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276
122화. 틈 >
극한의 컨셉충 122화
작품 제목: 틈
“음······.”
3일이 지나고 나서도 여전히 신으로 향한 여정에 대한 퀘스트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왜 퀘스트를 주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거기다가 악신 리벨리오도 3일째 잠잠했다.
몇 번 불러봤지만, 아예 천마의 몸에서 빠져 나간 사람마냥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군.”
분명 뭔가 중요한 걸 말하려 했던 거 같은데, 갑자기 그렇게 사라져 버리다니.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생각이 복잡할 때면 천마는 변장을 하고 바깥 구경에 나섰다.
“파티원 구합니다!”
“파티원 구해요! 유적에서 버프 받으신 분만 오세요! 힐러분 환영!”
“쌉니다, 싸요! 30% 할인 들어갑니다!”
카르만 대도시로 본거지를 옮긴 이후, 이곳은 매일 사람들로 붐볐다. 천마가 틈만 나면 내정 관리를 통해 도시를 꾸며 놓는 터라 관광객 숫자는 날로 늘어만 갔고, 이곳을 떠나지 않는 유저들도 많아 인구가 크게 증가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도시들이 버림 받은 것도 아니었다.
천마는 카르만 대도시부터 그 외 도시들도 틈틈이 관리를 해 유저들로 하여금 도시에서 이탈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일을 방지했다.
“우리는 속고 있습니다! 천마라는 자에게 우리 모두가 속고 있는 거라고요!”
“지금이라도 천마를 끌어 내려야 합니다! 그놈은 우리 시민들을 현혹해 제 이익을 챙기는 나쁜 사기꾼입니다!”
그러다 천마는 거리 한복판에서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퍼뜨리고 있는 일당을 구경했다.
그들은 갖가지 유언비어를 떠들어대며 광장을 지나는 유저들을 설득했는데, 그들에게 돌아온 건 돌과 칼이었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감히 천마님을 욕해?”
“야. 비켜봐. 내가 죽여 버리게.”
“그러다 잡혀 가는데?”
“천마님을 욕한 새끼인데 안 죽이는 게 오히려 더 잡혀갈 일이야.”
어떤 유저들은 과격하게 반응하며 무기를 꺼내 선동질을 일삼는 놈들을 붙잡아 죽이려 했다.
“히익-! 왜, 왜 이러세요!”
“그러는 너야 말로 왜 이러세요?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천마님을 욕하는 거야? 너 중국놈이지?”
“아닙니다! 당신들 전부 속고 있는 거라니깐!”
“입 닥쳐!”
유저들이 단체로 스킬을 날려 선동질을 하는 일당을 없애려 들자 천마는 후드를 벗고 앞으로 나섰다.
“그만!”
그의 목소리에 일제히 동작을 멈춘 플레이어들은 천마의 얼굴을 보자마자 기겁했다.
“처, 천마님?!”
“헉!”
“뭐야. 진짜 천마님이잖아!”
천마는 도시 안에서 함부로 살인을 하려 드는 유저들을 만류했다.
“본좌는 도시 안에서 살인을 하는 걸 철저히 금지했다. 그걸 어긴다면 같은 천마신교의 일원이라고 해도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천마님도 듣지 않으셨습니까? 이놈들이 천마님을 음해하고 선동하려 들었습니다.”
“잘 안다. 그렇다고 해도 그대들이 도시의 규칙을 어겨서는 안 돼. 이 일은 본좌에게 맡겨라. 본좌가 해결을 할 테니까.”
천마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뒤로 여럿 무사들이 나타나 예를 갖췄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이자들을 끌고 가서 조사해 보거라. 또한 도시 내부에 우리 신교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일당들을 모두 붙잡아 그들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 오거라.”
“존명!”
천마가 다루는 무사들은 무림에서 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투부터 복장까지 완벽했다.
“이, 이거 놔!”
“우리는 표현을 할 자유가 있어!”
“당신이 사기꾼이라서 사기꾼이라 한 건데 그게 무슨 잘못이야!”
