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53
53.
53.
나를 포함한 지원 2팀은 곧바로 회의실로 내려갔다.
팀원들은 각각 테이블의 자리를 채워 앉았고, 팀장인 서인나만이 넓은 화이트 보드 앞에 섰다.
이제 보니 미리 준비를 해둔 건지, 그녀 앞의 테이블에는 몇 가지 자료가 펼쳐져 있었다.
“다 모였지? 그럼 바로 시작할게.”
그렇게 말하며 서인나는 먼저 사진 하나를 화이트 보드 위에 붙였다.
그건 어떤 남자의 사진.
그 얼굴이 묘하게 낯이 익다 싶었는데, 다시 보니 마역에서 가져온 시체의 사진이었다.
“이놈은 마역에서 시체로 발견된 마인이야. 이름은 김태형. 놈은 마인 범죄 조직의 간부로 오래전부터 현상수배 중이었어. 사인은 현장에서의 예측대로 불여우와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나에게는 남자의 이름 외에 그다지 새로울 건 없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서인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중요한 건 놈이 소속되어 있던 범죄 조직이야. 이름은 ‘메신저’. 원래는 신기나 귀물의 밀반입을 주도했던 놈들인데, 최근에는 인신매매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어. 그래서 경찰 내부에서도 이미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고.”
“인신매매요? 그럼 납치 사건이 있었슴까?”
인신매매란 민간인의 납치가 선행되어야만 성립되는 거래.
하지만 한성민은 그런 내용은 전혀 듣지 못했다는 듯 물었다.
이에 서인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람을 가져오는 건 해외 쪽이야. 주로 내전이나, 가난으로 혼란스러운 나라에서 사람을 속여서 한국으로 밀입국 시키는 방식이지. 그러다 보니 눈치채는 게 너무 늦었어.”
“밀입국이라니···도대체 인신매매의 목적이 뭡니까?”
그 물음은 내 입에서 나왔다.
굳이 외국에서까지 사람을 데려올 정도라면 그에 상응하는 목적이 있을 테니.
하지만 서인나의 답은 내가 떠올린 몇 가지 예상과 크게 동떨어져 있었다.
“제물이야.”
“제물이요?”
“그래, 인간을 산 채로 의식의 제물로 바치는 거지.”
“그 마인 조직이 혹시 광신도 집단인가요?”
“광신도라···비슷하긴 한데 조금 달라. 먼저 말해두자면, 이놈들은 특수 관리 대상이 아니야.”
잠시 말을 고르던 서인나는 확인하듯 나에게 말했다.
특수 관리 대상.
그건 마인 중에서도 교회와 법당, 그리고 LB 아카데미와 같은 정식 기관과 적대하는 세력으로.
각각 이단, 파계승, 역천도당이라 불리며 한때 자신이 소속되어 있던 기관을 배반, 퇴마사에서 마인으로 타락한 이들이었다.
때문에 그들은 각 종교에 해당하는 전승과 신기들을 사용하는데.
정식 교육을 받은 데다 사용하는 전승의 역사가 깊어, 일반 범죄자보다도 훨씬 위험하다 평가받는다.
내가 만났던, 거짓 선지자가 그러했듯 말이다.
“그럼 좀 나은 거 아닙니까?”
“꼭 그렇지만도 않아. 이런 놈들은 강력한 전승은 사용할 수 없는 대신 다른 방법을 쓰거든. 그중에서도···메신저 놈들의 무기는 바로 이거야.”
서인나는 죽은 마인의 사진 아래에 글자를 적었다.
그건···
“부두술···?”
“그래. 너도 들어는 봤지?”
물론 들어는 봤다.
현실이 아니라 주로 게임에서였지만.
그래서 내가 아는 부두술이라고는 몇 개 없었다.
“좀비 같은 걸 만드나요?”
“그것도 가능은 하지.”
서인나는 가볍게 답했다.
여기에서도 만들 수 있구나, 좀비.
