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282
0281 판다(1)
전용기를 타고 중국의 쓰촨성. 과거에는 표기를 사천성으로 했던 그곳에 도착했다.
그렇게 청두 국제공항에 도착해, 승무원들이 열어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니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드루이드 님! 중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디 국빈이 방문하기라도 한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깃발을 흔들어대며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런 환영 인파에 손을 흔들어 주며 계단을 내려가니 멀끔하게 차려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드루이드 님께서 중국에 체류하시는 동안 통역을 담당할 메이린이라고 합니다.”
스스로를 메이린이라 소개한 여자는 무척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나를 안내해 주었다.
준비된 고급 차량에 탑승하니, 차량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공항을 빠져나갔다. 특별히 초청받아온 만큼 입국심사고 뭐고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역시 판다에 진심인 나라답다고 할 수 있었다.
“비행시간이 길었을 텐데, 숙소에서 먼저 휴식을 취하시겠습니까? 판다 연구기지까지는 이동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음……. 그냥 바로 가는 거로 하죠.”
나는 숙소에 가겠냐는 말에 고개를 내저었다. 집에 소은이랑 은수만 있는 상황이었으니, 최대한 빠르게 일을 끝내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움직인 덕에 이제야 점심시간이었으니, 먹는 것도 적당히 이동하면서 먹으면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먹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이동하니, 판다 연구기지라는 곳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은 세계 최대의 판다 번식장입니다. 현재 백여 마리 이상의 판다들이 있으며, 판다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인 곳입니다.”
판다를 위해 모든 것을 하는 공간이라 소개한 메이린이 연구기지를 안내해 주기 시작했다. 꽤나 넓은 곳이었기에, 우리는 곧장 전동카트에 탑승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 동물원처럼, 일종의 동물원같이 느껴졌다. 판다들의 사육장이 있고, 사람들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판다들을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든 관람객들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어린 판다들을 안아드는 등의 경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전동카트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으니, 카트가 부드럽게 멈추었다.
“이곳은 저희가 갓 태어난 판다들을 보호하는 곳입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판다들은 두 마리 이상을 낳았을 때, 더 건강한 한 마리만을 키우기 때문에 꼭 필요한 시설이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서서 안내하는 메이린을 따라 새끼를 보호하는 건물로 향했다.
건물 내부는 마치 동물 병원처럼 깔끔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인큐베이터 같은 것들도 여럿 있었다. 당연히, 판다들을 위한 인큐베이터였다.
“오, 판다 꼬리가 제법 기네요?”
그런데 인큐베이터에 엎드려 있는 판다의 모습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연분홍빛 몸에, 듬성듬성 나 있는 얇은 털.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게도 쥐의 것을 연상시키게 만드는 기다란 꼬리까지. 갓 태어난 새끼는 정말 우리가 아는 판다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곰의 꼬리 하면 주먹만 한 털뭉치를 많이들 생각하시죠. 하지만 판다의 꼬리는 제법 긴 편입니다. 아, 곰에 한정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제법 긴 편이라며, 메이린은 피부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꼬리 부근의 털을 싹- 밀었던 판다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커다란 덩치의 판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반들반들해진 제 엉덩이를 가리려고 애쓰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그 사진에는 정말 곰 치고는 제법 기다란 꼬리가 보이고 있었다. 꼬리라고 하기보다는 흐물흐물한 원뿔이 달린 느낌이었다.
“이쪽으로 오시면 조금 더 자란, 판다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판다들이 있습니다.”
메이린을 따라 조금 더 안쪽으로 이동하니, 정말 흰 바탕에 검은 무늬를 가진 판다들이 흰색 담요 위에서 뽈뽈 움직이고 있었다.
“귀엽긴 하네요. 만져봐도 될까요?”
“드루이드 님이라면 얼마든지.”
내 초능력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새끼 판다를 만지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나는 흰색 담요에서 뽈뽈 움직이는, 이게 눈을 뜬 건지 안 뜬 건지 모를 새끼 판다 한 마리를 들어 올렸다.
“이이이잉!”
“……새끼 판다 울음소리가 원래 이런 건가요?”
“네. 귀엽죠? 보통 판다들이 내는 소리를 꾸엉꾸엉,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새끼들은 앵앵거리는 소리에 가까워요. 성체는 엉엉 거리는 소리에 가깝고요.”
하이톤의 울음소리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새끼 곰이라고 해도 이런 소리가 날 줄은 몰랐다.
어쨌거나, 그런 새끼 판다를 들어 올려 잠시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판다에 진심인 나라답다고 해야 할지, 판다는 정말 문제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딜 봐도 건강함이 가득 느껴졌다.
녀석을 다시금 인큐베이터에 내려놓은 다음, 메이린을 따라 계속해서 이동했다.
“이쪽은 어린아이라고 할 수 있는 개체들이 있는 곳입니다. 외부에 나갈 수 있도록 적응하는 과정에 있는 개체들이 대부분입니다. 조금 전에 이곳까지 이동하는 도중에 보인 작은 판다들은 적응을 마친 개체들이죠.”
