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432)
EP.432 렌카 조교일지 5 #4
다음날 시간에 맞춰 렌카의 집에 도착했을 때 내가 본 것은, 옆머리를 넘기며 휴대폰을 하는 그녀였다.
소매가 짧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는 렌카의 얇고 새하얀 팔이 몹시 섹시하게 보인다.
렌카를 보고 있자면 새로운 페티시가 생기는 듯한 기분이다.
이내 내 차량을 발견한 렌카의 한쪽 손이 살짝 들어올려지고, 자신의 앞에서 멈춘 차의 조수석 문을 연 그녀가 무덤덤하게 인사를 해왔다.
“안녕.”
“안녕하세요. 잘 잤어요?”
“어. 너는?”
“저도요.”
“그래.”
“오늘은 신경 끄라고 안 하네요?”
“닥쳐.”
“욕 좀 하지 마요.”
“조용히 해.”
“한결 낫네요. 출발할까요?”
“길 알아?”
“내비에 입력돼있어요.”
삼촌들의 가게로 출발하면서 콘솔박스에 손을 올리니 렌카의 시선이 그대로 따라왔다.
왜 저러나 했더니, 매일같이 주는 사탕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탕이 있긴 하고, 어제는 못 주긴 했는데… 이러면 꺼내야하나?
습관을 들여놓았는데 안 주면 안 되긴 하지. 하지만 내가 직접 먹여주지는 않을 거다.
콘솔박스에서 팔을 떼어내고 핸들을 잡은 내가 말을 이었다.
“안에 사탕 있거든요? 꺼내서 먹어요.”
“…..”
렌카에게선 반응이 없었다.
항상 먹여주다가 직접 먹으라 하니 위화감을 느끼기라도 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운전을 하고 있어 먹여주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녀는 곧 순순히 콘솔박스를 열고 그 안에 있는 블루베리 맛 사탕을 꺼내 포장지를 뜯었다.
“오픈은 몇 시래요?”
“나도 몰라. 오전에 열 거야 아마.”
안 먹겠다고 튕기지도 않고, 내 물음에 사탕을 달그락거리며 옆으로 밀고 대답을 하는 그녀가 너무 깜찍하다.
당장 브레이크를 밟은 다음 키스를 갈기고 싶어진다.
“삼촌들은 잘 지내고 있대요?”
“어.”
“장사는요? 요즘 어떻대요?”
“그냥저냥 잘 된대. 이젠 전단지를 안 돌려도 알아서 손님들이 찾아온다는데.”
“애초에 손맛이 좋은 집이라 잘 될 것 같긴 했어요. 근데 알바는 안 쓰나? 저번에 쓴다고 했던 것 같은데.”
“구했는데 어제부로 그만뒀어.”
“그래서 부장이랑 저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구나?”
“맞아.”
“알바가 갑자기 그만둔 건가?”
“아니. 몇 주 전에 그만두고 싶다고 얘기했대.”
“그럼 미리미리 새 알바를 구했어야지, 안 하고 뭐했대요?”
“너도 알다시피 삼촌들이 좀 대책 없잖아.”
그렇기는 하지.
숨 쉬는 김에 살아가는 형태의 사람들은 아니지만, 포부는 큰데 그 포부를 어떻게 이루어야할지 잘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다.
“쉬엄쉬엄 도와주기만 하면 될 거야. 힘든 일 없어.”
“아무리 아는 사람들이라지만 일을 하는데 쉬엄쉬엄해서 되나요. 열심히 해야지. 그나저나 오랜만에 같이 일하네요.”
“삼촌들이랑?”
“아뇨. 부장이랑요.”
“뭐… 그렇지. 같이 알바할 때처럼 시도 때도 없이 막 만지면 죽을 줄 알아.”
“그럴 일 없습니다.”
“…. 그럼 됐고.”
약간의 텀을 둔 렌카의 대답은 목소리가 조금 작았다.
싫다 싫다 하더니 막상 안 하겠다니까 조금은 아쉽나보지?
방금 말은 방치 플레이의 일환이 아니라, 괜히 렌카를 건드렸다가 험악한 삼촌들에게 생매장을 당할 것 같아 두려워서인데… 내 뜻을 오해했나보다.
그 오해를 굳이 지금 풀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나는, 차량이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얌전히 운전에 집중했다.
그렇게 조용히 한산한 도로를 지나고 있는데,
“굳이 고속도로로 갈 필요는 없지 않아?”
차 안에 감도는 침묵을 깨고 싶었는지, 렌카가 저런 물음을 해왔다.
“편하잖아요.”
“그래? 그럼 톨비는 내가 낼게.”
“카드 있어서 자동으로 후불 계산 돼요.”
“그니까 그걸 낸다고.”
“됐어요.”
