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66
66화 무슨 광경을 봤는지 알아
이전에 들어갔던 빈 능침 안 석벽에는 곳곳에 손톱으로 무언가를 새긴 흔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문자라고 생각했지만 하나도 알아볼 수 없었다.
그중에 가장 이념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은 몇 개만 식별해낼 수 있었다. 추측하기로는 식별해낸 몇 글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강제로 능침을 손으로 파서 열려다가 남겨진 흔적인 것 같았다.
지금에서야 마침내 이해가 되었다. 그 흔적은 바로 묘의 주인이 남긴 도문이었던 것이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두 손으로 석벽에 도문을 새긴 거였다.
이걸 깨우치고 다시 옥간 안에 기록한 걸 보자 드디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모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상한 풍격의 도문(道紋)이었다.
이걸 머릿속의 복잡한 실타래와 하나하나씩 대조하자 금세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도문들은 모서리가 딱딱했다. 마치 곧게 뻗은 듯한 손이 억지로 모여서 만들어진 거 같았다.
종이에 하나씩 그려보자 주변에서 죽음의 기운이 갑자기 밀려왔다.
죽음의 기운이 도문 안으로 들어가더니 적막, 고독, 음산한 기운이 갑자기 종이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 기운을 견딜 수 없었던 종이는 흔적도 없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전부 정리한 후 다시 심전(心田)에 그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열여덟 개의 금신인상의 변형 규칙을 서로 연결하여 보았다.
갑자기 눈앞에 보이던 모든 게 갑자기 완전히 변했다.
열여덟 개의 금신인상은 여전히 각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만 전부 완전히 다르게 참혹하게 죽어있는 모양새로 변했다.
오직 변하지 않은 한가지는 열여덟 개의 금신인상은 여전히 두 눈을 감고 있다는 거였다.
황금대로도 완전히 변하여 수많은 백골로 뒤덮인 삼엄한 대로가 되었다.
끝에 있던 황금 문도 이름 모를 거대한 짐승의 두개골이 되어 입을 크게 빌린 채 다가온 자가 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진양은 눈앞의 확연히 다른 광경을 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현묘한 배치는 아주 놀라웠다.
금제나 진법은 없었다. 보호하는 장치가 없으니 제거해야 할 것도 없었다.
신중하게 보지 않으면 무언가 이상한 점을 전혀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벽에 새겨진 도문을 자세히 보니 두 개의 입구가 보였다. 사람마다 보이는 입구는 다르게 보이는 듯했다.
입구를 따라 들어간 황금대로의 외부는 금빛으로 꾸며져 있었다. 금상이 지키고 있어 마치 어떤 강자의 능침처럼 보였다.
하지만 황금대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는 오직 죽은 것들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백골이 가득하며 금상들도 처참한 모습이었다. 입구의 대문은 거대한 괴수의 머리뼈 모양처럼 보였다.
진양 자신은 기괴한 도문들을 지난번에 미리 탁본해 놓았기 때문에 비밀을 밝혀낼 수 있었다. 만약 아무것도 없이 왔다면 몇 년이 지났어도 기괴한 도문들의 진실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설사 알아낸다 해도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쩌면 영원히 못 맞힐 수도 있었다.
진양은 천천히 백골의 길에 올라섰고 옆에서 처참한 죽음의 모습을 한 금상이 다가왔다.
손을 뻗어 시체를 만지는 기능을 사용해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진양은 조금 놀랐다.
전에 이 금상들을 보았을 때, 이 금상들도 아마 연화된 옹중갑사처럼 이전에 이곳에 보내진 예금봉의 제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들은 이미 죽어서 육체는 옹중갑사가 되었으니 당연히 시체를 만질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설령 기능서가 나오지 않더라도 그들 자체는 이미 꼭두각시 법보같은 존재였기에 십중팔구 습득이 됐을 것이다.
지금은 왜 반응이 없는 걸까?
진양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들은 이미 시체가 아니라 순전히 꼭두각시 법보 같은 종류여서 그런가?
강천, 그 늙은이의 소유인 건가?
진양이 궁금해하는 사이, 목이 부러져 머리가 등 근처에 매달려 있던 금상의 머리가 곧게 펴지더니 감고 있던 두 눈이 갑자기 떠졌다.
그의 입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가! 어서 가! 이곳은 네가 올 곳이 아니고 와서도 안 된다. 넌 죽을 거다. 넌 죽을 거다. 어서 도망쳐, 도망쳐!”
금상의 두 눈은 텅 비어 있었다. 붉은 선혈이 마치 샘물처럼 금상의 텅 빈 두 눈에서 솟구쳐서 금모래에 떨어지자 선혈은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진양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금상은 마치 그곳에 고정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입에서 마치 맹수가 죽기 전에 절망과 고통으로 울부짖는 거 같았다.
다음 순간, 다른 쪽에서 가슴이 갈라진 금상이 이어서 두 눈을 뜨더니 텅 빈 두 눈에서 선혈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빨리 도망가! 빨리 도망가! 지금 안 가면 갈 수가 없어. 돌아가, 어서 돌아가!”
각기 다르게 죽은 모습의 금상은 여전히 두 눈을 뜬 채 피를 흘렸다.
금상들은 모두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진양에게 같은 말을 외치고 있었다.
빨리 도망치라는 외침!
