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staurant where the fox waits RAW novel - Chapter 191
제193화
193화
“생각할수록 신기하네…….”
달그락, 달그락.
손님에게 주문을 받았으면 마땅한 요리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요리사의 일이 아니겠는가.
주방으로 돌아가 요리를 하면서도. 태규는 영 찝찝한 기분을 져버릴 수가 없었다.
“현무 님은 안 그래요?”
“이상하지.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이 귀신들 밥 먹는 곳에 들어왔으니, 이게 어찌 안 이상한 일이겠어.”
“뭐가 어떻게 된 거려나요.”
“그러게나 말이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사람 같은데. 요기라든가, 이상한 게 느껴지거나 하지도 않고.”
“그럼 도대체 여기에는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 평범한 사람 눈에는 문 닫은 식당으로 보인다면서요.”
“나도 그건 모르겠다…… 미안해, 태규 사장.”
“아니 뭐. 현무 님이 미안해하실 것까지는 없긴 한데. 흐음.”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대화를 하면서도 태규와 현무의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멸치와 디포리, 다시마와 건새우를 뚝배기에 넣고 끓여서 간단히 해산물 육수를 만들어주고.
거기에다가 된장 한 스푼을 풀어준 다음.
소금과 간장 조금으로 간을 하고, 마늘과 양파 애호박. 썰어둔 채소를 넣고 끓여준다.
채소들이 살짝 익었을 타이밍에 자른 두부와 팽이버섯을 넣어주면 된장찌개는 완성.
학생이 요청했던 달걀 프라이도 맛있게 반숙으로 부쳐주고, 아까 아침 장사를 하면서 만들어두었던 다른 반찬들도 같이 담아주니 순식간에 맛있어 보이는 한 상이 완성되었다.
“일단 제가 밥 먹이면서 이야기좀 해볼게요.”
“그래, 그렇게 하는 게 낫겠다. 그래도 애들이 태규 사장 좋아하니까.”
“이 식당에 귀신이든 사람이든 사연 없이 들어오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응. 잘 부탁할게.”
멋들어지게 완성된 상을 읏차- 하고 들어 올린 태규가 유유히 들고 나갔다.
아까부터 세상 배고프다는 표정으로 식당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던 아이가 상을 든 태규를 발견하자마자 환하게 웃어 보였다.
“우와아!”
“된장찌개에 달걀 프라이, 맞지?”
“네, 맞아요. 냄새 짱 좋다. 맛있겠는데요?”
“아저씨가 원래 손맛 좋기로 유명한 사람이거든. 맛있게 먹어. 반찬이나 밥이나, 부족하면 더 가져다줄 테니까 편하게 말하고.”
“네에. 잘 먹겠습니다아.”
그리고는 수저와 젓가락을 집어 들어 본격적인 먹방을 시작하는 아이였다.
뜨끈하고 구수한 된장찌개 국물부터 한 숟가락 먹어보았는데.
“크하아!”
“쟤는 무슨 고등학생이 아저씨 같은 소리를 내냐…….”
저절로 탄성이 튀어나와 버리는 시원한 맛.
뚝배기에서 펄펄 끓여져서 나온 된장찌개가 왜 시원한 맛이냐고 묻는다면, 맛이 정말로 시원해서 그렇다는 대답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다음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된장찌개 건더기를 밥 위에 올려서 슥슥 비벼주고. 두부까지 잘 으깨서 한 입 먹어주면.
“으으음.”
고소한 두부와 된장의 조화. 말해봤자 입만 아픈 수준이 아니던가.
거기에 태규가 직접 담근 김치도 하나 올려서 먹고, 달걀 프라이도 케첩에 꼭 찍어서 한 입.
마지막으로 바삭바삭한 김까지 곁들여주니 저절로 수저가 계속해서 움직여버렸다.
“아저씨, 아저씨!”
“응? 학생, 무슨 일이야.”
“밥 한 그릇만 더 주세요.”
“맛있나 보네. 잘 먹으니 다행이다.”
“솔직히 말해서, 저희 엄마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은데요? 히히. 괜히 식당 하시는 거 아니네. 진짜 인정!”
“밥 넉넉히 퍼줄게. 다 먹을 수 있지?”
“어우, 당연하죠!”
아이가 생긴 것만 봐서는 비쩍 마른 것 같았는데.
저 음식이 다 살로 안 가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잘 먹었다.
나름 고봉으로 담아준 쌀밥 두 그릇을 전부 해치우고. 된장찌개는 국물조차 한 방울 남기지 않았으며, 넉넉히 담아준 반찬까지 깔끔하게 비워버린 아이.
성인 남자 기준으로도 이 인분이 살짝 넘을 것 같은 양을 다 먹고서야, 이제 좀 배가 부르다며 만족스럽게 씨익 웃어 보였으니.
“아저씨, 잘 먹었어요. 계산해주세요. 얼마에요?”
“으음…… 오천 원만 줘.”
“네에? 진짜요? 저 밥도 두 그릇 먹었는데요.”
“우리 식당에서 공깃밥은 돈 더 안 받아. 그리고 오천 원만 줘도 진짜 괜찮으니까.”
“대박…… 엄청 싸고 맛도 있는데. 완전 대박 식당이네요.”
완전 대박 식당이라.
생각하면 할수록 어감이 어딘가 웃겨서, 태규는 피식거리며 웃어버리고야 말았다.
결국 학생은 지갑에서 꼬깃꼬깃 접힌 오천 원짜리 지폐를 내고는 그대로 돌아가 버렸다.
