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에 계속 –
175화 에필로그 上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출근 시간의 거리.
지하철역 밖으로 빠져나오는 사람들. 사람들의 모습은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성별, 나이, 인종으로 다양하다.
그중 소매 없는 흰색 원피스에 쨍한 파란색 스니커즈를 신은 금발의 여인,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딘다.
휘청거리는 몸의 중심을 잡으려고 손을 휘적거리는 때, 마침 손에 잡히는 것을 잡는 여인.
탁.
푸른색 셔츠 옷자락을 쥔 여인의 손을 클로즈업하는 카메라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심연보다 깊은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을 한 남자의 얼굴이 흐릿하게 드러난다.
흔들리는 눈동자.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놀란 듯한 표정이다.
그리고 다시 금발 여인의 눈.
역시 놀란 표정, 그리고 곧 미안한 표정이다가 푸른 동공에 남자의 얼굴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흐릿하게 처리되었던 남자의 얼굴이 선명해진다.
무척 모호하고 조심스러운 느낌으로 남자가 한국어로 묻는다.
“…… 괜찮아요?”
기우뚱거리던 몸을 바로 세우고 계단을 단단하게 디디고 서는 파란색 신발.
마주 선 남녀의 모습만 시간이 멈춘 듯 선명하고, 그런 그 둘을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빨리 감기를 하듯 바쁘게 지난다.
화면이 점점 밝아지며 종소리를 흉내 낸 기계음과 함께 일렉 기타 연주가 시작된다.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멜로디.
흰 화면 위로 타이틀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정상적인 속도로 화면이 움직이자 여자와 남자가 대화하고 있다. 여자는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있다.
[덕분에 살았네요.]
“…… 아.”
남자의 얼굴에 스치듯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지나고. 어렵사리 입을 여는 남자.
‘외국어라 못 알아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문제는 그것이 전혀 아니었고.
“그런데 이것 좀. 놔 주시면…….”
[아! 내 정신 좀 봐.]
남자의 말에 놀라고 민망한 표정 지은 여자가 아직까지도 쥐고 있던 셔츠 자락을 놓는다.
까딱, 고갯짓하고 돌아서는 남자의 발걸음은 처음과는 달리 느릿해져 있고.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여자의 표정이 미묘하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머뭇거리며 살짝 고개를 돌린 남자의 시선과 마주친 여자가 다시 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다시 앞을 향해 걷는, 횡단보도에 멈춰 선 남자의 등을 두드린다.
[저기!]
무슨 일이냐는 듯한 남자의 표정. 한눈에 보아도 활발한 성격임을 알 수 있는 여자가 웃으며 말한다.
[이따 저녁에 뭐 해요?]
놀라고 얼떨떨한 듯한, 그러면서도 수줍은 남자의 미소가 퍼지면서.
두 사람을 가까이 잡고 있던 화면 또한 점점 멀어진다.
푸른 하늘, 근대와 현대가 혼재된 듯한 이색적이고 낭만적인 도시의 풍경이 담기고 그 앞에 선 두 남녀가 마주 보며 어색하고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두 사람의 귀에는 이어폰 같은 것이 꽂혀 있고.
지나는 사람들의 귀를 자세히 보면 그들의 귀에도 모두 비슷한 모양의 이어폰이 꽂혀 있다.
그리고 드러나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 허공에 뜬 화면들. 휴대폰 화면이 옮겨진 것 같은 화면이다.
그리고 그 아래로 뜨는 자막.
– 2201년 8월 24일, 운명적 첫 만남 –
밤하늘로 화면 전환되며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에서 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시작한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면, 아주 평범한 일상의 순간이었을 그 순간은 너를 만나면서 특별한 순간이…… 운명적인 첫 만남의 순간이 됐다.”
* * *
여느 로맨스 영화의 뻔하다면 뻔한 듯한 첫 장면.
그러나 언뜻 평범한 게 보이지만 미래 도시라는 독특한 설정을 뒷받침하는 CG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색감의 화면과 몽환적인 OST가 어우러지며 매력적인 첫 장면이 완성되었다.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는 것 자체도 역시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거기에 더해진 각각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을 맡은 한국 배우인 도준과 프랑스, 미국 혼혈 배우인 엠마 로즈의 미모와 연기는 영화 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도준이가 저런 얼굴이었던가…….’
칸 영화제 상영일.
떨리는 마음으로 객석에서 영화를 보며 진성현 대표는 멍하니 생각했다.
도준은 늘 강렬한 연기를 해 왔었다.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주로 맡아 왔다 보니 대부분 도준은 누구보다 똑똑하고 멋진,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존재감이 확실했던 것은 당연했다.
에서도 악역이어서 악랄했을지언정 고집불통 느낌의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거리를 지나는 평범한 행인으로부터 시작한 도준은 표정에서부터 우유부단함과 유약함이 느껴졌다.
절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던 존재감조차 때로는 흐릿하게 느껴졌고, 어떠한 순간에는 손가락질하고 싶을 만큼 사랑에 빠져 제 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멍청함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얼이 빠져도 잘생긴 도준의 얼굴 때문에 누군가 챙겨 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거기에 분위기를 어리숙하게 잡아서인지 성숙함이 물씬 느껴지던 최근의 도준에게서는 엿볼 수 없었던, 소년미도 묻어 나왔다.
엠마 로즈에게 푹 빠져 자신에게 아이스크림을 내미는 그녀를 보며 짓는 미소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진 소년의 그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년미뿐 아니라…… 백치미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까지 느껴지네. 도준이한테 백치미라니…….’
백치미.
