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eme Concept RAW novel - Chapter 69
36화.
서걱-! 푸욱-!
“컥-!”
홀로 100명이 넘는 정예 기사들을 베어 버린 판테온은 그들이 지키고 있던 성주의 배를 칼로 찔렀다.
한 움큼 피를 토하던 성주는 억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고, 고작 작은 왕국의 왕 따위가 감히 프로타 왕국에 도전을 하다니···!”
판테온은 깊게 넣었던 칼을 뽑아 상대를 걷어 차 버렸다. 그리고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조만간 그 고작이라는 말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아니. 너는 여기서 죽을 테니 우리 왕국의 찬란한 미래를 볼 수 없겠군.”
“흐흐. 찬란한 미래? 네놈들은 얼마 못 가 멸망하고 말 거야.”
“과연 그럴까? 내 왕국은 곧 제국이 되어 온 대륙을 점령하게 될 터. 그리고 난 대륙 최강의 황제가 되는 것이다.”
“큭. 미친놈.”
“이제 그만 망자가 되어 지켜보거라. 그것이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자비다.”
콰직-!
깔끔하게 상대의 목을 쳐 버린 판테온은 칼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이윽고 길드원들이 그의 뒤를 따라 안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그들은 주변에 널려 있는 기사단 시체를 보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내가 말했잖아. 벌써 끝나 있을 거라니깐.”
“쳇. 경험치라도 얻어먹으려 했더니.”
“아깝.”
그리고 판테온은 왕좌 못지 않게 만들어진 성주의 자리에 앉아 검을 앞에 내리꽂았다.
짐짓 무게감을 잡는 그의 자세에 레이피드가 다가와 물었다.
“뭐해?”
“흠. 왕의 위엄을 차리는 거지. 영화에서 보면 항상 왕들은 이렇게 승리를 하고 난 후 상석에 앉아 칼을 꽂더군.”
“······.”
레이피드는 짜게 식은 눈으로 판테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실에서는 그러지 마. 꼴 사나워 보여. 그리고 그건 왕이 왕이나 황제를 죽였을 때 그러는 거지. 고작 성주 하나 죽였다고 그러는 건 좀 무게감이 없어 보이지 않을까?”
그 말에 판테온이 화들짝 놀라했다.
“헛. 그, 그런 건가?”
“으휴. 누가 중2병 말기 환자 아니라고 할까봐.”
“중··· 뭐?”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잊어.”
길드원들은 선을 넘나드는 레이피드의 발언에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만약 레이피드가 아니라 다른 길드원이 판테온에게 저런 태클을 걸었다면 진작 강제 로그아웃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피드는 면전에서 욕을 해도 판테온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설마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건······.”
“뭐래, 미친놈이.”
어떤 길드원의 중얼거림에 다른 길드원이 얼른 뒤통수를 때리며 입을 다물게 했다.
“부길드장은 길드장님이랑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어. 같이 게임을 시작해서 여기까지 올라온 거고. 그러니까 서로 말하는 게 거침이 없는 거야.”
판테온과 레이피드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해 서로 같이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며 지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이 둘을 이렇게 부른다.
게임만 파서 성공한 덕후들.
“배가 고프군.”
가상현실게임이라고 해도 공복감을 느끼는 것까지 구현이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배가 고프면 무언가를 먹어야 했다.
판테온은 항상 그랬듯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맛있는 빵을 가져오도록!”
“질리지도 않냐. 삼시 세끼 빵만 쳐 먹으면.”
“흠. 빵이 질리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
레이피드의 핀잔에도 판테온은 굴하지 않고 빵을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세상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 도시는 빵을 참 잘 만든다고 하더니. 진짜였군.”
그 말에 레이피드는 눈을 부릅떴다.
“설마, 그 빵 먹으려고 무리해서 정복한 건 아니지?”
“······.”
판테온이 열심히 움직이던 입을 멈췄다.
레이피드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니지?”
