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058
1058화 계속 쫓아오는 음패수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괴물의 살과 가죽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어서 회색 반룡(蟠龍) 돌기둥이 허공에 나타나 괴물을 내리쳤다.
백령은 힘겹게 몸을 뒤집어 그것을 피했고, 괴물 역시 그와 같은 행동을 하며 옆으로 피했다.
그러나 돌기둥은 괴물의 두 다리 위로 떨어졌다.
그러자 길거리에 누워있던 백령의 두 다리가 완전히 으깨지며 빈대떡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백령의 두 다리에선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진양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에 비춰진 세계를 바라보았다.
길거리 한가운데 누워있던 괴물과 돌기둥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안개가 사라진 하늘에 다시 옅은 안개가 몰려오며 하늘을 가렸다.
그 바람에 마을의 모습은 흐릿해져 버렸다.
거꾸로 비춰진 마을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물고기 머리와 교룡의 꼬리, 그리고 여섯 개나 되는 팔을 가진 괴물은 아마 백령의 본체의 모습일 것이다.
상당히 추한 것은 물론이고 어느 종족이라고 콕 짚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애매모호 한 모습이었다.
여러 혈맥 중 강한 혈맥만 모아 만들어진 혼혈종처럼 느껴졌다.
진양은 시선을 거두어 다시 지면을 바라보았다.
백령은 비록 두 다리를 잃긴 했으나 표정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백령이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두 다리가 사라진 자리에서 빠르게 살이 다시 자라났다.
그는 마치 고통 따위는 느끼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어쩌면 거꾸로 비춰진 모습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한 걸까?
진양은 눈을 감고 방금 전의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백령은 분명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뿐이다.
딱히 규칙을 어기는 행동도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답은 그가 하려던 말에 있을 것이다.
그는 분명 ‘잠시 기다려주시오. 대신 다른 걸…….’이라고 했었다.
다른 거라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는 떠나려는 진양을 만류하기 위해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그가 했던 말을 돌이켜보니 왠지 자신을 속이려고 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면 거짓말인 걸까?
왠지 가닥이 잡힌 듯했다.
진양은 빠르게 마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부터 있었던 모든 일들을 떠올려보았다.
이곳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함께 나누었던 모든 대화들까지.
진양은 다시 눈을 뜨고 거리에 몰려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순간 무언가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갔다.
지난 이틀간 있었던 일들을 돌이켜보았다.
전당포 주인은 더 이상 물건을 같은 가격에 사들일 수 없다고 했었다.
이건 단순히 가격을 깎기 위해 한 말이 아니었다.
진짜로 이 이상 사들이면 같은 가격에 사들일 수 없었기 때문에 한 말일 것이다.
어제 길거리 좌판에서 야채를 살 때 노점상 주인이 후광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얼마에 샀는지 물어봤었다.
그는 은표 한 냥과 이백 문을 주고 샀다고 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당포 주인이 상당히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이 외에 며칠 내내 거리를 싸돌아다니며 만났던 모든 이들을 떠올려보았다.
생각해 보니 모든 이들이 물건을 살 때 부르는 가격 그대로 돈을 주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가격 흥정 과정 따위는 없었던 것이었다.
지금까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던 사실이었다.
물건을 사며 흥정이라는 걸 해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흥정이라는 과정 없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부분에 대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어딘가 이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을 사람들 전부가 흥정도 없이 물건을 사다니.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곳의 가장 큰 규칙.
그것은 바로 진실, 그러니까 거짓이 엄격하게 금기시되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진양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럼 하늘 위에 비춰진 대지의 모습이 사실은 진짜 모습이란 말인가?’
진양이 한참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백령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주루로 돌아갔다.
그리고 적당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벽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였다.
잠시 고민하던 진양은 우두커니 서 있던 묵양에게 물었다.
“묵양, 너 진짜 인형사 맞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묵양이 대답하자 진양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통하는 진실이란 객관된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듯했다.
전지전능한 곳은 아닌 듯했다.
거꾸로 비춰진 곳에 나타나는 건 사람의 마음속의 진실인 듯했다.
그러니까 결국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을 속이는 건 쉬워도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건 어렵다.
하지만 자기 자신조차도 속이는 게 가능해진다면 거짓말은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묵양, 내가 하는 말 그대로 따라 해 봐.”
“뭔데?”
“나는 사실 몽사가 너무 좋아.”
“나는 사실 몽사가 너무 좋아.”
묵양은 아무 망설임 없이 진양의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을 뒤덮고 있던 안개가 걷히며 머리 위 마을에서 묵양의 모습이 나타났다.
혈육 위장을 한 모습이 아닌 인형 몸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이어서 거대한 반룡 돌기둥이 나타나 인형 몸 위로 떨어졌다.
