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263
263화 끝없는 절망을 맛보거라
한편 검은 그림자는 이번에는 유령 선장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령, 진양과 단천궁 모두 도망쳐버렸다.”
영면천등을 들고 있는 유령 선장은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한걸음 씩 물러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검은 그림자는 피식- 하고 차갑게 웃었다.
“외층의 봉인은 이미 완전히 붕괴됐다. 하지만 봉인에서 배어 나온 나의 힘의 결정을 진양 그놈이 가져가 버렸어. 네놈들이 수만 년 동안 쌓아온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릴 거다. 그 힘을 잃어버리면 나의 본체는 또다시 봉인 속에 수만 년 동안 갇히게 될 거다.”
유령 선장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그를 쳐다보았다.
검은 그림자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유령섬은 이미 가라앉기 시작했다. 유령섬이 또다시 나타날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진양, 놈은 나의 힘을 가지고 이곳을 빠져나갔다. 다음에 만났을 땐 널 월등히 뛰어넘는 힘을 가지고 나타날 것이다. 그가 널 살려둘 것 같으냐?”
유령 선장은 여전히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양이 이곳에서 빠져나갈 갱도를 뚫어놓았다. 그러니 힘이 없어도 이곳을 떠날 순 있지. 단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뿐이야. 내가 가진 불멸의 이성은 포기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이 되는 거지. 하지만 넌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다. 네 화신은 자유로워질 거고, 네 적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너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조차 남아있지 않게 될 거다.
갱도는 상층부에 있다. 여기 남아 홀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할지, 아니면 이곳을 떠나 진양을 죽이고 나의 힘을 다시 빼앗아 강해질 것인지. 선택은 네 몫이다!”
검은 그림자는 큰소리로 웃으며 사라져버렸다.
유령 선장은 이를 악문 채 검은 그림자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좋아. 그렇다면 일단 상층부로 가서 살펴보고 나서 생각해 보자.’
상층부에 도착하니 검은 그림자의 말대로 정말로 갱도가 하나 만들어져있었다.
유령 선장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갱도 안으로 향했다.
* * *
같은 시각.
단천궁은 이미 갱도의 끝에 도착해있었다.
그는 검사(劍絲)를 뽑아 입구를 막고 있는 검은 돌과 굳어버린 현철 덩어리를 잘라버렸다.
입구가 뚫리자 단천궁 뒤에 있던 검은 그림자는 밖으로 나가는 그를 따라가며 그의 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단천궁, 저쪽이다. 앞으로 가면 유령 선장이 있다. 가라! 놈을 죽이면 넌 자유다!”
유령 선장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단천궁의 눈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단천궁은 이를 바득 갈며 진양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달려 나갔다.
* * *
단천궁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유령 선장이 갱도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 거대한 석림이 눈에 들어왔다.
유령 선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말로…… 빠져나온 건가?”
하늘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유령섬은 침몰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쯤 되자 유령 선장은 검은 그림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진양이 검은 그림자의 힘을 가져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유령 선장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 힘을 손에 넣는다면 중상을 입은 몸은 곧바로 치유될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잠재력도 두 배로 증가하게 될 것이었다.
* * *
같은 시각.
진양은 해안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단천궁과 유령 선장이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검은 그림자의 이성마저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진양을 뒤쫓고 있었다.
“놈을 죽여!”
검은 그림자는 이성을 잃은 단천궁의 주위를 계속해서 맴돌았다.
한층 어두운 빛이 단천궁의 두 눈을 가렸고 귓가에는 속삭임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유령, 그놈은 저 앞에 있다. 놈을 죽여. 죽이고 나면 넌 자유다. 더 이상 비참한 화신으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단천궁의 눈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계속해서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며 그를 미치게 만들었고, 검은 그림자에 의해 가려진 두 눈은 진양을 유령 선장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진양의 옆에 둥둥 떠 있는 호양보종은 유령 선장의 조타륜으로 보였다.
한 줄기의 검사가 화살처럼 쏘아지며 빠른 속도로 진양의 뒤통수를 노리며 날아갔다.
엄청난 공포감에 진양의 육신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탓-
진양은 제자리에서 튕겨 나가며 십여 장을 옆으로 비켜섰다.
앞에 있던 검은 바위에서 쩌적- 하는 소리가 들리며 작은 구멍이 생겼다.
그러나 검사는 멈추지 않고 춤을 추듯 나풀거리며 계속해서 옆을 휩쓸었다.
진양은 곧바로 조각손을 꺼내 자신의 왼손을 두드렸다.
그러자 조각손이 왼손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왼손을 들어 날아드는 검사를 막았다.
챙-
왼손과 검사가 부딪히는 순간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검사는 매우 단단했고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한 바퀴를 돌며 진양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챙-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양은 거꾸로 날아가 바위에 처박혀버렸다.
그 바람에 수 장에 이르는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졌다.
쓰러진 진양은 등껍질을 살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등껍질에 한 뼘이나 되는 흠집이 만들어져있었던 것이었다.
하마터면 등껍질이 뚫릴 뻔했다는 뜻이었다.
“단천궁, 유령 선장은 아직 살아있잖아. 그런데 왜 여기서 시간 낭비하고 있는 거냐고! 미쳤어?”
진양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단천궁의 귀에 들리는 건 유령 선장의 목소리였다.
