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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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준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며 소속사 관계자인 지인의 병문안을 간 것 뿐이라는 소나무 엑터스의 공식 입장은 순식간에 기사화됐다.
병원에 간 도준이 자신을 알아본 병원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환자들에게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사인을 해주고 사진까지 찍어준 일들도 함께 보도됐다.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곧바로 병실로 향하긴 했지만 도준을 알아본 이들이 꽤 많았다. 다른 곳이었다면 사진까지 함께 찍는 일은 마다했을 도준이었지만, 심신이 지치고 고된 이들의 부탁을 도준은 거절하지 않았다.
환자들도 환자였지만 환자 보호자나 병원 관계자도 무척 힘든 하루를 보냈을 것을 도준이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병원에서 ‘감동 팬서비스’를 펼쳤다는 기사가 거짓이 아니라는 듯 인스타나 각종 SNS에 연달아 도준을 만난 후기가 올라왔다.
도준의 외모만 봐도 아픈 곳이 낫는 것 같았다는 우습게 과장된 후기도 있었지만, 친절하고 배려심 넘치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동과 위로를 받았다는 진솔한 후기도 많았다. 사진과 함께 올라온 후기들은 온통 칭찬일색이었다.
거기에 도준은 잠시나마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불안했을 팬들을 위해 곧바로 팬카페에 글을 올렸다.
아시아 투어 이후로 처음 올리는 글이네요. 자주 소식 전하지 못해 죄송해요.
저는 지금 신인 때부터 저와 함께 해 온 형이 심한 감기로 병원에 입원해서 병문안 왔습니다. 여러분도 감기 조심하세요ㅠㅠ 요즘 감기가 정말 지독한 모양입니다.
병원에 있는 저를 보고 오해하신 분이 계셨나 봐요. 안 그래도 형이 아파서 속상했는데, 정정 기사가 나갔지만 걱정하셨을 팬분들 생각하면 더욱 속상합니다.
저는 건강하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여러분들 만날 준비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항상 제게 과분한 관심과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브 때 봐요~!]
직접 글까지 써 올린 도준에 팬들은 걱정도 잊고 도준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다. 팬이 아닌 이들도 도준이 여러모로 사려 깊은 이라는 사실을 입모아 칭찬했다.
도준에 대한 감동이 지나자 네티즌들 사이에는 기자들에 대한 비난이 일었다.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도준에게 큰일이 생긴 것마냥 앞다투어 오보를 보도한 기자들이었다.
비난의 화살은 오보를 전하며 당당하게 최초 보도, 단독 보도 같은 말머리까지 붙인 기자에게로 향했다.
대서 스포츠 황오진 기자였다. 황오진 기자의 메일은 이미 도준의 팬들이 테러에 가까운 비난 메일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또 황오진 기자의 기사에는 댓글이 덧붙었다. 도준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줄 알고 걱정 가득한 댓글을 써놓았던 네티즌들이 황 기자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기레기 소리가 괜히 나온 게 아님
-아 너무 깜짝 놀랐네ㅠㅠ
-다른 것도 아니고 멀쩡한 사람 병 걸렸다는 얘기를 이렇게 쉽게 쓰나?
-조회수 올리려고 아무 말이나 쓰고 쉽다 쉬워
-이렇게 기사쓰면 나도 쓸 듯ㅋㅋ 투와이스 지현, 이상형은 도곡동 김수철!
-김수철 씨 여시서 이러시면 안 되고요ㅎㅎㅎ;;;
-틀린 말을 뭐 이렇게 처당당히도 해놨어?ㅋㅋ
-연예인은 아파도 병원도 못 가겠어 이런 거 안 알고 싶으니까 제대로 된 기사 좀 써!
-아까 전에는 놀라서 지나갔는데 사진 보니까 강도준 따라다닌 것 같은데..
-이럴 시간에 비리 정치인들 뒤나 캐라ㅡㅡ
-사생활 침해하는 기자놈들 정신 차리길
-강도준도 사는 거 진짜 피곤할 듯ㅠㅠ
-기자 참 책임감 없네
-강도준 건강하다니 다행이지만 사실 확인도 안 하고 잘하는 짓이다~
-으··· 극혐
-강도준 정도면 뒤붙는 기자 있다는 게 진짜구나ㅋㅋ
-스캔들이라도 잡으려고 따라다니다가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이 병원가는 거나 쓰게된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윗댓 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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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 스포츠 사무국.
황진오 기자는 책상에 앉아 자신에게 쏟아지는 메일들을 모두 스팸처리 하고 계속해서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는 자신의 기사 댓글을 확인했다.
연예부 기자 일을 하며 하루 이틀 기레기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었고, 사실 조회수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써오기도 했으니 네티즌의 비난 댓글은 황진오 기자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오히려 스캔들을 잡으려다가 병원에 가는 것이나 기사화했다는 한 네티즌의 추측 댓글이야말로 황진오 기자를 뼈 아프게 했다.
그 추측 댓글은 정확한 사실이었다.
황진오는 상관인 임인철 부장의 지시를 받아 거의 두 달 가까이 도준의 뒤를 밟았다.
심지어 그중 한 달은 아시아 투어 기간이었기 때문에 도준의 팬미팅 취재를 빌미로 해외까지 전부 따라다녔다. 밤낮도 가리지 않았다. 임 부장이 어떻게든 도준을 연예계에서 매장시킬 기삿거리를 찾아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부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다른 신문사도 강도준 인기 한창 올라갈 때 한두 번은 다 뒤 밟았었죠. 근데 진짜 아무것도 없어요. 사이버 가수 아단보다 사생활 깨끗할 거라는 얘기 못 들으셨어요?”
