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52)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552
88. 에필로그를 위한 에필로그
종종 있던 일이었다.
백유설이 제멋대로 사고를 치고서, 제멋대로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일.
그때마다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가 돌아올 것이라는 굳 건한 믿음.
태연자약하게 학교에 출석 도장을 찍고서는 ‘오랜만이네?’라며 뻔뻔한 낯짝을 들이밀 것이라고, 그렇게 믿 고 있었기에 기다리는 순간이 두렵 거나 미쳐 버릴 것 같지는 않았다.
“……돌아오겠지? 이번에도, 여느 때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은 풀레임이 떨리 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에게 대답 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흑룡과 회공시월의 완전 소멸이 확 인되자 군부대는 철수하기 시작했으 며 ‘검은 달 파편 회수 작전이 시 작되 었다.
그 과정에서 백유설의 이름을 영웅 으로 떠받드는 이들도 있었으나, 몇 몇 국가는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굳이 자신들 외의 영웅을 만들 필요 가 없었던 것이다.
백유설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가지 도 않았다. 그가 세상을 구했다는 이야기는 맴돌았지만 너무나도 잠깐 등장했다가 회공시월과 함께 소멸해 버린 탓이었다.
몇몇 이들은 세상이 멸망한다는 위 기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절망을 느끼기도 전에 백유 설이 모든 일을 깔끔하게 끝내버리
고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풀레임 양, 날이 추워요.”
백유설이 떠난 자리 그대로, 풀레임 이 꿇어앉은 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군부대는 빠르게도 철수했고, 이제 창조의 나락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에이젤을 비롯한 몇몇 이들만이 여전히 남아서 백유설이 혹시나 돌아올까 하여, 자리를 지키 고 있을 뿐.
하지만 그 희망도 오늘로서 사라졌 다. 풀레임이 직접 진두지휘하던 마 탑의 마법사들은 차원학에 누구보다 도 능통해 있었고, 덕분에 백유설이
마지막에 사라지던 순간 내뿜은 파 장의 형태를 알아낸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론상으로 는 존재하는 기술입니다. 일명 ‘초 공간 도약’이라고 해서, 점멸 마법 의 최종 형타라고……
“……초공간 도약?”
풀레임이 고개를 들어 자신의 마법 사들을 바라보았다.
“예…… 그렇습니다.”
“점멸 마법의 일종이라고 했어? 그 렇지?”
“그, 그렇지요. 하지만 저희는 점멸 마법의 원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
지 않습니까? 마도사 백유설께서 마 지막까지 그 비밀을 풀지 않고 떠나 셨습니다. 참 원망스러운 일이지요.”
“거기에 문제가 그뿐만은 아닙니 다. 점멸을 단순히 킥보드라고 비유 한다면, 초공간 도약은 이론상의 가 장 완벽한 비행체 ‘로켓’과도 같습 니다. 하지만 저희는 실제의 로켓도 개발하지 못하는 마당어1, 점멸 마법 을 로켓처럼 발전시키기란…….”
“불가능하진 않아.”
“……예?”
풀레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밀이 있을 거야. 왜 점멸 마법
의 비밀을 우리에게 밝히지 않았을 까? 그건, 아마도…… 비밀을 밝혀 봐야 우리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래, 그런 거야. 체내 의 마나가 한 톨도 없어야만 점멸을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든지…….”
풀레임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 거리기 시작하자 뒤늦게 그녀의 식 사를 준비해서 가져오던 젤리엘이 혀를 내둘렀다.
“이제야 좀 정신을 차렸나 보네.”
그녀의 앞에 간단한 빵과 우유를 내려놓은 젤리엘은 풀레임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눈을 마주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풀레임이 젤리 엘을 바라보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는 돈 굴리 는 건 잘해도 마법은 너희만큼 잘 쓰지는 못해. 하지만 그 남자를 찾 고 싶은 마음만큼은 너희와 같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말해. 내 전 재산을 모조리 쏟아붓더라도, 연구 비용을 대줄 수 있어. 부족한 게 있 거나, 설비가 필요하거나, 인력이 필 요하면 얼마든지 별구름의 이름을 사용해.”