이번 전쟁은 사실 길드 내부에서도 반대가 꽤 있었다. 그런데도 판테온은 뭔가에 홀린 듯 전쟁을 일으켰고 마침내 도시 하나를 점령하는 데에 이르렀다.
그렇지 않아도 레이피드는 무리하게 전쟁을 벌인 판테온이 의문이었는데, 오늘 그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다, 당연히 아니다.”
말을 더듬는 판테온을 보고 레이피드는 완전히 확신했다.
“뭐야. 진짜였어? 진짜 여기 도시 빵이 맛있다고 해서 전쟁을 일으킨 거야?”
“아니라니깐!”
“이런 미친놈! 그깟 빵이 뭐라고! 우리가 이번에 쓴 군자비랑 죽은 병사 숫자가 몇인지는 알아? 거기다가 우린 우리보다 큰 왕국을 침략한 거야!”
“내가 아니라고 하지 않느냐!”
버럭 화를 내며 판테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을 한다고 해도 이미 판테온의 시커먼 의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래······. 네가 아무리 빵을 좋아해도 여기 빵을 마음껏 먹을 순 없겠지. 이제 왕의 신분이니까 다른 도시로 마음대로 이동할 수도 없을 테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게 정복 전쟁이야? 와. 네가 단세포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하네.”
“흠흠. 아무튼, 네 생각은 틀렸다. 난 무리를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전쟁이라 여겼어.”
“그러셨겠지. 그 빵을 쳐 먹고 싶었으니까.”
“······.”
“어후. 뭔 빵 못 먹어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판테온은 굉장히 빵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판테온을 빵테온이라 부르기도 하며 외국에서도 Bread Lover 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빵이 좋다고 해도 맛있는 빵을 만드는 도시를 점령하기 위해 무리하게 전쟁까지 일으킬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을 길드들은 지금쯤 머리가 아플 거다. 우리가 왜 무리해서 전쟁을 일으켰는지 이유를 알아내려고.”
왕으로 등극한지 얼마 되지 않은 판테온.
아마 그가 내부를 살피며 당분간 잠잠할 거라는 것이 대부분 길드들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을 깨고 판테온은 군사를 일으켜 전쟁을 벌였다.
그래서 현재 많은 길드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는 중이긴 했다. 아마 그들은 이 모든 이유가 빵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라는 걸 알게 되면 뒷목을 잡고 쓰러질 수도 있다.
“야. 누가 여기 빵 맛있다고 지껄였어. 그 새끼부터 잡아와 당장!”
“빠, 빵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니깐 그러네.”
“넌 조용히 해.”
레이피드가 화를 내자 판테온은 구석으로 가서 빵을 조용히 씹을 뿐이었다.
“후-. 이러다가 애써 이뤄낸 우리 왕국이 망하면 내가 바실레이아에 있는 모든 빵집이란 빵집은 다 불태워 버릴 거야. 제빵사도 전부 죽여 버리고.”
“어,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입 닥쳐.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성주 배때기를 찌른 놈이.”
“······.”
레이피드는 화를 식히며 판테온을 비키게 하고 자신이 상석에 앉았다.
길드원들 중 누구도 그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당장 저 판테온도 레이피드의 눈치를 보고 있었으니까.
아마 판테온의 팬들은 지금 같은 그의 모습을 보면 랭킹 1위의 환상과 위엄이 와장창 무너지게 될 것이다.
“후-.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면 이것만한 게 없지.”
이렇게 스트레스가 맥스로 차 있을 때는 천마의 영상을 보는 게 최고였다. 요즘 그의 활력소와도 같은 채널이랄까.
“새로 영상이 또 올라왔네?”
갑자기 급격하게 기분이 좋아진 레이피드였다.
그런데 이번 영상은 기존에 보았던 영상과 사뭇 달랐다. 멍하니 영상을 보고 있던 레이피드는 영상 마지막 장면을 보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반응에 모두 움찔거렸다.
“뭐야? 지금 자기 손으로 동생을 죽인 거야?!”
* * *
“하아-.”
천강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공책에 펜을 두드렸다.
