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EDOS RAW novel -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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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케르시타 토벌이 끝났다.
여왕이 머물던 거처는 공격대에 의해 샅샅이 조사되었다. 그 와중 발견된 쓸만한 아이템들의 수가 백여 개 정도였다. 대부분이 희귀함 등급 이상인 아이템이다.
모든 뒷정리가 끝난 후에는 전리품 분배의 과정을 거쳤다. 당연히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것은 세현의 류한 길드였다.
사실 기여도로만 따지면 세현이 대부분의 것을 독점해도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는 정말 중요한 것들만을 챙겼다. 희귀함 등급 정도의 아이템은 충분히 길드에서 제작이 가능하다. 괜히 욕심부릴 이유가 없었다.
그가 가져온 물건들은 총 네 개였다.
[세이라크의 눈(전설적): 원거리 무기에 부착시 투사체의 속도를 55% 증가시키며 공격력을 35% 추가한다.– 무적의 세이라크라 불리던 괴수의 눈동자에서 핵을 담당하던 기관으로, 주변 마력을 흡수하여 광선처럼 쏘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허나 이것을 신체에 이식할 생각이 아니라면 무기에 부착해 사용하는 편이 더 현명할 것이다. – ] [불완전한 여왕의 날개(유일함): 마력을 소모해 남색빛 날개를 얻어 비행이 가능해진다. 날개 생성 시 초고속 곡예비행 스킬이 발동한다.
*초고속 곡예비행(passive): 음속을 뛰어넘는 무반동 비행이 가능하다. 사용자를 노리는 원거리 공격이 감지될 때 움직임 속도가 25% 증가한다.
– 케르시타 종족의 꼭대기에서 군림하는 여왕은 주변 마력을 공명시키는 고유의 날개를 이용한 극적인 비행이 가능하다. 그들은 보통 비행과 동시에 수많은 마력의 칼날을 뿜어내어 적을 공격할 수도 있는데, 이 날개는 미성숙한 여왕의 것으로 공격능력을 상실한 대신 생존을 위한 비행능력이 좀 더 발달했다. – ] [진화의 정수(전설적): 복용자를 한 차원 높은 종족으로 진화시키는 정수. 단독으로 사용해도 좋으나, 진화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다른 물건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또는 생명체가 아닌 것에 사용하여 진화와 관련된 성능을 부여할 수도 있다.] [군단의 증표(전설적): 특정 집단을 이끄는 수장의 거처에 설치할 경우, 모든 구성원에게 충성심 강화효과와 열정 강화효과를 발동한다.
*충성심: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에 비례하여 모든 능력치가 최소 5%에서 최대 10%까지 증가한다.
*열정: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애정에 비례하여 경험치 획득량이 최소 5%에서 최대 10%까지 증가한다.
– 케르시타 제국의 심장부에 위치하는 그 상징. 모든 케르시타들은 이 조각상을 지나칠 때마다 여왕을 대하는 것과 같은 존경을 표해야만 한다. 집단을 위해서라면 스스로를 주저없이 희생하는 그들의 신념이 깃들어 있다. – ]
세이라크의 눈은 푸른색 젤리처럼 생겼다. 맑고 투명한 빛깔 덕분에 그 흐물흐물한 질감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다룰 수 있었다.
원거리 무기에 부착하여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미 주인이 정해진 물건이었다. 세현은 그것을 권태수에게 넘겼다.
그는 진심이 담긴 감사를 몇 번이나 남기고서야 자신의 KS11에 그것을 결합했다.
푸른색 젤리는 총에 닿기 무섭게 찰싹 달라붙어 퍼지더니 탄창 결합부 주변에서 단단하게 굳어졌다. 권태수는 신이 나서 얼른 실험을 위해 자리를 옮겼다. 멀쩍이 떨어진 그가 주변 허공으로 사격을 할 때마다 푸른빛이 번쩍이며 한층 빠르고 강해진 탄환들이 쏘아지는 게 보였다.
진화의 정수는 당장 사용할 데가 없었지만, 여왕을 잡고 나온 물건이고 워낙 좋아보이는 물건이라 챙겨놨다. 나중에 필시 사용할 데가 있을 것이다.
군단의 증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유용한 물건이었다.
허리까지 오는 높이를 가진 조각상으로, 세현이 직접 죽인 케르시타 여왕의 모습이 아주 정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재질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딱딱한 하얀색 물질이었는데, 아마도 여왕의 거처를 이루던 은회색 실들이 굳은 것으로 추측되었다.
마지막으로 불완전한 여왕의 날개가 있었다. 최후의 순간 볼품없이 말라 비틀어졌던 날개는 여왕의 죽음과 동시에 스스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서로 엉켜들며 뭉쳐 하나의 고리를 이뤘다.
