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544
1544화 태일의 최후의 보루
진양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제부턴 사숙님의 힘이 필요합니다. 본격적으로 계획을 시작할 예정이거든요. 십방계 호량에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몽의가 웃으며 말했다.
“난 이미 십방계에 있다네.”
“네?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지. 태일이 전능한 것은 아니라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의 눈을 속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몽의의 꿈 세계에 변화가 일어났다.
꿈 세계는 현재 그가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
십방계 호량, 대황으로 향하는 입구 상공이었다.
진양은 곧바로 몽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는 순간.
몽의의 뒤로 시간의 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양은 사자결을 펼치며 자신을 강제로 복제 대황과 복제 십방계 안으로 끌어당겼다.
복제 십방계와 십방계는 하나로 융합된 상태였기 때문에 십방계도 함께 끌려 들어갔다.
사자결의 힘이 발동하며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진양의 육신의 시간이 몽의에 의해 길게 늘려지며 찰나의 시간만으로도 진양의 육신은 일 다경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단 일 다경의 시간뿐이었지만 진양이 사자결을 최대한으로 발동한다면 만 년 단위의 추측도 가능했다.
십방 대제가 눈치를 채든 말든, 반응을 하든 말든 더 이상은 무의미했다.
그가 반응을 하고 진양을 막아서기까지 허락된 시간은 찰나의 순간이 전부였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전대미문의 엄청난 추측이 시작되었다.
대황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저항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곳에 끌려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저항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반응조차도 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황은 진양의 것이다.
만들어진 복제 대황 역시 이미 진작 진양의 것이 되었다.
모든 것이 진양의 것이었다.
현재 진양의 손에는 그 어떤 권한보다도 높은 권한이 쥐어져 있었다.
십방계 역시 마찬가지다.
십방계를 담고 있는 다섯 개의 선천충각은 진양의 것이다.
유일하게 저항할 능력을 갖춘 십방 대제의 얼굴엔 목사가 남긴 채찍 자국이 남아있다.
이것은 목사가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며 만들어낸 약점이다.
약점을 갖게 된 이상 십방 대제도 십방계에 가해지는 압도적인 힘을 모두 막아낼 순 없다.
심지어 반응을 하는 것조차도 불가능했다.
웅장하고 거대한 장면 따위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상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추측 계획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겉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십방계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 심지어 십방계마저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진양은 아무도 모르게 십방계를 완전히 뒤집었다.
다만 아예 세계를 통째로 옮겨와 추측을 진행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벌어지는 것과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 누구도 세계가 변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 * *
대황과 십방계의 전쟁은 여전히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가희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십방 신조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전투력이 한층 더 증가하며 전장에 도군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걷잡을 수 없는 열세가 나타났다.
십방계에서 십방 대제가 가진 위신과 위엄은 매우 강력하다.
십방계 자체도 누군가 반란을 일으킬 염려가 없었기에 대황보다는 내부 상황이 훨씬 유리했다.
전면전이 벌어지며 대황의 강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시간이 흐르며 죽었다가 부활한 사람까지도 전장에 나서야 할 만큼 상황은 악화되었다.
처음으로 도군이 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했다.
세 명의 도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대연의 운제는 한 사람에겐 중상을 입혔고, 나머지 한 사람에겐 동귀어진을 시전했다.
그러나 운제는 진양의 손에 의해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한편 십방계 역시 대황 사람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전면전을 펼치게 된 비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비밀이 공개되며 죽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대황의 사기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심지어 하급 수도사들은 몇 번이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매서운 기세로 휘몰아치며 대황은 잃어버렸던 땅을 전부 수복했다.
뿐만 아니라 이젠 십방계까지 노리기 시작했다.
전투는 한층 더 격렬해졌다.
쉴 틈 없이 사람이 죽어 나가며 시시각각 교전이 벌어졌다.
진양의 ‘무한 부활’ 작전은 대황의 가장 큰 단점을 단숨에 보완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황 강자의 걱정까지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어주었다.
오백 년이 흘렀다.
대황은 십방계 호량을 중심으로 삼십만 리의 땅을 정복했다.
이어서 천 년이 더 흐르고 난 뒤에는 바다를 뛰어넘어 십방계 본토까지 넘보게 되었다.
여기서 천 년이 더 흘렀다.
총 이천오백 년이 흘렀다.
끊임없이 전투가 이어지는 동안 대황의 중간층 수도사들은 대량으로 불어났다.
