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164
1164화 이런 횡재가 있나
노란 도포를 입은 도사가 털이 거의 다 빠진 총채를 휘두르자 지면에서 빛이 일어나며 술기운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일곱 빛깔의 꽃사슴 한 마리를 감싸 허공으로 띄웠다.
만사가 귀찮아 보이던 도사는 돌연 자세를 바로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오호, 이런 횡재가 다 있다니.”
도사가 팔을 휘두르자 황지학의 꼬리 부분이 짐수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어서 꽃사슴을 짐수레에 실은 그는 계속해서 총채를 휘둘렀다.
숲속에서 여러 개의 빛이 피어오르며 잔뜩 취해 잠들어있는 생명체들을 계속해서 짐수레로 실어날랐다.
도사가 활짝 웃으며 새하얀 이가 드러났다.
꾀죄죄한 행색과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정신없이 누군가에게 쫓기는 거인, 사방을 뒤흔드는 음악 소리, 그리고 한참 비가 쏟아진 후 사방에 진동하는 술 냄새까지.
멀리서도 두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작은 재미나 보려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 보니 작은 재미가 아니라 월척이었던 것이었다.
도사는 가을 추수를 하는 농부처럼 술비가 뿌려진 범위 내를 샅샅이 뒤지며 이것저것 짐수레에 챙겨 넣었다.
한참 돌아다니던 도사는 술에 취해 깊게 잠든 산삼정괴를 흙 속에서 뽑아 올린 뒤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 열두 개의 부문이 피어올랐다.
눈 아래로는 빛이 반사되었다.
빛이 반짝이는 순간 그의 눈은 또다시 정상적으로 회복되었다.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어느 대인이신지는 모르겠으나 소인은 그저 다른 고수들이 버리고 간 것들을 주워가려는 것뿐입니다. 그러니 노하시지 않기를 바라며, 문안 인사드리겠습니다.”
이어서 그는 예를 갖추며 진정한 태도로 인사를 올렸다.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곳엔 진양이 서 있었다.
한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그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대단한 사람이었다.
마치 땅속까지 훤하게 꿰고 있는 듯했다.
산삼정괴는 진양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상당히 정확하게 그 위치를 파악하고 뽑아냈다.
비록 발각되긴 했지만, 진양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록 도사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강하지 않았지만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되는 법.
상대의 실력을 가늠할 수 없다는 건 곧 고수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거지꼴을 하고 있는 것도 단순한 눈속임이 분명했다.
다만 눈속임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오히려 더 눈에 띄게 되고 말았다.
굳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이런 사람은 상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상대의 정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양은 못 들은 척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사는 황지학을 탄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떠난 지 일 다경도 채 지나지 않아 그의 표정이 급변했다.
눈에선 또다시 열두 개의 부문이 피어올랐다.
허공에 얼굴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한 사람 형상의 무언가 나타났다.
방금 보았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도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넉살 좋게 껄껄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잔뜩 흉폭해진 얼굴이었다.
그는 대충 걸치고 있던 도포를 벗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기름이 잔뜩 묻은 살저도(殺豬刀)를 꺼내 움켜쥐었다.
“대인, 그냥 쓰레기 몇 개 주워가겠다는 게 전부인데. 이런 것까지 저와 경쟁을 하시려는 겁니까?
미리 경고하지만, 소인은 배가 고파 눈이 돌면 설령 진룡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비늘까지 씹어먹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모습을 드러낸 진양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과연 진양이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상고에도 이토록 노골적인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다.
상대가 이익을 노리지 않는다면 미소를 지으며 대인으로 칭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색을 보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칼을 들이민다.
진양이 발아래를 가리키며 말했다.
“눈은 장식입니까?”
아래를 바라본 도사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기름기 가득한 살저도를 다시 거두었다.
누군가 그의 길을 막은 게 아니라 그가 스스로 날아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진양은 사실 그를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날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닌가?
진양이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동술이 펼쳐졌다.
눈빛이 반짝이며 자욱한 안개가 걷혀졌다.
그리고 발아래 수십 리 범위를 중심으로 도문이 뻗어진 게 보였다.
마치 물결처럼 양쪽으로 쭉 뻗어있었다.
이곳의 공간은 완전히 왜곡되어 고리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때문에, 어디로 가든 결국은 같은 곳으로 되돌아오게 되어있는 것이다.
도사 역시 그제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듯했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진양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인은 미유덕이라고 합니다. 대인께서는 존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
상대의 이름에 진양은 아주 잠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을 가진 사람과 만나다니.
“계무진이라고 합니다.”
“계 대인, 잠시 힘을 합치시지 않겠습니까?”
미유덕이 발아래를 가리켰다.
“계 대인께서는 허공둔법에 상당히 능숙하신 듯합니다만 결국은 이곳에 갇히고 마셨죠. 그렇다는 건 이곳을 떠나는 방법을 모른다는 뜻이겠죠.
마침 소인이 그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까 저를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두 사람의 거래가 성사되기 무섭게 대지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비의 날개처럼 쭉 뻗어진 도문이 모습을 드러내며 형상을 갖췄다.
도문 사이에 모인 바위는 양쪽으로 길게 뻗어지며 이삼십 리 정도 되는 거대한 석벽을 이루고 있었다.
마치 나비가 펼쳤던 날개를 세우는 것처럼 석벽이 들어 올려졌다.
부서진 돌조각과 나무 조각들이 거대한 홍수가 되어 중심지로 몰려들었다.
아래 보이는 돌, 흙, 숲 등 모든 것들이 해수면처럼 출렁였다.
