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60
0359 IF 외전 – 군인 신수환(1)
* 본 파트는 외전으로 본편과 평행세계의 IF외전 ‘만약 이랬다면-‘ 이라는 주제의 이야기라고 봐주세요!
* 하은과 연애하지 않았으며, 군대에서 드루이드 초능력을 본편보다 일찍 각성한 세계입니다!
* 등장하는 군대는 현실의 것과 아주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군대이오니, 그 점 감안하시고 봐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역시 커피는 티오……가 아니라, 일과 시간에 마시는 게 최고지.”
커피머신이 깔끔하게 뽑아준 캡슐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넓은 숲의 풍경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건 절로 편안함이 들게 만드는 것이었다.
특히, 다른 군부대보다 더 특수한 곳인지라,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더더욱 마음이 편안한 풍경이 보이고 있었다. 울창한 숲은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아 싱그러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그런 감상을 하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으니 내 시야에 무언가가 걸렸다.
바로 앞 연병장……이라기엔 운동장 같은 수준의 공터에 몇 명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 것이었다. 하지만 딱히 침입자는 아니었다. 하나같이 내가 아는 얼굴들이었으니 말이다.
몇 명의 병사와 부사관은 물론이고 소대장까지 옹기종기 모여 음료를 마시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 가운데에 조금 낯선 이가 있었다. 물론, 그 역시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며칠 전에 새로 온 신병이었으니 말이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곧바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푸하핫- 크게 웃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인기척을 죽이며 천천히 조심스레 다가가니, 그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야, 신병. 저기 청호 상사랑 남캣 중사 지나간다. 경례 안 하냐?”
“……이거 부조리 아닙니까? 저도 다 알아보고 왔습니다. 군견이나 짬타이거한테 계급이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대장님께서 첫날에 알려주시지 않았습니까. 부조리 없는 부대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으하하하학! 야, 들었어? 부조리란다!”
“흐히히, 들었지 말임다.”
신병을 빼고 모든 이들이 폭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유일하게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신병만이 웃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이, 신병.”
“이병, 이신병!”
“캬! 이름 한 번 좋고! 나중에 말년 돼도 신병 소리 듣겠네?”
“끙…….”
“암튼! 신병, 우리 대대 정식 명칭이 뭔지 알고 있지?”
“초능력특수임무대대 아닙니까!”
“그렇지!”
대답한 번 잘 한다며 박수를 친 소대장이 저 멀리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두 마리 동물을 가리켰다.
“그럼 여기서 질문! 과연 동물들이 초능력자가 될 수 있을까, 없을까?”
“어……. 되, 될 수 있습……니다?”
“오, 눈치 보면서 대답하기~ 센스 좋고.”
“정말 동물이 초능력자가 될 수 있는 겁니까?”
“몰라.”
“예?”
“모른다고.”
“아니, 그럼 왜…….”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신병의 얼빠진 모습에, 모습을 숨기고 있던 나도 순간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물론, 그 주변에 있던 이들은 이미 폭소를 터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기 잘 봐. 옷을 입고 있는데, 그 옷의 어깨 부근에 뭐가 달려 있는지.”
“……계급장이 달려 있습니다. 상사와 중사 계급장 말입니다.”
“그 옆엔?”
“대위…… 계급장 같습니다. 설마?”
“맞아. 거기 있는 대위 계급장은 매번 실망하시는 우리 중대장님 거고, 상사와 중사 계급장은 군견과 군묘로 가진 실제 계급이야. 우리 중대장님이 초능력으로 강하게 키워낸 동물들이라서, 실제 초능력자 대우를 받고 있지. 중대장님 계급장은 중대장님이 키웠다는 의미로 같이 달고 있는 거고. 그러니까 네가 부조리 아니냐고 한 건, 신병이 상사와 중사를 쌩까는 거랑 똑같은 거지.”
“뭐해? 빨리 경례 박아 임마.”
“추, 충서엉-!”
옆에서 제대를 앞둔 병장까지 바람까지 넣으니, 신병은 아주 각 잡힌 모습으로 경례를 했다. 공터 반대편에 있는 청호와 남캣에게도 쩌렁쩌렁하게 들릴 정도였다.
그런 경례에, 느긋하게 있던 청호만이 슬쩍 반응을 해주었다. 곁에 있던 남캣은 경례를 하든 말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널브러져 있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죽이고 숨어 있던 내가 슬쩍 나오니, 그들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마시던 음료수까지 내던지며 경례하는 이들마저 있었다.