“하지만 먼저 부두술의 기초가 되는 부두교에 대해 설명해 줄게. 다른 팀원들도 잘 들어. 이번 사건과 관련이 깊으니까.”
서인나는 팀원들을 돌아보며 그렇게 당부하고 말을 이었다.
“먼저 부두교는 아프리카의 토착 신앙에서 만들어진 유일신 계열의 종교야. 하지만 특이하게도 신도들이 그 유일신을 직접적으로 섬기지는 않지. 그들은 신이 인간에게 관심이 없다고 믿거든. 그래서 그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여러 정령들이 존재하는데, 그들의 총칭을 ‘로아’라고해.”
정령이라.
친숙한 명칭이었지만, 부두교의 정령은 내가 아는 정령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어 보였다.
서인나의 설명은 이어졌다.
“또한 그 로아는 인간에게 소원을 듣고 그 소원을 이뤄줄 능력도 갖추고 있어. 그래서 부두교의 신자들은 신 대신 주로 그 로아들과 소통을 하지.”
서인나는 화이트 보드에 필기까지 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래서 부두교의 로아는 인간에게는 기원의 대상이야. 하지만 신이 아니기에, 맹목적인 순종의 대상은 아니지. 즉 로아는 인간보다는 우월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과 서로 거래를 하는 관계라는 뜻이야.”
“거래요?”
“그래. 이 부분이 부두교가 다른 종교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이야. 만약 인간이 적절한 제물과 의식을 바치면, 로아는 그 인간의 기원을 거부할 수 없어. 이건 거래니까, 로아는 반드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기원을 바치는 대상이 어떤 사람이든, 또 그 목적이 선하든, 악하든 말이야.”
과연···말 그대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술법이었다.
정말 그런 게 가능하다면 인간들은 선한 목적보다는 악한 목적을 위해 술법을 사용할 테니.
“그나마 다행인 건 부두술은 그다지 효율 좋은 술법이 아니라는 거야. 영구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일반 전승과는 달리, 인간 한 명을 제물로 바치더라도 로아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건 일시적인, 잠깐의 힘뿐이거든. 그리고 술자에 미치는, 마에 의한 침식도 훨씬 빠르지.”
“그래서 인간을 그렇게 소비했던 거군요.”
그다지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결국 놈들은 살아있는 인간을 소모품처럼 사용했다는 뜻이었으니.
“맞아. 그래서 그놈들은 광신도라고는 할 수 없어. 하는 짓은 비슷해도 인간을 바치는 행위에 현실적인 목적이 있으니까. 그런데···최근에는 놈들이 인간만 바친 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서인나가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인간만이 아니라니.
그 말을 잠시 곱씹던 나는 금방 서인나의 의도를 깨달았다.
“혹시 불여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미지수인 건 그쪽이야. 이 부두술을 사용하는 놈들이 괴이인 불여우를 생포해갔다는 거.”
화이트 보드에 적힌 불여우라는 글자 뒤에, 제물이라는 글자가 추가로 적혔다.
“아무리 그래도 괴이를 바치는 의식은 부두술에도 없거든. 그러니 아예 새로운 주술이나 의식을 개발했거나, 혹은 그만한 제물을 바쳐서라도 로아에게 받아내고 싶은 게 있는 거라고 추정하는 수 밖에 없어. 그리고 그건 사소한 일이 아닐 테고.”
즉 그놈들이 뭔가 큰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었다.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같은 조직의 간부를 희생해가면서까지 불여우를 생포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
“그럼···저희가 할 일은 뭔가요?”
조용히 있던 나하정이 물었다.
그녀는 그렇게 물으면서도 눈동자에서는 진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서인나는 답했다.
“당연히 놈들을 쳐부수는 거지. 놈들의 거점이 일부 파악됐어.”
“생각보다 금방 찾았네요?”
서인나의 말대로라면 꽤나 오랫동안 잡히지 않은 놈들이었다.
