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55
55화 너 체수 아니지?
진양은 이 상황이 더욱 궁금해졌다.
“화 사형,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사실 특별한 비밀이 있는 건 아니네. 종문에서 내막을 알고 있는 자도 상당하다네. 삼백 년 전 강 사숙이 처음으로 예금봉을 다스렸을 때 연욱(連煜) 사숙도 처음 천형봉을 다스렸었네. 두 사람은 동시에 입문했고 서로 은원이 상당히 많아서 대립이 극한까지 다다랐었네 한 번은 싸울 때 강 사숙이 금독(金毒)을 사용했고 연 사숙은 중상을 입었지.
연 사숙의 상처가 나은 후 수련 기초는 상하지 않았지만, 용모가 완전히 망가졌고 두 사람의 원한은 이미 종문에서 어쩔 수 없이 조절해야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네. 강 사숙은 쇠동굴에 삼십 년 동안 갇혔는데 그 기간에 연 사숙이 기회를 틈타 예금봉의 명성을 떨치던 제자를 하나둘씩 기회가 될 때마다 잡아갔네. 하필 연 사숙이 종문의 형벌을 책임지고 있어서 매번 이유가 그럴싸했었다네……”
“남은 분들은 모두 도망쳤습니까?”
‘늙은이가 잘못했는데 제자들이 다치다니.’
진양은 고개를 저었다.
“휴, 그렇지, 그때 많은 예금봉 제자들이 다른 혈통으로 돌아섰다네. 하지만, 훗날 강 사숙이 벌을 받으면서 문하에 지도해줄 사람이 없었네. 또 수많은 제자가 연속으로 주화입마에 빠져서 죽거나 금상(金象)이 돼버리자 남은 자들은 모두 두려워서 도망쳤네. 도망가지 않은 자들도 삼십 년 안에 연 사숙에게 대부분이 처리되면서 삼백 년 만에 이런 광경이 되었다네.”
화련은 내심 탄식하였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미 오랫동안 강 사숙이 새로운 제자를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즉, 가 사제같이 어리석은 자들이나 예금봉에 가입하려고 하겠지.’
진양도 묵묵부답이었고 내심 답답했다.
‘음흉하고 교활한 늙은이가 다른 사람에게 삼백 년 동안 제압당하면서 외톨이가 되었다는 건가?’
날 놀리는 건가? 연욱이란 자가 그렇게 대단한가?
화련의 말대로라면 연욱이 겁 없이 함부로 날뛰는 자였다. 그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이런 생각이 들자 진양은 당황했고,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화 사형, 잠깐만.”
“가운 사제, 빨리! 빨리 피하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련은 갑자기 뛰어올랐다.
“나를 따라오게!”
이 말을 마친 화련은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진양은 이대로 도망갈 수만은 없었다.
자신을 노리는 것이라면 도망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늘에는 구름이 피어오르고 발아래는 옅은 안개가 자욱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마석들이 서 있었고 성읍은 전부 사라졌다.
먼 곳에서 엄청난 기세로 백 장 높이의 파도까지 솟구치더니 몰려오는 게 보였다.
발아래의 땅은 어디서 나온 지 모를 은빛의 물로 뒤덮였다.
진양은 어두운 표정으로 자학을 불러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에서 보자 보이는 곳은 전부 은백색이었다.
발아래는 끝없이 펼쳐진 은빛 바다로 변해 있었다. 파도는 몰아칠 때마다 백 장 높이까지 솟구쳤다.
그는 백 장 높이까지 날아올랐지만 더는 높이 날 수 없었다.
은빛의 물은 마치 바다처럼 파도가 일파만파로 몰아쳤다.
파도가 칠 때마다 공기 중에서 산사태가 몰아치는 소리가 들렸다. 파도가 은빛 바다로 떨어질 때마다 굉음과 함께 수많은 번개가 떠올랐다.
천둥이 요란하게 울리자 진양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저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파도가 떨어질 때마다 그 울림이 상당했다. 파도의 무게는 적어도 수십만 근이었다.
‘젠장, 마석성종의 산문을 나선 지 얼마 안 됐는데 천형봉이 이렇게 날뛰다니!’
한 방울에 백 근을 넘는 일원 중수를 진법의 기틀로 삼고 포진했다.
충분한 범위의 그물망을 만들려면 적어도 물 천 방울은 넘어야 큰 진을 설치할 수 있었다.
‘천형봉은 이렇게 횡포를 부려도 되는 건가?’
예금봉 제자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다고?
진양은 미칠 거 같았다.
