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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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
제주도의 언데드들은 공격대가 남색 괴물 사냥을 성공한 시점부터 급속도로 밀리기 시작했다. 군주가 죽은 순간부터 그들의 최후는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본 드래곤은 급속도로 힘을 잃어가다 마침내 명을 다하고 무너졌다.
쉐도우 로드는 끝까지 날뛰다가 천족 장군들의 손아귀에 걸려 빛 속에서 소멸했다.
늪의 대정령은 그 특성상 잘 죽지를 않아 어쩌다 보니 사로잡히게 됐는데, 보고를 받은 세현의 명령으로 레야에게 모종의 마법적 금제를 당한 후 제주도에 풀려났다.
놈을 다시 풀어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제주도는 언데드들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어 꽤 오랜 시간 동안, 레야의 예상대로라면 적어도 십 년은 사람이 거주하기 부적합한 땅이 되었다. 그리고 늪의 대정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별다른 자원 없이도 정령계에서 자신의 수족들을 소환해낸다.
당연하게도 그놈들을 죽이면 룬을 얻을 수 있다. 어차피 사용할 수 없는 땅에 늪의 대정령을 풀어놓음으로써 일종의 룬 수급처인 던전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 룬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지금도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는 신규 전투원들이 전투경험을 쌓을 수도 있었으니, 제주도는 크로나드 숲과 미로 협곡에 이은 세 번째 사냥터가 되는 셈이었다.
토벌대는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제주도를 돌며 마지막으로 남은 언데드들을 청소하는 시간을 가진 후 귀환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영환이 이끄는 해오름 길드 역시 혼슈 섬 청소를 마무리지었다.
그렇게 제주도 언데드 토벌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더 이상 동아시아에는 남색 등급 이상의 강력한 괴물이 남지 않게 됐다.
이제 류한이 치중하기 시작한 것은 내정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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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돌아온 혜진이 간단한 보고와 함께 세현에게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묵빛의 가느다란 팔찌, 세현이 마계에서 페하브와 대결하고 마신에게 얻은 1회용 아이템이다.
[대공의 약조(유일함): 단 한 번, 일정 시간 악마대공 페하브를 소환한다.– 마계의 다섯 악마대공 중 하나인 학살자 페하브의 약조를 담은 팔찌. 검신과의 결투의 대가로 마신이 직접 제작하여 넘겼다. 소환된 악마대공은 착용자를 죽음에서 보호해주나, 그 이상의 무엇을 해줄지는 그녀 마음이다. 인연이 없는 자가 사용했을 경우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장담할 수 없다. – ]
세현이 그녀를 공격대에 포함시킨 것이 추락한 천사의 눈물과 레야의 특제 보호 아티팩트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대공의 약조 아이템이 없었다면 그녀를 공격대에 넣는 일은 없었을 거다.
아무리 실전이 중요하다지만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애초에 전력감으로 써먹으려 영입한 다른 이들과 철저히 보호할 대상인 혜진은 경우가 달랐다. 류한이 만들어진 동기와 이유 반 이상이 그녀 때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악마대공 페하브는 강하다.
설령 세현이 상대했던 그 수호룡이나 악마가 되살아온다 해도 페하브보다 강하진 않다. 그렇기에 죽음의 군주를 상대하는 공격대에 혜진을 넣을 수 있었던 거다.
“상당한 희생이 있었어.”
“알겠지만, 무의미한 희생이 아니야.”
혜진이 어떤 마음으로 그 말을 꺼냈고 왜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지도 안다.
하지만 누누히 말했듯 필요한 일이었다.
이번 남색 등급 괴물 토벌로 류한이 얻은 것은 결코 작지 않다.
핵심 간부들을 포함한 정예 공격대가 자신들의 힘으로 무려 남색 등급 괴물을 잡았다는 자긍심과 경험, 그것은 기회가 닿지 않고서는 아무리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도 얻을 수 없다. 앞으로 류한이 보다 강해지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른 전투원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커다란 작전에 참여하여 언데드들을 상대로 대규모 전투를 경험하고 마침내 승리를 거머쥐었다.
승리에 대한 경험과 기억은 많으면 많을수록 모두를 보다 강하게 만들어준다. 위기의 순간에서도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뭉쳐 대항할 힘을 낼 수 있게 해준다.
