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uid RAW novel - Chapter 39
0038 장물거래
“저렇게 놔둬도 돼? 손님들 물건도 훔치려고 하는데…….”
예상했다는 듯이 꿈쩍 않고 있는 한무와 다르게, 누나는 두 마리의 라쿤이 카페 내부를 종횡무진 휘젓는 모습을 보며 걱정스럽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손님들의 평판이 중요한 동물 카페에서, 손님들의 불만이 나오게 만드는 행동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살며시 내저었다.
“문제 없을 걸? 저기 봐.”
나는 도망치고 있는 라쿤을 용케 붙잡은 한 손님을 가리켰다.
“와…….”
그리고, 그 손님의 모습을 같이 바라본 누나는 입을 헤- 벌리며 놀란 모습을 보였다.
손님에게 붙잡힌 라쿤이 잘못했다는 듯이 머리 위로 두 손을 올리고 싹싹 빌고 있었다. 아니, 빈다기 보다는 마구 흔들어대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인간들의 시선에는 그렇게 보이고 있었다.
“앗!”
“저 녀석들은 진짜 악질인데……?”
나는 손님의 품에서 탈출하자마자, 다시금 약탈을 벌이기 시작하는 라쿤을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잘못했다고 빌어놓고, 풀려나자 마자 약탈을 해대는 녀석의 모습은 악질 그 자체였다.
그래도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약탈당한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는 손님의 표정 덕분이었다. 황당해 하면서도 꽤나 즐거워하는 그 모습을 보니 걱정되지 않았다.
특히,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라쿤을 쫓아가는 모습을 보면 걱정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아……. 저 녀석은 좀 말려야겠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덩치가 더 큰 대포동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며 약탈하는 동안 소포동 녀석이 테이블에 올라가 손님들의 소지품을 약탈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얌마. 손님들 거를 그렇게 훔치려고 하면 안 되지.”
“놔라! 이거 놔라!”
“놓겠냐.”
나는 발버둥치려는 소포동을 들어올려, 바닥에 내려놓았다.
“손님 여러분! 죄송하지만 소지품 관리 부탁드리겠습니다! 약탈자가 나타나서 어쩔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내 말에 남아 있던 손님들이 소지품을 챙겼다. 휴대폰 같이 작은 건 주머니에 넣고, 들고 다니기 애매한 것들은 동물들의 손이 닿지 않을 곳으로 옮긴 것이었다.
“안돼에에에!”
그 모습을 바라본 라쿤들은 절규했다.
아. 노리던 게 먹을 게 아니라, 사람들 소지품이었어?
나는 황당함을 가득 담아 라쿤들을 바라보았다. 대포동이 시선을 끌고, 소포동이 실질적 약탈을 하려던 것이 분명했다.
지금도, 두 라쿤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한 여자 손님의 핸드백을 애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노리던 게 저거였냐…….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도적떼(라쿤) 출몰지역] [도적들이 출몰해 약탈을 하는 지역입니다.] [개인 소지품을 잘 챙깁시다.]아직 다 꾸미진 않았지만 스튜디오로 쓰기 위해 만들어둔 3층에서 급히 경고문을 인쇄하여 카페 곳곳에 경고문을 부착했다.
그 효과인지, 더 이상 라쿤들에게 소지품을 약탈당하는 손님은 없었다.
경고문에 대놓고 도적이라고 써놓은 탓인지, 라쿤들이 다가오기만 해도 주머니를 틀어막는 손님이 있을 정도였다.
약탈이 원천차단 되자, 라쿤들은 또 다시 절규했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즐거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조회수 달달하겠네.’
라쿤의 영상이 만들 조회수를 떠올리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조회수가 보장된 영상을 촬영하고 있으니 시간이 금세 흘러갔다.
어둠이 내리 깔리고, 손님들이 모두 나가고 직원들도 정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된 것이었다.