공포감이 엄습해왔다.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뛰고 다리가 떨렸다. 온몸의 털이 두려움에 곤두서서 그에게 빨리 이곳에서 도망쳐서 멀리 갈수록 좋다고 재촉했다.
공기 중에는 공포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소란스럽고 혼란스러운 고함이 끊임없이 그의 두 귀로 흘러들어오면서 그는 몸을 제어할 수 없었고 본능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바로 그때, 진양은 갑자기 뭔가를 깨우친 듯 웃음을 띠며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손을 마구 흔들었다.
“됐어, 울부짖지 마. 연기에 너무 힘이 들어가면 도리어 가짜처럼 보인다고. 뭐가 그리도 어색해? 그냥 그만둬.”
울부짖던 모든 금상이 일제히 멈췄다. 눈가의 무서운 구멍도 조용히 진양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허, 진짜 멈췄네? 이런 연기로 사람을 놀라게 하려고 한 거야? 이 몸이 무슨 장면을 봤었는지 알아? 여자 귀신이 억지로 침대로 밀기도 했다고! 직접 봉호도군의 능침으로 들어가서 불길한 망혼을 만났는데 내가 이 정도로 놀랄거 같아?”
“너희 같은 놈들이 날 놀라게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너희가 스스로 생각 좀 해봐라. 연기가 너무 어색하지 않냐?”
진양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한숨을 쉬었다. 금상을 향해 손을 뻗어 손가락질했다.
“여기서 만난 것들이 하나같이 잔인하고 강력한 정신병자들이어서 날 계속 약자 취급했는데, 설마 너희가 날 겁줄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들어갈까 봐 걱정된 거지? 내 말이 맞지?”
진양은 속으로 하마터면 이놈들에게 속을 뻔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이놈들은 순전히 외강내유한 놈들이었다. 온갖 방법으로 자신이 거대한 괴수의 뼈로 만들어진 입구로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한 거였다.
비록 그들이 전에 옹중갑사였고 어쩌면 전에 예금봉의 제자였다고 해도, 지금은 절대 아니었다! 심지어 지금은 과거의 의식이란 게 없던 것이다.
“도대체 안에 뭐가 있는지 한번 보자.”
진양은 발걸음을 내디뎌 백골대로를 걸었다.
그 순간, 본능적인 공포가 순식간에 절정에 달했다. 진양의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가슴이 뛰면서 피가 마치 은하수처럼 흘러서 온몸의 근육이 긴장되고 미친 듯이 떨렸다.
금상이 모두 고개를 돌려서 진양의 걸음을 따라 조용히 그를 쳐다보았다.
육체 본능의 공포는 그의 발걸음을 내딛기조차 어렵게 했다. 불과 수십 장의 거리조차 제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잠시 후 거대한 괴수의 뼈에 도달하자 모든 공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진양은 고개를 돌려 비웃었다.
“뭘 봐? 왜? 이리 와봐. 난 가만히 있잖아”
잠시 기다렸지만, 금상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진양은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돌렸고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양범은 아쉬운 표정으로 연욱의 팔을 잡고 있었다.
“연 누이······”
“됐네. 자네 가문의 선배가 통구주의 어느 문파와 인연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어서 가서 인사드리게. 어서 가봐. 자네가 하려던 사람 찾는 일은 나에게 맡기게.”
연욱은 온화한 눈빛으로 손을 흔들며 양범과 작별 인사를 했다.
작별 인사를 한 후 연욱은 신홍으로 변하여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환하게 웃던 양범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면서 차분한 표정으로 변했고 말투도 차분해졌다.
“가자. 무량도원으로. 오천 년이 지났으니 어쩌면 그때의 사람이 몇 명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양범이 말하자 뒤에 있던 세 사람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우와 뇌후도 이의가 없었다.
이 두 사람도 바보는 아니었다. 호량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호량의 형세를 모두 파악했고 알아야 할 것은 이미 거의 다 알고 있었다.
호량은 비록 섬이지만 열세 개의 주(州) 모두 만 리가 넘는 면적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한평생을 살아도 자신이 사는 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공이 높지 않은 수도사도 한 주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았다. 외지인들이 이곳에서 사람을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짧은 시간 동안 이곳에 대해서 굉장히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다 연욱 덕분이었다.
양범의 호의에 연욱은 양범을 정말 자신의 친동생처럼 보살폈다.
무량도원을 가는 일도 연욱이 마석성종을 직접 독촉해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네 사람은 백옥비주를 타고 하늘을 날며 무량도원을 향하고 있었다.
“소주님. 오천 년의 세월이면 풍경은 여전해도 사람은 달라졌을 겁니다. 그 당시 존주(尊主)님께서 이곳에 후수를 두었지만 지금도 유용한지 미지수입니다.”
“설령 오천 년 동안 누군가 여전히 살아있다면 실력은 분명히 영태(靈台)를 초월했을 테니 당시의 일을 기억하여 소주를 도와줄지도 미지수입니다.”
백발의 노인의 눈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우수, 당신은 걱정이 참 많군.”
양범은 눈을 감고 조용히 노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소주님. 세상에서 가장 짐작하기 어려운 건 천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 당시의 사람이 호량에 남아서 종주를 칭하며 선조가 되었지만 오천 년이 지나면서 이미 그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존주님이 오천 년 동안 봉인되면서 수명은 많이 쇠퇴하지 않았지만, 실력은 모두 약해지면서 수십 년 동안 회복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그 당시 사람이 다른 마음이라도 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