동맹세력인 다르바드 샬란들과의 첫 연합작전이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여태까지 서로 주고받은 도움이 적지 않지만, 그 유용성 만큼 서로가 강력한 힘을 갖춘 꼭 필요한 동맹임을 확인했으니 보다 유대가 깊어질 게 분명하다.
모든 집단은 피를 마시며 자란다.
그것의 적의 피든 아군의 피든.
목숨은 소중하므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겠답시고 하나부터 열까지 세현이 전부 도맡아 처리해왔다면, 류한은 결코 지금처럼 강해지지 못했다. 지금처럼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까지 그가 나서기 시작한다면 왕국은 짐덩이에 불과하다.
간단한 이치다.
전투원은 싸워야 전투원이고 싸움을 하면서 희생이 없을 수는 없다. 모든 일을 세현이 직접 해결할 생각이었다면 애초부터 류한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잘했어. 대공의 약조는 더 중요한 상황에서 쓸모가 있을 거야.”
세현은 누이를 진심으로 격려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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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다.
스마트폰이 개발됐다.
그리고 그 스마트폰이 가동하는 정보통신망이 개발되어 왕국 전역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레야가 개발해내고 그동안 열심히 설치해오던 마력저장기, 팔렌니움을 통해서였다.
개발된 스마트폰은 기존의 것과 제조공정서부터 확연히 달랐다. 외관은 얼추 비슷했지만 화면과 작동방식은 마법을 통해 이뤄진다. 인류가 발전시킨 과학이 들어가는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 핵심 매커니즘은 마법이었다. 그게 더 편하고 빠르고 효율적이니까.
스마트폰은 류한에서 생산하는 것과 계약을 맺고 생산 외주를 준 클랜들이 생산하는 것이 있었다. 기능은 비슷비슷하고 외관만이 조금씩 달랐는데, 류한 왕국의 직속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 전투원들 및 생산직들이 사용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사용하는 것과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외관도 달랐고 기능에서도 접근권한이 필요한 별도의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만들어지고 얼마 후, 자동차를 대체할 탈것들이 도로 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보이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게도 기존의 자동차들이었다.
다만 기름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닌 개조한 마력엔진으로 돌아가는 것들이었는데, 연비가 별 좋지 않아 각성자가 수시로 마력을 충전해줘야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운송수단으로써 쓸모가 많았다.
그것들 다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류한 왕실에서 직접 개발해낸 바퀴 없는 차량들이었다.
마도공학자들에 의해 부양마법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마법적인 추진력과 제동력으로 움직이는 그것들은, 외관부터가 세련되고 우아하기까지 해서 처음보는 사람들의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들었다.
바퀴가 있는 기존의 차량들보다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우월한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연비 역시 기존의 차량들을 개조한 것과는 비교를 불가했다. 사람이 타고 다닐 수 있는 것부터 무거운 짐을 옮기는 트럭까지 종류와 형태도 꽤 다양했다. 일반 핵심부분만 해결되면 외관과 형태를 바꾸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다.
그 다음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들은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호버보드였다.
스케이트보드 같은 판에 바퀴 없이 부양마법을 통해 뜬 상태로 움직이는 것들인데, 매우 위험해서 어지간히 실력이 있거나 담이 세지 않다면 탈 수 없는 물건이었다.
속도가 매우 빠르고 허공 30미터 이상 떠오를 수 있어 그 쓸모를 눈여겨본 세현이 전투원들에게 보급하기를 결정했다.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숙달된다면 전투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어쩌면 그동안 정립했던 전투 매뉴얼을 상당부분 개편해야 할지도 몰랐다.
류한 전투원들의 무기에 관련해선 사격수들이 사용하는 총기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언제까지 K2와 K3 등의 기존 총기들을 사용할 수는 없다. 류한 정예 사격수들이 사용하는 KS11역시 마찬가지다. 무기라는 건 사용하다 보면 어떤 이유로든 고장이 나기 마련인데, 현재 류한은 그렇게 고장난 총기들을 수리할 능력이 부족했다. 기존의 총기 생산라인을 활용하는 게 여러 이유로 어렵기 때문이다.