마감을 하는 누나를 도와 매출 정리를 한 나는 곧장 동물들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누나가 씻는 사이, 오늘 촬영한 동물들의 영상을 아주 간단한 편집만 하고서 업로드했다.
하지만 나는 영상의 반응을 보지 않았다. 아직 해야 할 것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라쿤 간식은……. 이걸로 주문하면 되겠네. 토끼나 거위들은 적당히 채소류로 주고……. 한무 녀석은 배추를 좀 사놔야 하나?”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새롭게 합류한 동물들이 먹을만한 먹이와, 간식들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고길휘 아저씨가 남기고 간 것들이 있어 며칠 정도는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주문해서 배송하는데 아무리 못 해도 하루 정도는 걸리니 미리 준비를 해둬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녀석들이 먹을 먹이나 간식들을 주문한 나는, 곧바로 또 다른 작업을 시작했다.
바로, 카페 간식 자판기에 채워넣을 동물들의 간식을 포장하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또 너무 많은 양을 먹지 않도록 간식 자판기에 들어가는 간식은 적은 양으로 소분 해서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녀석들의 간식은 충분히 재고가 있었지만, 생고기를 먹는 유부의 것이나 새로온 녀석들의 간식은 새로 준비를 해야했다.
라쿤들이 약탈하던 모습을 보면, 녀석들의 간식도 채워넣어야 할 필요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다른 녀석들은 간식을 받아먹는데, 자기들만 받아먹지 못한다? 바로 약탈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안일한 것인지 바로 다음날 알게 되었다.
○ ◑ ● ◐ ○ ◑ ● ◐ ○
토끼와 거위, 라쿤, 거북이까지 새로운 동물들이 카페에 들어왔다는 소식 때문인지, 또 다시 아침부터 사람들이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제와 달리 더 많은 수의 동물들을 이끌고 카페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직원들의 준비가 끝난 뒤 영업을 시작하자 사람들이 몰려들어왔다. 당연히 그렇게 몰려들어온 사람들의 목표는 새로이 찾아오게 된 동물들이었다.
누군가는 토끼들에게 가고, 또 누군가는 거위들에게 갔다. 물론, 커다란 거북이인 한무는 물론이고 라쿤들에게도 사람들이 찾아간 상황이었다.
“뭐꼬? 내 무라꼬? 내가 또 이런 건 거절 안 한다 아이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라쿤들 가운데, 소포동은 자신에게 내밀어지는 자그마한 간식을 보며 반색했다.
내가 인간들에게 간식을 받아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해주긴 했지만, 실제로 받아먹게 되니 기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으익! 이거 와 이래 맛있노!”
그리고, 그 간식을 받아먹은 소포동은 무척 놀란 모습을 보였다. 다름이 아니라, 잡식성인 라쿤들을 고려해서 간식의 종류를 폭 넓게 허용해주었기 때문이다.
개들이 먹는 것이나, 고양이들은 물론이고 유부가 먹는 생고기까지도 다 허용해준 것이었다.
당연히 식단이 철저하게 관리되었던 동물원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을 느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더 도! 더 있는 거 안다! 빨리 도!”
그리고, 그 신세계의 맛을 느낀 소포동은 제게 간식을 준 손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짤짤 흔들어댔다.
“어, 없어! 없다고!”
하지만 간식을 하나 밖에 사지 않았던 손님인지, 그 손님은 두 손을 내밀며 제게 간식이 없음을 어필했다.
소포동은 신세계의 맛을 다시 느끼지 못한다는 것에 절망한 듯, 손님의 다리를 부여잡고 주르륵- 쓰러졌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지어졌지만, 이어진 상황에는 그 웃음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나태야, 이거 먹자. 여기까지만 움직……으앗!”
움직이지 않고 널부러져 있는 나태의 입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간식을 갖다대고 있던 손님은 화들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나태가 움직이게 만들기 위한 미끼였던 간식이, 어느 순간 다가온 라쿤에게 약탈당했기 때문이다.
