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246
1246화 환생이 가능하다는 증거
닭이 삼안용모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봐, 용모. 솔직하게 얘기해. 이 녀석 진유덕의 아들이지?
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재능, 거기에 네 실력과 혈맥을 생각해 본다면 몇백 년 동안 품고 있다가 이제 낳았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솔직하게 얘기해 봐. 이 녀석이 정말로 진유덕의 아들이라면 내가 평생 잘 돌봐줄 테니까.”
마음 같아서는 그렇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만약 그가 진양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대황에서 자신의 아들을 건드릴 순 없을 테니까.
하지만 수많은 절세 고수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는데 감히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니다. 삼 년 전, 어느 비경에서 실수로 고대의 경금의 힘을 품은 금제를 건드렸다가 그 힘에 의해 침식당하게 되었는데, 무슨 수를 써도 제거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품고 아이가 그 힘을 흡수하도록 한 것뿐이다.”
“그렇지? 그래. 내가 진유덕 그 망할 녀석이랑 함께 한 시간이 얼만데. 몰래 아이를 숨겨두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을 리 없잖아! 하하하!”
뭐가 그리도 좋은지는 몰라도 닭은 기고만장한 얼굴로 웃음을 터뜨렸다.
여러 고수들이 번갈아 가며 한참을 동안 확인을 한 끝에 글씨와 징표 모두 진양이 남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미 죽은 진양이 어떻게 아이의 몸에 이런 걸 남긴 건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여러 고수들이 한참 동안이나 생각을 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려는 순간.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를 보던 촉룡이 갑자기 아이를 데려가 키우겠다며 자처했다.
웬만해선 일을 벌이길 좋아하지 않는 그의 모습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었다.
“안 돼!”
가장 먼저 나서서 반대한 건 닭이었다.
촉룡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닭과 그의 뒤에 있는 이족 군단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닭은 지지 않고 한층 더 목을 길게 쭉 빼며 도끼눈을 떴다.
“왜? 빼앗아가기라도 하려고? 어디 할 수 있으면 해 보든지!”
그 순간 한참 식사에 정신이 팔려있던 흑피가 동작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촉룡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한참 코까지 골며 잠들어있던 흑구도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솥에 다리를 넣고 탕을 끓이던 돼지도 솥 밖으로 기어 나왔고, 달콤하게 잠들어있던 고양이는 몸을 뒤집으며 앞발로 얼굴을 가린 채 계속해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때, 촉룡의 눈앞에 갑자기 환영이 나타났다.
무시무시한 살기가 모여들며 흉악한 인상으로 바뀌더니 그를 향해 매서운 포효성을 내질렀다.
놀란 촉룡이 황급히 눈을 몇 번 깜빡이자 환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진심으로 놀랐다.
진양은 일개 범인 주제에 수많은 절세의 흉물들을 곁에 두었다.
그러고도 이삼 백 년이나 산 것을 보면 목숨이 상당히 질긴 놈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가 죽은 뒤로도 그가 부리던 흉물들은 여전히 충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과연 범상치 않은 인물이 확실했다.
“놀라긴. 그냥 해 본 말일 뿐이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이런 갓난아기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촉룡은 자리를 떠났다.
다시 영야의 땅으로 돌아온 촉룡은 멍한 얼굴로 뒤를 바라보았다.
“방금 분명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그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거지? 그는 도대체 누구인가?”
* * *
“대협, 괜찮으시다면 잠시 남만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흘누가 몽의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때론 많은 사람들 앞에선 할 수 없는 얘기도 있는 법.
이들이 이곳에 온 건 단순히 한 가지 사실만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시지요.”
몽의는 흘누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흘누는 멍하게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최양평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최양평도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지금 그가 알고 싶은 건 진양의 소식이 전부였다.
아이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 왠지 모르게 진양이 언젠간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남은 모든 이들이 각자의 길로 흩어지고 난 뒤.
마지막으로 닭과 함께 온 이족들만 남았다.
닭이 날개로 가슴을 치며 호언장담했다.
“용모, 걱정할 것 없다. 네 아이의 모반에 써 있잖아. 진유덕이 이 아이의 은인이라고. 이대로 아이가 죽어버린다면 내가 무슨 낯으로 진유덕을 보겠어? 걱정 마. 앞으론 내가 이 아이의 곁을 지켜줄 거니까.”
삼안용모는 지금 이런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상태로 아이와 홀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요족의 습격을 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닭과 함께 온 이들은 엄밀히 따지면 지성을 가진 요족이라고도 볼 수 있는 녀석들이었다.
적어도 인간과 같이 있는 것보단 훨씬 편하다.
닭은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덜컥 이곳에 남기로 결정해 버렸다.
어차피 검은 새가 있으니 볼일이 있으면 타고 잠시 돌아갔다가 다시 오면 되니까.