“……너.”
“그래서, 어때. 내 돈을 투자할 만
큼의 가망성이 보이겠어?”
풀레임은 젤리엘의 눈동자를 바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불가능해. 애당초 이 세계에 서 마력을 완전히 제한다는 가설 자체 는 어느 시대에도 없던 이야기는 아니 었어. 하지만 시조 마법사조차 실패했 다고 알려진 이 부분을 내 힘으로 어 떻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그럼, 아예 가망성이 없다는 이야기야?”
살짝 실망한 듯 젤리엘이 입술을 비죽이자 풀레임은 천천히 일어서더 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백룡과 흑룡이 소멸한 이후, 십이 신월도 모조리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풀레임은 느낄 수 있었다.
단 한 사람.
이곳에 여전히 흔적을 남기고 있는 십이신월 한 명을.
“듣고 있죠? 은세십일월?”
“다 알아요. 당신이라면 이 시간대 조차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대단한 아가씨구먼, 그래.
그러자 놀랍게도 목소리가 들려왔 다. 젤리엘을 포함하여, 근처에 아돌
레비트 호위 병력을 배치를 지휘하 고 있던 홍비연조차 깜짝 놀란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아무나 듣지 못하는지, 병사들은 그녀들의 모습 에 그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너 희가 알던 ‘나’와 현재의 ‘나’는 다 른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하거라.
“알고 있어요. 당신은 과거의 은세 십일월이겠죠.”
-더 정확히는 ‘멸망 1초 전의 가 능성’ 속에서 빠져나온 은세십일월 이다. 나의 세계는 멸망이 예정되어
있었다만, 그 사실을 ‘과거의 나’에 게 경고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되었 지.
대략 2년에서 3년 전.
하월평원에서의 은세십일월과 백유 설의 첫 만남.
당시의 은세십일월은 미래가 멸망 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놀음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으나 백 유설이 대뜸 그의 앞에 나타나 ‘미 래를 바꿀 수 있다’라는 사실을 보 여주었다.
그때부터 은세십일월은 완전히 다
른 사람이 되어, 백유설을 곁에서 전적으로 지지하며 가르쳤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 세상의 진리에 대해서.
즉, 풀레임에게 말을 건 은세십일 월은 ‘본래 멸망했을 미래의 은세십 일월’이었으므로 그녀들이 알고 있 는 은세십일월과는 달랐다.
현재의 진짜 은세십일월은 멸망을 막아냄과 동시에 소멸했으니까.
“즉, 당신은 이 세계의 무수히 가 능성 중 하나로부터 파생된 유령일 뿐이라는 것이죠?”
-잘 아는군. 아마도 곧 소멸하겠
지. 멸망한 미래에서는 앞으로 7년 정도는 내가 더 살아 있을 예정이겠 다만, 이 세계는 진작부터 멸망을 막아내고 내가 소멸되었으니까.
“……그럼,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에. 저에게 하나의 가르침과 힘을 내려주실 수는 없을까요?”
-허허, 재미있는 제안이다만 불가 능하다. 그러고 싶어도 나는 앞서 말했다시피 ‘유령’이라네. 의지를 전 달하는 것조차…….
“의지를 전달하는 것조차, 당신이 시간을 지배하는 신월이기 때문이겠 지요. 그렇다는 건 역시 시간을 다 루는 그 능력만큼은 조금이나마 남
아있다는 이야기에요.”
풀레임의 예리한 지적에 은세십일 월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선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말하게.
“생각해 봤어요. 이 세계는 완전해 졌으나, 십이신월과 위대한 세계의 수호자를 잃어버렸죠. 과연 이 세상 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백유설과 십이신월이 없는 세상.
