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3
마음을 울리는 (4)
***
「S#32. 진원의 집 거실
진원,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 뚜껑 열어 마시고,
소파에 기대어 앉아 헤드폰 쓴 채
휴대폰 화면 속 연락처 확인하다가 멈춰 감상에 잠기는데…
*과거 회상 장면 몽타주
-스무 살의 진원, 카페에 앉아 턱 괴고 대각선 앞에 앉은 연인 쳐다보고.
-환한 대낮, 손잡고 공원 걷는 진원과 연인.
-주택가 대문 앞에서 연인의 볼에 입 맞추는 진원.
-비 오는 날, 한 우산 아래 걸어가는 진원과 연인.
과거의 기억들 떠올리다가 결국 눈물 흘리고 마는 진원…」
도준은 대본을 상기했다.
극중에서 ‘우진원’은 스무 살일 때부터 사귀었던 연인이 있다는 설정이었다.
누구보다 사이가 좋았던 연인이었고, 미래까지 약속한 사이였지만, 우진원의 곁에 현재 연인은 없다.
헤어진 이유는 2부에서 나오지 않고, 4부에 우진원이 여자주인공에게 자신의 마음을 터놓기 시작할 때에서야 밝혀진다.
평범하게 이별한 연인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묘사되지만, 알고 보면 연인은 3년 전, 사고로 떠난 것이다.
2부에서 도준은 이미 하늘로 간 연인을 그리워하며 애달프게 눈물 흘리면서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차마 ‘죽음’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게 연기해야 했다.
너무 슬퍼하는 모습에,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저렇게까지 슬퍼하지?’ 하는 의문은 들게 하는 것이다.
그 미묘한 선을 많이 고민했던 도준이었다.
‘그런데 대본보다 더 처절하게 연기한다라······.’
작가의 의도와 채민정 감독의 해석,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연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감정적인 연기를 원하는 채민정 감독에 도준의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복잡해졌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머리로 연기하려고 해서는 안 돼.’
도준은 대본에 적힌 우진원의 상황에 몰입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그러니까 26씬까지만 해도 밝고 쾌활해 보이던 우진원이었다.
투덜거리는 남자주인공인 지영훈을 어르고 달래며, 유쾌한 친한친구의 역할을 다해냈다.
그러나 헤어진 연인의 이름을 발견하고, 연인을 떠올리기 시작하면서 해가 지고, 밤이 오듯, 슬픔이 밀려든다.
행복했고, 기억 속의 모습들은 여전히 행복하다. 그런데 다시는 오지 않을 행복이다. 눈물이 흐른다.
도준은 일련의 감정들을 되짚었다.
“도준 씨 준비 다 됐어요?”
“네.”
세트장 안 냉장고 앞에서 몰입을 위해 준비하는 도준에게 채민정 감독이 물어왔다. 도준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다들 집중하고! 롱테이크로 갑니다!”
채민정 감독의 외침과 함께 곧바로 촬영이 시작되었다.
도준은 지문대로 행동했다.
남자주인공을 보내고, 홀로 남은 우진원이 냉장고 문을 열고 캔 맥주를 꺼냈다. 그 얼굴은 희미하게 미소가 걸린 듯도 했다.
그러나 돌아서 소파로 향하는 우진원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무료한 듯 무심한 표정이었다.
우진원은 기쁨도, 슬픔도 없는, 그저 무심한 눈으로 소파에 앉아 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테이블에 캔 맥주를 내려놓은 우진원은 휴대폰을 들어 노래를 틀고, 헤드폰을 썼다.
헤드폰 속에서는 아무 음악도 흘러나오고 있지 않았다.
물론 방송에서는 우진원의 테마곡이 흘러나올 예정이었다.
우진원은 촬영용 휴대폰을 들어 기다란 손가락으로 화면을 이리저리 터치했다.
휴대폰 화면은 이후에 가까이에서 다시 찍을 것이라 임의로 화면을 넘겨도 그만이었지만, 도준은 화면 촬영을 하듯 제대로 움직였다.
망설이듯 주소록을 확인하던 도준은 휴대폰 속 연인의 이름 앞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움직임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네.’
카메라 모니터를 확인하며 촬영을 하는 촬영감독은 속으로 생각했다.
한 호흡, 한 호흡, 따로 편집이 필요 없을 만큼 흐트러짐이 없는 연기였다.
카메라 모니터 속 도준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방송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웬만한 베테랑 연기자들만큼 카메라 워킹이나, 카메라 속 구도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도준이 얼마나 많은 작품을 보며 연구하고, 여러 현장을 돌아다니며 배웠을지 느껴졌다.
‘지난번 촬영 때도 느꼈지만, 혼자 연기하니까 더 확실하게 드러나는군.’
그렇게 생각하며 촬영감독은 카메라를 당겨 도준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뒤편의 카메라는 여전히 도준을 풀샷으로 잡고 있었다.
가만히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도준은 대본에 쓰인 ‘몽타주’ 부분들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아직 촬영 전이었고, 연인 역을 맡을 배우와는 인사도 나눈 적 없었지만, 도준의 머릿속에는 여태까지 봐 온 드라마 속 숱한 추억들이 있었다.
그 장면들은 ‘우진원’의 기억이 됐다.
도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가, 이내 저물었다.
휴대폰 화면에서 눈을 뗀 도준의 눈에 그리움이 가득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이 어떤 일인지, ‘우진원’이 아닌 도준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도준의 가슴에 파도가 일었다.
“······내리던 빗소리, 떨리는 숨소리·········.”
슬픔에 젖은 도준이 무언가 말을 웅얼거렸다.
‘······어?!’
모니터를 보고 있던 채민정 감독이 의아한 눈으로 도준을 바라보았다.
‘대사가 있었나?’