유령호에 있고 싶어 하는 흑구를 제외하면 다른 이들은 크게 불만은 없었다.
* * *
여족의 땅, 각종 방어 금제가 펼쳐진 밀실 내부.
여족의 세 거두와 신우, 몽의와 최양평이 한곳에 모였다.
“저희 일족에 남아있는 기록에 따르면 상고 지부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한 비밀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상고 지부를 세운 목적은 사후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하죠. 상고 시대가 막을 내린 것도 바로 이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제 보니 그들은 아무래도 목적을 이룬 듯합니다.”
흘누는 질질 끌 것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몽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양이 망자의 세계로 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방법으로 소식을 전해올 줄은 몰랐습니다. 마찬가지로 상고 지부의 비밀이 사실이었을 줄도 몰랐고요.”
용모가 경금의 힘으로 아이를 품게 된 건 삼 년 전의 일이다.
즉, 아이가 몸에 지니고 있는 징표와 기운은 절대 아이를 품고 있는 기간 동안 남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
그렇다면 애초에 그녀가 아이를 품기 전부터 이미 새겨져 있었다는 뜻이다.
“직접 아이를 살펴봤었습니다만, 영혼도 맑고 이제 막 태어난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하나, 그 아이가 망자의 세계에서부터 다시 환생하여 돌아온 아이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다만 전생에선 어떤 사람이었길래 이런 엄청난 기연을 얻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군요.
이제 앞으로는 일이 더욱 복잡해질 겁니다. 실력조차 가늠할 수 없는 강자조차 직접 움직인 걸로 보아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움직일지 짐작이 가질 않습니다.”
“환생이라…….”
몽의는 씁쓸한 얼굴로 웃었다.
이런 식으로 일이 흘러갈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계속해서 일이 커지게 된다면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진양은 단순히 소식을 전하려던 게 전부일 것이다.
아마 일이 이렇게까지 흘러갈 줄은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흘누가 말한 대로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움직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곳곳에 숨어있는 고수들부터 대형 세력, 그리고 이미 사라진 상고 지부와 상고 천정까지.
지금까지 수많은 고수들이 불사장생을 꿈꿨으나 이를 이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환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환생이라니.
이건 고수들이 간절히 바라던 기회였다.
그리고, 전례가 있다는 건 그다음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환생은 곧 일종의 불사장생과도 같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봉호도군 중에 누가 다시 환생하여 살아났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환생이 가능하다는 생생한 증거가 나타났다.
모든 이들이 수행을 하는 가장 큰 목적.
그것은 바로 불사장생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오랜 과거부터 지금까지 장생을 이룬 사람은 있어도 불사를 이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강한 강자더라도 결국은 작은 봉분 하나 남기며 세상을 떠나는 최후를 맞이하는 법.
어느 강자가 다시 환생하여 돌아왔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돌았지만, 그 누구도 그것이 사실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진양이 바로 그런 경우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진양의 신통력을 보고 그가 환생한 부군이라는 말을 했지만, 상고 지부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확신하진 못했다.
모든 이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이것이 그들이 가장 기대하는 결과이기 때문에 불과하다.
환생, 이것은 모든 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염원이다.
그런데 환생이 가능하다는 확증이 나타났다.
진양은 단순히 그를 편하게 찾아내기 위해 징표와 글을 남겼다.
그리고 용모의 아이는 상고에 남겨진 경금의 힘을 통해 태어났고, 그 덕에 태어나면서부터 형상을 이루며 사람들이 그의 모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는 삼안용모를 통해 대황에 태어났다.
그리고 대황은 진양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이다.
만약 이러한 조건들이 없었다면 그 누구도 그가 죽은 자가 다시 환생하여 태어났다는 추측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껏해야 삼안용모가 운 좋게 천부적인 자질을 가진 아이를 낳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전부였을 것이다.
그동안 삼안용모의 기에 눌러 어깨조차 제대로 펴지 못했던 요족들은 용모가 허약해진 틈을 타 그와 그의 아들을 제거하려고 했다.
딱 이 정도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분명 다시 환생을 했지만 아무도 이 사실을 모른다.
어쩌면 이전에도 어느 한 강자가 운 좋게 다시 환생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어쩌면 이제 막 태어나 걸음마도 떼지 않은 아이가 우연히 마침 근처에 있던 두 고수의 싸움의 여파에 의해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설령 과거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해도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일은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다.
일단 환생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심지어 망자의 세계에서 산 자의 세계로 환생하는 것까지 가능했다.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가 되어 새롭게 시작을 하는 것이다.
겉만 보면 상황이 크게 벌어진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고수들이 빠르게 달려온 건 혹여나 요족 무리들이 삼안용모의 아들을 해칠까 봐 그랬던 것이었다.
모든 확인이 끝나고 모두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심지어 어떠한 요족 하나도 죽지 않고 상황은 평화롭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진짜는 지금부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