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486
1486화 우선 만나고 보자
어느덧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몰래 광산 안에서 수련을 이어나가던 장씨는 마침내 이곳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광산을 떠난 그는 온갖 역경과 고초를 겪게 되었지만, 꿋꿋이 조호의 가르침에 따라 한 대형 문파로 향하게 되었다.
그는 그동안 수많은 노력을 통해 탄탄한 기초를 갖게 되었다.
여기에 조호로부터 배운 수많은 지식과 공법까지.
이 모든 것들 덕분에 입문 시험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삼 년 뒤.
장씨는 단약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도기를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그의 성장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조호도 그에게 더욱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장씨는 삼 년 뒤에 삼원의 경지에 올랐고, 오 년 뒤에는 무려 신해의 경지에 이르렀다.
어느덧 문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게 된 그는 또다시 새로운 여정을 떠났다.
그는 매일 밤 꿈에 나타나는 조호에게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한편 진양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덧 장씨의 실력이 크게 성장하며 탁몽 중에 자신이 보았던 것들을 직접 꿈속에 나타낼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처음으로 진양의 눈앞에 십방계의 모습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모든 일상이 끝난 뒤.
진양은 왜 자신이 이러한 것을 이제까지 생각해내지 못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진양이 생각해내지 못한 게 아니다.
그땐 몽사가 아예 이런 일로는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때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작은 일들이 앞으로의 큰 계획을 위한 발판이 되고 있었기 때문에 성질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초기 계획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다.
앞으로는 상황을 지켜보며 새로운 노선을 뚫어야 한다.
인간의 전통을 고려해 본다면 조호처럼 전승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 하는 망자를 찾는 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 * *
삼십 년이 지났다.
조호가 계속해서 뒤를 지켜주고 있었기에 장씨는 두려움 없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에 새로 뚫어놓은 몇 개의 길까지 더해지며 진양은 마침내 십방계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십방 신조는 전반적으로 태평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진양을 가장 놀라게 만든 건 소문 가운데 목도인이라는 호칭이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수년 전, 십방 대제와 목도인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허공이 부서지고, 십방 신조 내에 있는 수십 개의 비경이 파괴되었다.
전투 중에 비경이 무너지며 목도인의 목도편(牧道鞭)이 뻗어 나와 무려 만팔천 리나 되는 십방 신조의 영토를 가로지르는 걸 본 목격자도 있었다.
채찍 소리와 함께 만팔천 리의 땅에 있던 모든 도(道)가 얼어붙었다.
모든 수도사들의 수련, 공법, 신통력이 강제로 중단되었으며, 이 땅에 있던 도(道)는 마치 양 떼처럼 목도편에 의해 변화를 일으켰다.
짧은 한순간이었지만 모든 것이 무가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목도인의 명성은 사방으로 퍼지게 되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십방 신조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자들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도인을 중심으로 한 반항의 물결이 사방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진양은 자신이 입수한 정보를 살피며 대략적으로 가늠해 보았다.
어쩌면 이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력들은 목도인이 암암리에 성장시킨 세력들일지도 모른다.
이 외에도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진양이 오래 전에 십방계로 보냈던 매염이었다.
현재 매염은 완전히 십방 대제에게 의탁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알아낸 사실에 따르면, 십방 대제와 목사가 싸울 때 목사를 팔아넘긴 건 바로 매염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수많은 사람의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아마 이 일로 목사도 적지 않게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진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목도인이 목사인 건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런데 목사는 도대체 언제 십방계로 숨어들었단 말인가?
목사는 오래전부터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태일을 주시하고 있었던 걸까?
아무래도 목사와 연락을 할 방법을 찾아보는 게 좋을 듯했다.
과거의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부군을 제외하면 목사가 유일했다.
그는 같은 편에 있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엄청난 고수가 같은 편에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계획이 한층 더 수월하게 풀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몽사 대인, 혹시 목사 대인과는 사이가 어떠신가요?”
진양과 목사는 아무런 접점도 친분도 없다.
때문에, 무턱대고 그에게 연락을 할 수는 없는 법.
어떤 방법을 통해 연락을 할지는 나중의 문제고, 일단은 자신의 신분부터 확실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십방계에선 진양의 명성이나 신분이 통하지 않는다.
그곳에 가본 적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신분조차 없다면 상대에게 무시당할 확률이 높았다.
아무리 자신이 누구인지, 또 어떤 업적을 이뤘는지 얘기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황에선 명성이 자자하다고 해도 십방계에선 아니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은 건 양쪽 모두를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는 것이다.
때문에 몽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다.
몽사는 대충 진양이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한 것인지 이해한 듯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그와는 딱히 친분이 없습니다.”
“…….”