웬 덩어리가 호다닥 나타나서는 간식만 홀라당 빼서 사라지니 놀라지 않을 수 없겠지.
“요것도 억수로 맛있고마!”
하지만 손님이 놀라든 말든, 간식을 약탈해낸 소포동은 무척 맛있다며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어대고 있었다.
“그기 그래 맛있나?”
“아따, 말이 필요 음따! 기냥 함 무바라!”
그리고, 그런 소포동의 모습에 호기심을 드러낸 대포동이 또 다른 손님을 습격했다.
“꺅! 후, 훔쳐가면 어떡해!”
“내 간식! 으허어엉!”
이번에 노려진 것은, 애교를 부리며 한 알씩 사료를 얻어먹고 있는 짜몽이였다.
기껏 열심히 애교를 떨어대며 간식을 벌고 있던 짜몽이는, 순식간에 제 앞에서 간식들이 강탈당하는 것을 보며 구슬피 울었다.
“와따! 이거 진짜 맛있네!”
“그제? 내가 말 했다 아이가!”
다만 두 라쿤은 짜몽이가 울든 말든, 손님이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고 본격적으로 약탈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자판기에서 간식을 구매한 손님의 것을 빼앗는 것은 기본이었고, 한무가 먹을 배춧잎마저 강탈해갔다.
심지어, 녀석들은 남캣과 유부의 것까지 탐낼 정도였다. 비록, 두 녀석의 것은 실컷 얻어맞는 것으로 대체되긴 했지만, 그래도 시도했다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온갖 동물들의 간식을 약탈하며 한 번씩 맛을 보게 된 라쿤들은 가장 자신들의 입맛에 맛는 간식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개들이 먹는 간식이었다. 고길휘 아저씨가 가져온 라쿤용 먹이보다도, 개들의 간식을 더 좋아했다.
덕분에 피해를 보는 것은 개들을 좋아하는 손님과, 당사자인 개들이었다.
“아, 안돼! 너 줄 거 아니라고!”
결국, 간식을 빼앗기고 빼앗기던 손님들은 라쿤들에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라쿤들이 도적떼라고는 해도, 인간의 완력을 이기기란 불가능했기에 약탈에 번번히 실패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바꾸자고?”
라쿤들이 생각해낸 것은 물물교환이었다.
남캣을 제외한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에게 쥐어진 간식들을 약탈해, 그것으로 개들을 위한 간식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손님들도 그 거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하나둘씩 거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라쿤들에게 다른 동물의 간식을 받아내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간식을 라쿤에게 먹인다면 먹이 체험을 두 배로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라쿤에게도 먹이를 주고, 토끼나 거위, 거북이 같은 동물들에게도 간식을 줄 수 있으니 딱히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이거 완전 장물거래 아냐? 훔친 걸로 교환하는 거잖아.”
그 결과, 카페에서는 장물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장물거래를 기대하는 듯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라쿤이 좋아하는 간식을 사서, 은근슬쩍 보여주며 거래를 하려는 손님까지 있을 정도였다.
“……이대로 괜찮아?”
누나는 그 모습에 걱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짜몽이의 구슬픈 울음이 마음에 걸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말리긴 해야지. 다른 애들은 몰라도, 짜몽이랑 술빵이가 간식을 다 뺏기고 있으니까.”
간식이고 뭐고 일단 뛰고 있는 마루와 다르게 짜몽이와 술빵이, 나태는 라쿤들에 의해 간식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장물거래를 하려는 사람이 넘치니, 정작 두 녀석에게 간식이 가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라쿤들이나 손님들은 좋아할지 몰라도, 짜몽이와 술빵이, 나태에겐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나는 라쿤들을 제지할 결심을 하고서, 호기롭게 한무의 앞에 놓인 배추를 탐하려는 라쿤들에게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