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393
제393화
청은 숟가락으로 황급히 귤을 건져 냈다. 설탕물에 빠졌던 귤은 제법 매끄럽게 코팅이 된 상태였다.
[청 : 오호?]생각보다 괜찮은 비주얼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러나 당장 귤을 내려놓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청은 지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청 : 지한! 지한, Help.]오븐 앞을 지키던 지한은 서열 1위의 부름에 곧장 다가갔다.
[청 : Hold on.]수저가 그에게 내밀어졌다.
청에게 1호 탕후루를 하사받은 지한은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지한 : 이걸 왜…?] [청 : Just wait.]그러나 가만히 기다리라는 명령만 돌아올 뿐, 청은 2호 탕후루를 만들러 떠나 버렸다.
인간 탕후루 거치대가 된 지한은 조금 곤란해졌다.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들어가 있는 자신의 귤 칩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빨리 구워지라고 요리책에 적혀 있던 것보다 40도나 높게 설정해두어서 더욱 불안했다.
오븐과 청 사이에서 갈등하던 지한은 수저를 든 채 귤 칩을 확인하러 가기로 했다.
[청 : 지한, 지한!]그러나 다급한 목소리가 또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한은 뗐던 걸음을 돌려 다시 청의 곁으로 돌아갔다.
[지한 : 응.] [청 : 이거 들어.]이번엔 2호 탕후루가 왼손에 들렸다. 그래도 이번 건 포크에 ‘꽂혀’ 있었다.
어느새 숟가락째 굳어 버린 1호 탕후루에 비하면 2호는 멀쩡한 편이었다.
그러나 청이 막 3호 탕후루를 만드는 모습을 발견한 순간, 지한은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청이 쇠젓가락에 끼운 귤을 기울이자, 통 귤이 미끄러지듯 냄비 속으로 입수해 버렸기 때문이다.
[청 : Oh my god! 또, 또!] [지한 : 청청.]그에 보다 못한 악마 소환사가 개입했다. 호들갑을 떨며 집게로 귤을 건져 내던 청이 앙칼지게 돌아봤다.
[청 : 처어엉~? 어디 하늘에 있는 형님의 이름을!]자신을 셀프로 보내 버리는 막내의 삐악거림에 지한이 피식 미소지었다.
나무젓가락을 저렇게 많이 가져다 뒀으면서 왜 꽂는 족족 쇠로 된 도구를 사용하는 걸까 의문이었는데, 나무보다 쇠젓가락을 선호하는 백야 때문이었다.
[지한 : 젓가락이 직접 입에 닿는 건 아니니까 한백야도 괜찮을 거야.]하여간 햄친놈의 햄스터 사랑은 알아줘야 했다.
나무젓가락에 귤을 끼운 지한이 잘 보라며 시범을 보여 주었다.
그러는 사이 지한의 귤 칩은 바싹 말라 가고 있었다.
[율무 : 어디서 탄 냄새 나는데?]누가 갯과 아니랄까 봐 율무가 코를 킁킁거리며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한은 율무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율무 : 뭐지? 킁킁.]자리에서 일어난 율무가 부엌을 돌아다니며 원인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불을 사용하고 있는 멤버는 총 세 명. 탕후루를 만드는 청과 지한, 감귤 핫케이크를 굽는 중인 유연이었다.
탕후루 팀은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여 그대로 지나쳤다.
[율무 : 밤비, 밤비~]유연에게 다가간 율무가 능청스레 말을 걸었다.
막 뒤집은 귤 핫케이크는 노르스름한 게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율무 : 우와. 맛있겠다.] [유연 : 내가 1등 할 것 같아.] [율무 : 에이~ 그건 아니고.]율무는 자신의 귤 샌드위치를 구경하러 가지 않겠냐며 테이블을 가리켰다.
플레이팅까지 마친 율무의 샌드위치는 근사했다. 유연도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워했다.