“추, 충성!”
“본 중대장은 실망했다.”
“…….”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가볍게 장난을 치니, 주변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전원이 동일한 이유로 침묵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이 인간 또 이러네-‘하는 반응이었고, 나머지는 ‘왜 실망한 거지?’하는 듯한 반응이었다.
“아오……. 중대장님. 이제 그만 좀 실망하십쇼.”
두 부류 중, ‘이 인간 또 이러네-‘하는 반응을 보이던 소대장이 피곤하다는 듯이 마른 세수를 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어쭈, 소대장 나부랭이가 감히 중대장의 권한을 침범하려 해?”
“아니……. 실망하는 권한 같은 게 어딨습니까.”
“네가 아직 중대장이 안 돼서 모르나 본데, 중대장한테는 실망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이제 제발, 철 지난 밈에서 벗어나십쇼! 도대체 언제까지 그런 걸로 중대장 자리를 고수하실 겁니까? 중대장님 때문에 대대장 자리도 비어 있고, 이게 뭡니까. 이제 진급 좀 하십쇼. 뭐 때문에 특진도 거부하고 대위에 머물러 있습니까.”
당돌한 소대장 놈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뭘 당연한 걸 묻고 있어?
“대대장 하면 대놓고 실망할 수가 없잖아. 원래 실망하는 건 중대장의 임무라고, 임무.”
“방금은 권한이라고 했잖습니까.”
“그 임무를 수행할 권한이 있다는 거지 임마. 그리고, 대위가 영어로 캡틴이잖아. 우리가 뭐 국내에만 있냐? 영어로 소개해야 할 때가 많은데, 영어로 설명할 때 캡틴이라고 딱 한 마디만 하면 폼 나잖아.”
“와, 골때리네.”
중대장에 대한 존경심이라곤 쥐뿔도 보이지 않는 소대장 놈의 모습에, 곧바로 바닥을 가리켰다.
“엎드려.”
“엎드려!”
그래도 말 하나는 잘 듣는 놈인지라, 곧바로 바닥에 엎드렸다. 조만간 중대장에 대한 존경심을 뼛속까지 새겨 주마. 일단 팔이 후들후들 떨릴 때까지 엎드리고 있으면 최소한의 존경심이 생길 발판은 마련되겠지.
그렇게 소대장 놈을 엎드리게 한 다음, 어찌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신병이라거나, 나와 마주한 일이 많지 않은 이들이 그 대상이었다.
소대장이 엎드리고 있으니 뭔가 자신들도 잘못한 게 있나 싶어서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아, 이놈은 신경 쓰지 마. 너희한테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는 긴장한 이들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건방진 소대장 놈을 구박하는 거지, 다른 이들을 구박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속해 있는 이 초능력특수임무대대라는 곳은 평범한 군대와는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따로 행정 같은 부분을 제외한다면 전원이 초능력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었다. 아니, 그 차이점으로 인해 모든 것에서 다른 부분이 생겨나고 있었다.
군부대에서는 초능력자를 아주, 아주아주아주 우대하는 상황이었다. 사격 계열의 초능력자를 저격수로 운용한다면 수백 미터가 아니라 수 킬로미터에서 저격하는 것도 쉬이 가능할 정도로 온갖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니, 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갓 입대한 신병에게도 온갖 혜택들이 줄줄이 붙어 있는 상황이었다.
초능력자의 수가 곧 국방력에도 포함되는 만큼, 초능력자로 구성된 군대를 조직하기 위해서는 국제 초능력자 군대 협약이라는 것에 동의해야 할 정도였다. 절대 초능력자로 구성된 군대를 이용해 선제타격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시작으로, 협약을 어긴 국가가 생긴다면 협약에 가입한 다른 국가들이 연합을 구성해 토벌한다는 등의 조항이 달린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의미가 없는 단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마치 핵폭탄처럼 전쟁을 억제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했다.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잠입이나 저격 계열의 초능력자들에게 지휘부가 모조리 쓱싹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제 목숨을 내던지고서도 전쟁을 할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전쟁을 시작할 생각을 못하게 유도한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중요한 전력으로까지 여겨지는 초능력자들로 이루어진 부대가 바로, 내가 있는 이곳이었다. 소속된 군인들이 군대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못하게 온갖 혜택으로 무장된 곳이었다.