그런데 그걸 겨우 일주일 만에 찾아냈다는 건가?
하지만 서인나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야 강 경감이 일을 잘 처리해줘서 그렇지.”
“저요?”
“그래. 원래는 밀수 같은 짓이나 하면서 뒤에서만 활동하는 놈들이라 단서가 별로 없었어. 그런데 그 단서가 이번에 나왔지. 강 경감이 가져온 시체 말이야. 그건 놈들이 그 고등학교에 직접 왔었다는 증거였으니까. 그래서 조사팀에서 그 일대의 CCTV와 블랙박스를 전부 뒤졌고 결국 그 꼬리를 밟은 거야.”
의외로 그 추적 방식은 지극히 일반적인 경찰다웠다.
CCTV와 블랙박스라.
하기야 어느 쪽이든 찾아내기만 하면 그만이긴 하지.
“아니, 그게 왜 강 경감님만 잘 한 검까? 저도 출동했는디.”
“무슨 소리니. 넌 생존자들 옮기느라 마인 시체도 못 봤다며.”
“그건···그렇지만요.”
한성민이 툴툴거리며 입을 다물었고, 서인나의 말이 이어졌다.
“어쨌든 그렇게 파악된 거점은 총 세 개야. 이게 전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셋 중 하나에 불여우가 흘러들어간 건 확실해.”
이번에는 화이트 보드 위로 한국 지도가 올라왔다.
거기에는 거점의 위치가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목포와 부산, 그리고 인천까지.
밀수와 밀입국을 주도했던 조직이라 그런지, 전부 항구에 위치해 있었다.
“경찰에서는 이 세 개의 거점을 동시에 칠 계획이야. 거점 하나당 한 팀씩, 총 세 팀이 투입되지. 그리고 우리에게 할당된 거점은 여기.”
서인나의 손가락이 인천을 가리켰다.
“나머지는 여기서 대응하기는 너무 멀어서 그쪽에 있는 서에서 도와주기로 했어.”
“그런데 저희 팀만으로···괜찮을까요?”
최은영이 걱정이 되는 듯 말했다.
현재 지원 2팀의 전력은 여섯 명.
범죄 조직의 거점을 치기에는 그리 많지 않은 전력이었다.
하지만 서인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놈들도 셋으로 나눠져 있잖니. 거기다 원래 밀수를 하던 놈들이라 조직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도 않아. 오히려 불여우를 생포할 생각을 한 게 신기할 정도지. 그래서 위쪽에서는 거점 하나 당 한 팀 정도의 전력이라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이야.”
“그런가요···”
최은영은 묘하게 자신감 없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원 2팀의 전력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리 약하지 않았다.
그러니 상부의 판단도 분명 일리가 있는 것이 사실.
“그리고 이 자료는 전부 읽어봐. 경찰에서 파악한 조직원들의 신상이랑, 부두교에 대한 상세 내용이야. 놈들은 분명 그 전승을 이용하려 할 테니, 너희도 대충은 알고 있어야지.”
서인나가 팀원들에게 자료를 돌렸다.
그러다 그녀의 눈이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유일한 팀원에게 꽂혔다.
바로 권태수 의경이었다.
“태수 할아범. 자요?”
권태수는 겉보기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으로, 실제로도 나이는 환갑을 넘었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경찰 제복을 입어도 위화감이 있어, 유일하게 평상복으로 다니는 노인이기도 했다.
거기에 평소에는 말도 많고 참견하기도 좋아해서 항상 시끄러웠는데.
지금 보니 도대체 언제부터였는지,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응?”
서인나의 지적에 그의 눈이 천천히 뜨여졌다.
그리고는 금방 자신의 처지를 이해한 그는 손사래를 쳤다.
“자긴 누가 잤다 그러나. 늙으면 눈이 침침해져서 그런 겨.”
“잘만 주무시더구만, 뭘.”
“아니, 안 잤다니까, 이놈이!”