“낼 테니까 나중에 문자로 요금 찍어서 보내줘.”
“됐다니까요? 우리가 남도 아니고.”
“남이 아니니까 더 철저해야지. 돈 문제는 확실하게 하는 게 좋아. 더군다나 나는 얻어 타는 입장이니까…”
“우리 톨비 얘긴 여기까지만 할까요?”
“이상한 고집 좀 부리지 말지?”
“그만.”
“…..”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렌카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엄한 말을 해야 듣는 우리 노예를 어찌해야 좋을까.
아예 순종적으로 변하면 괜찮나 싶지만 그건 내가 반대한다.
렌카에게는 틱틱거리는 면이 있어야 맞다. 최근처럼 떽떽이 아니라.
**
“우리 켄 왔나?”
가게 뒤편 주차장에 차를 대어놓고 안으로 들어가니,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의 삼촌들이 날 반겨왔다.
저 빡빡머리와 무시무시한 인상은 그대로구나. 웬만한 건 보면 적응이 되는 난데 삼촌들은 좀 힘들다.
“그 정겨운 말투는 뭐죠?”
“정겨우면 안 되냐?”
“그건 아닌데 불안해지잖아요.”
“뭐가 불안해져?”
“아닙니다.”
“싱겁긴. 일당 많이 챙겨줄 테니까 저번처럼 잘 부탁한다.”
“뭔 일당이에요. 됐습니다.”
“돈 관련 문제는 확실하게 하고 가야하는 법이라고.”
렌카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지극히 상식적인 거라서 당연하긴 한데… 삼촌들이 말하니까 사채업자가 이자를 갚지 않은 사람한테 협박하는 것 같다.
“일단 알겠습니다.”
“일단 알긴 뭘 일단 알아? 그냥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면 되지. 유니폼 탈의실에 놔뒀으니까 갈아입어라.”
“벌써 일해요? 오픈은 오전이라면서요.”
“농땡이 피울 생각이냐? 돈도 받는 놈이.”
“이래서 일당 준다고 했던 거구만. 합법적으로 부려먹으려고.”
“들켰군.”
큰삼촌, 작은삼촌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은 나는 탈의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 뭐야…? 야…! 여길 왜…”
티셔츠를 벗은 렌카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지?
삼촌들이랑 내가 인사를 나눌 때 조용히 들어왔나보다.
문고리를 잡은 채 잠깐 멍하니 서있던 나는, 재빨리 몸을 돌리고는 사과를 했다.
“미안해요.”
그리고는 곧바로 문을 닫은 뒤 탈의실 입구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흰 파도 위에 귀여운 빨간 생선이 그려진… 마치 초밥집에서나 입을 법한 파란 유니폼으로 환복을 끝낸 렌카가 탈의실 문을 열더니 날 불렀다.
“야.”
“예.”
“잠깐 이리 와봐.”
렌카의 말에 따라 조용히 탈의실 안으로 들어가니, 팔짱을 낀 그녀가 인상을 쓰며 날 올려다보았다.
그런 그녀가 무어라고 말을 하려 할 때,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거 바뀐 유니폼이에요?”
“어.”
“나름 시원시원해보여서 좋네요. 가게가 바다 근처에 있었으면 더 어울릴 것 같았을 텐데 그것만 조금 아쉽다.”
“유니폼에 대한 건 나중에 얘기하고… 너 뭐야?”
“고의가 아니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평소에는 갈아입는 모습을 잘만 보고, 심지어 알몸까지 봐놓고 그 매너 있는 척은 뭐냐며 무어라 싶지?
하지만 이성의 환복 장면을 본의 아니게 보게 되어 사과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쏘아붙일 건덕지가 아예 없다는 뜻이다.
조금 쫌팽이스럽긴 하지만 반응을 보는 게 재미있는 걸 어떡해.
그리 생각한 나는 렌카가 하고자 하는 말의 대답을 해주었다.
“부장이 싫어할까봐 그랬죠.”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안 하던 짓을 하는데?”
“방금 말했잖아요. 부장이 싫어하니까. 제가 이러면 계속 뭐라 했었던 거 기억 안 나요?”
“그래서, 앞으로는 안 하겠다고?”
“예.”
“어이가 없네.”
“어이가 없는 게 아니라 칭찬해줘야하는 일 아닌가.”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까 참 고맙네.”
비아냥거리듯 말한 렌카가 날 지나쳐 탈의실에서 나갔다.
슬슬 물이 올라오는 느낌.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나 싶다.
아직 하고 싶은 게 한참 남았는데 말이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온 나는 가게 안에 렌카가 없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작은삼촌에게 물었다.
“부장은 어디 갔어요?”
“렌카? 잠깐 뭐 사러 간다고 나가던데.”
“그래요? 편의점 갔나?”