옆에 서 있던 조감독은 얼른 대본을 체크했다. 대본에서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채민정 감독은 가만히 도준의 연기를 지켜보았다. 웅얼거림이라고 생각했던 말소리에는 음정이 있었다.
“기억해······ 처음 너······. 기억······.”
불분명한 음정이라 말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도준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헤드폰을 낀 채 우진원의 테마곡인 ‘처음 너를’을 부르고 있었다.
이승윤 작가에게 받은 날 이후로 감정 이입을 위해 이동 시간마다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리움과 슬픔이 범벅되어, 흘러나오는 대로 부르는 노래였다. 그러면서도 그 슬픔을 절제하려는 듯했다.
도준은 그것을 ‘헤드폰 속에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부른다’는 설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끊길 듯 말 듯 이어지는 목소리는 이내 잦아들며 도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도준은 그대로 눈을 감으며 소파에 몸을 뉘었다.
툭, 몸을 눕히던 도준의 손에 의해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맥주 캔이 떨어지며 들어 있던 맥주가 콸콸 쏟아졌다.
촬영감독은 천천히 카메라를 움직여 카펫을 적시는 맥주 캔을 화면에 담았다.
‘이거야······!’
채민정 감독은 주먹을 꽉 쥐었다. 자신이 원했던 것이 이런 식의 연기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음에도 도준은 정확하게 채민정 감독이 말한 ‘처절한 감정’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표현해냈다.
‘대본보다, 내 머릿속에 있던 것보다도 좋은 장면이 됐어······. 상당히 반응이 좋겠는데?’
그것도 기대 이상으로.
“오케이, 컷!”
채민정 감독의 컷, 소리가 시원하게 세트장 안을 울렸다.
***
그리고 역시나였다. 2부가 방송되고 나자, 32씬에 대한 반응은 엔딩 장면만큼이나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첫 화가 이미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양반집 규수 같은 이미지를 고수하던 정지혜가 소년미 넘치는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꾀한 것은 무척이나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었고, 제작진이 생각한 대로 훈훈한 외모의 카페 아르바이트생 3인도 반응이 좋았다.
186cm의 키를 자랑하는 지영훈이 명품 수트를 입고 카페에 등장하는 씬은 그 자체가 명품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부잣집 아들이라는 설정 덕에 지영훈은 고급스럽고 화려한 스타일로 여성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정지혜와 티격태격하며 카페를 꾸려나가는 모습은 여성 팬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을 만했다.
그렇게 는 첫 화에 이미 손색없는 로맨스 코미디 드라마로서 대박의 조짐을 보였다.
1부가 지영훈의 회차였다면, 2부는 도준의 회차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준을 알았던 이들은 또 한 번 놀라고, 도준을 아직 몰랐던 많은 이들이 도준을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도준과 진성현 실장은 촬영장에 미리 와 다른 배우들을 기다리며 휴대폰에 눈을 집중했다.
“확실히 드라마가 반응이 빠르긴 빨라.”
진성현 실장이 방송이 나가기 무섭게 우르르 뜬 기사 중 아직 챙겨 보지 못한 것들을 눌러보며 말했다.
방송이 된 화요일 밤과 수요일 아침에 가장 많은 기사가 떴었는데,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도 도준의 기사가 간간이 올라오고 있었다.
거기에 배경으로 깔리 도준의 테마곡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면서 OST 발매일까지 앞당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도준은 아직까지 에 대한 반응을 실감치 못하고 있었다.
방송이 나가고 있는 와중에도 촬영은 계속됐기 때문이었다.
해가 바뀌는 것도 잊을 만큼 정신이 없었다. 지영훈이 말한 ‘정신 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슬슬 알 것도 같았다.
이미 2부까지 방송이 되었으니, 돌아오는 월요일이면 또 방송이었다.
오늘은 4부 촬영을 모두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늦어졌어, 촬영이······.’
중간에 대본이 한 번 수정되면서 더 많이 비축했어야 할 촬영이 늦어진 감이 있었다.
“봤어? 몇 위야, 몇 위!”
기사를 보던 진성현 실장이 도준의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도준은 한 시간 전에 풀린 자신의 테마곡 OST 음원의 순위를 확인하고 있었다.
발라드 가수가 부른 곡이었지만, 어쨌든 자신 배역의 테마곡이었고, 도준이 부르는 버전으로도 내달라는 요청이 많았기 때문에 도준도 순위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어······.”
“왜, 왜······ 오! 10위?”
음원 차트 진입 순위가 10위였다.
이제 2부가 방송된 드라마의 OST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진입 순위였다. OST를 부른 가수가 인디밴드 출신의 대단히 유명하지 않은 가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함께 공개된 메인 테마곡과 남자주인공 테마곡은 오히려 그보다 낮은 30위와 50위권에 각각 머물러 있었다.
도준의 연기와 분위기, 연출, 노래가 모두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었다.
“너 근데 노래 왜 그렇게 못해? 가수는 못 하겠더라······.”
진성현 실장이 음원으로 나온 ‘처음 너를’을 틀며 눈을 감고 곡을 음미하다가 대뜸 말했다.
감정에 치우친 연기를 하느라 그렇게 불렀을 뿐이고, 실은 노래를 꽤 하는 편이라고 제 입으로 말하긴 그래서 도준은 입을 다물며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정지혜와 지영훈이 웃으며 들어서고 있었다.
드라마의 반응이 좋다 보니 촬영장 스태프는 물론이고, 배우들의 기분도 무척 좋아 보였다.
“안녕하세요!”
도준이 두 사람에게 다가가며 인사했다.
정지혜가 도준의 인사를 받으며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도준은 정지혜와 눈을 맞춘 뒤 옆에 선 지영훈을 보았다.
당연히 웃고 있을 줄 알았던 지영훈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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