한성민의 말에 권태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자료를 살펴보며 서인나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대충 이번 작전에 대한 내용은 다 들은 것 같은데.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팀장님. 이건 언제 시작합니까?”
그러자 서인나는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에게는 굉장히 불길해 보이는 미소였다.
“이게 말이지. 들어 보면 알겠지만, 한시가 급한 일이잖니? 다른 팀들과 서로 타이밍도 맞춰야 하고. 그러다 보니 좀 바쁘게 진행됐어.”
“······”
“작전 시작 시간은 내일 새벽. 그러니까 정확히 앞으로 6시간 후에 출동할 거야.”
“밤을 새야 하겠네요.”
“음, 지금부터 작전 전달하고 나서 준비 좀 해도 약간 여유가 있긴 하니까···잠깐 눈은 붙일 수 있어. 걱정 마! 강 경감은 못 봤겠구나. 안 그래도 창고에 간이침대가 많거든.”
서인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말했다.
그런 걸 준비해둔다고?
“이야,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그거 별로 안 썼네요.”
“그러게요. 요즘에는 꽤 여유가 있었으니까요.”
이어서 한성민과 나하정이 그렇게 덧붙였다.
그들은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아직 취업생의 신분일 때, 사무실에 간이침대가 있는 회사에는 발도 붙이지 말라는 말이 있었는데.
설마 그게 여기였을 줄이야.
“후···”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
다음날 새벽 4시.
우리는 현장인 인천항의 한 부두 근처에 와 있었다.
바다 옆에 펼쳐진 넓은 콘크리트 평야.
그리고 그 위에 깔린 수많은 컨테이너들과 한쪽에는 거대한 창고도 몇 개나 보였다.
그만큼 부두의 규모는 상당히 컸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인 범죄 조직, 메신저의 거점은 이 안의 어딘가라고 했는데.
“···조용하네요.”
새벽이라 그런 걸까.
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넓은 부두에는 불빛조차 켜지 않아, 광원이라고는 옅은 달빛뿐.
경비를 서는 사람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럴 수 밖에. 저걸 봐.”
내 말에 서인나가 부두와 도로를 구분하는 벽을 가리켰다.
이제 보니 그 벽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붙어 있었다.
“저건···”
“눈 뽑힌 인형이야. 부두 인형의 일종이지.”
그녀의 말대로 인형은 다른 곳은 멀쩡했지만, 두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검게 뚫린 구멍만이 보였다.
“부두 인형은 저주를 내리는 용도로 유명하지만, 실은 부적과 같은 효과도 있어. 그 중에서도 눈 뽑힌 인형의 효과는 은폐야. 저 안쪽은 설령 눈으로 보더라도 의식에 남지 않게 되지.”
“은폐라기에는···너무 잘 보이는데요?”
“그야 우리는 퇴마사니까. 마를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저 정도 부적만으로는 안 통해. 그냥 조금 뿌옇게 보이는 게 다지.”
서인나는 그렇게 설명했다.
설명은 이해했지만···내 눈에는 그 어떤 것도 뿌옇게 보이지는 않았다.
아마도 인형의 효과가 상태 이상으로 판정, 빛의 심장 스킬이 이를 무효화한 모양이었다.
“그럼 작전을 다시 확인할게.”
서인나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전 들려주었던 작전 내용을 마지막으로 반복했다.
작전은 이랬다.
서인나와 한성민, 나하정, 최은영이 부두의 정면으로 들어간다.
그 후 나는 권태수와 부두 반대편에서 진입.
서인나와 다른 세 명이 놈들의 시선을 끄는 사이, 적의 퇴로를 끊고 그 뒤통수를 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강 경감이 잘 움직여 주는 거야. 알지?”
서인나가 말했다.
그건 단지 나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굳이 후방 투입조가 된 이유는 나의 감지 능력을 고려한 것이었으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나는 이번에도 어김 없이 나타난 화살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서인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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