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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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내부.
당연하게도 바깥의 열기만큼, 아니 그보다 더한 열기로 내부는 가득 차 있었다. 냉방 시설이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객석에 앉은 이들은 땀을 흘렸다.
도준이 등장한 순간부터 자리에서 일어난 열렬한 응원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푸른색 야광봉을 계속해서 흔들며 도준의 노래에 맞춰 노래를 따라부르던 팬들은 VCR에 커다랗게 비친 도준의 얼굴을 보며 다시금 환호했다.
도준은 벅찬 얼굴을 한 채 첫 번째로 준비한 노래를 마쳤다.
노래가 끝나자 조금 진정되는 듯하던 공연장이 다시금 술렁인 것은 사회를 보는 MC의 말 때문이었다.
“사실 오늘의 진짜 MC는 제가 아닙니다.”
태국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준은 MC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폰폰에게 MC의 말을 전해 들은 도준이 무슨 말이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크게 복잡한 것 없는 구성이라 소개만 잘 해주면 되는 역할이긴 했지만, 해당 MC와 이미 리허설을 마친 상태였다.
팬들과 마찬가지로 놀란 도준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특별 게스트와 함께 찾아온 오늘의 진짜 MC를 소개합니다!”
MC가 무척 흥이 오른 목소리로 말했다.
무대 뒤쪽에서 두 명의 남녀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무대 정중앙에 선 도준은 길게 목을 빼고 무대 위로 올라오는 이들을 확인했다.
“엇!”
의외의 등장에 도준이 놀라 소리쳤다.
꺄아아아—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진 것도 동시였다. 쿤후와 송초희가 활짝 웃으며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MC가 곧바로 쿤후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안녕하세요, 쿤후입니다. 오늘 강도준 배우님 팬미팅에서 깜짝 MC를 맡게 되었습니다.”
쿤후가 모국어인 태국어로 유창하게 인사했다. 태국에서는 단독 콘서트를 할 만큼 인기가 많았고, 이 자리에는 쿤후의 콘서트에 다녀온 이도, 그때는 표를 구하지 못해 못 갔던 이조차 있었다.
그런 쿤후가 MC로 등장했으니 난리가 날 만도 했다.
게다가 송초희와 나란히 선 도준을 보자 팬들로서는 마치 눈 앞에서 의 한 장면을 보는 기분이었다.
“안녕하세요. 정영원입니다.”
그런 마음을 안다는 듯 송초희는 준비해온 태국어로 극중 이름을 말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두 분 오시는지 전혀 몰랐어요. 쿤후 씨는 언제 MC를 준비하셨는지······.”
도준이 얼떨떨한 채 묻자 쿤후가 웃으며 한국어로 답했다. 쿤후와 도준의 대화는 그때마다 폰폰을 통해 통역되었다.
“ 때 제가 팬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진심이었다구요!”
도준이 잠시 대기실에 있는 동안 쿤후가 도준을 보고 싶었다며 직접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 뒤에 규홍은 쿤후의 소속사 측과 논의해 이 일을 진행시켰다.
도준의 아시아 투어 팬미팅을 어떻게든 더 특별하게 만들어 보고자 했던 규홍과 공연 스태프들의 노력의 일부였다.
실제로 도준의 팬들은 1석 3조의 기분을 느꼈다.
“저도 마침 태국에 올 일이 있어서 운 좋게 여기 올 수 있었네요. 재미있게 구경하다 갈게요.”
송초희는 다른 일정 차 방콕에 들렀다가 도준의 팬미팅이 있다는 소식에 잠깐 들른 것뿐이었다. 도준과 자신,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방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도준을 앞으로도 많이 좋아해 달라는 인사와 함께 송초희는 무대를 내려갔다. VIP 관람객이 모여 있는 객석에는 태국 왕실에서 온 왕족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큐카드를 받아든 쿤후는 여러 예능을 해 온 프로 아이돌 답게 곧바로 다음 순서를 소개했다.
태국어와 한국어가 모두 가능했기 때문에 리허설을 같이 안 했음에도 도준과 호흡이 더 잘 맞았다.