은은한 남색빛이 도는 매끈한 감촉의 고리였다. 크기를 보면 팔찌로 사용하기 딱 적당했는데, 문제는 이것을 누구에게 주느냐였다.
세현의 생각으로 원거리 전투원에게 주면 딱 좋을 듯했다. 하지만 그러면 줄 만한 대상이 권태수밖에 없다. 그는 이미 세이라크의 눈을 얻었으니 다른 이들과 형평성이 맞질 않았다.
게다가 근접 전투원이라고 딱히 아이템의 효율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니까.
세현이 직접 사용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였으나, 그는 이것 없이도 마음대로 방향을 틀며 허공을 누빌 수 있는 사람이다. 굳이 없어도 되는 것을 꾸역꾸역 착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것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이에게 주는 게 현명했다.
잠시간 그 대상을 고민하던 세현은 일단 결정을 보류하기로 하며 증표 및 정수 아이템과 함께 무한의 주머니에 수납했다.
류한 길드에서 가져간 물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적당한 합의를 거쳐 서로가 잘 나눠 가졌다.
공격대 전체는 이미 케르시타 종족이 멸망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막대한 경험치와 룬을 보상으로 받았다. 아무 아이템도 받지 못한 이들도 이미 충분한 보상을 얻은 셈이었기에 별 잡음은 없었다.
이후 넉넉한 시간을 들여 정비를 마친 그들은 다시 대전을 향해 출발했다. 1차 목표인 케르시타 토벌은 완료했으니, 이제 2차 목표인 대전과의 길을 뚫는 작업만 남았다.
공격대는 거침없이 이동했다.
하나의 종족을 멸망시켜버린 그들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는 괴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등장하는 것은 흔하디 흔한 좀비나 박쥐늑대 같은 떠돌이 괴물들 뿐이었다. 지루한 행군을 하는 기분으로 대전에 입성한 공격대는, 아직도 폐허에 가까운 도시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근처에 자리잡은 케르시타들 때문일까, 완전히 무너져가는 도시의 모습은 이제 활기를 되찾아가는 그들의 터전과 비교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세현이 목표했던 성은 그리 오래지 않아 찾아낼 수 있었다. 혜진이 높은 곳에서 계속 정찰을 한 덕이다. 공격대는 성의 근처까지만 접근한 후 완전히 멈춰 서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 공격대의 역할은 끝났다. 공격대장인 세현이 앞으로 나서 수고했다는 짧은 연설과 함께 내일 귀환할 것이라는 일정을 알렸다. 성공적인 토벌 완료 선언에 공격대 전체가 함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공격대를 다독인 후, 세현은 혜진과 김유린만 대동한 채 곧바로 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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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에 도착하자 경계를 서는 리빙 아머 병사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그 사이에서 빼곰히 고개를 내미는 사람들도 보였다.
난데없이 나타나 주변에 자리잡은 공격대 때문인지, 그들은 성문 앞까지 다가온 세현 일행을 보면서도 당황해 우왕좌왕할 뿐 나서는 이가 없었다.
“길드장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서 세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
사람들 사이에서 소요가 일었다. 허나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짧게 혀를 찬 그가 훌쩍 점프해서 성벽 위로 올라섰다.
“헉!”
도저히 사람이 올라설 수 없는 높이의 성벽이다. 그런데 별다른 준비 동작도 없이 올라선 세현을 보며 위에 있던 사람들이 경악했다.
동시에 근처에 있던 주황색 눈동자의 병사들이 일제히 미늘창을 겨누며 세현을 경계했다. 허락도 없이 성벽에 올라섰으니, 여기서 조금만 더 함부로 움직이면 적대적 대상으로 판단하고 공격을 가해올 것이다.
하지만 세현은 태연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살폈다. 수는 총 여섯 명, 모두 남자들이다. 딱히 큰 권한을 가진 사람은 없는 듯했다.
“여기 길드장과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세현이 그들 중 하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했다. 대상이 된 남자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누구, 누구십니까?”
“용인에 있는 류한의 길드장이다.”
“용인에…?”
잠시 저들끼리 시선을 교환한 후, 다시 세현에게 묻는다.
“어째서, 아니,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건 여기 길드장하고 말하고 싶군.”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눈을 굴리며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장님을 불러오겠습니다. 그러니까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 동안 문제는 안 일으켜주셨으면……”
“여기서 기다리지.”
“알겠습니다.”
남자가 후다닥 성 안으로 사라졌다. 남은 다섯 명은 사람들은 세현 일행을, 특히 혜진과 김유린을 힐끗힐끗 쳐다보기 바빴다.