“아, 나라고 위에서 지시하는데 별수있나. 너나 나나, 어? 거기서 받아처먹은 게 있는데 밥값을 해야 할 거 아냐.”
대서 스포츠는 연예 관련 신문사 중 스카이 코리아와 더불어 가장 큰 메이저 신문사였고, 이전부터 꽤 오래 SG 미디어와 손잡아 왔었다.
그런 SG에서 도준을 끌어내리고 싶어하니 문제였다. 임인철 부장은 일단 노력이라도 해보라는 말로 황오진 기자를 돌려 보냈다.
그리고 이후 두 달 동안 황오진 기자는 어떻게든 도준의 이미지에 피해가 갈 만한 기사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도준이 클럽에 방문하길 바랐다. 그 안에서 어떻게 놀든 클럽 출입 사진을 찍어 문란한 사생활이라고 포장하려 했으나 도준은 클럽은커녕 해외에 나가서도 술집조차 출입하지 않았다.
바쁜 스케줄을 위해 무서울 정도로 철저한 자기관리를 한다더니 식사 중 매니저나 스태프가 맥주를 마실 때도 도준의 자리 앞에는 탄산수가 전부였다.
“하아··· 진짜 안드로이드야, 뭐야.”
스캔들을 잡고 싶었으나 매니저나 스태프 외에 만나는 이가 없었고, 여자 스태프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사진을 찍어보려고 해도 불필요한 스킨십이 전혀 없었다.
사진기를 들고 도준을 쫓던 황 기자는 하다 못해 담배라도 피우는 모습이 나오면 보도하려고 했다.
담배 피우는 것이 성인 남성인 도준이 하기에 부적절한 행동인 것도 아니었지만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모습 정도를 보도하는 게 이미지를 깎아내릴 유일한 방법같이 느껴졌다.
그 정도로 다른 부정 이슈로 만들 만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심지어 담배도 안 피우고······.”
오히려 모범 시민이나 톱 스타들이 배워야 할 모범 사례로서의 행적만 잔뜩 발견됐다. 그쯤 되자 황오진 기자는 도준이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이렇게까지 모범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 그것 자체로도 기사가 될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취재를 거의 다 포기했을 때, SG에 보일 겉치레 기사 하나는 내야 할 것 같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낸 기사가 병원 기사였다.
건강에라도 문제가 있어 보이게 만들려는 수였다. 소란만 일고 끝날 것이라는 건 알았다. 그러나 소나무 엑터스가 생각보다 더 빠르게 대처를 하는 바람에 생각했던 잡음조차 일지 못했다.
게다가 역풍을 제대로 맞고 있었다.
네티즌들의 분노 같은 걸 말하는 게 아니었다. 황진오 기자는 뒤편에서 사태를 수습하느라 식은 땀을 흘리고 있는 임인철 부장을 힐끔거렸다.
“아아, 죄송합니다. 네··· 네, 사장님. 그게······ 아, 알겠습니다. 네네. 명심하겠습니다.”
기사 하나에 사장 전화까지 온 것은 광고주의 항의 때문이었다.
SG와 긴밀한 관계라고 한들 SG만 대서 스포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다른 대기업들도 대서 스포츠의 광고주였다.
그런데 광고주 중 상다수가 도준을 모델로 쓰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도준을 깎아 내리기 위해 억지로 쓴 기사였고, 자신의 모델인 도준을 깎아내리려고 하자 광고주들이 항의를 넣은 것이다.
기업들이 도준의 뒤를 봐주는 것까진 아니어도 일단 도준을 광고 모델로 쓰고 있고, 도준으로 인해 매출이 잘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공연히 도준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길 바라는 것은 당연했다.
사장에게 여러 번 명심하겠다는 말을 한 임인철 부장은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후······.”
잔뜩 열받은 임인철 부장의 한숨이 깊었다. 다른 기자들은 외근을 나가 사무실에는 임인철 부장과 황진오뿐이었다.
황진오 기자가 눈치를 보며 임 부장에게 말을 건넸다.
“욕 보셨어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되냐······.”
“그쪽에서는 연락 없었어요?”
“어. 생각보다 조용하네. 거기서도 곧 난리나겠지. 이깟 기사 내는 게 다냐고.”
“어쩌겠어요······. 진짜 저 최선 다했습니다.”
“누가 뭐래. 먹은 거 뱉어내야 할지도 모르니까 당분간 잠자코 있자.”
“네. 그래야죠. 근데 진짜 강도준은 왜 그쪽 눈밖에 나선······. 솔직히 지금은 너무 기세가 올라와서 어떻게 해도 매장까지 시키진 힘들 것 같은데. 없는 일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아니 없는 일을 만들어도 힘들 것 같은데요.”
“모르지, 뭐. 그 집안 성미야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그래도 이렇게 노골적인 건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사실 임인철 부장이 개인적으로 SG와 깊이 연결된 데에는 몇 년 전, 백천 사장이 만나던 여자 배우를 매장시키던 때부터 시작이었다.
이후로 홍보 기사나 SG 미디어 관련 부정 기사를 덮는 일 등을 수행하면서 인연은 점점 깊어졌다. 임인철이 부장이 된 데에도 백천 사장의 영향이 컸다.
임인철 부장은 짜증스럽게 머리를 넘기며 의자에 걸쳐두었던 외투를 집어들었다.
“일도 더럽게 안 풀리는데 술이나 마시러 가자.”
“네, 부장님.”
황오진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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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의 대저택.
집 지붕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다란 담벼락에는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원사가 꼼꼼하게 관리한 것이 한눈에 보이는 정원을 지나면 SG 그룹 백정한 일가가 머무르는 저택이 드러났다.
저택에서는 저녁 식사가 한창이었다. 오랜만에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였다. 식탁 위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으나 숟가락을 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끝
ⓒ 천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