그들이 아무리 발악을 해 봤자 이곳에서 저들을 향해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마님. 저희가 신고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천마님을 감히 음해하면 아주 따끔하게 혼을 내야죠!”
플레이어들의 말에 천마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신고를 한다면 병사들이 처리할 것이다. 흥분해서 무기를 들고 싸워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옙!”
“그리고 천마님. 신으로 향한 여정은 어제 시작하나요?”
“정말 신이 되시면 천마신교는 없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종교가 되는 건가요?”
쏟아지는 질문에 천마는 선을 딱 그었다.
“자세한 건 본좌가 나중에 알려 주도록 하겠다. 아직 결정된 게 없으니까. 그러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즐기거라.”
천마는 몰려드는 인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법을 빠르게 밟았다.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고 나서부터는 허공을 날아나며 보법을 밟을 수 있는 허공보법도 쓸 수가 있게 되었다.
유저들 눈에는 그저 천마가 하늘을 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 천마는 무사들로부터 그 일당이 어디에서 나온 자들인지 듣게 되었다.
“인근 지역에서 나온 첩자들?”
“예. 저들의 목적은 천마님을 음해하고 민심을 흐트려 놓아 내부적으로 싸움이 일어나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음······. 유언비어를 터트려 내분을 일으키게 하는 것만큼 좋은 수법이 없긴 하지.”
각종 유언비어를 터트리고 사람들이 서로 편을 갈라 먹어 싸우게 만드는 것.
이렇게 하면 아무리 강한 적이라고 해도 내분이 일어나 쉽게 약해지기 마련이다.
“지독한 놈들이네.”
보고를 같이 듣고 있던 천강이 고개를 저었다.
“꼭 우리나라 보는 것 같다.”
“무슨 소리냐?”
“우리나라도 매일 가짜 뉴스들로 판치잖아. 그걸로 매일 편 갈라 먹고 싸우기도 하고.”
“선동을 하는 것만큼 강한 적을 무너뜨리는 좋은 방법이 또 없으니까.”
무림에서도 이런 경우를 많이 본 천마였다.
환영문 같은 정보 조직을 이용해 민심을 어지럽혀 놓고 서로 싸우게 한 다음, 힘이 약해지면 그때 공격을 가하는 것이다.
지금도 그와 같은 수법이라 볼 수 있었다.
“인근 지역이라면 어딜 말하는 게냐?”
“예. 카르만 대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는 예전에 중국 연합으로부터 통치를 받던 10개의 성이 있습니다. 저번 날 그들은 천마님에게 성을 바치려 했지만, 자신들의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물러갔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놈들이 이런 짓을 꾸민 것이다?”
“그렇습니다. 생각보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카르만 대도시부터 시작해 천마신교가 관리 중인 도시에는 첩자들을 모두 파견한 것 같습니다.”
무사들 말고도 천마신교에서 간부직을 맡고 있는 플레이어가 직접 조사한 것도 있었다.
“놈들은 이미 SNS에서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중입니다. 한국말을 잘하는 조선족을 뽑아 천마님에 관한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기도 하고 SNS를 통해서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합니다.”
천강이 그에 말을 덧붙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댓글 추천수를 조작해서 일부러 베스트 댓글을 만들기도 했다던데?”
“중국 연합이 패배하자 아예 여론전으로 천마님의 세력을 와해시키려는 의도입니다.”
게임 안에서 뿐만이 아니라, 게임 밖에서도 여론전을 펼칠 줄이야.
그런데 그들의 방법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천마신교가 이렇게 급성장 할 수 있었던 건, 대한민국 플레이어들이 모두 끈끈하게 뭉쳐 준 덕분이다.
즉, 천마신교는 이런 단합력 덕분에 강해졌다는 것.
하지만 이 단합력을 깨뜨린다면 그건 중국 플레이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지저분하게도 노는군.”
“원래 이쪽 세계가 그렇지, 뭐. 그래서 어떻게 할래?”
“무엇을 말이냐.”
“우리가 붙잡은 첩자들 말로는 카르만 대도시 인근 도시라고들 하잖아. 거기를 공격해야 되지 않을까?”