묵양도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혈육 위장이 전부 가루가 되어 사라지며 인형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어서 거꾸로 비춰진 마을에서 인형 몸은 사라졌고, 안개는 다시 하늘을 뒤덮었다.
묵양은 멍하게 선 채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뭐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별거 아냐. 그냥 작은 실험 좀 한 거야.”
“그렇군.”
묵양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마디 하며 새로운 혈육 위장을 꺼내 다시 입었다.
한편, 진양은 이번 실험을 통해 한층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곳의 규칙은 상당히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듯했다.
설령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거짓을 말하는 순간 곧바로 거꾸로 비춰진 세계에 의해 포착되게 된다.
진양은 주루 안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이젠 확신이 들었다.
수상한 남자가 마지막에 하려고 했던 말은 분명 거짓말이 분명했다.
그가 자꾸만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던 것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 진양을 속이려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때론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으니까.
이곳의 규칙은 단순히 사고를 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거짓말은 입 밖으로 꺼내는 거짓에만 국한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이곳의 본질을 깨닫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이유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전부 다 진양 자신이 미련할 정도로 솔직했던 탓이었던 것이었다.
미리 알고 있던 게 아니라면 거꾸로 비춰진 세계의 반응을 일으키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나가야 할지 대략적으로 감이 잡힌다.
‘대황에서 가장 진실된 사나이인 이 몸이 이런 곳에 갇혀 죽을 순 없지.’
* * *
흑림해.
회백색 피부를 가진 삼안괴인(三眼怪人)이 마치 도망치듯 달리고 있었다.
그는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멈춰 서며 뒤를 돌아보았다.
세 번째 눈에서 수많은 부문이 떠올랐다.
그의 시선은 울창한 숲을 뚫고 먼 곳까지 도달했다.
음패수의 두 머리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분명 땅을 기어가고 있었지만 마치 날아가는 듯 빠른 속도였다.
녀석은 이제 막 식사를 마친 듯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삼안괴인은 씩씩거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적당히 좀 해!”
처음에는 자신이 운이 좋은 줄로만 알았다.
허공에서 돌아와 비경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온갖 귀신들로 가득한 비경이 나타났다.
게다가 꽤 강한 우두머리 귀신까지 그곳에 있었다.
그에게 귀신은 맛있는 먹잇감에 불과했다.
설령 강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 귀신조차도 그의 앞에선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조금 피해를 입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능력만 활용한다면 충분히 우두머리 귀신의 일부 육신을 빼앗아올 수 있었다.
그는 귀신을 모두 집어삼키고 난 뒤 이것을 그대로 외모에 반영시키면 뇌겁은 피할 수 있게 된다.
당시 몇 번 오가는 것만으로도 우두머리 귀신의 육신을 완전히 뺴앗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육신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자신은 비로소 진정한 육신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수많은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음패수와 마주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음패수가 활개 치고 다니는 곳에서 수많은 귀신들이 도대체 무슨 수로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상당히 난처한 상황이었다.
그의 힘은 음패수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도망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귀신 소굴에서 기어 나온 음패수는 지치지도 않는지 수십만 리 넘게 그를 뒤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멀리 거리를 벌려놔도 소용이 없었다.
녀석은 도무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던 것이다.
게다가 아무리 멀리 떼어놔도 귀신같이 자신이 있는 곳을 알고 밤낮없이 쫓아왔다.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녀석을 떼어내려고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삼안괴인은 흑림해로 들어오는 수밖에 없었다.
흑림해 어딘가에 황천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상고 지부의 조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흑림해로 들어선 삼안괴인은 기억을 더듬으며 나아간 끝에 황천 부근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고 보니 황천에는 예전과는 다르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황천 부근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이 몰린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삼안괴인은 곧바로 끈적한 기름으로 변했다.
그가 뿜어내던 모든 기운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는 지면에 깔린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조용히 황천 강가로 다가갔다.
강가로 다가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거대한 황천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로 변했다.
옅은 안개 너머로 뱃사공이 배를 타고 다가왔다.
뱃사공은 삼안괴인의 존재를 눈치챈 듯 시선을 돌렸다.
삼안괴인은 곧바로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황천 뱃사공 대인을 뵙습니다. 규칙이라면 저도 잘 알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의 손가락 하나가 떨어져나오며 기름으로 바뀌었다.
기름에선 사나운 얼굴이 튀어나와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뱃사공은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옅게 깔린 안개 너머로 누군가 수면 위를 걸어 다가왔다.
소녀를 발견하기 무섭게 뱃삯으로 내려던 검은 기름은 다시 손가락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삼안괴인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온몸에서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의 형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워 보이는 모습이었다.
얼핏 보면 무시무시한 얼굴을 가진 괴물이 간신히 사람의 형상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