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d-rate journalist becomes a tycoon RAW novel - Chapter 182
184화
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재환은 많은 게 변한 KG 그룹을 보게 됐다.
“와…. 무슨….”
휴가라고 해도 재환의 눈과 귀는 닫혀있는 건 아니니 한국에서의 소식을 간간히 들었다.
KG 그룹이 한성을 잡아먹었다. 외국계 기업들도 차례 차례 M&A를 진행한다.
갑자기 풀 악셀을 밟는 행보에 당연히 국내 언론사들은 KG 그룹에 대한 걱정과 비판섞인 보도를 했다.
동시에 재환의 입장문을 받아보고 싶다며 계속 접촉해왔다.
이 소식을 재환도 접했지만,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회장님은 가만히 기다리시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요?”
휴가 중 재환이 KG 그룹에 전화를 걸었지만 서진이 괜찮다며 기다려달라고만 말했다.
이건 좀 심하지 않나 싶었지만, 서진이 생각하는 바가 있겠거니 싶어 재환은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 재환이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KG 그룹은 많은 게 바뀌어 있었다.
“보시면 이게 현재 KG 그룹입니다.”
“허….”
서진이 가져온 KG 그룹의 계열사 정리표를 본 재환은 말이 안 나왔다.
일부 계열사는 분리했고, 어떤 계열사는 새로 통합됐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들이 생겨났고, 어떤 사업들은 폐지됐다.
고작 한 달 사이에 너무 많은 것들이 바뀌어서 일일이 짚고 넘어가기가 힘든 수준이었기에 서진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KG 전자부터 설명 드리자면 파인애플사와 인수 합병 중에 있습니다.”
“네? 그걸 그 쪽에서 받아들일 리 없을 텐데요.”
파인애플 사도 작은 기업이 아니다.
아니, 해외에서는 KG 전자보다 더 큰 파이를 가지고 있는게 파인애플 사인데 어떻게 인수 합병을 진행한단 말인가.
재환은 흠칫 하며 되물었다.
“설마 KG 전자를 파는 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필요한 자본은 이미 충분히 마련해 뒀으니까요.”
“어떻게 말이죠?”
“인수했던 기업들 중 필요한 부분들만 먹고 나머진 팔았습니다.”
인수했던 기업들이라고는 하지만 아마 한성을 의미하는 걸 터다.
한성을 먹어치운 뒤 필요한 기술력만 홀라당 빼먹고 나머진 전부 외국계 기업과 국내 중견 기업에 되팔았다는 말에 재환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 정도의 손익 계산을 할 정도로 서진이 뛰어났단 사실에 놀랐는데, 그 오해를 서진이 정정했다.
“대부분의 일은 제가 아니라 이한철 부회장이 했습니다.”
“그 인간을 부회장으로 앉혔어요?”
“손익에 따라 움직이고, 돈 계산은 빠르니까요.”
“하지만 언제든 배신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내부로 끌어들이기에는 문제가 있을 텐데요.”
“그 부분에 대해선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미리 준비를 단단히 해뒀습니다.”
어떤 준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한철이 내부에 똬리를 틀었다는 점에서 재환은 영 불편했다.
“일단 넘어가죠. 그래서 돈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파인애플 사에서 그걸 용납할 리 없을 텐데요.”
눈 뜨고 코베이는 격인데 그걸 허락할 리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선 고글 사와 함께 협력하였습니다. 고글 사도 파인애플 사를 먹는데 거들겠다고 하더군요.”
왜 그렇게 나오는 지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고글 사에서 만든 OS인 안드로이드가 큰 지분을 차지하지만 파인애플 사의 IOS마저 흡수하고 싶은 걸 터다.
하드웨어는 KG 전자가 소프트웨어는 고글이.
이렇게 나눈 덕분에 협력 관계가 구축된 게 아닐까 싶다.
“파인애플 사로선 당황스럽겠군요. 독점과 관련된 규제가 들어오지 않을까요.”
“그 부분에 대해선 미 대통령과 합의를 봤습니다.”
“거래를 한 건가요.”
“필요한 정보가 있다고 해서 드렸고, 저희는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받았습니다. 어떤 정보를 줬는지는 여길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서진이 내놓은 자료를 쭉 훑어보니 국내와 관련된 자료였기에 서진이 처리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재환은 눈가를 문지르며 말했다.
“어지간하면 미 대통령과 직통으로 하는 거래는 없는 게 좋지 않을 까 싶네요. 이것만으로도 나중에 덜미 잡힐 수 있으니까요.”
국가 내란죄라던가 기밀 유출죄 같은 걸로 기반이 흔들리면 곤란하다.
서진도 이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답했다.
“문제가 없는 선에서 조치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대비해 VIP와도 어느 정도 거래를 해놨고요.”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한다는 거군요.”
위험한 폭탄을 떠안았다.
이건 잘못하면 먹다 목이 막혀 죽을 지도 모른다.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데 서진은 담담하게 이어서 설명했다.
“이런 거래 덕분에 파인애플 사의 인수는 큰 무리 없는 선에서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쪽에서 받아들일지 모르겠네요.”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서진의 확답에 재환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뭔가 함정을 깔아놨고, 거기에 파인애플 사가 걸렸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안다고 해도 이미 대부분의 일이 진행됐을 테니 손 쓸 도리가 없을 터다.
“좋아요. 그 쪽은 넘어가죠. 다른 사안은요.”
“KG 계열사의 일부 계열사들을 독립시키되 KG 그룹의 지배를 벗어나지 않도록 체계를 짰습니다.”