천강의 조언에 천마는 잠시 고민을 했다.
“본좌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뭔데?”
“왜 그놈들이 술술 털어 놓았을까? 왜 그들은 대중 앞에 서서 뻔히 결과가 좋지 않을 걸 알면서도 유언비어를 퍼뜨리려 했을까?”
“일부러 잡혔다는 거야?”
“마치 우리 천마신교가 인근 지역까지 정복해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누군가가 일을 꾸몄다는 생각이 드는데······. 기분탓이려나?”
천마의 말을 듣고 보니 천강도 그럴싸하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그렇게 해서 이득을 볼 만한 세력은 없었다.
“우리가 정복 전쟁을 멈춘 건 더 진격할 만한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야. 이미 중국 연합은 해체 되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식으로 명분을 줘서 우리의 세력을 더 늘려 이득을 보는 곳이 있을까?”
“그리고 조선족들을 이용해 SNS를 조작하는 것 자체가 중국의 방식이지 않습니까?”
“나도 같은 생각이야, 형. 몇 번을 생각해 봐도 중국 플레이어들의 짓인 것 같아. 그냥 좀 오바해서 덜미를 잡힌 거겠지.”
천강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일단은 알겠다. 앞으로도 이런 자들이 있으면 계속해서 잡아 들이거라. 본좌는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마.”
천마는 아직 정복 전쟁을 재개할 생각이 없었다.
신으로 향한 여정에 대한 퀘스트도 있고, 악신이 갑자기 사라진 것도 그렇고, 타이밍 맞게 이런 공작 사건까지 일어났으니까.
조금 더 깊게 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 * *
“생각보다 판단력이 날카로우시네.”
보고를 받고 있던 레이피드는 음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냥 눈이 돌아가서 바로 그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줄 알았는데, 그걸 참는다?”
“선동을 하려 하는 NPC나 플레이어들을 붙잡아 취조를 하고 취조가 끝난 뒤에는 사형을 시킨다고 합니다. 그것 말고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레이피드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는 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사실, 이런 식으로 천마를 무너뜨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건 조금 의외였다.
“천마가 눈치를 챈 건가? 배후에 내가 있다는 걸?”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우리쪽 일에 가담한 공작조들 중 대부분은 지령이 중국 연합 쪽에서 내려오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레이피드는 중국 연합과 천마신교과 맞붙기 시작한 기점부터 댓글 공작과 SNS, 그리고 게임 속에서도 분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플레이어들의 단합력은 상상을 뛰어넘었고, 그만큼 천마라는 이름이 갖는 영향력이 크다보니 그동안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간 상태고, 중국 연합과의 전쟁도 끝난 터라 이와 같은 공작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거기서 딱 반응을 해 줘서 나머지 지역까지 다 쓸어버리겠다고 나섰으면 얼마나 좋아. 내가 그 뒤를 노려서 카르만 대도시를 짓밟아 버렸을 텐데.”
천마신교 쪽에서는 이 모든 공작이 새로운 중국 연합에서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보고 있지만, 사실은 레이피드가 오래 전부터 꾸민 일이었다.
“이 아름다운 도시를 봐. 내가 게임을 오래 하면서 이렇게 잘 만들어진 도시는 본 적이 없어.”
그는 화면에 카르만 대도시의 내부를 띄어 놓고는 감탄을 이어 갔다. 그러다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난 이런 걸 보면 그냥 밟아 뭉개 버리고 싶더라.”
“······.”
“피와 거짓이 난무하는 게임이 바로 바실레이아 온라인이야. 그런데 이런 화끈하고 피냄새 가득한 게임에서 저런 평화가 가당키나 해? 안 되지. 저런 건 부셔야 바실레이아가 제대로 돌아가는 거야.”
레이피드는 화면상에 보이는 천마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공작은 계속 진행해. 흔들다 보면 언젠가는 거기도 움직이겠지.”
“예. 알겠습니다.”
이런 식으로라도 레이피드는 천마신교에게서 틈을 만들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틈이 만들어지면 거침 없이 그 안을 파고 들어 모든 걸 파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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