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my of the Greatest Psychic Ever RAW novel - Chapter 340
338 – [■■■회차] 끝내지 못한 자의 말로( )
7회차의 기로에서 민지를 죽이고 함께 죽는 것으로 ‘다음 번 민지’를 구한다고 결심했을 때, 내 운명은 격
변하였다.
처음 몇 번은 나름대로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종종 발생했지만 그 이상으로 내가 지
닌 무력과 경험이 뛰어났기에 승승장구를 거듭할 수 있었다.
“도령. 이제 회귀는 그만해. 천시연 가주가 불길한 미래를 봤어. 정말로 불길한 미래야.”
“괜찮아. 난 회귀자야. 뭐든지 할 수 있고, 어떤 미래라도 극복할 수 있어. 만약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전부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야. 네가 모르는 기억도 내가 되찾아줄게.”
“…….”
그 일이 벌어진 것은 13회차였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14회차였을지도 모른다.
▷초능력 발동
▷이민지가 당신의 모든 기억을 물려받았습니다.
민지는 평소처럼 눈물을 흘리지도, 나를 안아주지도 않았다.
대신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뒷걸음질 쳤다.
“왜 그래? 나야, 도령이라고. 기억이 전해지지 않았어?”
“다 봤어. 당신이 어떻게 나를 여기는지도. 또 때가 되거든, 어떤 계기로든 나를 미워하게 되거든 ‘다음 민
지’를 찾으러 갈 거잖아. 날 내버려둬. 더는 버림받고 싶지 않아.”
“민지…? 왜 그래.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난 널 버리지 않아. 이번 회차는 이제 막 시작이잖아.”
민지는 내게서 달아났고, 나는 그녀의 도주를 도운 모든 이들을 죽였다. 올드 원조차도 단신으로 해치울
수 있게 된 지금의 내게 더 이상의 방해물은 없었다.
“널 위해서 국가를 멸망시킨 횟수만 다섯 번이야. 그중 두 번은 너도 함께 했잖아.”
“저리가, 이 괴물! 난 네 소유물이 아니야!!”
“괴물이라니, 그거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겠지?”
“네가 죽였어. 아카데미의 모두를!”
“어쩔 수 없었던 거 알잖아. 그 회차에서는 쓸데없이 감이 좋은 하정아가 내 존재를 눈치 챘고, 아카데미
의 생도들은 장차 막강한 강적이 되었을 거라고.”
나는 필사적으로 해명하려 시도했지만 민지는 듣지 않았다.
결국 이때의 회차에서 나는 민지와 이어지지 못했다.
-김다연 루트(적의, 진행도 C, Bad End) : 3840점
가장 큰 점수를 제공하던 루트점수에서 저조한 점수를 얻은 결과, 최종 클리어점수는 페널티시스템이 가
하는 마이너스 포인트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회차정산을 끝마친 시점에서 소지 포인트가 마이너스가 된 순간, 내 회귀자로서의 인생의 내리막길이 시
작됐다.
▷강화된 페널티 발현!
▷당신의 업보(포인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마다 해당수치에 상응하는 무작위 부정적 변인요소가 추
가되는 상태로 회차를 시작합니다.
▷이는 세계가 당신의 악행을 기억하며 발현하는 회귀자 제거 시스템의 2단계 페널티입니다.
▷이번 회차의 무작위 부정적 변인요소로 [짐승의 왼팔]이 추가되었습니다. 당신의 왼팔은 이제 몬스터
처럼 흉측하고 비대해집니다.
▷Tip>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종포인트가 플러스가 되도록 노력하십시오. 변인요소는 회차가 진
행될수록 점점 누적되며 늘어납니다.
나는 악인들을 죽이고 현존하는 모든 탑을 정복했다.
세계의 구원자로 이름을 떨치고 만인의 우상이 되었다.
그러나 민지의 사랑을 받을 수는 없었다.
최종정산포인트는 6회차만큼도 되지 못했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괴물을 죽이고, 강해지고, 그런 건 전부 부가요소일 뿐.
시스템이 가장 높이 평가하는 건 사랑이었다고.
민지에게 버림받은 시점에서 내 회귀자로서의 삶은 파탄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17회차의 무작위 부정적 변인요소가 추가..
▷21회차의 무작위 부정적 변인요소가 추가..
▷39회차의 무작위 부정적 변인요소가 추가..
괴물처럼 변해가는 나를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는 회차에서는 간신히 현상유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조차도 점점 한계를 맞이했다.
▷민간인살해 지불 포인트 : -5,220P
▷마이너스이자 지불 포인트 : -17,300P
▷히로인구원실패 지불 포인트 : -4,000,000P
▷회차진행 지불 포인트 : -400,000,000P
▷기존 포인트 : 103,011,000P
▷총 차감 포인트 : -404,022,520P
▷최종잔여 포인트 : -301,011,520P
회차가 늘어날수록 차감되는 회차진행 지불 포인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는 노력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달성할 수 있는 업적도 사라져서 포인트의 수급도 힘겨워졌고, 최종 마이너스 포인트의 크기가 커질수록
다음 회차에서 치러야하는 부정적 변인요소도 점점 심각해졌다.