[유연 : 진짜 네가 한 거야? 제법인데?] [율무 : 그치?] [유연 : 그런데 맛이 좋아야지.] [율무 : 당연히 맛도 있지~ 하나 먹어 볼래? 만들다가 실패한 거 있어.] [유연 : 어. 나 맛볼래.]프라이팬 불을 끈 유연이 율무의 뒤를 따라갔다.
율무가 작은 접시에 모아 둔 망한 샌드위치 조각을 집어 유연의 입에 넣어 주었다.
[유연 : 아니, 내가….] [율무 : 아~]입술 가까이 다가온 샌드위치에 유연의 입술이 마지못해 벌어졌다.
프라이팬 열기에 달아오른 볼이 우물거리더니, 이내 입가에 만족스러운 보조개가 떠올랐다.
[유연 : 뭐야? 이거 왜 맛있어?] [율무 : 하나 더 줄까?] [유연 : 응.]유연의 칭찬에 신이 난 율무가 한 조각을 더 먹여 주었다.
[백야 : 뭐야? 뭔데? 나도!]그때 1등으로 요리를 제출하고 온 백야가 쪼르르 달려와 고개를 내밀었다.
[율무 : 형도 줄까?] [백야 : 응.]아-
백야가 입을 벌리고 기다렸다.
누나네 집에서 황제 감금을 당하는 동안 생긴 버릇은 종종 아무렇지 않게 튀어나와 주변인들을 당황시키곤 했다.
유연에겐 능글맞게 굴던 율무는 상대가 뻔뻔하게 나오자 오히려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엥?”
백야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었다.
먹여 줄 것처럼 굴더니 가만히 멈춰 버린 모습에 개복치는 스스로 먹이를 물어 갔다.
[백야 : 오! 맛있다.]미끼를 빼앗긴 율무는 크림이 묻은 손을 닦지도 않은 채 입을 틀어막았다.
[유연 : 야, 넌 손이 없냐? 손으로 가져가면 되지, 왜 입으로 물어?] [백야 : 손 안 씻었단 말이야.]백야가 꼬질꼬질한 앞발을 당당히 내보였다.
[율무 : …….] [유연 : 쯧. 난 간다.] [백야 : 에휴.]백야 역시 ‘또 이런다’는 얼굴로 자리를 피했다. 율무가 또 오버라도 하는 순간 SNS가 난리 날 게 뻔했다.
[백야 : 청~ 잘하고 있어?] [청 : 햄스터! 나 귤 탕후루야. 완전 멋지지?]청이 4호 탕후루를 내밀며 자랑했다. 바로 지한이 만든 것이었다.
그럴 리가.
청과 지한의 곁에서 재잘거리던 백야는 그 순간 탄 냄새를 맡았다. 작고 오뚝한 코가 킁킁거리며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백야 : 그런데 어디서 탄 냄새 안 나?]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지한이 오븐 앞으로 달려갔다. 순간 이동과도 같은 속도였다.
[지한 : 내 귤!]코팅을 굳히고 있던 5호 탕후루가 쟁반 위로 팽개쳐지며 금이 갔다.
[청 : 아악! My 귤!]그렇게 5호 탕후루는 산산조각이 났다.
한편 청의 절규는 들리지 않는 듯 지한이 급히 오븐 뚜껑을 열었다. 그 안에는 구워지다 못해 말라비틀어진 귤 슬라이스가 있었다.
불과 가까운 곳에 놓여 있던 몇 개는 본연의 색을 잃고 검게 타 버리기까지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악마 소환술이 제주도에서도 재현됐다.
[지한 : 안 돼…….]좀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법 없는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도르륵-
그에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보던 백야가 분위기 환기에 나섰다.
[백야 : 워, 원래 귤 칩은 바짝 말려야 맛있어. 그렇지, 얘들아?]지한을 위로해야 한다는 생각에 앞발이 오븐 안으로 뻗어졌다.
[유연 : 미쳤어?] [지한 : 뜨거워.]순발력으로 앞발을 낚아챈 두 사람은 무시무시한 얼굴로 백야를 노려봤다.
