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47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말해도 저는 진짜 모른다니까요?”
김현성은 투덜거리면서 넥타이를 바로 메었다. 몇 번을 입어도 정장은 역시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몸을 감싸는 셔츠는 갑옷보다 뻣뻣하게 느껴졌고, 넥타이는 목에 감은 족쇄처럼 느껴졌다. 치수에 딱 맞춘 마이는 몸 전체를 옭죄는 감옥 같다.
“그러니까 동조율은 일종의… 그.. 향상심에 굉장히 밀접해요. 아니, 향상심이라기보다는 절박함… 몰입? 아, 진짜. 설명하기 힘드네.”
김현성과 통화중인 것은 연민서였다. 연민서의 동조율은 벌써 몇달 동안 80%에 멈춰있다.
연민서도 나름대로 열심히 동조율을 올리기 위해서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있는 모양이지만, 동조율은 올리고 싶다고해서 쉽게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누구보다 김현성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도 동조율 90%, 대에서 100%가 되는 것에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기때문이다.
“…네? 일부러 말해주지 않는 것이라니! 잠깐만요, 누님. 내가 왜 누님한테 숨기겠어요? 네? 아니, 알케나 누나 건은! 누님이 멋대로 50년이라고 시간을 걸어 놓은 거잖아요!”
김현성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외쳤다. 하긴, 초조할만도 하겠지. 알케나는 벌써 동조율이 95%에 도달했다. 아마 지금까지처럼 순조롭게 동조율이 상승한다면, 레이크 다음 차례로 동조율 100%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어… 누님. 일단 진정하고. 거, 왜. 곧있으면 마왕강림 이벤트잖아요? 일단 거기서 마왕이랑 맞다이 한번 까봐요. 이기려고 발악하다보면 뻥하고 뚫린다니까요? 진짜로, 나도 그랬었으니까. 그리고 누님 너무 초조해 할 필요 없어요. 누님 지금 굉장히 잘하고 있는 거라니까요? 누님만큼 빠르게 동조율 올린 사람도 별로 없어요. 어디보자… 지금 누님의 동조율랭킹이…”
김현성은 말끝을 흐리면서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두드렸다. 아무 것도 없던 허공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난다. 현재 플레이어들의 동조율 최고 기록을 정리한 표다.
레이크(동조율 98%)
알케나(동조율 95%)
류가미(동조율 91%)
카란(동조율 90%)
루벡(동조율 90%)
새턴(동조율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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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노스(동조율 85%)
“노력하면 되요, 노력하면. 아… 누님. 나 이제 전화 끊어야 되요. 오늘이 첫 출근인데 지각하게 생겼단 말이에요.”
김현성은 시간을 확인하고서 급히 통화를 끊으려 들었다. 그러다가 멈칫, 김현성은 쓰게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거렸다.
“응. 누님. 나도 당연히 사랑하죠. 그러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앞으로 나랑 오래오래 살아야 할 것 아니에요? 네? 알케나 누나는…어… 일단 50년이라고 먼저 약속했던 것은 누님이니까. 아, 선배 온다. 그럼 누님 나중에 봐요.”
김현성은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뻣뻣한 자세로 서서 앞쪽을 바라보았다. 몇 번이나 보았던 히어로 사의 건물. 이전에는 여러 이유의 호출 때문에 왔던 곳이지만.
오늘은‘첫 출근’을 하기 위해서 왔다.
“첫날부터 아슬아슬하게 왔네, 너무 여유로운 것 아니야?”
또각거리는 힐소리와 함께 다가 온 앨리스가 눈을 흘기면서 핀잔을 주었다. 앨리스의 곁에는 토끼의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한 박민수가 서있었다.
그는 자신의 첫 후배를 마주하면서 나름대로 선배로서의 위엄을 보이고 싶었던 것인지, 평소보다 기합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음. 출근이라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앞으로 익숙해지도록해. 오늘이 첫 출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여유를 챙겨줄 수는 없어. 곧 있으면 마왕 강림 이벤트니까 그 도중에 또 동조율이 폭발적으로 오르는 플레이어들이 많을지도 모르니까.”
앨리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김현성의 앞에 섰다. 김현성을 빤히 보던 앨리스의 눈이 빙그레 휘어졌다.
“그래도 첫 출근 축하해.”
“저랑 똑같은 낙하산이지만요.”
박민수가 냉큼 덧붙였다. 그 말에 앨리스가 박민수를 째려보더니 팔꿈치를 휘둘러 박민수의 옆구리를 쳤다.
“똑같은 낙하산이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말하지마. 얘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정식으로 선출된 임원이거든?”
“첫 출근에 임원직이면 낙하산이지 뭐…”
박민수는 자신에게 들어오는 구박에 울상을 지으면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런 박민수와 앨리스를 보면서 김현성은 쓰게 웃었다.
“…뭐. 잘 부탁 드려요, 선배님들.”
입술이 벌어지면서 김현성의 이가 드러난다.
그곳에 자리 잡은 것은, 인간의 이빨이 아닌 짐승의 날카로운 이빨이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