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56
56화 아쉽구나
뇌룡이 지나간 곳은 모두 부서지고 썩어 버렸다. 대지는 강제로 찢기고 균열이 생겼다. 진 밖의 풍경이 나타나면서 은빛 바다가 출렁였다. 은빛 번개가 떨어지기도 전에 은빛 바다는 이미 엄청난 힘에 제압당해 움푹 들어갔다.
당한의 안색은 차가워졌다. 인결을 쥐자 온몸에서 은빛의 물이 몰아치면서 찬란한 은휘(銀輝)를 뿜어냈다. 순식간에 겹겹의 은색 금속 성벽 같은 것이 그를 보호했다.
“쾅!”
거대한 은구(銀球)가 은빛 찬란한 번개와 부딪쳤다. 번개는 마치 하늘의 칼이 땅을 가르는 것처럼 은구도 내리쳤다.
순식간에, 은빛 바다가 마치 단칼에 반으로 갈라지는 거 같았다!
일원중수로 일원중수에서 나온 번개를 어찌 막을 수 있겠나! 오히려 번개가 내리치자 더 많은 일원중수는 강제로 증발했고 번개의 위력은 더 강해졌다.
은빛 바다가 갈라지고 은빛이 사라지자 당한만 허공에 남아있었다. 이 순간, 그는 더는 풍모를 유지할 수 없었다. 온몸의 뼈는 얼마나 부러졌는지 알 수 없었고 두 팔과 두 다리, 가슴은 모두 피투성이였다. 찢어진 피부는 더욱 처참해 보였다.
얼굴에도 군데군데 핏자국이 남아있었다. 입안에서 오혈(汚血)이 끊임없이 솟구쳤다. 흰빛으로 빛나는 옥반(玉盤)을 타고 허공에서 진양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진양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금광이 되어 당한을 찔렀다!
당한이 입을 벌려서 뿜어내자 오혈은 피의 화살처럼 곧장 진양의 가슴으로 향했다. 진양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옆으로 살짝 피해서 치명상을 피했다. 속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피 화살이 오른쪽 가슴을 뚫었다. 그때 진양의 손가락은 도(刀)처럼 당한의 얼굴을 찔렀다!
“건방지다.”
바로 그때였다. 한 외침이 마치 천둥처럼 진양의 귀에서 울렸다. 진양은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눈앞이 흐려졌다. 대진은 엄청난 힘에 찢기면서 하늘에 있던 은색의 구름이 순식간에 산산이 조각났고 백옥 같은 손가락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무궁한 신광을 담은 힘이 진양을 향해 날아왔다.
진양의 안색은 새파래졌다. 몸은 거대한 봉우리에 눌린 듯이 숨을 쉴 수 없었고 반항도 할 수 없었다.
“스승님.”
당한은 기쁜 표정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낸 거 같았다.
“젠장!”
진양은 이를 악물었고 입에서 피거품이 흩날리면서 두 눈이 새빨개졌다.
진양은 오히려 고함을 지르며 온몸의 잠재력을 전부 폭발시켰다. 오른손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그대로 당한의 입을 찔렀고 그의 머리는 터졌다!
손을 거두는 순간에 동시에 ‘습득’ 기능을 시전하자 두 개의 빛 덩어리가 나왔다. 진양은 이를 바로 자신의 머리로 집어넣었다.
“휴.”
입은 피로 가득했고 진양은 위압감에 눌려서 숨을 쉴 수 없었지만, 날아오는 백옥 같은 손가락을 보는 그의 눈빛은 통쾌해 보였다.
수년 전에 한 가지 이치를 깨달았다.
싸움은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는 것.
지금 당한을 죽였고 시체도 만졌으니 당한은 당연히 죽은 게 확실했다.
연욱, 이 늙은이가 어떻게 구하나 보자!
“콜록콜록.”
진양의 표정은 어두웠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당한이 죽고 진법은 엄청난 힘에 외부에서 깨졌다. 발아래의 은빛 바다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대지는 은색의 빛이 마치 별처럼 조금씩 반짝거렸다. 그것은 남아있는 일원중수였다. 그리고 남아있는 물기가 모여 강물로 변해서 움푹 팬 곳으로 흘러갔다.