[백야 : 미안.] [율무 : 나와 봐. 일단 꺼내자.]어느새 오븐 장갑을 낀 율무가 멤버들을 물리며 트레이를 꺼냈다.
[율무 : 뜨거워용~]율무가 지나는 길마다 멤버들이 홍해처럼 갈라졌다.
[율무 : 탄 것만 건져 내면 괜찮을 것 같은데?]율무는 천천히 트레이를 기울여 쟁반에 쏟아부었다. 다행히 오븐 안에 있을 때보단 상태가 양호해 보였다.
그리고는 검게 그을린 것들을 골라낸 뒤, 남은 것들 중 작게 부서진 조각 하나를 집어 망설임 없이 입 안으로 넣었다.
빠각-
순간 돌 씹는 소리와 함께 동공이 흔들렸다.
[백야 : 무슨 소리야?] [율무 : 머, 먹을 만해~]율무가 필사적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긍정적인 반응에 막내들이 너도나도 귤 칩으로 손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속였어도 지한의 눈만큼은 속이지 못한 듯했다.
쟁반을 빼앗아 멀리 치워 버린 지한이 율무의 턱 아래로 손바닥을 대며 말했다.
[지한 : 뱉어.] [율무 : 우응…?]더는 못 씹겠는지 귤 칩 조각을 혓바닥 아래에 숨긴 율무는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지한 : 뱉으라고.]꿀꺽-
귤 칩을 삼키는 척 연기한 율무가 고개를 도리질 치며 거부했다.
[율무 : 벌써 다 먹었는데? 진짜 괜찮아. 맛있어. 그거 내가 다 먹을게.] [지한 : 안 뱉으면 입 벌려서 꺼낸다.]살벌한 경고에 율무는 지한의 손을 살짝 밀어내고는 제 손바닥에 귤 칩을 뱉어 냈다.
[율무 : 미안. 못 먹겠어.] [지한 : 아무거나 입에 넣지 말라고 했잖아. 네가 개야?] [율무 : 이게 어떻게 아무거나야~]율무가 지한의 팔에 엉겨 붙으며 그의 기분을 풀어 주려 애교를 부렸다.
[지한 : 이는 괜찮아?] [율무 : 나 돌도 씹어 먹을 수 있어.] [지한 : 그래 보여.]방금 씹은 게 돌이나 다름없었으니 율무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한편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귤 칩을 본 청은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의 탕후루를 봐주느라 정작 본인의 요리는 신경 쓰지 못했다는 걸 눈치챈 것이다.
입술을 깨문 채 눈알을 굴리던 병아리는 유일한 성공품인 4호 탕후루를 내밀었다.
[청 : Sorry. 지한 이거 해.]지한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탕후루를 내려다봤다.
[청 : 나 때문에 망했으니까 이거 지한이 한 거로 해….] [지한 : 아니야. 내가 온도를 잘못 맞춰서 그래.] [청 : No. 지금은 내가 형이야. 동생은 형 말 잘 듣는 거야.]청은 숟가락에 붙어 버린 1호와 포크에 찔린 2호, 집게에 붙은 3호, 그리고 깨져 버린 5호를 챙겨 자신의 접시에 가지런히 놓았다.
이제 남은 시간은 8분 남짓.
청이 마지막 귤을 젓가락에 끼우며 지한에게 부탁했다.
[청 : 그런데 만약에 내가 이거도 망하면 그거 햄스터 줄 수 있어?]반려햄에겐 최고로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집사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유일한 완성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피식 입꼬리를 올린 지한은 고개를 저으며 청의 곁으로 다가갔다.
[지한 : 그럼 이거 다시 가져가고 나한테 끼운 걸 줘. 그럼 되잖아.]어차피 같이 만든 탕후루니 저희 둘이 팀을 하자는 제안에 청이 콜을 외쳤다.
훈훈한 분위기에 영상을 시청하던 나잉이들의 광대가 절로 올라갔다.
그런데 그때.
바깥에서 희미한 절규가 들렸다.
[율무 : 무슨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