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Bureau Crazy PD is back RAW novel - Chapter 67
67화 – 대가리 닦고 기다려라!
육 년 전 어느 날, 미국 북동부를 여행 중이던 체리는 생각했다.
‘그만 방황을 끝내자.’
친아빠(제이든 핑크)도 새 출발을 했으니 걱정을 덜었고, 엄마랑 새아빠(강인중)와도 앙금을 풀고 싶었다.
플루토로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승아 언니는 DJ를 쭉 할 생각인 거 같고···. 나윤이는 배우로 열일 중이던데···.’
그나마 설희는 계속 가수를 하고 있지만,
넷이 워낙 안 좋게 갈라서서···.
‘일단 얘기는 해봐야지.’
그리고···.
‘차 작가님도 만나서···.’
약속을 지킬 생각이다.
대본은 이미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었다.
‘마왕 한경희’의 주인공···.
‘···내가 맡는 거야!’
그녀가 있던 지역에는 한국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없었다.
그래서 직항편이 있는 공항으로 가려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 교복을 입은 귀엽게 생긴 소년이 다가오더니,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
‘한국인인가?’
반가웠지만 아는 척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비행기가 이륙했고···.
···추락했다.
생존자는 두 명.
체리와 그녀 옆에 앉았던 소년뿐이었다.
천운이었지만···.
둘 다 큰 부상을 입었다.
소년은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고, 체리는 두 다리를 못 쓰게 됐다.
언론에서는 비행기가 추락했고 한국인 유학생과 캐나다인 여성이 기적적으로 생존했다고 보도됐다.
그렇게···.
체리는 절망의 늪에 빠졌다.
친아빠가 와서 그녀를 간호했고, 그 이후 외할머니(김복자 회장)가 비밀리에 왔다.
“할머니, 엄마나 새아빠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체리야, 어떻게 이런 걸 비밀로 해···.”
“두 분이 저 때문에 슬퍼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견딜 수 없을 거 같아요···.”
“체리야···.”
“부탁드려요···.”
“알았다. 그리고 필요한 거 있으면 민철이(윤민철 이사)한테 연락해라. 입이 무거운 녀석이니···.”
“알겠어요.”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많은 이들이 그녀를 찾았지만, 할머니 도움으로 잘 넘길 수 있었다.
물론 몇 명과는 연락했다.
그중 한 명이 윤신라였다.
연락하게 된 이유는 대충 이랬다.
└신라 언니: 이 년아! 이 년이나 톡을 씹냐?
└신라 언니: 나 내일 예능 출연하거든? 거기서 우리가 나눴던 은밀한 비밀을 폭행할 거야!
└신라 언니: 나 노빠꾸 미친년인 거 알지? ㅋ
└신라 언니: ㅅㅂ 뒤 없다.
└유체리: 하지 마! 말하면 죽여 버릴 거야!
└유체리: 그리고 폭행이 아니고 폭로야!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재활 치료해도 다리의 감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치료도 중단하고···.
그녀는 잠적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본 TV에···.
한설희가 출연한 걸 봤고···.
미친개라는 복면 남자가 마이크를 잡더니···.
[유체리 나와.]그녀를 찾았다.
체리는 고민했다.
그동안 외면했던 것들이···. 그녀를 부르고 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결심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민철 오빠. 저 체리에요. 부탁이 있는데요. 미친개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
.
.
블랙 캣츠 엔터, 윤민철 사무실.
윤민철은 유체리의 전화를 받으며 미간을 좁혔다.
“미친개를 만나고 싶다고? 그게 누군데?”
[저도 잘은 몰라요. ‘개나리의 노래꽃밭’에 나온 기타리스트인데···.]그는 힐끗 TV로 시선을 돌렸다.
음소거 된 TV에선 기타를 치고 있는 진돗개 복면의 남자가 보였다.
바로, ‘개나리의 노래꽃밭’에 출연한 미친개였다.
‘유체리가 강동수를 찾다니···. 이건 좋지 않은데···.’
유체리는 계속 절망의 늪에 빠진 채로 지내야 한다.
그게 모두가 바라는 거다.
그런데···.
‘미친개···. 사사건건 거슬리게 하는군.’
그는 체리한테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고 말했다.
“알겠어. 일단 수소문해볼게.”
[고마워요. 최대한 빨리 부탁해요.]“응. ···몸은 좀 어때?”
[···똑같죠. 뭐.]“그래, 몸조리 잘하고.”
통화를 끝낸 그는 TV를 보며 생각했다.
‘유체리의 부탁을 안 들어줄 순 없어.’
그랬다간 김복자 회장의 눈 밖에 날 게 뻔하다.
그렇다고 그냥 들어주는 건 그에게 너무 손해다.