비록 눈앞의 멸망은 막아냈으나, 언젠가 또다시 이런 위기가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만약, 십이신월을 포함하여 수호자 를 살려낼 수 있다면…… 이 세계는 한층 더 안정적이지 않을까요? 당신 은 이 땅을 지켜야만 하는 사명이 있 잖아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정말로 우리의 세상이 안전할지. 이대로 성 불해도 좋을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풀레임의 목소리는 필사적이었다.
어떻게든 성불 직전의 은세십일월 을 설득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좋은 지적이다. 그래서, 시간 을 되돌리겠다? 그런 의미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은세십일 월은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 차원의 수호자, 백유설조차 수만 번 이상의 회귀를 통해 간신히 세상을 구원할 수 있었다. 하물며 자네 혼자서 한 번의 회귀만으로 그 런 게 가능할 거라고 보는가?
“한 번이 안 된다면 여러 번……
-하! 헛소리를. 그딴 걸 백유설이 원하지는 않을 것 같군. 자신이 걷던 길을, 자신이 사랑하던 이들이 걷게 두었을 것 같느냐? 설령 시간을 되 돌린다고 하여도, 너희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그 이상은 시간을 되돌려 봐야 너희의 자아와 존재 자체가 완전히 소멸될 뿐이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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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느냐? 시간은 시계가 아니야. 제멋대로 태엽을 째깍째깍 되감듯 이, 지우개로 연필을 문대서 지우듯 이 마음대로 고쳐 써나가는 일기장 이 아니란 말이다!
은세십일월의 호통에 풀레임의 뒤 쪽으로 젤리엘이 다가왔다. 그녀가 현기증으로 쓰러지려고 하자, 지탱 해 주려는 것이다.
그만큼이나 유령뿐인 은세십일월의 기백은 홀몸으로 맞서기 어려운 것 이었다.
-그 백유설조차 한 번의 회귀를
하기 위해, 하나의 차원을 희생해야 만 했다. 한데 지금은 어떻지? 이제 이 차원은 완전해져서, 더 이상 희 생할 수도 없다. 만약 시간을 되돌 렸는데 멸망한다면 두 번의 기회는 없어. 그것으로 완전한 끝이다. 그런 데도 고작 사랑하는 남자 한 명을 위해 그런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저는……!”
무어라 변명하려던 풀레임이었으 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바로 뒤에 서 그녀를 지탱해 주고 있던 젤리엘 이 도리어 먼저 소리친 것이다.
“할 수 있습니다! 백유설은 혼자서 하려고 했지만, 둘이라면, 충분히 가
능성은 있어요!”
젤리엘이 큰 소리를 내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기에, 아니, 아예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라 주위 사 람들이 모두 눈동자가 동그래져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체통을 잊었다는 부 끄러움을 잊을 새도 없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정말 기회가 없을지도 모 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풀레임과 함께하겠다고 말 하는 여인은 젤리엘뿐만이 아니었 다. 그녀의 양옆으로 에이젤과 홍비 연까지 나란히 서서 은세십일월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허공을 노려
보기 시작하자, 그는 허허 웃음을 터뜨렸군.
-……그래, 이거 재미있군. 운명의 선택을 받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시간 을 되돌린다니. 이 세계의 나는 필연 적으로 소멸행을 면치 못하겠다만….
그만큼, 기대되는 미래가 펼쳐지리 라. 비록 은세십일월 본인은 볼 수 없을지라도 그 시대의 은세십일월은 저 소녀들이 그려나갈 새로운 시대 를 함께할 것이고, 그 경험은 고스 란히 소멸된 자신에게도 전달될 테 니…….
“학생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더냐?”
스칼렛?”
그때까지도 기척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있던 백색의 마녀가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피식 웃으며 바 닥에 착지했다. 그녀의 눈가에는 더 이상 눈물 자국이 남아 있지 않았다.
