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85
0384 테마파크(3)
“어우……. 이거 이러다가 마차 오기 전에 교육 못 끝내는 거 아닌가?”
자신만만하게 마차가 올 즈음엔 교육이 끝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얼룩말들을 바라보았다.
얼룩말이란 녀석들은 흔히 ‘반골’이라고 말하는 성질을 종족 특성으로 가진 것 같았다. 무언가를 하라고 시키면 괜히 더 하기 싫어하는 느낌이었다. 가라고 하면 멈추고, 멈추라고 하면 더 빨리 움직이고.
이러니 가축화가 되지 못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움직이라고 하면 멈추고, 멈추라고 하면 움직이고. 말 안 듣는 아이에게 청개구리 같다고 할 게 아니라 얼룩말 같다고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반항도 오래가지 못했다. 나름대로 건강이 회복된 무하마드가 잠시 본업을 처리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 뽀니가 얼룩말들을 가르치고 있는 내게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이, 꼬맹이! 어른들 있는데 와서 알짱거리지 마라!”
물론, 뽀니를 처음 본 얼룩말들은 뽀니를 아주 무시하고 있었다. 뽀니는 괜히 미니라는 말이 붙은 게 아니라는 듯이 아주 자그마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엔초 같은 대형 말과 비교하면 작지만, 그래도 얼룩말은 말 중에서는 나름대로 덩치가 있는 편이었다. 그런 녀석들에게 자그마한 뽀니는 갓난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동족이 아닌 갓난아이 말이다.
“흠…….”
하지만 뽀니는 푸르릉대며 위협하는 듯한 얼룩말들의 모습을 보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되려 이놈들을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그렇게 잠시 얼룩말들을 바라보던 뽀니는 무언가 결정했다는 모습을 보였다.
“당신들은 말들의 수치야. 말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어.”
뽀니는 얼룩말들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대뜸 녀석들에게 말의 자격이 없다고 외쳤다. 말에도 자격이 있는 건가 싶었지만, 뽀니가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뽀니에게 그러한 말을 들은 얼룩말들은 분개했다. 새끼만큼 작은 놈이 자신들에게 말의 자격이 있니 없니 하고 있으니, 화가 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꼬맹아. 몸 성히 살아가고 싶으면 주둥이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흥.”
위협적으로 푸르릉- 소리를 내는 우두머리 얼룩말의 모습에 뽀니는 오히려 콧방귀를 뀌었다. 그 모습에 우두머리 얼룩말이 또다시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얼룩말이 무언가 행동을 보이는 것보다, 뽀니의 다음 말이 더더욱 빨랐다.
“나보다 느리고 약한 주제에. 조심할 건 내가 아니라 너희야.”
“어이가 없군. 우리가 너보다 약하다고?”
“당연하지. 내가 공주님을 모신 것이 얼마나 되는 줄 알아? 너희 같이 성질만 더러운 것들은 내 꽁무니도 잡을 수 없어.”
당돌한 뽀니의 말에 우두머리 얼룩말이 무척 황당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짧은 몸, 짧은 다리. 어딜 봐도 빠른 속도를 기대할 수 없는 몸을 가진 뽀니가 당돌하게 말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못 믿겠으면 한 판 붙어. 왜, 무서워? 나한테 질까 봐?”
“허!”
뽀니의 말을 글자 하나와 문장부호 하나로 요약하면 ‘쫄?’이었다.
남자라면 먹히지 않을 수가 없는, 나의 ‘멈춰’와 비슷한 수준의 마법의 단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우두머리 얼룩말에게도 아주 잘 먹혀들었다.
순식간에 한 판 붙기로 결정이 된 두 녀석은 그대로 서로를 아주 살벌하게 노려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서 싸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뽀니는 엔초와 승부 한 판을 벌인 적이 있었기에, 큰 문제를 만들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우두머리라 하더라도 얼룩말이 뽀니에게 이길 거라는 생각도 없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뽀니와 우두머리 얼룩말의 대결이 펼쳐졌다. 그 시작은 바로 달리기였다. 아무래도 달리는 속도가 생존과 직결된 동물이다 보니, 달리기도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어떻게 달릴 생각이지?”
“간단해. 여기 안쪽을 빙글빙글 돌면서, 네가 나를 한 번이라도 추월하면 되는 거야.”
“순식간에 끝나겠군.”
두 녀석은 마치 육상 경기를 펼치는 것처럼 자세를 잡고 내달릴 준비를 했다. 마치 신호를 달라고 하는 것 같은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짝! 치면서 ‘출발’하고 소리쳤다.
내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두 녀석이 히이히힝- 소리를 내며 내달려나갔다. 둘 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었다.
두 녀석은 훈련장 테두리를 코스 삼아 아주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마치 경마장의 중심에서 말들이 경주를 벌이는 것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행님! 꼭 이기십쇼!”
“건방진 꼬맹이의 머리통에 뒷발차기를 날려주세요!”
“힘내요!”
옆에서 19마리의 얼룩말들이 저들 우두머리를 응원하는 모습까지 보니 경마장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아, 안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힘내요!”
“조금만 더어어어어!”
조금씩 뽀니가 더 속도를 내며 거리를 벌리기 시작하니 얼룩말들이 절규하는 소리까지 들으니 진짜 경마장 같았다.
하지만 그런 주변 상황에는 관심이 조금도 없는 뽀니는 더더욱 속도를 내며 얼룩말과의 거리를 벌렸다. 1미터, 2미터, 3미터. 매 초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반 바퀴라는 차이가 생겼다.