다음으로 본 것은 중형견 정도 되는 덩치를 가진 판다들이었다. 저들끼리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놀고 있는 녀석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니, 녀석들이 내게로 호다닥 달려왔다.
“뀨아아앙!”
“……이 녀석들 좀 떼내 주시겠어요?”
나는 내 다리에 매달리고 있는 총 다섯 마리의 판다들을 바라보며 곤란함을 느꼈다. 비켜라 이놈들아, 바지 찢어진다.
어린 개체임에도 제법 날카로운 발톱에 바지가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다.
거칠게 떼어내려면 떼어낼 수 있겠지만, 이 녀석들이 다칠 수도 있었기에 쉽사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초능력에 내가 영향을 받으면서, 내 힘도 제법 강해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자, 잠시만요!”
메이린이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판다들을 떼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별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다름이 아니라, 한 녀석을 떼어내고 다른 녀석을 떼어내는 사이에 떨어졌던 녀석이 다시금 붙었기 때문이다. 이놈들을 모두 떼어내려면 세 명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결국, 내가 마법의 단어를 외치는 것으로 녀석들을 떼어낼 수 있었다. 걸음을 걸을수록 아쉬워하는 녀석들을 뒤로하고, 이곳에 찾아온 진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이동했다.
“죄송합니다……. 장화를 미리 챙겨드렸어야 하는 건데……. 바지는 저희가 보상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괜찮아요. 얼마 안 하는 거니까요.”
우리 동물원에서도 워낙 자주 있는 일이었다. 새끼 동물들이 제 발톱 날카로운 줄 모르고 옷을 망가트리는 일이 제법 있었다. 그래서 애초에 옷은 적당히 입고 버릴 수 있는 저렴하면서도 퀄리티가 괜찮은 옷을 입는 편이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가진 재산에 비해 옷을 검소하게 입는다는 이야기까지 있을 정도였다. 원해서 그런 게 아닌데 말이다.
어쨌거나, 조금은 해진 바짓단을 대충 털어내며 이동한 나는 드디어 이곳에 찾아온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지금까지 본 판다들과 달리 덩치가 커다란, 성체 판다들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보던 다른 판다들과 달리, 한 마리 한 마리가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곳에 있는 판다들은 추후 야생으로 방생될 개체들입니다. 그래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을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제공해 주고 있죠.”
“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나는 메이린의 안내를 받으며 성체 판다들이 있는 사육장으로 들어갔다.
“못 보던 인간?”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영역으로 삼고 있던 판다 한 마리가, 사육장으로 들어온 나를 발견하더니 슬금슬금 접근했다.
아무리 귀여운 외모를 가진 판다라고는 해도, 곰은 곰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꽤나 강해 보이는 걸음걸이였다.
“안녕?”
“오옥!”
내게 다가오는 판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니, 판다가 퍼드득 놀란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인간들은 자주 봤어도, 말이 통하는 인간은 처음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애니멀커뮤니케이터가 전 세계에 몇 명 없는데, 그중에 중국인은 없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에 놀란 녀석은 무척 강한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내 근처로 다가와, 쿠욱쿠욱 소리가 날 정도로 냄새를 맡기도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얌마, 거긴 안 돼.”
새카만 코를 다리 사이로 들이미는 판다의 머리를 콰악 붙잡으며 제지했다. 새하얀 털을 붙잡으며 힘으로 내리눌렀다. 그래도 곰은 곰인지라 저항하는 힘이 제법 강했다.
“메이린 씨? 다른 녀석들도 보러 가죠. 이 녀석은 알아서 따라올 거 같으니까요.”
“네? 네!”
판다를 붙잡고 제압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메이린이 내 요구에 정신을 차리고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사육사 한 명의 도움을 받아, 다른 판다들을 찾아 나섰다.
“자, 가자.”
냄새를 맡겠다고 코를 들이미는 녀석을 붙잡은 채, 메이린을 따라 판다들을 찾아 나섰다.
저마다의 영역을 가진 채로 느긋하게 대나무나 뜯어 먹던 녀석들은 하나둘씩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야, 저 인간은 왜 말이 통하냐?”
“몰라. 근데 그 대나무 좀 맛있게 생겼다?”
“네 거나 먹어.”
나는 뒤에서 서로 떠들어대는 판다들을 이끌고, 성체 판다를 모조리 긁어모았다. 사육장 전체에 퍼져 있을 녀석들은 무척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십수 마리의 성체 판다들이 옹기종기 모여, 저들끼리 레슬링을 하듯이 뒹굴어대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에 메이린이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왔다.
“저……. 드루이드 님? 판다들은 갑자기 왜 모으신 건가요?”
“당연히, 제가 여기 온 이유 때문이죠.”
내가 이렇게 판다들을 한곳으로 불러 모은 이유는 하나였다. 중국에서 나를 초청한 이유 중 하나인, 판다들의 번식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