“참으로 발칙하며, 또 건방지군. 나 또한 몇 개월간 학생 행세를 해보았 기에, 지금이라면 아주 잘 흉내 낼 자신이 있다. 그러니 나도 데리고 가라.”
“자, 잠깐, 이렇게 많으면…….”
풀레임이 당황하자 은세십일월은 도리어 웃음을 터뜨렸다.
-크허허! 그래, 그렇게 많은 인원 이 가려면 준비를 확실하게 해야 될 것이다. 모두 같은 시간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지를 먼저 계산하고, 무엇보다도 그만한 마력을 모두 내 게 감당하도록 할 셈은 아니겠지? 다섯 명이 3년의 시간을 되돌리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는 이 세계의 모 든 마정석을 싹싹 긁어모아도 힘들 것이다. 그래도 가능하겠느냐?
여인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젤리엘 을 향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이면 되겠는데요?”
-……뭐?
처음으로 당혹스러운 소리를 낸 은 세십일월이었으나, 젤리엘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젤리엘로서도 다소 무리는 해야겠 지만, 그녀가 작정하고 빚까지 내가 면서 마정석을 긁어모으면 정말로 불가능하지는 않으리라.
별구름 상회가 다소 휘청일 수는 있어도, 어차피 시간을 과거로 되돌 릴 텐데 무슨 상관이랴?
결국.
-……그래, 좋다. 즐거운 일이 되 겠군. 너희 다섯이라면, 세계의 미래
가 한층 더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 라고 믿어도 괜찮겠지.
은세십일월은 저 다섯 여인의 결심 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흔쾌히 수락 했다.
그렇게, 다섯 여인의 새로운 이야 기가 시작되었다.
작전명은…….
“백유설 구출 작전. 심플하고 좋 네.”
“시간 여행자의 아내 작전은 어 때?”
“대체 무슨 근본 없는 작전명이죠?”
“나 살던 세계의 명작인데……
“3년 회귀 작전. 멋진 울림이지?”
“너무 단순해요!”
……작전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 * *
이 세상은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 이라는 게임 속 세상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연설명이 하나 더 필요 할 듯싶다.
아이테르 월드는 사실 원작 로맨스
소설 ‘불행한 공녀님을 사랑하지 마 세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었다!
에이젤은 소설 속 주인공, 풀레임 은 이 세계의 진짜 주인공.
‘그러니까, 나는 풀레임만 조심하 면 된다 이거지.’
웅성웅성.
학생들이 떠드는 요란한 소리.
이 거대한 강당은 스텔라 아카데미 의 위용을 자랑하는 듯 참으로, 쓸 데없이 넓고 또 넓었는데 단상 위에 는 수염을 허리까지 기른 노인이 마 이크를 쥐고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
다.
-커홈!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 이 ‘흑마인’ 놈들이 마법 세계를 뒤 흔들고 있다! 우리 마법사들의 숙명 은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아, 교감 새끼 존나 지루해.”
¹¹입학하자마자 훈화 말씀이냐.”
주위를 둘러보니 검은색 베이스에 금색 테두리 데코레이션이 예쁘장한 스텔라 아카데미 고등부 교복을 입 은 학생 천여 명이 오와 열을 맞춰 정렬해있다.
몇 번 정도 스토리를 재탕한답시고 자주 봤던 광경이었다.
이곳은 스텔라 아카데미의 입학식 이었으니까.
’……진짜 기분 이상하네.’
3D 게임 속에서 봤던 장면이 지금 은 이렇게, 완벽한 현실이 되어버렸 다. 학생들 하나하나가 정말 살아 숨 쉬고 있었고, 모두가 감정을 가 지고 있었다.
나는 슬쩍 시선을 돌려 풀레임이라 는 소녀를 찾았다.
아니, 찾으려고 했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사랑스러운’이 라는 수식어가 세계에서 가장 잘 어 울릴 것 같은 그 흑단발의 소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뭐, 뭐야?’
