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313
136화.
작품 제목: 큐브
“그러니까 이 사람이 로아라고?”
“그래.”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 로아.
그는 이번 전염병 사태가 왜 일어나게 됐는지 설명해 주었다.
“헬라가 퍼뜨린 전염병이라고?”
“예. 아무래도 헬라가 저와 천마님의 만남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카르만 대도시를 붕괴시키고자 수를 쓴 것 같고요.”
로아는 홀로그램을 띄워 한 가지 영상을 보여 주었다.
“이게 뭐지?”
“전염병의 근원입니다. 제가 어렵게 찾아낸 영상이죠.”
영상 속에는 검은 후드를 쓰고 있는 남성이 반 천마 시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접근해 큐브를 전달하고 있었다.
“저 큐브가 이번 전염병의 원인입니다. 저 유저는 저것을 온몸에 뿌리고 인파가 많은 곳으로 다니면서 사방에 전염병을 퍼뜨린 거죠.”
“저 후드를 쓴 놈이 헬라라고?”
“예. 확실합니다. 제가 코드를 들여다 본 결과, 헬라라는 게 판명 났습니다.”
헬라와 똑같은 인공지능인 로아가 확신하고 있으니, 저 남자는 헬라가 움직이는 NPC가 맞을 것이다.
“전염병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아나?”
“굉장히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시간을 조금 주시면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로아는 이 전염병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아. 그런데 저희가 게임 캡슐에서 큐브를 빼 버렸거든요? 괜찮은 거겠죠?”
천강의 말에 로아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주 잘하셨네요. 제가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그 큐브는 매우 위험한 물건입니다. 만약 헬라가 저와 박사님이 만든 방화벽을 뚫게 되면 그 큐브로 사람들의 정신을 뒤집어 놓을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두 분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 위험성을 알려 주셨으면 좋겠군요.”
로아의 부탁에 천강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기에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커요. 설명할 것도 많고······. 다른 방법으로 알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음-. 일리가 있는 말씀이시군요. 다른 방법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그중 제일 접근하기 쉬운 게 바로 언론과 SNS를 이용하는 거겠죠.”
로아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이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생각을 좀 더 해 보면 좋은 방법이 나올 것 같군요. 그럼, 곧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로아는 짧은 고갯짓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천강이 턱을 긁적였다.
“저 말이 사실일까?”
“무엇이 말이냐?”
“헬라가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거.”
“잘 모르겠구나.”
“형도 뭔가 찝찝한 거지?”
“음-.”
천마도 로아를 완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도 전염볌을 막을 방법이 있다면야 어떻게든 협조를 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
“그건 그렇지. 일단 기다려 보자.”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가 없는 전염병이라, 두 사람은 얼른 로아가 해결 방법을 가져오길 기다려야만 했다.
* * *
전염병이 퍼진지 5일째.
벌써 500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전염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었다.
전염병을 심하게 키우지 않을 방법은 단 하나 밖에 없다. 그건 바로 그냥 게임을 꺼 버리는 것이다.
그것 말고는 전염병에 죽지 않을 방법이 없어 플레이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한국 플레이어들은 접근 금지!”
“아무도 들어오지 마라!”
“우리 도시는 우리가 지킨다!”
첫 발병지가 카르만 대도시라는 게 알려지면서 전 세계 해외 플레이어들이 한국에 분노하며 한국 플레이어들이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없게 막았다.
하지만 카르만 대도시는 수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한국 플레이어들을 막는다고 해서 나아질 건 없었다.
“전염병에 걸려 죽어도 다시 부활하면 또 전염병에 걸립니다!”
“제발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이건 바실레이아 본사가 나서서 해결해 줘라!”
화가 극에 달한 플레이어들은 본사에 항의하며 이 버그와 다름 없는 전염병을 얼른 없애라고 압력을 넣었다.
[빠른 시일 내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관리를 하고 있는 게임이라, 저희가 직접적으로 게임을 건드리는 게 매우 어렵습니다.]
본사에서는 인공지능이 게임을 관리하고 있어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
결국 플레이어들이 알아서 해결을 하라는 건데, 돈이 많은 플레이어들은 마법 버프를 먹은 갑옷을 비싼 돈을 주고 사 전염병에서 벗어났지만,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들은 꼼짝 없이 죽어야만 했다.
“이게 다 천마 때문입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천마는 본사에서 파견한 놈이라고!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쓸모가 없어졌으니, 전부 다 죽이려는 겁니다!”
“한국의 입지가 너무 커지니까 바실레이아 본사에서 의도적으로 전염병을 퍼뜨려 우리를 죽이려는 수작인 거예요! 이 모든 배후에는 천마가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천마를 반대하는 세력들이 모여 시위를 벌이고 그를 탄압하고자 했다.
문제는 하도 전염병이 극성을 부리다 보니, 플레이어들이 그 말에 넘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천마를 몰아내자!”
“천마신교가 이번 일의 원흉이다!!”
“모두 탈퇴하고 천마를 몰아냅시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천마신교 탈퇴 운동이 벌어졌고, 하루 만에 30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신교를 나가 버렸다.
“천마신교를 없애 버리자!!”
“이게 다 천마 때문이다!”
선동이 심해지자 카르만 대도시 안에 있는 병력까지 나서 시위대를 저지해야만 했다.
그렇게 그들이 한바탕 난리를 치는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어떤 영상이 각 사이트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전염병을 낫게 하는 방법.] [이번 전염병은 게임 캡슐의 문제다?] [천마도 피해자다! 게임 캡슐에서 일으킨 버그!]
전염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방법을 공유한다는 영상.