“난 아직 살아있다. 하찮은 화신 따위가 감히 배신을 하다니! 이 이상은 꿈도 꾸지 말거라!”
바로 그때, 진짜 유령 선장이 뒤쪽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단천궁은 힐끔 한 번 쳐보기만 할 뿐 진양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에 유령 선장은 진양의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단천궁의 반응에 의아해하고 있을 때, 유령 선장의 귓가에 검은 그림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유령, 내가 단천궁 저놈의 눈을 가렸다. 놈은 널 알아보지 못할 거야. 가서 진양을 죽여라. 그럼 내가 단천궁을 죽이겠다. 현재의 네 실력으로는 미쳐버린 단천궁을 상대할 수 없을 거다.
이곳을 떠나면 더 이상 찾아와 봉인을 강화하지 않아도 된다. 난 이곳을 포기할 생각이다. 앞으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하찮은 기회라도 붙잡아보도록 할 것이다.
유령, 너와 난 이제 더 이상 적대적 관계가 아니야.
이제 선택을 하거라. 직접 진양을 죽일지, 아니면 단천궁이 네 진짜 모습을 보고 덤벼들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유령 선장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하지만 검은 그림자의 말을 부정할 순 없었다.
그의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다.
반쯤 미쳐버린 단천궁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적이 아니었다.
게다가 진양은 검은 돌로 변해버린 왼손으로 단천궁의 검사를 쉽게 막아내고 있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좋다. 그렇게 하지.”
한편 진양은 점점 수세로 몰리고 있었다.
조각손으로 강화시킨 왼손으로 단천궁의 검사를 간신히 막아내곤 있었으나, 검사의 수가 점점 늘어나며 어느덧 방어도 힘에 부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유령 선장까지 전투에 가세했다.
유령 선장 등 뒤로 둥둥 떠 있는 조타륜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양이 몸을 움직여 검사를 피하는 순간 진양의 옆으로 기이한 공간 왜곡이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난 왜곡으로 움찔하는 바람에 진양의 움직임이 반 박자 늦어지고 말았다.
이어서 백여 개의 검사가 진양을 촘촘하게 감싸기 시작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슥-
검사는 단천궁의 손으로 수축해 들어가며 등껍질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난도질이 지속될수록 등껍질엔 점점 균열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젠장. 이젠 정말 끝인가.’
이제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고 느낄 때.
갑작스럽게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검사를 타고 빠르게 다가와 진양의 왼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진양의 왼손이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다.
새까만 조각의 형상을 하고 있던 왼손에 단단한 검은색 비늘이 뒤덮이기 시작했고, 길고 날카로운 발톱이 자라났다.
자세히 보니 비늘마다 기괴한 부문이 새겨져 있었다.
무시무시한 힘이 손 안쪽에서 샘솟으며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뚜둑-
진양의 왼손을 휘감고 있던 검사가 힘없이 끊어졌다.
심지어 진양을 휘감고 있던 검사도 검은 연기가 지나가기 무섭게 모두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크아아!”
진양은 왼손을 쥔 채 포효성을 내지르며 전방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손에서 검은빛이 번쩍하며 뿜어져 나와 수백 장 높이의 거대한 바위로 날아갔다.
매우 단단한 바위였으나, 검은빛이 휩쓸고 지나가니 완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진양, 나의 힘을 빼앗아간 것으로도 모자라 이젠 도망칠 길마저 막아버리겠다는 거냐! 우습구나. 나의 힘을 연화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그 힘은 여전히 나의 것이다!”
검은 그림자의 포효성이 진양의 머릿속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현재의 세계가 어떤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이건 법보고 난 원령(元靈)이다. 난 원령이 되어 이 힘들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나의 힘을 원한다고? 그렇다면 전부 다 주마! 전부! 하하하! 느끼거라. 실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걸 느껴 보거라!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저런 두 마리의 벌레 따위는 손쉽게 눌러 죽일 수 있을 거다. 나의 힘을 전부 네게 주마!”
검은 그림자는 포효성을 내지르며 손에 있는 힘을 계속해서 진양에게 주입시켰다.
완벽하게 연화된 법보는 설사 원령이 온다고 하더라도 배신할 수 없으며, 수도사의 힘을 거역할 수 없다.
원령 그 자체로 전부 다 연화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수도사들이 법보의 위력과는 상관없이 자주 사용하는 모든 법보들을 반드시 완벽하게 연화시키는 이유다.
검은 그림자는 계속해서 진양에게 힘을 쏟아붓고 있었으나 아무런 피해도 줄 수가 없었다.
오히려 힘이 더해질수록 진양은 더욱 강해져 갔다.
강화된 육신과 진원은 진양의 실력을 수직으로 상승하게 만들었다.
“난 널 죽일 생각이 없다. 난 널 파괴할 것이다. 한 번에 높은 경지에 오르도록 만들어주겠다. 하지만 다시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천수를 누리게 해 주마. 앞으로 매 순간 끝없는 절망을 맛보며 살아가거라!”
검은 그림자가 악랄한 목소리로 광소했다.
진양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왼팔은 이미 표면이 검은 비늘로 뒤덮여있었다.
진양은 해안마석을 꺼내 왼손에 올리며 해안마석의 힘을 발동시켜 마수(魔手)의 힘을 절반 삼키도록 했다.
하지만 미미하게 남은 일부의 힘조차 진양이 버텨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