다음 순서는 도준이 여태까지 출연한 방송을 편집해 도준이 그때마다 코멘트를 하는 순서였다.
이미 로 도준을 알게 된 이후 다른 도준의 작품들 또한 섭렵한 팬들은 영상이 바뀔 때마다 크게 환호하며 도준의 이야기를 반짝거리는 눈으로 화면을 보았다.
도준은 한국어로 코멘트를 달면서도 중간 중간 배워둔 태국어를 활용하며 태국 팬들의 격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상이 나오자 팬들은 가장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역시 태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다웠다.
흘러나오는 영상은 극중 ‘유진오 중위’가 군인으로서 자신의 신념을 말하는 장면이었다.
신참인 윤정훈이 작전 중 부상을 입고 생사를 오가는 와중에 윤정훈을 뒤로 하고 작전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나서는 상황이었다.
슬픔과 분노, 고뇌가 절절히 느껴지는 도준의 연기는 명연기로 손꼽히며 라는 드라마의 격을 높였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었다.
-후퇴는 없습니다. 부상자 제외 전원 출발합니다. 지금, 당장.
도준의 대사가 공연장을 울리자, 여기저기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모두 그 순간 다시금 도준의 연기에 집중한 것이 분명했다.
언어도, 환경도 다른 이들이 자신의 연기를 보며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도준은 신기하기만 했다. 심지어 자막도 없이 한국에서 방송된 장면 그대로 VCR이 나가고 있었다.
“이 장면은 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이기도 한데. 연기하실 때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쿤후의 질문에 의자에 앉은 도준이 답했다.
“확실히 찍기 전에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었어요. 너무 냉정해 보여서도 안 됐고, 너무 우유부단해 보여서도 안 됐으니까요. 그래도 고민한 만큼 장면이 잘 나와서 다행입니다. 다들 좋게 봐주시고······.”
폰폰이 도준의 말을 통역했다. 팬들은 폰폰을 통해 전달되는 도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하며 들었다.
“진짜 유진오 중위님 너무 멋있었던 것 같아요. 태국에서도 이 장면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들었어요. 그렇죠?”
쿤후가 태국어로도 한 번 더 말하자 “네!” 하는 합창이 팬들에게서 들려왔다. 도준이 기분 좋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도 그래서··· 특별히 준비한 게 있는데요.”
“어?! 뭘 준비하셨죠?!”
“여기 방송에서는 더빙 판으로 방송됐던 걸로 아는데.”
“맞아요. 정식 방송은 성우님들이 더빙해서 나갔어요.”
“그래서 태국어로 저 장면을 연습해 왔어요.”
폰폰이 도준의 말을 통역하자 태국팬들이 “오오” 하며 기대 가득한 환호를 보냈다. 어제 공항에서 태국 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도준은 어떻게든 태국팬들에게 보답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장면 연기를 태국어로 따로 준비한 것은 그래서였다.
도준이 마이크를 고쳐 쥐자 음향팀에서는 장면 속에서 흘러나오던 OST를 희미하게 깔았다. 무거운 선율이 공연장에 웃고 있던 도준은 금세 진지한 얼굴로 감정을 잡았다.
카메라가 그런 도준의 얼굴을 클로즈업 했다.
“후퇴는 없습니다. 부상자 제외 전원 출발합니다. 지금, 당장.”
도준의 연기에 공연장 내가 차분해졌다.
“······.”
“······.”
단 한 줄의 대사일 뿐이었는데 도준은 공연장을 압도하고 있었다. 쿤후도, 심지어 어젯밤 함께 연습을 했던 폰폰도 팬들과 마찬가지로 말을 잃었다.
“와······.”
쿤후가 뒤늦게 감탄의 말을 내뱉었다.
“정말 대단하네요! 이렇게 눈앞에서 도준 씨 연기를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태국어 못하지 않으세요?”
“···네. 태국어는 못해서······ 조금 어설펐을 것 같은데 괜찮았나요.”
연기에서 빠져 나온 도준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뇨, 아뇨! 완전! 완벽했어요. 태국에서 배우하셔도 될 정도로··· 아니, 너무 다 잘하시는 거 아니에요?!”