평소 몸가짐이나 시선 처리 하나도 흐트러지는 법 없는 도준에게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그런데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도준은 그 모든 것을 소화해 내고 있었다.
‘대단하다, 도준아…….’
진성현 대표는 화면 속으로 빠져들 듯 도준의 연기를 보며 감탄했다.
해변가에서 함께 산책을 하다가 사소한 말실수로 시작해 그간 생긴 감정의 골을 드러내며 싸우는 장면에서 영화의 전개와 함께 연기력은 정점을 향해 갔다.
유리알처럼 깨질 듯 깨지지 않던 도준의 섬세한 표정이 순식간에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 순간 사랑에 빠져 헤실대던 남자는 없고, 사랑했던 애인이 자신을 오해했다는 사실에 분노해 차가워진 남자만이 남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이별 후 실의에 빠진 도준이 허공을 보며 후회의 말을 중얼거린다. 연인이었던 엠마 로즈에게 보내는 음성 메시지였다.
도준은 흐리멍덩한 얼굴이었다. 한때 뜨겁게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진 슬픔과 공허함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 저녁에 뭐 해? 혹시 시간 되면 우리 처음 만났던 데서 저녁 먹지 않을래?”
평소 말할 때조차 또박또박한 발음의 도준이었음에도 일부러 뒤끝을 흐리며 대사를 했다.
“M, 내가 잘못했어.”
어차피 모든 대사가 자막 처리될 것이었으므로 도준은 모든 대사에서 과감하게 대사를 흘렸다.
“내 잘못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아니야, M, 이건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놀라운 건 그렇게 대사를 흘렸음에도 한국인인 진성현 대표가 자막 없이 듣기에도 의미 전달이 명확하다는 점이었다.
이런 식으로 듣기에는 불분명하지만 대사 전달에는 무리가 없게 하기 위해 도준이 얼마나 많이 연구했을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도준은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련 많은 남자가 돼 끈질기게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다 결국 메시지를 모두 지운다.
– 삭제하시겠습니까?
CG로 만들어진 허공의 화면에 뜬 메시지, 도준의 손가락이 허공을 짚는다.
‘예’ 버튼을 누르자 팟, 하는 효과음과 함께 화면이 전부 검게 변해 버리고 엔딩이었다.
진성현 대표는 끝까지 집중하며 검게 변하는 화면과 엔딩 크레딧 속 도준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전에 연기했던 캐릭터처럼 강렬하게 멋있지는 않지만, 여운은 그 어느 때보다 긴 캐릭터였다.
평범한 남성을 표현하면서도 배우로서 캐릭터의 매력적인 부분을 가져가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
도준의 연기는 어느 ‘경지’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강도준이라는 인간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오롯이 캐릭터만 생생하게 살아 넘치는 느낌.
영화 속에서 도준은 ‘K’였다.
그리고 그러한 ‘K’를 창조해 낸 건 도준과 앙리 브레송 감독이었다.
‘과연…… 거장이란 이런 건가.’
진성현 대표는 생각하며 상영관 앞에 앉아 있을 앙리 브레송 감독을 떠올렸다. 그 옆에 나란히 도준과 엠마 로즈가 앉아 있을 것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고 어두웠던 상영관에 조명이 켜지자 일순 박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둘, 진성현 대표 주변에 앉아 있던 이들도 일어나며 박수를 보냈다. 상영관 전체가 울릴 정도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였다.
TV 중계나 기사 사진으로만 접해 왔지 진성현 대표도 처음으로 현장에서 느끼는 칸 영화제의 기립 박수 시간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진성현 대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배우에게 진성현 대표 역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편의 관객들을 보며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앙리 브레송 감독이 기쁜 얼굴로 고생한 두 주연 배우, 도준과 엠마 로즈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하고 있었다.
쏟아지는 박수갈채는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그러한 객석을 바라보는 도준의 눈이 촉촉했다. 늘 칭찬받아 왔던 도준이었지만 이 자리는 배우라면 그 의미가 남다를 곳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도준을 바라보는 진성현 대표의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 * *
– 비현실적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극현실.
– 부드러운 화면 속에 포장된 차가운 공허.
– 허무와 인간애가 뒤섞인 바다 같은 영화.
–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찰을 감성적으로 풀어 낸 매력적인 영화.
– 거장 앙리 브레송이 엠마 로즈와 강도준 발견해 간다.
– 완성된 감독과 완성된 배우들이 만든 완벽에 가까운 감성.
칸 영화제 상영이 끝나자 세계적인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영화를 극찬하는 평을 남겼다.
앙리 브레송의 작품 중 수작이라 꼽히던 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나왔고, 칸 영화제의 분위기는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현지에서 앙리 브레송이나 엠마 로즈는 이미 유명인이었는데 남자 주인공 연기를 한 도준에게 인터뷰 요청이 끊임없이 전해졌다.
이날을 위해 꾸린 도준의 전담 팀이었다. 진성현 대표는 영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어에 프랑스어까지 능통한 직원이 인터뷰를 컨트롤 했다.
세계 언론뿐 아니라 한국의 언론들도 평소보다 배에 가까운 수의 기자들을 칸 영화제에 보내 놓은 상태였다.
한국에서의 관심도 어마어마했기에 연일 앙리 브레송과 엠마 로즈, 도준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극찬뿐인 반응에 한국에서는 이미 가 칸 영화제 최고의 상이라 할 수 있는 황금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어린 예측까지 나오고 있었다.
결과 발표는 폐막식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니 우선은 폐막식 레드 카펫에 초청되어야 그 후보에라도 올랐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 레드 카펫 초청 연락조차 없었다.
“연락 아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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