백옥같은 손가락이 날아오자 사방의 모든 것이 멈추는 듯했다. 모든 것이 조금씩 느려졌다. 그 손가락은 진양의 앞에서 계속 커지면서 점점 더 선명해졌다. 투명한 손가락 사이로 그 속의 뼈까지 은은하게 보였다. 현란한 빛이 빛나더니 빛무리와 지문이 얽히면서 조금씩 복잡하기 그지없는 도문으로 조금씩 변했다.
지금, 이 순간 진양은 완전히 몸이 제압당해서 움직일 수도,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원도 너무 많이 소모되어 도저히 저항할 수 없었다.
그저 두 눈을 뜨고 옥 같은 손가락이 그의 가슴을 누르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크아악.
선혈이 마치 분수처럼 진양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주변의 모든 게 갑자기 정상으로 돌아왔다. 진양의 가슴은 함몰되었고 몸이 날아가면서 대지에 부딪혔다.
굉음과 함께 땅에는 십여 장의 큰 구덩이가 생겼다. 진양은 구덩이 안에서 피를 토하며 기절했다.
기절하는 순간에 진양의 입가에는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번졌다.
연욱 봉주는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게 확실했다.
그의 앞에서 그의 대제자의 머리를 폭발시켰음에도.
진양은 자신이 죽을 거라는 걱정 없이 안심하며 기절했다.
죽지만 않으면 다시 일어날 기회는 언제가 다시 온다.
진법이 깨지고 또 한 명의 봉주가 직접 공격했으니 마석성종 산문 밖 멀지 않은 곳의 이변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 손가락이 큰 구덩이에 있는 진양을 향해 날아갔다. 빛무리가 지나가자 진양의 몸도 같이 사라졌다.
“예금봉의 가운, 대역무도하여 산문의 앞에서 동문을 죽였으니 규율에 따라 수련 경지를 폐하고 삼백 년 동안 불 감옥에 가두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천형봉 봉주 연욱은 제자를 잃은 슬픔에 이미 가운을 죽여서 일벌백계하였다.”
산문 앞에서 한 제자가 지시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큰소리로 외쳤다.
산문 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둘러서서 보고 있었다. 화련도 어두운 얼굴로 구경하는 행렬에 서 있었다. 지금까지 사람 대부분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가운이 도대체 누구지? 천형봉의 대제자를 죽이다니?”
“모르겠는데. 예금봉이라는데, 예금봉에 언제 저렇게 독한 사람이 나왔었지.”
“그러게, 여기에 남아있는 흔적을 보게, 당한이 시전한 일원중수진을 제압하고 진 안에서 당한을 죽일 수 있다니.”
많은 마석성종의 제자가 멀리서 지켜보며 수군댔다.
오직 화련만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있었다. 마음은 복잡했다. 감탄했고, 또 애석했다.
비겁하게 도망을 치긴 했지만, 자신도 사실 그 대진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설사 내가 진에 떨어졌어도 기껏해야 날 지킬 수 있을 수준이었을 건데, 그는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도 당한을 이렇게 비참하게 죽일 수 있다니.’
화련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실제로 그 결과는 너무 섬뜩했고 당한의 죽음은 너무 비참했다.
충격을 받은 후에는 무력함과 슬픔이 더욱 몰려왔다. 이런 인재가 만약 혈무봉이 받아들였다면 훗날 어쩌면 진짜로 성자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 비참하게 죽었다.
생각이 들자 화련은 한탄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 바로 천형봉에 대항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큰 구덩이 앞으로 걸어간 화련은 말이 없었다. 붉어진 두 눈으로 큰 구덩이를 둘러보았지만, 시신의 잔해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화련은 마음이 쓰라렸다. 이전의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하자 눈물이 날 뻔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연스러웠고 편안했다. 다른 제자와 달리 겁먹지 않았고 아첨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극소수의 실력이 비슷한 자들은 대부분이 적대시했으니, 어디에 가 사제 같은 인물이 있을까.