신광으로 빛나는 눈으로 끊임없이 진을 살펴보면서 진을 파훼할 방법을 찾아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백 장의 은빛 파도가 먼 곳에서 세차게 밀려왔다.
한 검은 옷의 청년이 뒷짐을 쥐고 서서 파도를 타고 있었다.
몰아치는 파도를 따라서 은빛 바다 전체가 끌려오는 거 같았다.
귀청을 찢는 굉음이 천둥처럼 연속으로 울렸다.
은빛이 찬란하게 빛나더니 하늘까지 이어진 물줄기는 은룡이 되어 흉측한 머리를 쳐들고 청년의 주변을 감쌌다.
가까이 다가온 청년은 차가운 눈빛으로 진양을 보고 있었다.
“가운, 얌전히 잡혀라. 네가 받아야 할 고통은 아직 많이 있으니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너 자신도 괜히 고생하지 말아라.”
“천형봉?”
“천형봉의 대사형 당한(黨寒)이다. 잔꾀 부려도 소용없다. 이건 일원중수진(一元重水陣)이다. 천 방울의 일원 중수를 기초로 하였고 또 큰 강을 끌어들였다. 파도마다 수십 근의 괴력을 가지고 있어서 축기 수도사는 막아낼 수 없다. 내가 너에게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하는 건 단지 실수로 널 죽여서 스승님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다. 알겠느냐?”
당한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평온한 눈빛으로 손을 휘두르자 진양 발아래의 은빛 바다에서 아홉 마리의 은룡이 바다를 뚫고 나와서 고개를 쳐들고 진양을 향해 돌진했다.
진양은 금광묵룩을 제련하여 부문금광을 떨어트려서 자신을 보호했다.
자학묵룩을 움직여서 몸을 피하려고 했으나 예상치 못하게 앞에서 순식간에 몇 마리의 은룡이 떠오르면서 두루미를 물어뜯었다!
진양은 표정이 차가워졌다.
어검으로 날면서 다시 은룡의 일격을 피했다. 은룡과 교차하는 순간, 은룡의 몸에서 다시 은룡이 튀어나오면서 둘로 나누어지더니 금광묵룩을 향해 머리로 부딪쳤다.
콰직.
일격이었다!
떨어지던 광막의 일부가 부서졌고 묵룩 본체도 가루가 되었다!
튕긴 은룡은 다시 나누어지면서 또 한 마리가 되어 진양의 몸에 부딪혔다.
펑!
물보라가 튀면서 은룡은 거대한 은빛 물보라가 되어 부서졌다.
진양은 피를 토했고 몸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그대로 날아갔다.
허공에서 몸을 가누었다.
진양의 옷은 누더기가 되었고 가지고 있던 주머니도 몇 개가 부서졌다. 피부에는 찰과상의 혈흔으로 빼곡했다.
입가의 피를 닦자 진양의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졌다.
“만약 스승님께서 반드시 살려서 데리고 오라고 하지 않았다면 넌 이미 죽었을 거다. 넌 아직 모르나 본데 축기와 삼원의 차이는 엄청나다. 설령 삼원 중의 태원(胎元), 동원(洞元), 귀원(歸元) 사이에도 차이는 엄청나서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리고 나는 귀원을 완벽하게 익혔다. 너에게는 조금의 기회도 없으니 잔꾀를 부려 시간 낭비하지 말아라.”
당한의 차분한 말투는 흔들림이 없었다.
진양은 피를 뱉고는 이를 악물며 웃자 살기가 끓어 올랐다.
“휴, 하나만 묻자, 너 체수 아니지?”
진양의 눈에서 금빛이 폭발했다. 금빛 찬란한 온몸은 마치 금갑신장(金甲神將) 같았다.
샘솟듯 솟아오른 진원은 마치 순식간에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연보라색의 진원은 활활 타오르면서 진양을 뒤덮었다.
찬란한 빛이 비치는 진(陣)의 안쪽 세계는 깊이를 예측할 수 없는 기운으로 가득했다. 허공에 있던 진양의 검은 머리가 용처럼 미친 듯이 휘날렸다.
순식간에 진양은 진원과 육신을 모두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화력을 전부 개방했다!
당한의 눈빛은 떨렸고 내심 살짝 놀랐다. 진양은 겨우 축기 후기의 경지인데 폭발하는 기세의 강력함이 태원 수도사보다 더 강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당한의 두 눈은 순식간에 다시 평정심을 찾았고 표정도 돌아왔다.
“축기는 영원히 축기다. 어떠한 차이는 매우 깊고 넓어서 절대 뛰어넘을 수 없다.”
