소은이도 학교에 가고 누나도 은수를 데리고 나가, 혼자가 된 나는 곧바로 두 눈알이들한테 다가갔다.
녀석들은 나를 바라보며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몇 초 만에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
“누구가 누구?”
두 녀석은 기다란 목 끝에 달린 자그마한 머리를 움직이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나는 앞으로 너희와 같이 살게 될 사람이야. 인사는 조금 있다가 자세히 하고, 일단 따라와.”
나는 두 녀석을 데리고 천천히 움직였다. 동물원에 동물들이 들어오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교육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이전에 있던 타조 녀석도 거쳐간 과정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놈들 어디 갔어.”
앞서 나가다 뒤를 살짝 바라보니, 나를 따라오고 있어야 할 타조 두 녀석이 사라져 있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세워두었던 자판기 뒤쪽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뭐해. 따라오라니까?”
“누구?”
“누구가 누구?”
“…….”
두 녀석의 모습을 바라본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따라오라고 한 것을 그새 까먹고, 자기들끼리 멈춰있던 것이었다.
이전에 있던 타조 녀석은 그래도 따라오라고 하면 이유는 기억 못 해도 졸졸 따라다니기라도 했는데, 이 녀석들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작게 한숨을 내쉰 나는, 두 녀석의 털을 붙잡고 움직였다. 그제야 두 녀석은 나를 졸졸 따라 움직였다.
“응? 누구?”
“여긴 어디?”
여전히 기억은 제대로 못 하는 모습이었지만, 어떻게든 따라오긴 따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두 녀석을 잡아끌 듯이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동물들이 이용하도록 만들어둔 화장실이었다.
동물용 화장실은 동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우리 동물원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특별한 장소였다. 동물들에게서 필연적으로 날 수밖에 없는 분변 냄새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자, 너희들이 앞으로 배변활동을 할 때는 꼭 여기서 하도록 해. 여기 말고도 주변에 몇 개가 더 있으니까, 그쪽을 이용해도 되고.”
“누구?”
“……이해 못 했겠지?”
자그마한 머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눈을 멀뚱멀뚱 뜨고만 있는 두 녀석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전에 호텔에 찾아온 녀석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기에,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두 녀석에게 화장실 이용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아니, 머릿속에 때려 박기 시작했다.
“자! 잘 봐! 쟤들이 쓰는 것처럼 쓰면 되는 거야!”
중간중간 찾아오는 동물들을 시청각 자료 삼아, 두 녀석이 배변 욕구를 느낄 때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었다.
비록, 화장실에 배변을 해야 한다는 것을 머릿속에 심어주는 것만 30분가량 걸렸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준 다음으로 알려준 것은 화장실의 위치였다. 이놈들, 화장실을 써야 한다는 것은 배웠지만,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도 알려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