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he's a genius idol, his passive is a sunfish RAW novel - Chapter 504
외전 93화
* * *
진우와 희승을 쫄래쫄래 따라나선 백야는 은근히 형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사고를 쳤다는 죄책감 때문인 것 같았다.
“사실 나 앞접시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잘됐지 뭐~ 이참에 예쁜 접시로 바꾸고. 우리 애기 다친 건 조금 속상하지만.”
희승이 백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 주었다.
“그래도 죄송해요…….”
“아니야. 그리고 나도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설거지하면서 몇 장 깨뜨렸어.”
그러자 진우가 눈을 번뜩이며 희승을 돌아보았다.
“그치? 맞지? 어쩐지 접시가 빈다 했어.”
“움하하핫!”
희승이 브이를 그리며 호탕하게 웃자 진우가 아프지 않게 손가락을 꺾으며 응징했다.
“접시 깨 먹은 게 뭐 자랑이라고 그렇게 신났어.”
하지만 말을 뱉어 놓곤 바로 아차 했다. 그렇지 않아도 시무룩하던 백야의 어깨가 축 처졌기 때문이다.
“아니, 백야야, 너한테 한 말 아니야. 알지?”
“몰라요…….”
“야아~ 왜 우리 애 기를 죽이고 그래? 백야, 우는 거 아니지?”
희승이 백야의 양 볼을 감싸 쥐며 자신을 쳐다보게 만들었다.
축 처진 눈썹에 삐져나온 입술이 비 맞은 강아지 같아 보였다.
“꺄아! 귀~ 여~ 워~”
백야를 품에 안은 희승이 몸을 이리저리 흔들자 백야의 몸도 덩달아 비틀거렸다.
“끄앙…!”
넘어지지 않기 위해 희승의 허리를 잡아 중심을 잡아 보려 애쓰는데,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햄스터?”
낯선 이의 등장에 진우와 희승이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희승의 품에 안겨 있던 백야도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희승의 어깨 너머를 바라봤다.
“????”
그리고 당황했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다친 손을 들어 눈을 비비려던 백야는 순간 느껴지는 통증에 앓는 소리를 냈다.
“윽.”
손가락 끝에서부터 올라온 통증이 온몸을 저릿하게 울렸다.
“햄스터!”
백야가 다친 손을 부여잡으며 인상을 찡그리자 선글라스를 쓴 청년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낯선 이의 접근에 희승과 진우가 앞을 가로막으려 했으나, 저희를 촬영하던 스태프의 표정이 밝은 걸 보니 아무래도 백야의 지인인 듯싶었다.
두 사람은 이때까지만 해도 갑자기 나타난 남성이 데이즈의 멤버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모야! 다쳐쏘?!”
“너, 너…!”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피부와 얼굴을 가린 선글라스, 볼 캡 때문에 단번에 확신하진 못했지만 상대는 제가 생각한 그 녀석이 맞았다.
뭔가 어설픈 한국어를 듣는 순간 설마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악! 손! 손 이고 모야?! 짤려쏘?!”
“안 잘렸거든?!”
햄스터의 앞발을 빠르게 채어 간 청은 사색이 되어 비명을 질렀다.
“끼아악! 누가 내 햄스터를 개구리로 만들어쏘!”
“아니라고!”
뾱!
멀쩡한 앞발이 청의 등을 따갑게 내리쳤다.
“Ouch!”
앞발 펀치를 맞고 크게 움찔거린 청은 엄살을 부리려다 정말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넘어졌다.
“흑. 나는 햄스터 보고 싶어서 왔, No, no, no. 엄청 우욘히 지나가다가 만난 멤버를 반겨 주지는 못할망정 나를 구박하다니…….”
청이 입술을 댓 발 내밀며 백야를 바라봤다.
왠지 백야가 화를 낼 것만 같아서 최대한 불쌍한 척을 해 봤지만,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시선은 여전했다.
그에 청은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상황이 불리해지고 나서야 진우와 희승이 눈에 들어온 그는 불쌍한 척을 멈추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은 갑자기 나타난 데이즈 멤버를 눈앞에 두고 눈알만 굴리는 중이었다.
“Nice to meet you. I’m 청이에요. 지나가던 길입니다.”
청이 매력적인 미소로 자신을 소개했다.
하지만 여기가 서울 한복판도 아니고…. 그의 말을 믿을 만큼 어리숙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아……. 그러시구나……. 지나가던 길…….”
“와……. 그런 우연이…?”
당황한 진우와 희승의 입에선 영혼 없는 감탄사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잠깐! 잠시만요, 타임!”
제작진을 향해 촬영 중단을 요청한 백야는 청을 끌고 구석진 골목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본 햄스터는 살이 조금 빠진 것 같기도 오른 것 같기도 했다.
혼나러 가는 와중에도 햄스터를 만났다는 생각에 방긋 올라간 청의 광대는 내려올 줄 몰랐다.
물론 부모님이 계신 샌프란시스코도 좋지만, 역시 햄스터와 멤버들이 있는 곳이 제일 좋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다.
“너 미쳤어?”
카메라가 없어지자 백야가 대뜸 욕부터 갈겨 댔다. 못 본 사이 햄스터의 박력이 제법 늘어 있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긍정력을 풀 충전해 온 청은 끄떡없었다.
“헤헤. 나 안 미쳐쏘.”
“여기가 어디라고 와.”
“햄스터 있는 곳?”
“아니이!”
묘하게 대화가 안 통하자 백야는 자신의 가슴을 뾱뾱 내려치며 답답해했다.
“어어…! 햄스터 손 아픈데 그렇게 해도 돼? 근데 그거 누가 그래쏘?”