“그게 어떻게 되죠?”
“예전에 회장님이 쓰셨던 방법을 썼습니다.”
예전에 썼던 방법이라 하니 좋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뒤가 구린 정보를 이용해서 덜미를 잡아 둔 게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재환이 해왔던 일이니 왜 그랬냐고 말할 수가 없다.
“좋아요. 그 사람들이 배신할 경우의 수는요?”
“없습니다. 절대로 그럴 수 없도록 해놨습니다.”
“나중에 이게 문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기업들이 KG 그룹의 비호 아래에 들어오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비호란 표현이 굉장히 어색했다.
그런 건 국가 간이나 정치에서나 쓰이는 단어지 이런 재계에서 쓰일 법한 단어는 아니니까.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지금 저희가 공격적으로 M&A를 펼친 덕에 여러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자신들마저 먹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파인애플 사란 덩치 큰 기업을 한 입에 삼키려는 게 현재 KG 그룹이다.
이런 기업에 잡아 먹혀 사라지길 원하는 이는 적을 거다.
“적을 너무 많이 만든 거 아닌가요.”
“오히려 잘됐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KG 그룹이 가진 정보력과 자금이면 자신들의 기업이 더 커질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거죠.”
그 말도 일리는 있다.
어차피 그 시장에서 정상에 서는 게 힘들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게 옳은 선택이니까.
그리고 그 선택지가 KG 그룹 밑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지겠군요.”
“올해 내로 어느 곳에서도 무시 못 하는 기업이 될 겁니다. KG 그룹이 무너진다는 건 여러 국가에 있는 기업들도 같이 무너진다는 거니까요.”
서진의 말에 재환은 헛웃음을 지었다.
저 어느 곳이란 건 단순한 기업들뿐만이 아니라 국가 간의 알력 싸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즉.
“이제 회장님은 회장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전하신 겁니다.”
“이거 참….”
재환은 그 말에 반박할 여지가 많았다.
잠깐 쌓아올린 안정은 언제든 무너질 여지가 있다.
내부에 들어온 기업들이 등을 돌린다면? 내부 파벌 문제가 심화 된다면? 여러 국가에서 KG 그룹에 스파이를 심어서 흔든다면?
1등이 되는 것도 힘들지만, 그걸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재환이 할 말은 많았지만 그저 입을 다물었다.
“비서실장님, 아니 유서진씨.”
“네.”
“저보다 유서진씨가 회장직에 더 어울리는 것 아닙니까. 제가 한 달이나 쉬는 데도 무리 없이 일을 처리하신 걸 보면….”
“회장님, 그건 오해입니다.”
서진은 딱 잘라 말했다.
“이게 가능했던 지금까지 회장님이 해오신 모든 것들 때문입니다. 전 그냥 수저를 들었을 뿐이죠.”
“그러니까….”
“지금 회장님이 없다면 못 할 일입니다. 아버지, 구정혁 전 회장님이었으면 못했을 거란 말이죠.”
서진의 말에 재환은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던 말을 뱉었다.
“제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걸까요.”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건 회장님 말고 없습니다.”
서진은 재환의 옆에 서서 말을 이었다.
“부담스러우시다면 이번처럼 쉬고 오시면 됩니다. 힘들면 제가 몰디브의 리조트라도 예약해 드릴 테니 가서 모히또나 한 잔 하고 오시죠.”
“허허….”
“회장님은 지금까지처럼 하고 싶은 것들을 하시면 됩니다.”
서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장님은 그런 분이시고, 그런 분이시기에 그 위치에 계시는 거니까요.”
재환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에 대해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가슴에 차오르는 감정이 입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지다가 재환이 말했다.
“전 단지 이 나라가 썩어 들어가지 않기를, 가진 자들의 나라가 되지 않길 바랐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게 어느 정도 해소 되었지만, 앞으로도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었죠.”
그렇기에 안배해 둔 많은 요소들이 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마련한 것들이지만, 여전히 불안한 요소는 남아있었다.
이게 제대로 될까.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하는 것들.
자신이 또 다른 카르텔의 핵심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
“그 걱정을 덜려면 계속 이 자리가 필요하겠네요.”
“다크나이트 같군요. 비밀리에 나라를 지키는 영웅 같으니까요.”
“비밀리라기엔 너무 공공연하지만요.”
재환이 까발린 거대한 비리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다.
거기다 국가적으로 위협해오던 중국을 혼자서 박살냈다.
이런 재환이 영웅이 아니면 대체 누가 영웅이겠는가.
“아직 이 나라에는 회장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회장님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KG 그룹이 필요하실 거고요.”
“그 말도 맞죠.”
KG 그룹이 없다면 전생처럼 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재환은 마음을 다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조금 더 힘내볼까요.”
“네. 그래도 전보다는 힘 빼고 지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전과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 되는 거니까요.”
서진의 말에 재환은 웃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노을이 지는 서울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이 여전히 아름다우려면 조금 더 힘내야 한다.
“그럼 VIP부터 만나볼까요. 최근에 VIP와 독대한 기업들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 사람들에게 특혜를 준 건 아닌지 한 번 조사해보세요.”
“확인 중에 있습니다. 확인이 끝나는 대로 VIP와 시간 약속을 잡아두겠습니다.”
“혹시 세금 빼돌리는 정황이 밝혀지면….”
재환과 서진은 그 날 저녁 늦게까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보도할 정보들을 정리해 나갔다.
한국에 카르텔과 같은 부패한 조직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악의에 한국이 잠식되는 걸 막기 위해서.
재환은 계속 지켜볼 것이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