‘내가 손해를 입지 않는 방법···.’
그때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래, 그러면 되겠군.’
그는 레아의 매니저 노소리 실장에게 전화했다.
[네, 대표님.]윤민철은 아직 대표가 아니지만, 그의 라인을 잡으려는 사람들은 그를 대표라고 부른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미친개 PD···. 연락처 알고 있죠?”
= = = = = = =
신성 문화 예술 회관, 주조종실.
‘개나리의 노래꽃밭’ 메인 PD 홍두식은 벌떡 일어나, “유체리 나와!”라고 소리치는 동수를 가리키며,
“저, 저, 저 자식이 당장 끌어내! 미친 XX! 남의 프로그램을 망치려고 작정해도 유분수지!”
AD와 FD가 일어나려는 순간, 다리를 꼬고 앉아 무대를 지켜보던 임혜숙이 말했다.
“놔둬요.”
그러자 AD와 FD가 움찔하며 멈췄고, 홍 PD와 임혜숙을 번갈아 봤다.
홍두식은 임 작가한테 빽! 소리쳤다.
“뭘 놔둬!? 강동수 저 XX가 우리 방송을···.”
임혜숙은 스마트폰을 내밀며,
“시청자들 반응 좋아요. 댓글들을 보세요.”
└미친개라더니, 진짜 미친개네? ㅋㅋ
└노래꽃밭에서 오랜만에 재밌는 놈 섭외했네.
└기타 잘 치는 미친놈 등장 ㅋㅋ
└시원시원하네.
└나도 유체리 엿 같았음. 걔 때문에 플루토 해체한 거 잖아.
└딱히 체리 때문은 아님. 체리는 혼자 은퇴한다고 했는데, 남은 멤버들이 갈라선 거임.
└한설희 혼자 계속 가수하는 거 보면 모름?
└유체리는 모르겠고, 윤승아나 박나윤한테 플루토는 유명해질 수단이었다는 거지.
└한설희만 불쌍하네.
└플루토···. 그리운 이름이네.
└근데 미친개는 뭔데 유체리를 찾는 거임?
└한설희 애인인 듯.
└느낌이 애인은 아닌 거 같은데···.
└다 시끄럽고, 그냥 노래나 했으면 좋겠네.
홍두식 PD는 댓글 반응을 보고 움찔했다.
플루토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많지만, 확실히 나쁜 반응이 아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이건 인터넷이고! 방청객들 반응은···.”
그때였다.
[와아! 멋지다!] [형! 쏴라있네!] [꺄아아! 설희 씨를 뺏어간대!] [휘이이익! ‘내 여자라X까’ 불러주세요!!!]방청객들이 미친개를 향해 환호하기 시작했다.
홍두식은 당황한 표정을 했다.
그때 임혜숙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좋기만 하네요.”
“끄응···. 임 작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방송 사고야. 대본에 나온 토크 내용은 방송 관계자라고 소개해서 궁금증을 유발하기로 했잖아.”
임혜숙은 핫초코를 꼴깍 한 모금 마시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어때요? 대본대로만 하면 뭔 재미에요.”
그러자 서브 작가와 막내 작가가 속삭였다.
“지난주에 배드맨즈 나왔을 땐 대본대로 안 한다고 쥐잡듯 잡지 않았나?”
“맞아요. 지난번엔 나리 MC가 멘트 틀렸다고 해드락 걸면서···.”
임혜숙이 인상을 팍! 쓰더니,
“이것들아, 다 들린다!”
“헤헤···.”
“조용히 떠들게요~”
임 작가는 혀를 찬 뒤에 홍두식을 보며 말했다.
“홍 PD, 좀 더 지켜보자고요. 그래도 무대 좋잖아요. 한설희 컨디션도 좋은 거 같고요.”
“그렇긴 한데···. 젠장! 하여튼! 강동수 저 XX 또 저러면 끌어내릴 거야!”
“알겠어요. 그땐 제가 올라가서 끌고 내려올게요.”
홍두식은 당황했다.
지금은 말을 강하게 한 거뿐이다.
시청자나 방청객 반응이 이렇게 좋은데 끌어내리면 국장님한테 멱살 잡힌다.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임 작가한테 말했다.
“아니, 임 작가가 나설 필요까진···.”
임혜숙은 막내 작가를 불렀다.
“얘.”
“네! 작가님!”
“미친개한테 플루토 얘기 또 꺼내면 보신탕으로 만들어버린다고 해!”
“네~! ···에? 저, 정말 그렇게 전해요?”
임 작가는 빙긋 웃더니,
“왜? 안 돼?”
“아, 아뇨! 다녀오겠습니다아~!”