“누가 그랬으면!”
“복수해야지.”
청은 입꼬리를 한껏 올려 미소 지으며 말했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지 않고 있었다.
“내, 내가 그런 거야.”
“아……. 조심 좀 하지. 우러쏘?”
“내가 애야?”
“작긴 해.”
굽이 높은 운동화를 신은 탓에 오늘따라 유독 키 차이가 나는 청이 손으로 백야의 키를 재며 장난을 걸어왔다.
‘이 새끼 뭐지? 왜 못 본 사이에 말발이 늘었지?’
못마땅한 시선으로 청을 흘겨보던 백야는 결국 솜 주먹을 뻗었다.
뾱!
“Ouch.”
“좋은 말로 할 때 조용히 돌아가. 나 여기에 놀러 온 거 아니고 일하러 온 거란 말이야.”
회유에서 협박으로 계획을 변경한 백야는 앞발까지 써 가며 청을 무섭게 노려봤다.
사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라 반가운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반가운 티를 냈다간 청은 이곳에 눌러앉고도 남을 녀석이었다.
“한국 가면 매일 놀아 줄게. 네가 해 달라는 거 다 해 줄 테니까,”
“What? 그건 당근 하지! 지금 그걸 딜이라고 하는 거야?”
한국에서 백야가 저와 놀아 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소리친 청은 조금 서운한 얼굴로 소리쳤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풀 액셀을 밟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돌아가라니!
이대로 쫓겨날 생각이 추호도 없는 청은 머리를 굴렸다.
햄스터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
프로그램의 대장은 PD.
그럼 PD에게 허락을 받으면 이곳에 공식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답을 도출해 낸 청의 눈이 번쩍 뜨였다.
동시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백야를 기다리고 있는 희승과 진우가 눈에 들어왔다.
주변 지형과 사람, 그리고 스태프들의 동선까지 모두 파악한 청의 시선이 떼구루루 굴러 다시 백야에게 닿았다.
“햄스터야.”
“뭐.”
“내가 허락 안 받아 와서 싫은 거지?”
“아니, 싫다고 말할 것까진…….”
청의 직설적인 화법에 백야가 당황하는 사이, 청은 그 정도면 충분한 대답이 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쏘.”
“어? 그럼 돌아가는….”
청은 백야를 지나쳐 터덜터덜 골목을 벗어났다.
어쩐지 시무룩해 보이는 뒷모습에 백야가 미안한 얼굴로 따라나서는데 방향이 조금 이상했다.
그는 진우와 희승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떠나기 전에 인사하려고 그러나?’
오늘 처음 본 사이긴 해도 조금 전 통성명을 하긴 했다.
미안한 마음에 차마 잡진 못하고 청이 하는 행동을 물끄러미 지켜보는데, 청이 대뜸 희승의 손을 잡았다.
“히승 님.”
“……네?”
뭐지? 이 불길함.
싸늘함을 느낀 백야가 청을 붙잡기 위해 앞발을 뻗으려던 때였다.
뒤를 돌아본 청이 히죽 눈웃음을 지으며 발랄하게 외쳤다.
“달료~!”
백야가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청은 희승의 팔을 끌어당긴 채 막무가내로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 겪어 보는 컬처 쇼크에 진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백야를 바라봤다.
“지금 이게 무슨…?”
희승이 청에게 납치당했다.
* * *
한편 청보다 10분 먼저 공항에 도착했지만,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빨간색 페X리는 프랑스 남부 국도를 달리는 중이었다.
이곳까지 왔는데 느긋하게 경치라도 감상하며 가자는 민성의 제안 때문이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래, 그럼.”
드라이브하는 강아지처럼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민성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평화롭다.’
이 원정대에 강제로 초대된 후로 처음 느껴 보는 평온함이었다.
뚜껑이 열린 빨간색 오픈카.
창틀에 한 팔을 걸친 채 능숙하게 운전하는 대환.
그 옆에서 나른하게 녹아내리고 있는 토끼 한 마리의 모습은 화보가 따로 없었다.
운전 중인 대환을 대신해 ‘친친여’ 촬영을 맡은 유경은 카메라를 줌 인해 민성의 뒤태를 정성스레 담았다.
그러던 중 슬슬 목적지가 가까워지는지 도로를 따라 거대한 협곡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와~”
어느새 핸드폰을 꺼내 든 민성도 동영상을 촬영하며 풍경을 담기 시작했다.
유럽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린다더니, 압도적인 자연경관에 그의 입은 다물어질 줄 몰랐다.
지잉-
그런데 그때, 민성의 핸드폰이 짧게 진동하더니 화면 위로 단톡방 알림이 나타났다.
[청 : 나 어디게?] [청 : (사진)]한국으로 돌아온다더니 청이 도착한 듯싶었다.
미리 보기로 대충 내용을 짐작한 민성은 계속해서 촬영에 집중했다.
지잉-
그러나 한번 울리기 시작한 단톡방은 징그럽게도 울어 댔다.
[지한 : ?] [율무 : ????]나중에 확인하려 했으나, 이어지는 물음표의 향연에 민성도 슬슬 내용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뭔데 그래?’
민성은 컵 홀더에 내려놓았던 커피를 집어 들어 한 모금 깊게 빨아 마셨다. 그리곤 막 상단에 떠오른 유연의 메시지를 눌렀다.
[유연 : 진짜 미친 거 아니야?]화면이 단톡방으로 전환되며 읽지 않은 메시지 중 첫 번째 말풍선으로 포커스가 맞춰졌다.
그러다 한 박자 늦게 떠오른 유연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입 안에 든 커피를 그대로 뿜어 버렸다.
“푸우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