쿤후도 태국에서는 드라마 주인공에 캐스팅 돼 드라마를 찍은 적 있었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확실히 재능이란 게 놀랍구나······.’
쿤후는 속으로 생각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만 겨우 할 줄 아는 외국인의 연기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도준의 연기는 완벽했다.
한 줄일 뿐이지만 이 정도로 완벽한 발음과 억양을 위해서는 족히 수백 번은 입으로 되뇌여야 했을 듯했다.
팬들은 도준의 재능과 더불어 노력에 감동했다. 특히나 팬들로서는 ‘태국어’로 연기를 연습해 왔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
이어진 팬미팅 하이라이트는 역시 도준이 태국어로 준비한 태국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도준은 아시아 투어를 위해 8개국어로 편지를 준비해 모두 외워둔 상태였다.
도준에 대한 팬들의 팬심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팬미팅이었다.
성황리에 팬미팅을 마친 도준은 팬미팅에 와준 송초희와 쿤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MC를 맡아준 쿤후에게는 따로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쿤후와의 저녁 식사 자리가 도준에게는 가장 한가한 시간이었다.
이후 도준은 백화점 광고 촬영을 하고, 태국 총리와의 만찬에 참여하기도 했다. 만찬에서 도준은 총리를 비롯한 태국의 주요 인사들과 한류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한국 외교부에서도 나와 도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만찬에서 호텔로 돌아온 도준은 곧바로 인도네시아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내일 새벽 비행기로 출발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하아······.”
도준의 입에서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싱가포르에서부터 태국에 이르기까지. 일주일 내내 도준은 한국에서보다 더 정신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 달간의 일정도 만만찮았기 때문에 더 막막한 기분이었다.
“힘드시죠, 형.”
호텔 방에서 함께 캐리어에 짐을 정리하던 규홍이 도준의 기분을 살폈다.
“아, 아냐. 너도 피곤하지.”
“저야 형만 하겠어요.”
“확실히 한국에서 바쁜 거랑은 또 다른 느낌이긴 하네. 아이돌들은 이런 투어를 일 년에 몇 번씩 도는 거 아냐.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준의 말에 규홍이 웃었다. 웬만한 일에는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 도준이었는데 계속 통역사를 통해 소통하고, 본업인 연기로 바쁜 게 아니다 보니 여러모로 힘든 점이 더 많은 모양이었다.
“네가 좋아하는 투와이스는 이것보다 더 바쁘겠지?”
“하하. 그럴지도요. 근데 형······.”
“어?”
“피곤하신데 또 다른 일얘기 해서 죄송한데요. 진 부장님이 오늘 내일 중에 답 줘야 할 것 같다고 하셔서요.”
“아, 그래? 오늘 긴장해서 더 피곤한 것뿐이니까 그냥 편하게 말해. 내 일인데······.”
도준이 가볍게 웃으며 규홍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때 제안 들어온 드라마요. 하실 건지. 들어갈 거면 오디션 일정 잡아야 한다고.”
“아아, 그거.”
“진 부장님 생각은 어떠시대.”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세요. 이미 성공한 드라마고, 역할도 괜찮고요.”
“네 생각은?”
규홍은 자신의 의견까지 물어오는 도준에 순간 눈을 크게 떴다. 매니저로서 제대로 인정 받고 있는 기분이었다.
“저도··· 형이라면 분명히 잘해내실 것 같아서······.”
아직 두 나라만 다녀왔을 뿐이었지만, 팬미팅에서 도준의 모습을 보니 규홍은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도준은 어느 곳에 가서든 성공할 만한 배우였다.
‘오디션을 봐야 확정이 되긴 하겠지만······.’
도준이 끄덕이며 잠시 고민했다. 과연 지금 이때에 고심하던 차기작으로 를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고민이었다.
는 다름 아닌 미국의 인기 의학 드라마였다. 벌써 시즌 3까지 방영된 드라마로 내년 시즌 4 방영을 앞두고 있었고, 도준에게 들어온 역할은 의 인턴 의사 역할이었다.
끝
ⓒ 천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