막내 작가가 후다닥 주조정실에서 나갔다.
홍 PD를 비롯한 다른 스태프들은 임 작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임 작가, 열 받았던 거야?’
‘기분 좋아 보였는데···.’
‘사실은 칼을 갈고 있었나 보네.’
‘입 다물고 있자.’
‘홍 PD님도 눈치 보네···.’
‘S본부 ‘케이의 악보’에서 임 작가한테 러브콜 보내고 있다잖아. 놓치지 않으려면 설설 기어야지.’
‘부럽다. 탑 클래스 작가···.’
임혜숙은 쓸데없는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핫초코를 다시 홀짝였다.
그녀는 무대에 선 동수를 보며 중얼거렸다.
“연주 실력이 보통이 아니네. 밴드부 했다는 말이 진짜이긴 한가 보네. 노래는 더럽게 못 부르면서···.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라···.”
한설희와 동수의 무대를 바라보는 그녀는 묘한 눈빛을 했다.
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재밌네. 괜찮은 아이템이야. 밴드···. 밴드라···.”
그리고 미친개는 더는 미친 짓을 하지 않고, 기타 연주에만 열중했고,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는 포털 사이트 검색어 탑텐에 들었다!
= = = = = = =
‘한설희와 미친개 밴드’ 무대가 끝나고···.
동수는 대기실로 들어와 복면을 벗으며 소파에 앉았다.
“더워 뒈질 뻔했네. 뭔 난방을 그렇게 빵빵 틀어놓은 거야?!”
그러자 가온이 말했다.
[땀을 너무 흘렸다. 수분을 보충해라.]‘좀만 쉬고···. 손가락 까닥할 힘도 없어.’
[알았다.]그때 대기실로 한설희가 들어왔다.
“강 PD님, 고생하셨어요! 정말 굉장했어요!”
“하하, 제가 뭘···. 고생은 설희 씨가 했죠.”
“아뇨! 전 강 PD님 덕분에 전혀···.”
그녀는 말하다가 조금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었다
동수도 그녀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체리 언니에 대한 것도···.”
“제가 멋대로 나서서 죄송합니다. 그냥 토크로 하면 화제가 될 거 같지 않아서···.”
“아뇨···. 죄송하긴요. 오히려 제가 죄송해요. 괜히 우리 플루토 때문에···.”
동수는 ‘우리’ 플루토라고 하는 한설희가 굉장히 안타깝게 느껴졌다.
다른 팀원들도 과연 플루토를 우리라고 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괜한 생각하지 말자.’
그때 한설희가 조금 부끄러운 듯···.
“그런데 강 PD님···.”
“네?”
“미친개 밴드에서 절 뺏어간다는 거···.”
“아, 그건···.”
그냥 유체리를 도발하려고 지른 거였다.
실례했다고 생각하며 한설희한테 사과하려는데···.
“···기뻤어요. 그때처럼···.”
“네? 그때라니 무슨···.”
그 순간, 장도리 매니저가 들어오더니,
“설희야, 의상 반납해야지! 아! PD님~ 고생하셨어요~! 오늘은 소고기 쏘겠습니다! 제가 요 앞 식당을···.”
“아, 네···.”
동수는 어색하게 대답하며 한설희를 쳐다봤다.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동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그때라니···. 뭔 말이야?’
-띠리리
이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동수가 고개를 갸웃한 순간, 가온이 말했다.
[···데이터 검색···. 블랙 캣츠 윤민철 이사다.]“······!”
동수는 한설희와 장도리에게 양해를 구한 뒤, 대기실 밖으로 나와서 전화를 받았다.
[강동수 PD님, 오랜만입니다. 블랙 캣츠 윤민철입니다.]“뭔 일입니까?”
[돌려 말하는 거 싫어하시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거래하고 싶습니다.]“거래요?”
“······.”
[어딨는지 알려드리죠.]“······.”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이번 뮤직 대전···. 우리 블랙 캣츠 가수를 아홉 팀 이상 출연시키세요. 그리고 1부 출연 순서는 제 뜻대로 짜게 해주시고···.]“야.”
[···뭐라고 했습니까, 지금?]“귓구멍 막혔냐? 야라고 했다. 이 신발 쉐리야!”
[······.]“너는 방송이 우습냐? 뭐? 아홉 팀? 출연 순서를 네 맘대로? 장난치냐!?”
[당신···. 지금 나한테···.]“유체리 어딨는지 알려준다고? 야! 됐어! 필요 없고! 너 어딨는지나 말해!”
[···그건 왜 묻습니까?]동수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더니,
“왜긴? 네 대가리 박살 내러 가려고 묻지!”
[······!]“대가리 닦고 기다려라! 이 XX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