“게임 캡슐의 하단부를 분해해 보면 바로 이렇게 생긴 장치가 나올 겁니다. 이 장치는 게임 구동과는 상관이 없는 장치인데, 바실레이아 본사에서 언제든 사용자 정보와 코드를 빼 갈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영상에 나오는 건 캡슐의 조립도와 그 안에 들어 있는 큐브였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로아였다.
“이번 전염병 사태는 게임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이 장치의 문제입니다. 이 큐브에 있는 코드가 버그를 일으켜 낫지 않는 전염병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런데 바실레이아 본사에서는 이 큐브에 대해 아무런 말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걸로 사용자의 정보를 빼 가야 하기 때문이죠.”
로아는 사진과 함께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모두 이 큐브를 제거해 주세요. 그럼, 거짓말처럼 전염병이 낫게 될 겁니다. 이번 전염병은 바실레이아 본사가 정보를 가져가다 발생한 버그입니다. 이 큐브를 뺀다고 해서 게임 플레이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이거 해 본 사람?
-선발대 있나요?
-선발대 나와라. 이거 믿어도 되는 정보냐? 안 그래도 전염병 때문에 미치겠는데.
영상이 삽시간에 퍼져 나가면서 사람들은 그 영상에 나오는 설명에 따라 캡슐에 있는 장치를 제거해 버렸다. 그리고 정말 전염병이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와. 이게 진짜 되네?
-나도 방금 했다. 시발 3번이나 죽고 나서 고쳤네. 개씨발 좆망겜
-야. 이거 그러니까 바실레이아 본사가 백도어 만들어서 우리 정보 다 빼돌리다가 버그 일으킨 거잖아? 좆 같은 새끼들이네?
비난의 화살은 모두 바실레이아 본사로 향했다.
하지만 이에 반응하는 바실레이아 본사는 큐브를 제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영상 속에 나오는 대로 큐브를 제거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그 큐브로 저희가 정보를 빼낸 것이 아닙니다. 그 큐브는 일종의 방화벽 역할을 해 주는 것으로, 만약 큐브를 제거하게 되면 해킹에 노출 됩니다.]
-ㄲㅈ
-응 정보 빼다 걸렸쥬?
-ㅗ나 드셈
-진짜 좆 같은 새끼들
-다른 경쟁 회사들은 뭐하냐. 얼른 바실레이아 같은 겜 하나 만들어라. 이 좆 같은 겜 버리고 갈아타게.
큐브를 빼면 전염병이 낫는데, 본사에서는 절대 큐브를 빼서는 안 된다고 하니, 유저들은 모두 바실레이아 본사를 욕했다.
하지만 이 사태를 천강과 천마는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이게 로아가 말하던 방법이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음······.”
“큐브를 제거하는 게 전염병을 낫게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잖아. 이렇게 방법이 있다는 걸 왜 진작 말하지 않았던 걸까?”
“몰랐을 수도 있지 않느냐?”
“설마. 상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이야. 그런데 이걸 몰랐다고? 아니야. 이건 뭔가 있는 거야.”
천마도 천강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해독약을 만드는 게 아니라, 캡슐에서 큐브를 제거하는 것이 전염병을 낫게 하는 방법이었다니.
뭔가 찜찜하고 이상했다.
“바실레이아 본사에서도 저걸 방화벽 장치라고 했다며.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면?”
“로아가 일부러 방화벽을 제거하게 했다고?”
“전염병을 퍼뜨려서 사람들로 하여금 강제로 저 장치를 제거하게 만들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천강은 캡슐에서 떼어 놓긴 했지만, 버리지 않은 장치를 다시 가져왔다.
“이거 다시 캡슐에 붙여 놓자.”
“전염병은 어떡하고?”
“갑옷 입으면 돼. 그럼, 안 걸려. 확실해질 때까지 이 장치를 캡슐에 넣어 놓는 거야.”
“으음-. 알겠다.”
공대 출신답게 천강은 금방 장치를 원상복구 시켜 놓았다.
“일단 게임에 들어가 봐야겠지? 별 이상이 없는지.”
“그러자꾸나.”
두 사람은 캡슐을 통해 게임 안으로 들어갔다.
저번 날 봤을 때는 전염병 때문에 카르만 대도시가 한산했는데, 오늘은 예전과 똑같이 사람들로 붐볐다.
“우와!! 진짜 다 낫다!”
“야. 미친!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고?”
“시발. 게임 운영 진짜 뭐 같이 하네.”
모든 게 캡슐 문제라는 게 밝혀지면서 자연스레 천마에 대한 책임론도 사그라 들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마냥 여론이 좋은 건 아니었다.
여전히 인터넷에는 천마와 관련된 음모론이 판을 치는 중이었다.
“다행히 전염병은 거의 다 사라지고 있는 것 같네. 형이랑 난 조심해야겠다. 그치, 형?”
천마는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느라 천강의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형?”
“잠깐 어딜 좀 다녀오마.”
“아. 마법 갑옷은 꼭 입고 가. 형이랑 난 걸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 알겠다.”
천마는 어검비행을 통해 날아올라 카르만 대도시를 빠져 나가 드래곤이 있는 둥지로 향했다.
“흠? 오랜만에 오는군.”
“상처는 괜찮나?”
“뭐, 그럭 저럭. 내가 고작 인간에게 당할 거 같나?”
카르만 대도시 전쟁 이후로 드래곤은 아무리 마법 때문이라고 해도 도시를 파괴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찾아오질 않고 있었다.
거기다 천마에게 한 대 맞고 나가 떨어진 것도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듯보였다.
“근데 여기까지는 왠일이냐? 내가 죽었나 살았나 보러 온 건가?”
“······물어 볼 것이 있어서 왔다.”
“물어볼 것?”
“그래. 저번에 왜 본좌한테 테오난으로 가 보라고 했었지?”
천마가 테오난으로 가게 된 건 드래곤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런데 드래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테오난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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