그들에겐 그녀들의 깨끗하고 잘 차려입은 모습이 상당히 이질적인 모양이다.
아무런 대화도 없이 계속해서 시간이 흘렀다.
십 분, 이십 분이 지나고 마침내 삼십 분이 지났을 때, 성으로 사라졌던 남자가 또 다른 남자 한 명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어쩐지 뺀질거릴 것 같은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하얀 피부에 얄팍한 눈동자, 전체적인 이목구비의 조화가 그리 좋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못 생긴 것은 아니었는데 느낌이 그랬다.
차려입은 갑옷에 흉터가 많은 것으로 보아 그래도 인상처럼 마냥 몸을 사리는 타입은 아닌 듯하다. 등에 매단 무기는 다름 아닌 창이었다.
근처까지 다가온 남자가 입을 열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세현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살짝 경계하는 기색으로 손을 내민다.
“이창규라고 합니다. 여기 길드장이죠.”
“한세현이다.”
“……듣기로는 용인에서 오셨다고 하는데, 아, 일단 자리를 옮깁시다. 안에서 이야기 하죠.”
그들은 성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부의 모습은 상당히 초라했다. 정확히 류한 길드의 초기 모습과 별 다를 게 없었다. 발전이 거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얼핏 보이는 사람들의 수가 제법 많았다. 또한 성벽 위에서 마주쳤던 병사들의 눈동자 색이 주황색이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들은 길드 포인트를 병영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모양이었다. 주변에 케르시타 무리가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합당한 행동이다.
1층의 홀에 있는 의자로 세현 일행을 안내한 이창규는 곧바로 주변의 사람들을 물렸다. 그렇게 적당히 조용한 환경이 되자 그가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성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이끌고 오셨습니까?”
“그래. 딱히 다른 의도는 아니고, 이곳까지 오며 케르시타를 토벌했거든.”
“예?”
뭔가를 잘못 들었다는 것처럼 반문한 그가 눈을 깜빡였다.
“뭐라고요?”
“케르시타를 토벌했다고 했는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그가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게,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
“거짓말이면 금방 들통나겠지. 용인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필연적으로 놈들의 둥지를 지날 수밖에 없다.”
“아니, 아, 그렇군요. 그럼 정말로……?”
약간 혼란에 빠진 듯한 그를 가만히 지켜보던 세현이 물었다.
“길드의 이름이 뭐지?”
“대한 길드입니다.”
“그래. 잠시 여기를 좀 둘러보고 싶은데.”
그에 이창규가 혼란에서 벗어나 그를 쳐다봤다. 어쩐지 긴장한 기색이다.
“둘러본다고요?”
“대한 길드가 어떤 집단인지, 그걸 알고 싶어서.”
“별 특별한 집단은 아닙니다. 그냥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길드죠. 그쪽의 길드에 비하면 보잘것 없을 겁니다.”
“알았으니, 안내자라도 붙여주지 그래.”
이창규의 얼굴에서 또 다른 갈등이 서렸다.
그는 아주 찰나지간, 세현의 양옆에 자리한 혜진과 김유린을 살폈다. 그러다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원하시는 것을 말씀하십시오.”
“말했듯이 여길 좀 돌아보고 싶다.”
“식량이나 무기 같은 것은 힘듭니다. 저희도 빠듯하거든요. 하지만 사람 몇 명 정도는 드릴 수 있습니다.”
뭔가를 오해하는 모양이다. 세현이 이곳에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와 시위를 한다는 것 쯤으로.
“내가 원하는 건 그냥 이곳을 돌아보는 거야.”
공격대가 대전에 들어서기 무섭게 이곳을 방문한 이유가 있다. 이들이 뭔가를 대비하거나 숨길 시간 없이, 곧바로 들이닥쳐 상태를 보고 싶었다.
과연 동맹을 맺을 만한 길드인가, 아니면 청소하거나 굴복시켜야 할 대상인가. 잠깐 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감은 잡힐 것이다.
“일단 지하부터 보고 싶군.”
“……알겠습니다. 정 그러시면 어쩔 수 없죠. 안내자를 붙여드리겠습니다.”
이창규가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왠 여자 한 명이 나타나 그들에게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다만 그 모습이 좀 특이했다. 여자는 파티에서나 어울릴 법한 자주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티나지 않게 화장을 했다는 점도 그렇다.
성의 모습을 보면 여성들이 드레스를 입고 화장을 하며 한가하게 스스로를 꾸밀 여력은 없는 듯했는데, 조금 기이했다.
============================ 작품 후기 ============================
깜빡 잠들어버리는 바람에, 오늘도 정시 업로드는 실패했네요.ㅠㅠ
부디 재밌게 읽으셨길 바라며 추천 꾹!! 부탁드립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