내가 대위에서 더 이상 진급하지 않겠다고 우기는 것도 들어줄 정도로 온갖 혜택과 편의가 가득했다. 당연히 그런 혜택에는 편안한 군 생활에 방해되는 것들이 없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괜히 꼰대질할 윗놈들이 없다는 소리였다.
친구처럼 지낸다고 기강이 흐트러졌다느니, 군대를 개똥으로 안다느니 할 인간이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친구 같은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또래의 이들이 매일같이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니 친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었다.
“신병. 어때? 여기는 좀 지낼만해?”
“이병, 이신병! 예, 그렇습니다!”
“너무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좀 풀어진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야, 소대장.”
나는 예시를 보여줄 생각으로, 여전히 엎드려 있는 소대장을 툭 건드렸다. 보통의 군인이라면 여기서 자동으로 관등성명이 튀어나올 것이었다. 하지만 소대장 놈은 달랐다.
“아 건들지 마십쇼. 힘들어 죽겠구만.”
“팔 굽혀.”
“팔 굽혀!”
말 하나는 잘 듣는 소대장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다시금 신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봐. 중대장 알기를 개떡으로 아는 놈도 멀쩡히 군 생활하고 있잖아.”
“…….”
하지만 신병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신입이 왔으니 신고식을 하는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긴, 갑자기 중대장이랑 소대장이 만담이라도 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겠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근처에서 피식피식 웃고 있는 다른 이들을 보며 신병을 가리켰다.
“신병이 아직 못 믿는 거 같은데, 너희가 좀 가르쳐. 너무 굳어 있으면 보는 내가 다 불편하잖아.”
“에이, 저희가 안 가르쳐도 한 일주일이면 눈치껏 배우지 않겠습니까.”
“그 일주일 동안 나를 불편하게 하려고?”
“한 명이 불편하면 여럿이 편해지지 말입니다.”
“어휴. 이것들도 부하라고…….”
흐흐- 웃는 병사들의 모습에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놈의 부대는 어째 중대장한테 존경심이라곤 쥐뿔도 없는 거야? 뭐, 반쯤 내가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고개를 내젓고 있으니, 휴대폰이 짧게 진동을 울렸다.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니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내용은 이상한 단어의 조합이었는데, 일종의 보안 통신이었다.
병사들과 노닥거리던 것을 멈추고 재빨리 중대장 실로 돌아온 다음, 특수 제작된 노트북을 통해 통신을 연결했다. 자동으로 보안을 확인하는 화면이 이어지다, 화상이 연결되었다. 화면에 누군가의 모습이 비쳤다.
어깨에 별 두 개를 달고 있는 영감님이었는데, 정보 수집 쪽으로 탁월한 초능력을 가진 양반이었다. 그리고, 그 양반은 우리 초능력특수임무대대에 특별한 임무를 지시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 특별한 임무를 전달하기 위해 연락한 것이 분명했다.
“영감님 반갑습니다.”
“……이 녀석아. 경례랑 관등성명은 어디 갖다 팔아먹은 게냐.”
“저, 이대로 전역합니다?”
“전역을 빌미로 협박하는 놈은 너밖에 없을 거다. 에잉! 됐다! 네 녀석한테 경례 받을 거란 생각은 진즉에 갖다 버렸다 이놈아.”
쯔쯔쯧- 혀를 차며 말하는 영감님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활용성이 아주, 무척,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최상급의 초능력을 보유했기에 보일 수 있는 반응이었다. 아 꼬우면 전역시키든지?
만약 내가 전역한다면 아쉬운 것은 결코 내가 아니었다.
“그래서, 영감님. 이번엔 뭡니까?”
“초능력 범죄 집단 중 하나가 인질을 붙잡고 있다. 네 녀석이 가서 구출해 와.”
“……무슨, 동네 붕어빵 사 오라는 것처럼 말해요?”
“네 녀석이라면 동네 붕어빵 사 오는 것처럼 할 수 있으니까 하는 소리 아니냐!”
“그건 또 무슨 소리래요?”
“놈들이 인질을 붙잡고 있는 본거지가 아프리카 오지다, 이놈아.”
“아프리카 오지요? 거기라면 뭐…….”
영감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장소라면 내 초능력을 120%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