강자의 수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반면 매서운 기세로 휘몰아치는 대황 수도사들 때문에 십방계의 강자는 점점 더 머릿수가 줄어가고 있었다.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이다.
여기서 이천 년이 더 흐르고 나자 십방 신조 외의 모든 땅에 대영 신조의 깃발이 꽂히게 되었다.
심지어 십방 신조의 영토도 무려 삼 분의 일이 대황 쪽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때까지 진양은 단 한 번도 전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십방 대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건 여기까지였다.
십방 대제는 과감하게 약속을 깨버렸다.
그가 직접 전장에 나선 지 일 다경도 채 지나지 않아 빼앗긴 삼 분의 일의 영토에 있던 대황의 모든 강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가희가 직접 나서며 십방 대제와 싸운 덕분에 간신히 그의 폭주를 막을 수 있었다.
봉호도군의 경지, 화봉(火鳳)의 몸, 여기에 고금 이래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는 대영 신조의 힘까지.
이 모든 요소를 통해 다소 힘겹게 막아내긴 했지만 어쨌든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다.
한편 십방 대제가 약속을 깨자 진양도 본격적으로 전장에 뛰어들었다.
전장을 중심으로 방원 수십만 리의 땅이 잿더미로 변했다.
높은 하늘에는 진양과 가희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서 있었다.
붉은 화염이 두 사람을 감쌌다.
마치 한 사람이 된 것처럼 힘이 완벽하게 합쳐졌다.
두 사람의 기세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상승했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한계를 월등히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의 십방 대제보다도 훨씬 더 강한 수준이었다.
십방 대제가 손을 뻗자 그의 손에 십방 신조의 옥새가 나타났다.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십방 대제의 눈에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
“과연, 생각대로 천존이 남긴 일자결이 가장 큰 위협이었군. 마찬가지로 나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인간은 과연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존재야. 태호와 태미 모두 너희를 너무 얕잡아보았구나.
만약 먼 과거였다면 너희 인간들은 진작 신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겠지. 허나 이번 생에는 아무래도 연이 없는 듯하구나.”
십방 대제는 한층 더 강한 기세를 뿜어내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손에 들고 있던 옥새를 꿀꺽 삼켰다.
옥새 안에 들어있던 권력이 다시 십방 대체의 체내로 녹아들었다.
그의 기운 자체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는 듯했다.
그러나 눈을 뜨는 순간 빛이 흘러나오며 천제 특유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의 육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서 거대해졌고, 어느새 위엄 넘치는 천제의 모습이 되었다.
“건방진 놈들!”
태일의 대갈이 천지지간에 울려 퍼졌다.
이어서 침묵이 흘렀다.
가희의 표정이 다소 굳어졌다.
방금 전의 일갈로 인해 그녀의 도과가 파괴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십방계 내에 있는 모든 도군의 도과도 파괴되었다.
이 중 일부는 반서(反噬)로 인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
가희의 기운이 수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대영 신조의 방대한 영토로부터 받은 강인한 힘으로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저항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가희는 죽음을 맞이했다.
육신, 영혼, 이성 모두 감당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탓이었다.
진양은 멍하게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가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금세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단순한 추측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강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십방 대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반응 없는 진양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진양을 살핀 그가 말했다.
“애초에 도과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범인의 몸으로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룬 것만으로도 이미 비범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
진양은 모든 힘을 거둔 채 죽음을 기다렸다.
그는 평온한 얼굴로 태일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그토록 굳게 믿고 있던 최후의 보루가 바로 이거였군요.”
“그렇다. 난 태미나 태호 따위와는 다르게 처음부터 인간의 잠재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한층 더 확신이 생겼지. 언젠간 천제의 시대가 가고 인간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이야.
난 너희 인간들보다 인간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진양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이 더 이상 태일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추측은 이제 여기서 끝나기로 했다.
그래도 예상보다 빠르게 원하는 답을 얻었다.
물론 그렇게 희망적인 답은 아니었지만.
태일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그는 진심으로 인간보다도 인간을 더 높게 평가하며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고 시대 때부터 인간을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태일이 공격하는 순간 모든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태일이 칙봉했던 십대 도관의 권력이 모두 어디로 갔었는지 진양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알 수 있었다.
바람 재앙이 찾아오면 그 당시의 모든 비밀들이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기회를 노려 은밀한 일을 벌인 건 인간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태일도 그 순간에 수많은 일을 벌였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 만들어진 비밀과 흔적은 바람 재앙에 의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마찬가지로 아무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