총기를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언데드 토벌작전이 시행되기 전부터 마도공학자와 마법사, 연금술사와 대장장이, 별 관계가 없을 듯한 세공사들까지 끼어들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것이 마침내 결실을 맺어 새로운 소총이 개발되었는데, 무려 다른 류한 시리즈 아이템들처럼 희귀함 등급이었다.
[류한의 돌격소총(희귀함): 마력탄환 생성에 소모되는 마력을 절반으로 감소시키며 쏘아진 마력탄환의 관통력을 10% 추가한다. 손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착용자의 마력을 흡수해 스스로 복구된다. 전투 중 상대의 공포심을 흡수해 암흑 속성피해를 최대 50% 추가한다.– 류한 왕국의 전문가들이 수많은 실패와 개선을 거듭한 끝에 개발해낸 마법돌격소총. 제련 과정에서 베르제크의 심장으로 인한 악마의 숨결이 깃들었다. – ]
기존의 소총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라면 더 이상 5.56mm 탄환을 장전해 발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심히 무기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지만, 어쨌든 단점은 아니었다. 노란색 등급 이상부터는 일반적인 납탄이 통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5.56mm 탄 자체가 바닥나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
그 돌격소총의 개발을 시작으로 마력포를 개발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모두 사격수 직업을 가진 각성자가 사용해야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는 만큼, 기준은 사람 한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자연스레 기존의 전차와 같은 커다란 무기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기존 무기체계에서 아직 연구 중인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미사일이었다.
예전에 풍신 길드와의 싸움에서 김유린이 미사일 한 방으로 크게 재미를 본 적도 있고, ‘미사일’ 하면 떠오르는 위력을 제대로 구현할 수만 있다면 전투를 넘어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충분히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것을 주로 연구하는 것은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이었다. 특정 투사체를 날려 목표지점에 떨어트리는 것은 마법을 통해 해낼 수 있다. 핵심은 날려보낼 투사체에 장착할 ‘강력하고 파괴적인’ 폭탄이다.
각종 재료를 통해 만들어낸 투사체를 1회용으로 사용하게 되는 만큼, 그 비용의 소모가 전혀 아깝지 않을 위력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장기적인 연구였다.
그렇게 실용적인 개발과 연구들이 진행되는 한편, 한쪽에선 전혀 급하지 않고 오히려 비용만 엄청나게 소모되는 대규모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바로 왕국의 전 영토에 걸친 청소와 정비작업이었다.
크게는 버려진 건물들에서부터 방치된 차량들과 작게는 널린 쓰레기들까지 정리하는 일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막막하기까지 한 사업이었다. 에레도스 사태로 무너진 기존 문명의 잔재는 문자 그대로 어디를 가나 있었으니까.
그러나, 당장 급하진 않더라도 언젠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했다. 영원토록 무너진 문명의 잔재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이 대규모 정비사업의 주인공은 단연 건축가들이었다.
그동안은 별다른 건수가 없어 의도치 않게 놀고먹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사업을 기점으로 그들의 생활은 180도 변했다. 쓸모가 없는 건물, 미관이 흉한 건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건물들을 헐어버리고 새롭게 건물을 짓는 것이 그들의 몫이었다. 류한에 정식으로 고용되어 필요한 인력과 자재를 지원받기 시작하자 할 일을 찾은 그들은 무섭도록 열정적으로 일했다.
철저하게 짜여진 도시계획을 따라 위치와 미관을 신경 쓴 새롭고 튼튼한 건물들이 하나둘씩 들어섰다. 1층 짜리에서부터 10층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형태도 다양했지만 통일성을 해치지 않고 조화로웠다.
============================ 작품 후기 ============================
최근 머릿속에 내용은 있는데 별 이유도 없이 좀처럼 써지질 않아서 늦었습니다. (__) 여기서 연재주기가 더 늘어지면 안 되는데, 마음처럼 잘 되질 않으니 송구스러우면서도 답답하네요.
오늘 부모님 계신 집에 올라갑니다. 올라가서 딱히 일이 있지는 않으니 열심히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돌아오는 월요일에 업로드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한 번 부탁드립니다. (__)
여담으로, 어제 인생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대학생이라 학생예비군으로 갔는데 처음으로 조기퇴소라는 걸, 그것도 종합점수 1등으로 해봤네요.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