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54
1454화 더 큰 화근이 되길
또다시 일 년이 지났다.
매염은 천신만고 끝에 새로운 기회를 손에 넣게 되었다.
대영의 군대가 어느 한 강력한 세계를 개척하기 위해 나서는 순간.
그는 조용히 은월계로 향하는 무리 안으로 숨어들었다.
은월계로 향하는 상단 무리였다.
이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엄청난 혼란이 빚어지는 시기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통로에 다다르기도 전에 발각되어 추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매염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신수 아래 수많은 통로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통로는 수많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 세계들은 전부 대황보다 약한 곳이며, 대영 신조의 지배력이 전혀 미치지 않는 곳이다.
오직 혼란을 통해서만 이익을 볼 수 있으며, 난세 가운데로 뛰어들어야만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매염은 이미 완전히 눈이 뒤집혀있었다.
추격자들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그는 가지고 있는 부전과 묵록, 그리고 법기까지 동원하고 나서야 간신히 추격자들을 떨칠 수 있었다.
매염은 갈라진 틈을 통해 지하로 향했다.
추격자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때, 그의 눈앞에 거대한 뿌리가 나타났다.
잘린 것처럼 생긴 뿌리였지만 단면은 보이지 않았다.
매염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사라져버렸다.
완전히 사라지기 전.
번쩍이며 빛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조금만 늦었다면 그는 붙잡히고 말았을 것이다.
이어서 진양과 몽의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몽의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꽤 복잡해 보였다.
매염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진양을 통해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겨우 축기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대로 보내도 괜찮은 게냐? 게다가 대황에 관한 기억들도 자르지 않고 보내다니. 걱정이 되는구나.”
반면 진양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평온한 얼굴이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희가 십방 신조와 마주하게 되는 건 시간 문제나 다름없었으니까요. 게다가 매염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기껏해야 축기 수도사에 불과하니까요. 오히려 기억을 베어내는 게 후환이 될지도 모릅니다.
현재 학원의 분위기는 상당히 개방적이죠. 그 누구에게도 관대한 편이고요. 그가 할 수 있었던 이 이들은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는 법입니다.
혹시 녀석이 죽을까봐 걱정이 되시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선이라는 게 없는 자가 대마경까지 익혔잖아요. 이런 사람은 절대로 쉽게 죽지 않을 겁니다.”
몽의는 여전히 걱정이 되었다.
다만 그 매염이라는 녀석이 죽을까 봐 걱정이 된 건 아니다.
그에겐 진양에게 직접 전수받은 대마경이 있다.
대마경은 정도를 통해 수련하는 것도 가능하고, 반대로 지름길을 통해 수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자신의 몸에 맞는 방법만 찾으면 큰 영향도 없다.
몽의는 눈이 없다.
그래서 육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사람을 살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음의 눈으로 보면 그 사람을 한층 더 깊게 파악할 수 있는 법.
때문에 그는 매염을 보자마자 그가 선한 쪽인지 악한 쪽인지를 구분해냈다.
이러한 사실은 일전의 일로도 충분히 증명이 되었다.
여행기엔 지름길에 대한 내용과 함께 무시무시한 경고의 문구도 적혀있었다.
그러나 매염은 오직 지름길에만 집중했을 뿐, 무시무시한 경고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가 지름길인 사도의 길을 걷는 건 필연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선악은 단순히 관념에 따라 정해지는 게 아니다.
단지 어떤 입장에 서 있냐에 따라 달라질 뿐.
사도의 길을 걸으며 악을 위해 자신을 불태워야 한다면, 지금까지 존재했던 악인들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겠는가?
도중에 추살을 당해 죽게 된 이들을 제외하고, 악인들 중에 자신의 수련을 위해 스스로를 불태웠던 자가 몇이나 있었는가?
모두들 사도에 발을 들이는 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건 공통된 가치관에 불과하다.
사도에 들어서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사마들이 스스로를 불태운 건 단지 빠르게 팽창하는 힘에 비해 그것을 지배할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사마가 스스로 자괴감을 느껴 죽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스스로의 본심을 지키고 기초를 튼실하게 다져나가기만 한다면 마도는 물론이고 사도조차도 도군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법!
천지지간에 존재하는 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가치관으로 부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순간 몽의는 똑똑히 보았다.
매염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는 결코 스스로를 불태우지 않을 것이다.
몽의는 단지 그가 언젠간 큰 화근이 되어 돌아올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대마경의 내용이라면 몽의도 직접 살펴본 적이 있다.