▷이번 회차의 무작위 부정적 변인요소로 [몬스터 코어]가 추가되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몬스터입니다.
소통조차 불가능한 존재로 전락했을 때부터 회차 시작은 평화로운 생도시절로의 복귀가 아닌 시급히 탈
출해야 할 적진 한복판으로 변화하였다.
더는 인성이니 한때의 영웅으로서의 자존심 따위를 챙길 상황이 아니었다.
▷를 10P에 구매하였습니다.
▷를 10P에 구매하였습니다.
▷를 10P에 구매하였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고, 국가를 멸망시켰다.
언젠가 올드 원은 내게 말했다.
“이계에도 새로운 마왕이 탄생했구나. 오오, 이 저주받은 세계로부터 죽음은 유일한 안식이 될지어다…”
몇 번의 회차에서는 한국을 멸망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한 포인트를 벌고 그 다음 회차는 부정적 변인요소
가 없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강해지는 페널티와 늘어나는 회차는 차감되는 포인트를 늘렸고, 한국으로는 부족해졌
다.
▷를 10P에 구매하였습니다.
인간성을 완전히 저버리는 괴물의 방식으로 삶을 연명하는 내게 회귀자 시스템은 추악함을 강요하는 대
신, 보다 직접적이고 파멸적인 페널티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번 회차의 무작위 부정적 변인요소로 [잠재근력 감소]가 추가되었습니다. 당신의 근력은 더 이상
100 이상으로 늘어나지 못합니다.
언제나 다음이 있다고, 끝나지 않는 삶과 새로운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고 여겼던 내게 어느덧 회귀는 저
주가 되었다. 이제는 제발 회귀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간신히 뇌리에 치민 탁기와 흉성을 제거했을 때,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이 한 회차에서 살해한 민간인의 숫자가 10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회귀자 제거 시스템이 3단계에
진입합니다.
▷강화된 페널티 발현!
▷회차가 진행될 때마다 당신과 가장 깊은 인과를 쌓은 인물이 세계의 기록에서 배제됩니다.
욕망을 앞세워 내 좋을 대로 세상을 살았던 결과가, 업보가 돌아왔다. 나를 구할 수 있었던 그녀들은, 내
손으로 구하고 내게도 구원을 돌려줄 그녀들은 세상에서 사라져있었다.
연인들이 사라지고 동료들이 사라졌다. 이번이 몇 번째 회차인지도 모르고 그저 폐인처럼 우뚝 멈추어 섰
다.
‘다 끝내고 싶어.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괴로워. 회귀는 이제 싫어.’
누적된 부정적 인과는 어느덧 내가 발을 디딘 땅을 능력폭주에 의한 접근금지구역 수준으로 파괴하였다.
파괴만을 일삼아왔던 내게 더할 나위 없이 걸맞은 페널티였다.
누구도 내게 접근하지 않았고, 나 역시 더는 누군가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누구라도 좋으니 그저 날 죽여
주길 바라서 극단적인 선택마저 저질렀다.
▷에 10,000,000P를 지불합니다.
▷올드 원이 ■■회차의 적대관계와 감정, 기억 등을 떠올립니다.
▷랜덤한 긍정적 인과가 발현되었습니다.
올드 원은 자신의 세계정복을 방해할 강력한 변수인 내 존재를 꺼려하였다. 이미 몇 번의 회차를 이런 식
으로 끝냈기에 당연히 날 죽여주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자력으로 탑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났지만, 올드 원은 나를 인생이라는 속박에서 해
방시키지 않았다.
“네놈은 더 이상 내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눈치 채지 못했나? 페널티로 인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그 신체
를.”
“!!”
“회귀자 한도령. 죽음을 바라는 자에게 순순히 죽음을 베풀 거라고 믿었나? 죽고 싶을 정도의 괴로움 속
에서 평생을 발버둥 쳐라. 그것이 몇 번이고 내 대계를 방해해온 대가다.”
올드 원은 죽음보다 더 가혹한 삶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비를 베풀지 않은 것만으로 끝내
지 않았다.
“영원히 고통 받는 회귀자에 의해 몇 번이고 재생과 파괴를 반복하는 세계라. 이런 위험한 세계에 더는 머
무를 수 없겠군. 조악한 세계와 함께 멋대로 파멸하도록 해라.”
올드 원은 차원문을 열고 아예 지구를 떠나버렸다.
세계가 멸망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졌다.
그만큼 내가 죽음으로 구원받을 날은 아득히 멀어졌다.
“…….”
아카데미 시설부지 전체를 둘러싼 거대한 격리감옥. 이상현상 그 자체로 변해버린 나를 둘러싼 인간들의
장벽과 함께 나는 그저 그곳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무기질처럼 적응했다.
이번 회차에 그랬듯이 다음 회차에도, 그 다음 회차에도 나는 고통받을 것이다. 그간 내 손에 살해당한 무
수한 민간인들이 겪어야만 했던 고통을 되돌려받듯이.
그런 가혹한 운명마저도 체념 비슷하게 받아들이던 어느 날, 장벽 너머에서 비명이 들렸다.