당황하여 시선을 잽싸게 돌렸다.
눈을 마주친 것은 그렇다 치고, 왠 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것 같은 느낌이…….
아니지. 기분 탓이야.’
나는 그리 생각했다.
이 무슨 10대 사춘기 소년 같은 발상인가? 우연히 눈을 마주쳤다고 소녀가 나만 바라보고 있다고 착각 하고, 나를 짝사랑하는 게 아닐지 고민하고. 참으로 풋풋한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나이를 먹을 대로 먹 은 성인.
그런 망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야야, 저기 공주님이셔…….”
“아름다우시다…….”
“..
그렇게 생각했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만 주위로 시선 이 쏠렸다.
아돌레비트의 공주이 スト, 훗날 반드 시 죽는다는 결과를 갖고 있는 소녀 홍비연과 이 세계의 ‘가짜 주인공’ 이라 불리는 에이젤 모르프까지.
자신의 바로 뒤쪽에 서 있는 게 아니던가?
뭐지? 내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소녀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언뜻 스 쳐 지나갔다.
‘반칙이잖아요! 원래의 시간에서 만남을 갖기 전까지는 접촉하지 않 기로 철저하게 정했는데에……!’
‘야, 이 자식들아. 그런 말도 안 되 는 룰 정하면 나는 어쩌고? 원래대 로라면 나는 백색의 마녀랍시고 이 공간에 수년 동안 갇혀 있단다?’
‘그럼 그 이공간으로 다시 돌아가 시든가!’
‘뭐어, 학교가 다르단 이유로 아직 이곳에 오지도 못한 엘프도 있으니 까 그런 셈 치고 넘어가자구?’
‘나 있는데?’
‘제, 젤리엘?! 당신은 별꽃나무로 돌아가라고!’
‘그런 게 어딨어?’
왠지 처음 보는 백색 머리칼의 소 녀와 금색 눈동자의 엘프가 텔레파 시로 떠드는 것을 본 나는 의아함을 느꼈다.
‘저런 애들이 있던가?’
저렇게나 눈부시게 예쁘다면 게임
속에서도 틀림없이 묘사가 되었을 텐데, 묘하게 낯설다. 비슷한 인상착 의라면 다른 학교나 다른 장소에 등 장인물로서 존재하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저 텔레파시 대화 를 전부 들을 수도 없었고, 맥락을 파악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은세십일월께서 말씀 하셨어요. 시간이란 절대적이기 때 문에 저희가 충격 찜질을 계속하면 미래의 기억을 되찾을 수도 있다고. 멋지게 등장해서 그를 끝내주는 방 법으로 도울 방안을 제가 몇 개 구 상했는데….’
,충격 찜질이 아니라, 충격 요법.,
‘너, 안 보던 사이에 어휘력이 상 당히 싸구려가 됐다?’
’다, 당신이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몇 개월이나 표류해 보든가요!’
바로 뒤쪽에서 에이젤과 홍비연이 말다툼을 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무언가 이 세상이 단단히 잘못되었 다는 느낌을 받았다.
홍비연과 에이젤이라는 등장인물 이…… 원래 저렇게 친하던가?
진짜, 진심으로.
모르겠다.
‘살짝만 훔쳐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살짝 고개를 뒤 쪽으로 돌렸고.
“……아, 안녕?”
“H上, 분1フト워??”
“우린 아무것도 아니란다?”
“맞아. 우리는 병풍이야.”
왠지 모르게 화들짝 놀라며 나를 향해 방긋 웃어 보이는, 눈부신 미 모의 다섯 소녀와 눈을 마주쳤다.
다시금 황급히 시선을 앞으로 돌린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간신히 진 정시키겨 머릿속을 새하얗게 비웠다.
’……뭔가 잘못됐어.’
그런데, 뭐가 잘못되었는지.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는 깨닫지 못 하였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지금부터는 새로운 이야기 가 시작되었기에…….
-Epilo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