애초에 대화를 별로 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사실 학생에 대해서는 알아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교복을 보고 미호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구나 생각했고. 명찰에 적힌 이름을 보고서는 아이의 이름이 ‘김 연’이구나 하고 알아냈을 뿐.
귀신도, 그렇다 해서 이매망량도 아닌 평범한 학생이 도대체 어떻게 귀신들이 밥을 먹는 시간의 소반에 들어올 수 있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찾아내지 못한 채였다.
‘그래도 별일 없이 잘 넘겼으니 괜찮으려나.’
무슨 일이 생겼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정말 평범하게 식당에 와서 밥을 먹고 갔을 뿐이었으니.
특별할 것이라고는 없었다.
그저 잠시 다녀갔던 평범한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 손님은 잊혀져 버렸다.
처음에는 서아나 저승이라든가, 특별한 일이 있었다 이야기하긴 했지만.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까 완전히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이 주가 정도가 지났을 무렵.
치링~
“어서오세…… 응?”
“아저씨! 저 또 왔어요.”
아이는 다시 찾아왔다.
평범한 사람들이 밥을 먹고 가는 시간이 아닌, 귀신들이 밥을 먹고 다니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대에 말이다.
* * *
“오늘은 저 파스타 해주세요. 파스타!”
“파스타? 갑자기?”
“네에. 파스타 먹고 싶은데, 밖에서 다른 데서 사 먹기에는 너무 비싸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파스타 해주세요. 파스타.”
“우리 가게에서 사 먹는 건 안 비쌀 거라고 생각하니.”
“된장찌개가 5천 원이었으니까. 파스타는 한…… 7천 원?”
“무슨 파스타가 먹고 싶은데.”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토마토도 좋고, 크림도 좋고, 요새 유행한다는 로제도 좋고. 아저씨는 요리 잘하시니까, 아무거나 다 맛있을 거잖아요. 그렇죠?”
“허허…… 거, 참.”
옛말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웃는 얼굴에는 침을 못 뱉는다고 말이다.
그 말은 지금도 너무나 잘 통하고 있었으니.
‘다시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사실 아이 또한 평범한 손님이었다. 단지 귀신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의 소반에, 평범한 사람인 녀석이 이렇게나 막 들어오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할 뿐이지.
심지어 아이는 밤의 소반을 ‘싼 가격에 먹고 싶은 것을 만들어주는 맛집’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실제로도 그런 의미로 운영하는 가게이긴 했다만.
“끄응, 알았어. 어쩔 수 없지. 그럼 토마토로 무난하게. 괜찮지?”
“네에!”
주문을 받았으면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요리사의 사명 아니겠는가.
주방으로 들어간 태규가 냄비에 물을 올렸다.
올리브오일과 소금을 살짝 넣고 파스타 면을 삶는 동안, 시판 토마토소스를 꺼내 기름을 두른 팬에 부었다.
파프리카와 양파, 마늘을 탁탁탁 썰어 소스와 함께 볶아주고. 눈치껏 큼지막한 소시지도 하나 꺼내서 넣어주었다.
면이 80% 정도 익었을 때 즈음 건져서 팬에 넣어주고. 면수도 한 국자 넣어준 다음 휘리릭 휘리릭 볶아주기만 하면 순식간에 파스타가 완성.
‘여자애들이라서 그런가, 파스타 좋아하나 보네.’
사실 파스타는 외국의 라면 포지션이다.
만들기도 엄청나게 쉽고, 비싼 재료도 안 들어간다.
태규 생각에는 이게 비쌀 이유가 없는 음식인데. 한국에서는 이상한 프리미엄이 붙어서 비싸게 팔리고 있으니, 생각할수록 신기하기도 했다.
“자아, 토마토 파스타. 소시지도 하나 올렸다.”
“와아,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아!”
서빙된 파스타를 보자마자 진심으로 좋아하는 연이.
갓 만든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아서 한입에 넣고는.
“으으음!”
이번에도 어김없이 바로 터져 나오는 탄성.
뽀득뽀득하고 육즙이 가득한 소시지도 곁들여주니 금상첨화였다.
‘진짜 잘 먹긴 하네. 미호 보는 것 같구만, 허허.’
이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연이는 정말 미호처럼 음식을 많이, 맛있게 먹는 재주가 있었다.
지금도 거의 이 인분 가까이 만들어서 담아준 파스타를 후루룩후루룩- 하면서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으니 말이다.
시판 소스 쓴 게 미안할 정도로. 소스까지 너무 맛있다며 싹싹 긁어먹은 아이는 오늘도 설거지를 다 해버렸다.
“아저씨, 계산이요!”
“어휴, 잘 먹었니?”
“완전이요. 엄청 잘 먹었어요. 저, 사실 며칠 전부터 파스타 엄청 먹고 싶었거든요. 아! 돈은 얼마나 드리면 돼요?”
“뭐…… 오천 원만 줘.”
“네에? 진짜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래. 비싸게 받아서 뭐 하겠니.”
다름 아닌 학생 코 묻은 돈을 말이다.
물론 그 대신.
“그런데 저기, 학생. 아저씨가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요?”
두 번이나 식당에 찾아와버린 이상.
이젠 태규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던 거다.
“혹시 우리 식당은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아니, 그 이전에 말이야. 지금 시간이 거의 밤 10시가 넘어가는데. 이 시간까지 저녁도 안 먹고 뭐 했어?”
“아,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