물론, 뽀니는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크게 벌어진 거리를 더더욱 벌리며, 결국 한 바퀴라는 차이를 두게 된 것이었다. 분명 시작은 뽀니가 앞선 것으로 시작했으나, 이제는 뽀니가 얼룩말의 뒤꽁무니를 쫓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 이익……!”
당연히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얼룩말은 그 모습을 보며 분노를 토했다. 그리고, 그대로 뽀니를 향해 뒷발차기를 날렸다.
“흥, 뛰는 것도 빠르지 않고, 차는 것도 빠르지 않네.”
그러나 얼룩말이 내지른 뒷발차기가 뽀니에게 맞는 일은 없었다. 제법 빠른 속도로 뻗어진 뒷발이었지만, 그게 뽀니의 속도보다 빠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아주 가볍게 그 발차기를 피한 뽀니는 그대로 얼룩말을 앞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얼룩말이 그러했듯, 얼룩말에게 뒷발차기를 날렸다.
퍼억- 소리가 나며, 뽀니의 뒷발차기에 걷어차인 얼룩말은 그대로 바닥을 데굴데굴 나뒹굴었다.
“느리고, 약해.”
뽀니는 바닥을 나뒹구는 우두머리 얼룩말에게 다가가, 녀석의 어깨 부근에 앞발을 턱- 얹었다. 마치 너는 패배자야- 하고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 내가 지다니……!”
우두머리 얼룩말은 자신의 패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작다고 무시하던 녀석에게 아주 압도적으로 패배했으니, 믿기 힘든 게 당연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현실을 도피하는 것도 잠시였다. 야생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살아가던 녀석인 만큼, 믿기는 힘들어도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빨랐기 때문이다.
“내 패배다……. 이제 이 무리에서 우두머리는 너다. 꼬마. 아니……. 대장!”
얼룩말 녀석은 뽀니에게 머리를 숙이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뽀니를 제 무리의 새로운 우두머리로 추대했다. 우두머리의 그러한 모습에, 다른 얼룩말들 역시 뽀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자기들은 이기지 못하는 우두머리가 패배했으니, 뽀니를 우두머리라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얼룩말 무리의 새로운 우두머리가 된 뽀니는 곧바로 녀석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저기, 공주님의 아버지 말씀을 잘 듣고, 그대로 따라. 그리고, 여긴 너희가 살던 야생이 아니니 그렇게 난폭하게 굴 필요도 없어. 그 누구도 너희를 잡아먹으려 하지 않을 거고, 너희가 위험해지는 일도 없을 거니까.”
“오, 오오……!”
내가 말해줄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우두머리가 된 뽀니가 말을 하니 아주 얌전히 잘 듣는 녀석들이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나는, 마무리하지 못한 교육들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아주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것 같던 녀석들이 이제는 우등생이 따로 없었다. 녀석들은 내가 하는 말 하나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아주 열심히 교육을 따라왔다.
덕분에, 마차가 도착하기도 전에 모든 교육을 끝낼 수 있었다. 이제 마차가 도착하면 마차를 끄는 연습만 하면 되는 상태였다.
“뽀니야. 고마워. 덕분에 편하게 했네.”
“정말 고맙다면 공주님을 태우고 다닐 수 있는 전용 마차를 줘요-!”
“아직도 포기 안 했냐…….”
신체적인 이유로 소은이를 태우지 못하게 된 뽀니는 여전히 소은이를 태우고 다니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녀석은 마차에 대한 것을 전해 듣더니, 소은이를 태우고 다닐 수 있는 전용 마차를 요구했다.
아주 일편단심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이도 뽀니를 타고 놀던 것을 무척 좋아했으니, 자기를 위한 마차가 생기는 것도 좋아할 것이 뻔했다.
‘……속도 제한을 걸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겠네.’
물론, 그냥 줄 생각은 없었다. 드리프트를 못 하게 한다거나, 과속을 못 하게 만들 필요성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뽀니에게도 선물을 주기로 약속하고 있으니 어느덧 동물원에 여러 대의 마차들이 도착했다. 회의에서 나온 모든 부분이 다 적용된 마차였다.
“자, 마차를 한 번 끌어볼까?”
나는 얼룩말들 중에 힘이 좋은 몇 마리를 추려, 가장 큰 마차를 끌도록 만들었다. 녀석들에게 미리 채워둔 하네스와 마차의 고리를 연결하고, 가볍게 움직이도록 유도했다.
얼룩말들이 아주 힘차게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니, 마차 역시 위잉- 하는 자그마한 소음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터가 작동하면서 얼룩말들을 보조하는 것이었다.
“오……. 작동은 잘 되네.”
마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녀석들에게 코스만 숙지시키면 될 것 같았다.
“흠…….”
그런데 무언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얼룩말이 끄는 마차라는 것은 무척이나 희귀했기 때문이다. 얼룩말만 빼면 특별할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얼룩말만 뺀다면 유럽의 어느 관광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얼룩말이 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대로 관광 수요가 될 수는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조금 더 특별함이 추가됐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었다.
“? 어지럽?”
도대체 뭘 추가해야 하나 싶던 도중, 어디선가 퍼드득 날아온 ?遲隔?내 품으로 날아들었다. 스무 마리의 얼룩말들이 모여 있으니, 그 무늬를 보며 약간의 착시현상을 느낀 것 같았다. 착시 때문에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이 어지러워하는 것보다, 다른 생각이 먼저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贄? 너 마부 한 번 해볼 생각 없어? 네 친구들이랑 같이.”
“?”
마부가 앉을 자리에 앵무새가 앉아서, 얼룩말들을 지휘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찼다. ? ? 소리를 내면서 얼룩말들을 움직이게 하고 멈추게 하며 좌우로 회전하게까지 만들면 아주 환상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탑승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인 열차가 처음 도입됐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