“가 사제, 자네는 충성스럽고 의리가 넘치는 인물이었네. 나는 자네와 비교도 할 수 없다네. 끝까지 자네를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네. 지금 자세의 시신이라도 거두어서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정말 마음에 가책을 느낀다네. 그저 여기서 자네를 위해 한 잔 올리니 이전 사죄의 잔이자 이별의 잔으로 삼아주게.”
손을 들어 금은화주(金銀花酒)가 담긴 술병의 마개를 열고 술은 구덩이에 뿌렸다.
술향이 사방으로 진동하며 구덩이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화련은 다시 다른 술병의 마개를 열었다. 입을 벌려 호탕하게 절반의 술을 마시고는 술병을 안고 두 눈을 붉히며 구덩이에 앉아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소성자는 정말 감정을 중시하나 보군, 연 봉주께 미움을 사는 것도 두렵지 않은 건가.”
“후, 전에 소성자와 가운이 같이 문을 나서는 걸 봤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겠지.”
누군가는 감탄했지만 더는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천형봉의 제자는 차마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소성자, 이자는 종문의 중죄인이어서 봉주님께 죽었습니다. 중문의 법도를 지켜야 하는데 당신께서…….”
“꺼져라!”
화련은 붉어진 두 눈으로 일어나면서 손을 뒤로 젖혀서 상대방의 뺨을 때렸고 그는 멀리 날아갔다.
“나와 가 사제가 이별하는데 시끄럽게 굴지 말아라!”
화련은 술병의 술을 마시고는 깨트렸다. 눈을 붉히며 산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주위 사람들은 누구도 감히 한마디의 말도 하지 못했다.
누구도 감히 화련이 종문의 규율을 어겼다고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먼 곳의, 그 천형봉의 제자는 반쪽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역시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인 채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봉주님도 불만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감히 말하겠나?
화련은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없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가는 내내 이를 갈며 바로 혈무봉으로 돌아갔다.
* * *
한편, 진양은 천천히 의식을 되찾았다. 가장 먼저 느낀 건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이었다. 자신이 손발이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의 온도가 이상할 정도로 높아서 땀이 상처로 흐르자 마치 작은 칼이 상처 위를 천천히 베는 것처럼 따끔거렸다.
천천히 눈을 뜨자 한 편의 어두운 붉은빛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마치 지하에 만들어진 동굴 같았다. 석벽 위에 어두운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고 돌 탁자가 주변에 놓여 있었다.
그중 하나의 돌 탁자에 수십 개의 주머니가 놓여 있었다. 붓꽂이, 혈라마가 따로 나와서 돌 탁자에 놓여 있었다.
그의 두 손, 두 발은 섬뜩한 냄새를 풍기는 새까만 못에 박혀서 석벽에 박혀 있었다.
“허.”
진양은 목에서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나왔다.
역시 죽지 않았군.
이 새까만 못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것 때문에 힘을 낼 수 없었고 진원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생명력 덕분에 이런 상처는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누구 있어요?”
진양의 쉰 목소리가 석굴에 울려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석벽의 구멍이 열리면서 검은 옷에 곱사등이가 걸어 들어왔다.
들어온 사람은 허공을 계단처럼 밟으며 올라갔다. 몇 걸음 만에 진양의 앞까지 다가와서 허공에 서 있었다.
이 사람은 등이 굽었을 뿐만 아니라 얼굴은 더 추했다. 마치 화상을 입은 후 다시 무수한 작은 칼로 상처를 낸듯한 얼굴이었다. 입과 눈은 휘어지고 이목구비는 일그러져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
하지만 오직 양손은 마치 아름다운 옥처럼 빛이 나고 투명했고 가느다랗고 길었다. 은은하게 빛이 흐르는 모습은 마치 예술품 같았다.
진양은 속으로 문뜩 깨달았고 갑자기 안색이 일그러졌다.
“천형봉 봉주? 연욱?”
진양은 다시 한번 곱사등이를 쳐다봤다.
“설마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