한 보따리나 준비해뒀던 질문은 목구멍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다시 삼켜져 버렸다.
대놓고 실망한 표정을 짓는 진양의 모습에 몽사가 한마디를 보탰다.
“제 말은 제 본존과는 친분이 없다는 뜻입니다. 천하에 퍼져있는 건 제 거의 다 제 화신이니까요.”
진양의 표정이 한층 더 찌푸려졌다.
그건 굳이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마 몇 개나 되는 화신이 있는지 본인 스스로도 모를 것이다.
물론 사방천지에 화신을 뿌리고 다니는 부군보다는 적겠지만 말이다.
이 이상 돌려 말해봤자 의미가 없을 듯했다.
그래서 아예 직설적으로 물었다.
“제게 목사 대인을 소개시켜 주실 순 없겠습니까? 굳이 나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적당히 연줄만 이어주시면 됩니다. 아무런 연줄도 없는데 뜬금없이 제가 진양이라고 한다면 뭔가 이상하잖아요.”
“그는 갑자기 왜 찾으시는 겁니까?”
몽사는 다소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과연, 그녀는 여전히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는 관심조차 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녀를 판단하는 건 큰 오산이었다.
진양은 잠깐의 고민 후 대답했다.
“앞으로 영역을 넓혀가다 보면 분명 십방계도 거쳐가게 될 테니까요. 미리 목사 대인과 손을 잡아둔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겠어요?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세계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안으로 끌어들이는 거잖아요. 한 사람이라도 모자란다면 모든 생명체라고 할 순 없죠.”
“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군요. 하지만 제 화신 중 하나가 아마 목사에게 원한을 샀던 적이 있어서 말입니다. 이제 와서 그와 마주하자니 다소 껄끄럽군요.
그러니 직접 찾아가 보시지요.”
몽사가 손을 뻗자 그녀의 손이 마치 허상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자신의 머리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동안 머릿속을 뒤지던 그녀는 작은 옥패 하나를 꺼냈다.
옥패에는 채찍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은 예전에 제 화신이 가지고 돌아온 것입니다. 목사의 일부 생각이죠. 이걸로 그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웬만해선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어째서죠? 별로 대화가 잘 통하지 않으시는 분인가요?”
“그냥 별로 느낌이 좋지 않아서요.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제 화신이 그의 손에 죽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럼 그분은 그게 당신의 화신인지 알고 있었던 건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말을 마친 몽사는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오늘의 탁몽이 끝난 것이다.
진양도 그녀에게 받은 옥패를 챙겨 그곳을 떠났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목사가 몽사의 화신을 죽인 걸까?
어쩌면 큰일 때문일 수도 있고, 작은 일 때문일 수도 있다.
목사가 화신의 정체를 아냐고 물은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몽사의 본존은 거의 밖으로 나서지 않는다.
외부에 돌아다니고 있는 건 전부 그녀의 화신이다.
만약 누군가 처음 마주한 게 몽사의 화신이라면 상대의 입장에선 그건 화신이 아닌 본존이다.
반대로 본존은 다른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만약 목사가 화신의 존재에 대해 모르고 그녀의 화신을 죽인 거라면, 목사는 아예 작정하고 몽사를 죽이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당시엔 망자의 세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정도 급의 강력한 힘을 가진 고수의 손에 죽으면 곧 소멸이었다.
부활은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반대로 목사가 화신의 존재에 대해 알고 그랬다면 의미는 달라진다.
그저 화신 하나 죽이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일을 벌였을 테니 말이다.
한참을 생각해봤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몽사의 말은 여전히 크고 작은 의문만 남겨두었다.
썩 내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었다.
진양은 옥패를 들고 입몽술을 펼쳤다.
일단은 목사의 꿈에 나타나 보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우선은 만나고 난 뒤에 생각하기로 했다.
* * *
십방계.
목사는 눈을 감은 채 어느 한 절벽에 앉아있었다.
그의 왼쪽 소매가 바람에 따라 펄럭였다.
왼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것은 수년 전에 있었던 전투로 인해 생긴 상처였다.
십방 대제가 된 태일은 오랜 시간에 거쳐 모든 힘을 회복했다.
여기에 신조의 기운까지 더해지며 그의 실력은 전성기 천제였던 시절보다 한층 더 강력해졌다.
각별히 주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크게 한 방을 먹고 말았다.
그렇게 조용히 앉아 명상을 하던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 느껴졌다.
마치 그를 부르고 있는 듯한 무언가였다.
그러나 상대가 누군지는 볼 수가 없었다.
그의 주위를 돌고 있는 목도편은 아무 반응 없이 잠잠했다.
잠시 그것을 느낀 목사는 다소 의외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어서 눈을 감은 채 꿈속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