손을 뻗자 은해에서 마치 수은으로 만든 거 같은 은룡이 바다를 헤치며 나왔다. 장대한 은룡이 겹겹이 쌓이면서 머리가 교차하더니 거대한 은하수가 되어 거세게 몰아쳤다. 무거운 무게로 하늘을 압박하자 조금씩 흔들리는 거 같았다. 대진은 이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곧 부서질 거 같았다.
진양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손으로 인결을 쥐자 온몸이 금빛을 품은 자색의 불꽃으로 변하여 곧장 당한을 향해 날아갔다.
금빛의 예리한 기운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진양은 오른손을 칼 같이 만들었다. 금기를 내뿜자 마치 절세의 무기처럼 앞에 있는 모든 걸 벨 수 있을 것 같았다. 금과 철이 부딪치는 소리는 마치 세상의 모든 무기가 일제히 날아가는 것처럼 기세가 엄청났다.
전방에서 달려드는 은룡을 마주하고도 진양은 피하지 않았고 정면으로 부딪쳤다. 금빛이 은룡을 뚫자 폭발음이 들렸다. 물보라가 튀지 않았고 오히려 무거운 산이 끊임없이 폭발하는 거 같았다.
수증기가 솟아오르자 진양의 몸에서 빛나는 금색의 신휘는 오히려 더욱 강렬해졌다. 격렬하고 강력하여 용감하게 나아가는 드높은 기세는 경악할 정도였다.
펑펑펑!
은룡이 연속으로 터졌다. 진양은 마치 절세의 무기 같았다.
은빛의 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은룡을 관통한 진양의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당한의 앞까지 십 장 정도 남았을 때 완전히 멈췄고 더는 나아갈 수 없었다.
금빛은 어두워졌고 진원이 타오르면서 변한 자색의 불꽃도 이제는 얇아져서 피부만 덮고 있었다. 진원의 온몸은 피로 가득했다. 끈적끈적한 피가 상처에서 흘러나오면 바로 혈기가 증발해서 핏빛의 연기로 변하면서 위로 솟아올랐다.
“축기의 몸으로 일원중수진에서 이 정도까지 다가오다니. 마석성종, 아니 호량 전체에서 너와 견줄 자는 없을 거다, 훌륭하다!”
파도 위에 서서 경악하고 감탄하던 당한의 표정은 가벼운 한숨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까지다.”
“그래, 끝이다, 일원중수로 만든 구름이 천둥을 불러들이면 네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진양은 차가운 웃음을 띠었다. 피로 가득한 입도 환한 웃음을 가릴 수 없었다.
당한의 눈동자가 움츠러졌고 고개를 들자 언제 생긴 지 알 수 없는 은색의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진양의 말이 끝나는 순간, 당한은 문득 일원중수진에서 갑자기 빈틈이 나타나면서 대지가 나타난 게 보였다. 진양이 그의 장악을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르릉!
천둥이 치더니 은색의 구름에서 은색의 번개가 마치 뇌룡처럼 안개 속에서 변덕을 부리며 움직였다. 포효와 함께 엄청난 위압이 갑자기 내려왔다.
당한은 경악했다. 언제 시전했는지 알 수 없는 무서운 술법은 구름을 끌어모았다. 구름이 어느 정도 모이자 순식간에 구름 속 수증기의 그의 장악력을 강제로 빼앗아갔다.
다시 생각해보자, 진양이 돌진할 때 뭔가 석연찮았다. 그건 죽기 살기도 아니었고 최후의 발악도 아니었고 노림수였다!
모든 게 노린 거였다!
진원을 불태우며 정면으로 은룡하고 대항하여 일원중수에 들이닥친 건, 단지 수증기를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강제로 증발한 일원중수를 하늘 위의 은빛 찬란한 구름으로 만들어서 하늘을 뒤덮게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깨달아도 이미 소용이 없었다!
상청운소인뇌비법은 시전이 매우 느렸다. 처음의 모든 건 구름을 모으고 안개를 끌어와서 힘을 축적하기 위해 유인한 거였다. 모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력은 더욱 강해졌다. 위력의 강력함은 주변의 환경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기에 자신의 힘으로 천지의 모든 힘을 움직일 수 있는 엄청난 묘법이었다.
최후의 공격에서 수도사의 지배를 초월한 위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우르릉!
번개가 터지자 은빛 찬란한 구름 속에서 눈을 찌를 듯한 은빛이 갑자기 빛났다. 마치 거대한 은빛의 뇌룡이 하늘에서 내려와 울부짖으며 모든 것을 찢어버리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