“지금 시간에 연 곳이라고는 편의점밖에 없긴 하니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 가까운 편의점은 저 앞 코너만 돌면 있거든? 한 번 가봐라.”
“가게 일 도와줄 건 없고요?”
“없어. 10시까지 놀다가 와라.”
“전단지라도 줘요 그럼.”
“나가 빨리.”
“아까는 농땡이 피운다고 뭐라 하더니, 지금은 왜 쫓아내려고 해요?”
“그냥 나갈래? 아니면…”
“그냥 나가겠습니다.”
삼촌들은 내가 렌카와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고 있었다.
아직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몰라서 저러는 거겠지?
여기서 하렘 선언을 하면 진짜 생매장을 당하는 게 아닐까?
그 전에 호감도를 마구마구 쌓아놓아야 마땅한데… 남자들이라서 조금 그렇다.
부인이나 애인도 없어서 패배자위마조화도 불가능하고…
내 최대의 적은 어쩌면 삼촌들일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해본 나는 가게를 나와 선선한 바람을 맞았다.
그렇게 렌카를 찾을지 말지 고민을 하며 걸음을 옮기던 찰나, 근처에 있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자그마한 가게에서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비닐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자그마한 검은 봉지를 든 렌카.
날 발견한 그녀가 잠깐 당혹스러워하더니, 이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내게로 다가왔다.
“여기서 뭐해요?”
“닥쳐.”
“왜 욕을 해요?”
“야.”
“예?”
“이거 먹어.”
그리 말한 렌카가 봉투를 뒤적거리더니, 어떠한 물건을 내 손에 옮겨주었다.
손바닥에서부터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
랩으로 싸여있는지 맨들맨들한 감촉까지 느껴진다.
“뭔데요 이게?”
“그냥 먹으라면 먹어.”
렌카가 내게 준 것은 거무튀튀하고 작은 떡이었다.
구운 찰떡에 간장을 바르고 그 위를 김으로 감싼 이소베야키.
일찍 연 떡집을 찾아 구매한 모양이었다.
“이거 사러 나갔던 거예요?”
“어. 먹으라고.”
“아니… 먹긴 먹는데, 왜 강제로 먹이려고 해요?”
“따뜻할 때 바로 먹어야 맛있으니까 그렇지. 빨리 내 앞에서 먹어.”
당장 입에 처넣지 않으면 여기서 미동도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살짝 차가워진 내 행동을 겪고 렌카가 자기 나름대로 느끼는 게 있었나보다.
내가 알던 모습이 오랜만에 약간, 아주 약간 튀어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저 새끼 고양이 같은 눈망울과, 챙겨주는 게 부끄러운지 약간의 홍조가 띠어있는 뺨을 보고도 이 떡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일단은 휴전해주마.
교육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렌카를 지그시 쳐다본 나는, 내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뭘 보냐며 시큰둥한 말을 툭 던지는 그녀에게 떡을 돌려주었다.
그리고는 상냥한 투로 말했다.
“비닐 뜯어서 줄래요?”
“…. 너 어린애야?”
“저도 지금까지 부장한테 사탕 먹여줬잖아요.”
“오늘은 내가 직접 먹었어…!”
“오늘은 그랬죠. 예전엔 아니었고요.”
“하… 정말 이럴래?”
“알았어요. 미안해.”
실망한 기색을 한 스푼 담으며 떡을 다시 받으려 하자, 렌카가 이를 뿌드득 갈더니 신경질적으로 떡의 비닐을 제거했다.
이후 약하고 기다란 콧바람을 내뱉으며 내 입가에 떡을 내밀었다.
“자.”
아아… 지금도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방치 플레이… 꼭 해야 할까?
아니다. 약해지지 말자. 저거에 속아 넘어가면 렌카는 또 매일같이 츤츤거리게 된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데레데레하게 될 때까지만 하자.
그런 다짐을 한 내가 입을 살짝 벌리니, 렌카가 엄지와 검지로 집은 떡을 안으로 밀어 넣어주었다.
설탕이 조금 들어가 있어서인지, 떡에서는 김 특유의 고소함과 더불어 달콤짭짜름한 맛이 났다.
그게 마치 렌카와 내 사이 같다고 생각하며, 나는 입을 오물거림과 동시에 히죽 웃어보였다.
“맛있네요.”
“먹으면서 말하지 마.”
“그럴게요.”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 왜 말하는데?”
“알았다니까.”
“말하지 말라고. 하지 마. 이제 입 열지 마. 열면 죽어.”
마음이 아프다.
좋은 쪽으로 아파.
이 플레이가 끝나면 죄송하다고, 잘못했다고 빌 정도로, 스스로 주인님, 그만해주세요… 라고 말할 정도로 미친 듯이 사랑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