사실 지름길은 매염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끝까지 본심만 유지한다면 실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며, 언젠간 도군의 경지에 오를 것이다.
“사숙님, 걱정하실 것 없다니깐요. 녀석이 화근이 된다고 해도 저희에게 피해가 올 건 없을 테니까요.
녀석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십방 신조에서 날뛰도록 놔둘 생각입니다. 아마 작정하고 날뛰기 시작하면 십방 대제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 테니까요.
전 오히려 녀석이 더욱 큰 화근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진양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만 자신이 준 대마경이 해적판이라는 얘기는 할 수가 없었다.
어떤 비밀이든 입 밖으로 내는 순간부터 더 이상은 비밀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몽의는 진양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 있다는 걸 눈치챘다.
정확히 무슨 계획을 꾸미는지는 몰라도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 모습에 몽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고.
몽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누군가 태일이 있는 곳으로 건너갔으니 호량도 더 이상은 안전하지 않겠구나. 그렇다면 나도 가보는 게 좋을 듯하구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 십방계에 대해 잘 모르면 막상 싸워야 할 때 제대로 힘을 못 쓸 수도 있을 게다.”
진양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숙님, 안 됩니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사숙님을 보낼 수 없는 겁니다.
태일은 뻔뻔하게 인간 대제의 자리에 올라있는 놈입니다. 이건 누가 봐도 절 유인하기 위한 거잖아요. 그러니 더더욱 사숙님께서 위험한 모험을 감수하시도록 놔둘 순 없습니다.
그리고 제게도 나름의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게다가 호량 학원을 완전히 자리 잡게 만들고, 호량도를 확실하게 손에 넣는 것. 이건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계획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니 썩 마음이 놓이질 않아서 말이죠.”
“그래, 알겠다.”
몽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확실히 이곳이 훨씬 더 중요하다.
진양의 진정한 기반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경솔하게 스스로 나서지 않는 것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패배해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패배하게 된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몽의가 아니면 호량 학원을 지켜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몽의가 지켜줘야만 진양도 안심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몽의가 시간의 강의 힘을 빌릴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시간의 유속에 잠시 변화를 일으키는 게 전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온 세상을 통틀어 가장 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상고에는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었던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이건 상당히 위험한 힘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망자의 세계로 가지도 못하고 완전히 증발해버릴 수도 있다.
이토록 위험하지만 않았다면 진작 몽의에게 부탁하여 수련용 비경을 열어달라고 했을 것이다.
시간의 흐름만 조정한다면 안에서 수백 년이 흐르는 동안 바깥에서는 겨우 하루만 지나도록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물론 이러한 비경은 일반적인 수도사의 경우 수련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도군 강자에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쨌든 이러한 계획은 단순히 상상만으로 만족했다.
몽의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게 된다면 몽의뿐만 아니라 진양도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나름의 방법이 있다고 한 건 단순히 몽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다.
매염을 십방계로 보낸 건 그가 천천히 십방 대제의 근처까지 다가가 어느 날 갑자기 십방 대제의 등에 칼을 꽂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이건 단순한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루어질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외에 십방계를 염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만약 매염이 살아남아 그곳에 무사히 정착하게 된다면, 이를 통해 십방계의 상황과 그곳에 있는 호량 조각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직접 가서 살펴보는 건 무모한 짓이다.
어쩌면 십방 대제가 진작 호량 조각을 발견하고 진양이 건너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십방 대제라면 그런 짓을 벌이고도 남는 인물이다.
마찬가지로 그에겐 충분히 그런 짓을 벌일 만한 힘이 있다.
매염을 십방계로 보낸 뒤 신수에겐 우선 그곳과의 연결고리를 끊도록 했다.
어쨌든 진양은 철저한 계획하에 매염을 그곳으로 보냈다.
하지만 매염에겐 이 사실을 철저하게 숨겼다.
본인조차 자신이 첩자로 가게 되었다는 사실을 몰라야만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층 더 나아가 첩자로 보내진 사람이 누군지 아무도 몰라야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심지어 진양 자신조차 몰라야 더욱 안전이 보장되는 법.
본격적으로 계획이 시작되었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뿐.
진양은 사자결을 통해 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의 수천 년에 걸친 변화를 살펴보았다.
사람들이 시험을 치렀던 몽경은 진양이 만들어낸 곳.
때문에 진양도 어느 정도는 깨달음이 있었다.
새로운 일자결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새로 배울 만한 조짐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대신 이미 보유하고 있는 사자결과 애자결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미 새로운 신통력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변이 없는 한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건 그가 제일 처음 배웠던 사자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