그러다 뭔가 눈총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그의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다 후다닥 방으로 사라지는 천마였다.
그런 천마를 보고 딱히 천강은 화를 내지 않았다. 아니. 화를 내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든다고 해야 할까.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다가 죽다니.”
그래도 나름 진지하게 대련이 임한 건데, 천강은 정말 아무것도 해 보지 못 하고 열심히 샌드백처럼 맞다 죽어 버렸다.
천강도 천마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는 공략을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모두 교만이었나.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게임이라는 건 결국 레벨 차이가 나면 상대방을 압살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천마는 피지컬로 그런 기본적이면서 절대적인 게임의 시스템을 파괴해 버렸다.
“더군다나 그 마지막 스킬.”
분명 그것은 스킬일 것이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른 뒤에 몸이 폭발하는 스킬이라니.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므로 분명히 스킬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형. 이제 그만 눈치 보고 좀 나와.”
천강은 아까부터 슬쩍 슬쩍 눈치만 보다 방에 틀어 박혀 있는 천마를 불렀다.
“아, 아우. 좀 괜찮으냐?”
“내가 뭐 진짜 죽었어? 그냥 게임이잖아. 형이 실수할 수도 있지.”
“미, 미안하구나. 본좌는 그걸로 죽을지 정말 몰랐다.”
“기를 볼 줄 안다면서 내 hp바는 못 보는 모양이지?”
“그런 건 아니지만······ 본좌가 버릇처럼 천마현신을 쓰는 바람에 그리 된 것이다. 솔직히 그게 될지도 몰랐고.”
천강은 눈을 껌뻑이며 재차 물었다.
“천마······ 뭐?”
“천마현신. 천마삼검의 제일식으로 천마현신 섬이라고 부른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구현을 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쓸 수가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니까 나한테 그 천마삼검인가 뭔가 하는 걸 썼다고?”
“쓰려고 의도한 건 아니다. 검술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버릇이 나오기 마련이지. 아무리 본좌라고 해도 사소한 버릇이 없겠느냐? 천마신공의 운기법을 따라 기를 운행하여 네게 주입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처음으로 조금 성공을 한 것이고.”
뭔가 천강은 천마에게서 엄청난 얘기를 들은 것 같았다.
“천마신공? 그게 천마가 자랑하는 최강의 무공, 그런 건가?”
“후후. 천마신공은 가히 천하제일의 무공이라 부를만 하지. 하지만 천마삼검은 천마신공에 속한 기본적인 무공이라 할 수 있고. 본좌가 마교에 들어오는 무사들에게 천마삼검을 가르치기도 했었지.”
“그렇다는 건 새로운 스킬을 발견했다는 거야?”
“음? 그런 창이 나오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완벽하게 구현을 한 건 아니다 보니까.”
“아니. 그게 완벽한 게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완벽한 거야? 내가 한 방에 끔살 당했잖아.”
“뭐, 그것보다 더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게 천마현신이지. 상대방의 내혈에 있는 기를 서로 충돌시키게 만드는 것이니까. 하지만 방금 전에도 말했듯, 완벽한 성공이 아니었어. 엉킨 곳도 많았고 말이야.”
저 말이 사실이라면 바실레이아 시스템이 아주 정교하게 천마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도대체 AI 헬라는 얼마나 섬세하게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분명 그 정도면 스킬로 인정해도 될 텐데 말이다.
“그런데······ 캡슐방은 언제 또 가는 것이냐?”
왜 그렇게 눈치를 보나 했더니, 캡슐방 때문인 모양이다. 천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캡슐방 안 갈 거야.”
“응? 아, 아우야. 우리 이러지 말자꾸나. 본좌가 아무리 실수를 했겠거니, 어찌 그런 잔인한 짓을!”
“그런 뜻이 아니야. 우리가 요즘 돈 좀 벌었잖아. 그래서 바로 통 크게 질러 버렸지.”
“지르다니? 무엇을?”
천강은 카드와 영수증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우리 형제가 쓸 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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