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48
마염의 황제 048화
엘리스는 자리를 박차며 옆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빛의 활을 꺼내 화살을 날렸다.
“라이트닝 애로우!”
“큭. 아직도 포기 안 했나?”
바르엘의 시선이 엘리스에게 돌아가는 것을 본 로자리아가 마력을 운용했다. 로자리아의 팔에 채워진 마력의 타리스만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로자리아는 주변의 마나를 끌어모으며 수인을 맺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시커먼 기운이 일어난다.
“시간과 공간의 저편에 자리한 자여. 균형과 흐름에 법칙을 부여한 이여.”
날아드는 바르엘의 주먹을 보며 엘리스는 암석의 방패를 소환했다.
“땅의 방패여, 놈!”
하지만 바르엘의 주먹은 암석을 꿰뚫고 그 안에 숨은 엘리스에게까지 충격을 주었다.
“으윽!”
튕겨나간 엘리스는 바닥에 넘어지면서도 억지로 시위에 활을 메워 날렸다.
하지만 바르엘은 쏜살같이 날아오는 빛의 화살을 고개를 슬쩍 돌리는 것만으로 피해 버렸다.
짧게 웃음을 터뜨린 바르엘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맹렬한 검기가 엘리스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바, 바람의 벽!”
휘이이이!
실프가 만들어준 바람이 벽이 되어 엘리스를 보호했다. 그러나 바르엘의 검기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바람의 벽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꺄아아악!”
“좀 더 힘내봐라! 숲에서 발휘되는 엘프의 힘이란 게 고작 이 정도냐?”
바르엘이 광소를 터뜨리며 엘리스를 몰아붙였다.
“나, 여기 그대의 힘을 빌려 시공간의 틈을 여나니.”
파치칙.
로자리아의 손에 모인 기운이 검은 스파크를 내뿜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가즈 블레이드가 방정을 떨었다.
“앗, 뜨거! 어머, 뭐야? 장난 아니네. 허접 마녀,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음?’
거대한 마나의 유동은 바르엘에게도 느껴졌다. 반쯤 늘어진 엘리스의 멱살을 움켜쥔 바르엘이 고개를 돌렸다. 로자리아의 주위에 엄청난 마나가 모여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년이 뭘 하려는 거지?”
심상치 않는 마력이다. 바르엘은 불길함을 느꼈다. 물론 상대가 무슨 공격을 하든 자신에게 먹히지는 않겠지만.
“눈에 거슬리는 것은 미리 없애버리는 게 낫겠지.”
엘리스를 팽개친 바르엘은 바닥을 박차며 로자리아에게 달려들었다.
바닥에 쓰러진 엘리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로자리아 씨!”
로자리아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주문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멈출 수도 없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바르엘이 검을 치켜 들었다.
콰앙!
그 순간, 난데없이 튀어나온 빛이 바르엘의 가슴에 작렬했다.
“크윽?”
난데없는 기습에 주춤하는 바르엘. 동시에 황금의 빛이 바르엘을 덮쳤다. 바르엘을 밀어낸 것은 온몸이 붕대투성이인 소류였다.
“소류?”
“뭘 멍하니 있어? 빨리 주문을!”
“이놈이!”
바르엘이 인상을 찡그렸다. 창을 튕겨낸 그가 주먹으로 소류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그 힘을 견디지 못한 소류는 근처의 나무를 뚫고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순간.
“부정한 존재여, 사라져라.”
로자리아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디멘전 익스펠(Dimesion Expel)!”
쿠오오오!
시동어까지 완료하자 묶어두었던 마나들이 일순 터져나간다.
사정없이 터져나간 검은 기류가 바르엘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몸을 집어삼켰다. 동시에 그것은 거대한 칠흑의 기둥이 되어 하늘로 터져나갔다. 그리고 차원이 갈라진다.
일정 공간 자체를 일그러뜨려 타 차원으로 날려버리는 상급 주문, 디멘전 익스펠.
검은 기류가 갈라진 차원 사이로 요란한 굉음을 내뿜으며 사라져갔다.
기류가 사라지자 벌어진 차원의 틈도 닫혔다. 모두가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하아… 하아…….”
탈진한 로자리아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몸 안에 마나가 텅 빈 느낌이었다. 마력의 타리스만이 없었다면 엄두조차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걸로 끝났어.’
기류에 휩쓸려 시커멓게 패어 들어간 바닥. 그 자리에 바르엘은 더 이상 없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엘리스는 그것을 보며 감탄했다.
“로자리아 씨, 이런 한 방을 숨겨두고 계셨을 줄은…….”
어지간한 주문이 먹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러니까 공간째 다른 차원으로 날려버린다. 확실히 쓸 만한 발상이었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엘리스는 허겁지겁 달려가 바닥에 처박힌 소류를 일으켜 세웠다. 아직 멀쩡하지 않은 몸으로 억지로 움직인 소류는 다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크윽.”
“고생하셨어요. 그런 몸으로 용케…….”
말을 잇던 엘리스가 눈을 크게 떴다. 있어서는 안 될 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바, 바르엘!”
당황하는 엘리스를 보며 바르엘은 싱긋 웃었다.
“안녕…….”
퍼어억!
바르엘의 발차기가 엘리스와 소류를 날려버렸다. 제대로 된 저항도 못 한 두 사람은 바닥에 처박혔다. 그 광경을 본 로자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가즈 블레이드가 날을 흔들며 법석을 떨었다.
“꺄아! 살아 있어. 아직도 멀쩡하잖아!”