“마, 마녀다! 마녀가 왔다아아!!”
“가, 가까이 오지 마! 안 돼, 안 돼, 안 돼애애애!!”
처참한 비명과 총성,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마녀라는 이름에 문득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민지?’
피바다를 찰팍거리며 걷는 발소리는 여성의 것에 가까웠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대를 품어버
리는 내 앞에서 장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긴 검은 머리칼 아래로 불길한 붉은 눈동자를 지닌 여인과 눈을 마주쳤다.
▷히미코의 초능력 발동
▷당신의 정신은 이미 극도의 절망에 의해 파괴된 상태입니다. 마안의 효과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민지가 아니다.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내게 히미코가 다가왔다.
-그만. 나한테, 다가오지, 마.
“한..도령?”
-가까이, 오면, 부패할, 거야. 네, 신체가.
히미코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돌아가.
“안 돼. 이미 떠올려버렸어. 예전의 당신이 나를 구하려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2회차의 폭우 속에서 황금고블린이 열어버린 블랙게이트로부터 히미코를 구했던 때의 기억이라니.
너무 예전 일이잖아.
황당한 나머지 실로 오랜만에 웃음이 나와 버렸다. 괴물처럼 갈라진 성대로 흉측한 소리를 내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가서, 네, 인생을, 살아.
“이번엔 내 차례야. 당신이 날 구해줬어.”
-착각하지, 마. 내가, 구한 건, 네가 아닌, 다연이였어.
“그럼 왜 그때 나를 버리지 않고 함께 달렸지?”
-착해빠진, 회귀 초기, 였으니까.
지금의 나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히미코를 내던지거나 오히려 나 자신이 죽기 위해 블랙게이트에 뛰
어들겠지.
-네가, 기억하던, 한도령이라는, 남자는, 이미, 죽었다.
여기에 있는 건 그저 망가지고 추악한, 어느 오래된 존재(Old One)에 불과하다. 올드 원이 떠나버린 세
계에 또 한 명의 새로운 올드 원이 되어버린 내가 있다.
나는 그저 끝내버릴 때를 놓쳐 회귀라는 이름의 영원한 고문에 시달리는 한 명의 실패자일 뿐.
“당신은 날 말릴 수 없어. 이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당신이 뭐라 하든 개의치 않아.”
히미코는 정말로 내 만류에도 개의치 않고 나를 구하고자 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각 조직의 몇 안 되는 회복계열 초능력자를 공포의 마안을 이용해 납치해오고 어떻게든 망가져버린 내 신
체를 본래의 인간의 형태로 되돌리고자 노력했다.
-소용, 없어. 지금의, 내게는, 이 모습이, 정상 상태니깐.
“거짓말. 이런 괴물의 모습이 정상일 리가 없잖아.”
-내 의지가, 어떻든, 시스템과, 내 육체는, 그렇게, 인식했다.
그러니 세계 제일의 의사나 고대 중국의 화타를 데려오더라도 나를 고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스템. 시스템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해?”
-포기해.
“포기하지 않아.”
-그럼 죽을 거야.
“차라리 죽고 말겠어. 한도령, 네가 이런 비참한 모습으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
이 없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왜 그렇게, 까지, 나를, 위해주는, 거지?
“은혜를 입었으니까.”
-지금만, 말하는 게, 아니야.
“2회차… 그때의 일을 말하는 거지?”
-그래.
히미코는 긴 머리카락 아래에 드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예전과 다름없이 음침하면서도 남모르
게 숨겨진 아름다운 얼굴이 설핏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너만이 나를 두려워하거나 꺼림칙해하지 않았어. 목숨을 걸고 죽을 위기로부터 날 구해줬어. 부모조차
도 해주지 못한 일을 한 남자에게 진심으로 반하는 건, 여자라면 당연한 일이야.”
-그런가.
“그러니 알려줘. 내가 당신의 비참한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좌절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줘.”
방법은 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방법을 수행할 수단이 내게는 없었다.
-탑을 정복하고, 소원을 빌면, 시스템의 페널티를,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
“탑…! 그 위험한 곳을 내가 정복할 수 있을까?”
-그러니, 포기해라.
이상현상 그 자체로 변해버린 나는 이곳에서 움직이는 일조차도 불가능해졌다. 탑을 정복한다면 그건 오
직 히미코 혼자만의 힘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민지도, 다연이도, 유아도, 제갈민도, 김철괴도, 이진태나 장규아, 로리 헤더웨이, 그 밖의 수많은 동료들
도 사라져버린 이 망가진 세계에서 말이다.
“하겠어. 그러니 더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만 해.”
-…….
“부탁이야. 마안능력자가 강해지는 방법을 알려줘.”
아마도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는 회차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길어야 한 번 내지는 두 번.
맞잡은 손의 온기를 인식하는 일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면…….
나는 히미코가 내민 손을 차마 뿌리치지 못했다.
긴 이야기도 에피소드 상중하 3편으로 마무리되겠네요.
무척이나 시원섭섭한 기분입니다 ㅠ
[■■■회차] 끝내지 못한 자의 말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