이 과정 중에서 모든 것들이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돌과 흙, 숲이 전부 사라지고 난 뒤 코를 찌르는 비린내가 피어올랐다.
비린내는 거뭇하면서도 푸른색을 띤 연기가 되어 하늘로 솟구쳤다.
그대로 속살을 드러낸 대지 위로 크고 작은 입이 생겨났다.
입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빼곡하게 자라있었다.
이들은 돌이든 흙이든 가리지 않고 전부 잘게 갈아 부수기 시작했다.
양쪽으로 우뚝 선 채 중간에서 합쳐진 석벽도 마침내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무려 수십 리나 되는 거대한 조개의 껍데기였던 것이었다.
사방에 새겨진 도문은 조개껍데기에 새겨져 있던 무늬였다.
도사는 최대한 빠르게 어떻게 해야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설명했다.
진양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그 방법을 그대로 시도해 보았다.
둔법이든, 아니면 직접 날아가든, 조개껍데기에 새겨진 문양을 따라 한 바퀴를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허공진경을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계 대인, 뛰어올라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대로 따라가시면 안 됩니다.
이 거대한 조개는 천하방(天河蚌)이라는 녀석입니다. 놈의 몸에 새겨진 도문에 홀리면 안 됩니다. 깨달으려 할수록 더욱 깊게 빠지게 될 테니 절대로 깨달아서도 안 됩니다. 반드시 한 번에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제 둔법으로는 무리이니 이제 남은 건 대인께 달렸습니다. 대인의 둔법으로도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우리 두 사람 모두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수밖에 없겠죠.”
진양은 눈을 감은 채 방금 전 도문에 대해 깔았던 부분을 과감하게 잘라내 버렸다.
그리고 다시 길을 그린 뒤 도사의 어깨를 붙잡았다.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가자 주위 공간에 왜곡이 일어났다.
그의 몸의 형상에도 왜곡이 일어났고, 그에게 잡혀있는 도사의 몸도 완전히 왜곡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마치 중심부에서부터 천하방의 몸에 둘러진 무늬를 따라 길게 엿가락처럼 늘려진 듯한 모습이었다.
진양의 한쪽 발이 천하방 밖을 벗어나는 순간 천하방이 닫히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입을 다물어버릴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진양의 나머지 한쪽 발은 아직 천하방의 중심에 있었다.
이대로 녀석이 입을 다물어버린다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
위기일발의 순간, 돌연 구름층이 부서지며 푸른 비늘을 두른 거대한 손 한 쌍이 하늘에서부터 뻗어져 나왔다.
그리고 각각 천하방의 양쪽 껍데기를 잡으며 그것이 입을 다물지 못하도록 막았다.
조개껍데기 곳곳에 달려 있는 입들은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공포 때문인지 모를 괴상한 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조금씩 길게 늘어져 있던 두 사람의 모습도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회복된 두 사람은 곧바로 천하방에서부터 벗어났다.
진양은 도사를 놓아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가득했던 구름은 어느덧 완전히 사라졌다.
비늘로 뒤덮인 거인은 허리를 굽힌 채 팔을 길게 뻗고 천하방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의 두 다리는 이곳에서 한참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듯했다.
일곱 빛깔의 빛무리가 날아들었다.
악사는 빛무리를 밟으며 이곳으로 날아왔다.
그가 다가오자 요란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그의 뒤에는 아까 봤던 고금 외에도 여러 개의 악기가 스스로 연주되고 있었다.
그는 천하방 위로 날아가 꿈틀거리는 조갯살을 바라보더니 두루마리 하나를 안쪽으로 던졌다.
두루마리가 펼쳐지며 안에 적혀있던 글자들이 마치 살아나듯 떠올랐다.
“천하방 요괴여, 함부로 천하(天河)의 생물을 삼키고, 생명체의 피와 살, 그리고 혼백을 삼키려 하다니. 이는 죽어 마땅하도다.
마침 술을 빚을 재료가 필요하던 참에 네가 제 발로 굴러왔구나. 널 죽여 술을 빚고, 네가 삼킨 영혼들을 다시 회수하여 좋은 재료로 바꾸면 되겠구나.
이런 횡재가 있나, 하하하!”
악사가 큰소리로 웃자 그의 뒤쪽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북소리는 마치 천둥소리처럼 천지지간을 뒤흔들었다.
이어서 구름 위에서 번개가 마구 쏟아졌다.
강을 이룬 번개는 조개껍데기 틈을 따라 내부로 흘러들었다.
조갯살에 있던 입들은 하나씩 사라져가기 시작했고, 내부에 가득하던 비린내고 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깨끗이 소멸되었다.
악사는 목을 길게 빼며 안쪽을 쳐다보았다.
“깨끗이 씻어야 좋은 술이 빚어지는 법이지…….”
한편, 멀리서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진양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겁뇌를 소환하여 번개의 강을 만들다니.
겉보기엔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실로 매우 강했다.
그렇다면 방금 이곳을 지나가며 벌인 일들은 천하방을 유인하기 위해 일부러 꾸민 짓이 분명했다.
번개의 강이 천하방 내부를 씻어내며 조갯살은 투명한 색을 띠기 시작했다.
조갯살 곳곳에 자라있던 입도 전부 사라졌다.
한곳에 모인 조갯살은 인간 어린이의 형상을 이루었다.
조갯살로 만들어진 인간은 머리는 있었지만, 눈과 코, 입과 귀는 없었다.
하지만 대략적인 형상은 있었다.
입이 있어야 할 자리가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아 제발 용서해달라고 빌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