“어떻게… 분명히 디멘전 익스펠에 당했을 텐데.”
바르엘이 몸의 먼지를 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일정 지역을 타 차원으로 날려버린다… 확실히 괜찮은 수였어.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 일정 지역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날아가는 일은 없지. 범위는 내가 서 있는 부근의 지상 위였겠지? 그럼 답은 간단하잖아.”
바르엘은 땅을 가리켰다.
“주문이 덮치는 순간, 인피니티 오라 블레이드로 땅을 파고 들어가 피했지. 뭐, 결과는 보시다시피.”
“크…….”
로자리아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남아 있는 마력은 모조리 다 썼다. 지금 이 상태로 다시 디멘전 익스펠을 쓰는 것은 무리다. 아니, 쓸 수 있다고 해도 녀석은 같은 틈을 다시 내주지 않을 것이다.
바르엘은 천천히 손목을 꺾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장난은 그만 끝내도록 할까?”
Chapter 2-8. 작렬(炸裂)! 진폭마검(眞爆魔劍)
“…….”
이터는 어두운 들판에 서 있었다. 밤이 된 모양이다. 구름이라도 끼었는지 어둠은 짙었고 짐승들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로자리아?”
저 앞에 로자리아가 쓰러져 있었다. 이터는 급히 달려갔다. 피투성이가 된 로자리아는 이미 싸늘히 식어 있었다.
“……!”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로자리아의 곁에는 그녀와 같은 모습으로 엘리스가 쓰러져 있었다. 그녀 역시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그 뒤로는 소류가 쓰러져 있었다. 가즈 블레이드는 반으로 갈라져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그레이센과 론 역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 시체의 끝에 유일하게 서 있는 이가 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번개가 친다. 그리고 이터는 서 있는 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피 묻은 손으로 뜯겨져 나가 형체도 알 수 없는 머리를 움켜쥔 자. 붉은 기가 감도는 눈으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는 반쪽짜리야.”
“……!”
이터는 눈을 번쩍 떴다. 아까의 들판은 사라지고 없었다. 밤도 아니었다. 땀으로 흥건히 젖은 옷을 만지며 이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은 원래대로 회복되어 있었다.
이터는 조용히 주위를 바라보았다.
‘꿈이었나?’
하지만 너무나 생생했다. 죽어버린 동료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즐거워하고 있던 자신. 그건 무슨 의미였을까.
문득 이터는 숲 속에 있는 것이 자기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자리아?”
없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엘리스, 그레이센, 론, 가즈 블레이드. 심지어는 큰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을 소류도 없었다.
이터는 감각을 열었다. 그들의 기척이 근처에서 잡혔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자리한 거대한 기운… 이터는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있었다.
“바르엘!”
이터는 불길함을 느꼈다. 방금 꿨던 꿈의 광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터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터는 폐허가 된 숲 속에 나타났다.
“……!”
주위는 엉망진창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울창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박살나 버린 숲. 그 사이에 피투성이가 된 이들이 쓰러져 있었다.
막 엘리스의 멱살을 잡고 그녀를 끝장내려던 바르엘의 얼굴이 밝아졌다.
“드디어 주인공이 나타나셨군. 기다렸어.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
“이터… 씨.”
피투성이가 된 엘리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회복하셨… 구나. 무사해서… 다행… 이에요.”
바닥에 쓰러진 로자리아도 이터를 보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멍청아. 너무… 늦잖아.”
“엘리스. 로자리아.”
바르엘은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했다고, 이터. 동료들을 사지에 내몰고 이제야 나타나다니. 뭐, 나야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었지만…….”
빠직!
말을 맺기도 전에 강력한 충격이 바르엘의 안면을 강타한다. 벽을 뚫고 바닥에 처박히는 바르엘. 그가 서 있던 자리에는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이터가 엘리스를 안고 있었다.
바르엘이 키득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펀치야. 역시 좀 쉬더니 괜찮아진 모양인데?”
그러나 이터는 바르엘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조금만 참아라. 치료해 줄 테니까.”
“이터 씨.”
이터는 바르엘에게서 등을 돌렸다. 바르엘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봐, 등을 보이다니. 내가 있다는 걸 잊어버린 거냐!”
이터널 소드에서 뿜어져 나가는 검기가 대기를 가르며 이터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검기가 그 자리를 베었을 때 이터는 거기 없었다. 어느새 그는 일행 앞에 서 있었다.
“아니?”
바르엘은 주춤했다.
‘방금 안 보였어?’
이터는 일행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온몸이 화상을 입었거나 그렇지 않으면 뼈가 부러져 있었다.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이들도 있었다.
소류가 쓰게 웃었다.
“한심하군. 이런 몰골이나 보여주게 될 줄이야.”
그래도 다행히 죽은 사람은 없었다.
이터의 왼손에서 눈부신 회복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 고통스럽던 일행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늦어서 미안하다. 잠시만 기다려라.”
이터의 시선이 바르엘을 향했다. 로자리아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싸울 거니? 혼자서 괜찮겠어?”
“충분하다.”
바르엘을 마주한 이터가 그를 노려보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두 눈에는 짙은 분노가 자리하고 있었다.
[분노하라.]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온다. 붉은 눈의 이터와는 다른 목소리. 그것이 이터의 마음속에서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러면 너는 진짜 힘을 얻을 것이니.]“바르엘.”
이터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죽여버린다.”
“뭐?”
퍼억!
순식간에 다가온 이터의 주먹이 바르엘의 안면에 작렬했다. 코가 뭉개지는 것을 느끼며 바르엘은 뒤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