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98
“형, 진짜 괜찮으신 거 맞아요? 일 얘기는 좀 나중에 하는 게······.”
“미안하다. 잠깐만.”
진성현 부장이 떠다 놓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기침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오늘 중으로 일정을 픽스해두는 께 좋을 것 같아서··· 미국가려면 서류 준비할 것도 많고. 서둘러야지.”
도준은 진성현 부장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끄덕였다.
그래도 따듯한 물을 마시고 나서는 조금 진정이 됐는지 진성현 부장의 기침이 많이 잦아들었다.
진성현 부장은 달력을 보며 도준이 출연을 완전히 확정하게 될 경우의 일정들을 설명했다.
“일단 는 시즌3 10화 방영하고 지난 주부터 휴방 중이거든? 1월 둘째 주까지 휴방한다고 하니까 어차피 12월에는 제작진들도 다 쉬고, 우리 연말 일정은 문제 없을 것 같아.”
도준이 끄덕이며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미국 드라마 시스템을 생각했다.
자본의 규모 차이도 어마어마했지만, 제작 과정부터 편성 방식, 스태프들의 역할까지도 많은 곳에서 차이가 있었다.
한국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의 차이점으로 많이 부각되는 게 제작 여건이었다. 주 2회 방영으로 방송 시간에 쫓기며 제작진은 밤을 새우기 일쑤인 한국 드라마와 달리 미국 드라마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방송을 제작했다.
일단 1주일 1회 방영인 것만으로도 여유가 있었는데 시즌제를 운영하며 사전 준비할 시간을 가지고, 거기에 더해 휴방 기간까지 있었다.
주로 9월에 새 드라마가 시즌이 시작되면 12월 한 달간 겨울 휴방 기간을 가졌다,
촬영 준비부터 촬영, 편집 기간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는 건 당연했다. 스태프들은 밤을 새우는 대신 계약서에 명시된 휴식 시간을 보장받았고,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전체 제작진의 컨디션도 올라갔다.
그렇다 보니 대본도 시간에 쫓겨 ‘쪽대본’이 나오는 일도 없었다.
거기에 대본 집필 자체도 1인 작가 체제가 아닌 ‘크리에이티브 집단’이라 불릴 만큼 여러 명의 작가가 공동 집필하며 대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애썼다.
‘한국에서 미국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고, 현장에서도 미국 드라마의 시스템을 차용하려고 하면서 시즌제나 사전 제작을 표방한 드라마가 몇 나오긴 했지만··· 가 사전 제작 드라마 중 거의 유일한 성공 드라마고······.’
그런 점을 생각하면 한국 드라마가 미국 드라마에 비해 열악한 환경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도준도 직접 경험해 본 것은 아니었으니 현장에 가면 어떨지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다.
“시즌 3 마지막 화가 17화인데 네가 출연할 분량이 14화부터라······ 촬영은 3월 예정이긴 한데.”
촬영까지 3개월이 남은 것이면 시간이 아주 빠듯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유롭다고도 할 수 없었다.
비자 발급과 같은 서류 준비가 만만찮을 게 분명 또 때처럼 한국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중간중간 영어 대사를 쓰는 게 아니라 본격적인 ‘미국’ 드라마였다.
비록 14화부터 17화까지 4화 분량이라고는 해도 대본을 숙지하고 연기를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적어도 계약은 1월에는 마쳐야겠네요.”
“어, 그렇지.”
진성현 부장이 끄덕였다.
“1월에 바로 LA 가면 좋은데··· 네가 너무 못 쉬는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지, 뭐.”
사실 가 끝난 후 차기작을 고민하는 동안 쉬면 좋았을 텐데 결국 아시아 투어 일정으로 그 시기를 바쁘게 보낸 도준이었다.
도준이 원한 것이기도 하고, 진성현 부장도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주의지만 도준의 피로도가 쉽게 가늠되지 않았다.
십 년 넘게 일하며 많은 배우들을 케어했지만 계속해서 쉬지 않고 일하는 배우는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설사 작품을 쉬지 않는 배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도준처럼 광고부터 각종 행사, 팬미팅 투어까지 소화하는 배우는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도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서울 팬미팅 때까지 스케줄 여유로운 편이고··· 대신 계약 후에 촬영 전까지 다른 스케줄은 안 잡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1월부터 3월까지?”
“네.”
“당연히 그래야지. 이게 보통 작품이냐. 미드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건데··· 다른 배우들은 반년 넘게 준비해서 가는 걸··· 그와중에 다른 스케줄까지 끼면 안 되지.”
진성현 부장의 말에 도준이 그럼 괜찮다는 듯 끄덕였다.
“그럼 별 문제 없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1월 초에 바로 미팅할 수 있게··· 에취!”
말을 하던 진성현 부장이 급하게 몸을 돌려 도준에게서 멀어지며 기침을 내뱉었다. 잠시 잠잠하던 기침이 다시 터진 것이다.
진성현 부장이 얼른 도준을 제 사무실에서 내보냈다.
“밥이라도 한끼 하고 싶었는데 안 되겠다. 들어가라. 네 말대로 팬미팅 때까진 시간 있으니까 집에서 쉬고 있어. 일정 같은 건 다 협의해서 규홍이한테 전할 테니까.”
“네. 병원부터 가 보세요, 형.”
“어, 그래야겠다. 이번 감기··· 이상하게 지독하네.”
진성현 부장이 훌쩍이며 답했다. 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얘기 벌써 끝나셨어요? 밥 드신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서울 팬미팅 문제로 홍보팀 담당자와 얘기를 나누고 막 진성현 부장 사무실로 들어가려던 규홍이 물었다.
“진 부장님이 감기 걸려서 밥은 힘들 것 같아.”
“아, 저 이거 서울 팬미팅 홍보물이래요. 잘 나왔죠?”
규홍이 내민 건 도준의 얼굴이 박힌 핫팩이었다. 서울 팬미팅에서 팬들에게 나눠 줄 선물 중 하나였다.
“오, 그러네.”
핫팩을 본 도준이 기분 좋게 끄덕였다.
“그럼 바로 집으로 가실 거예요?”
“어. 내가 운전해서 갈 테니까 너도 퇴근해.”
도준의 말에 규홍이 “괜찮으시겠어요?” 하고 물었지만, 이미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였다. 도준은 피식 웃으며 사무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소나무 엑터스 건물을 나섰다.
***
규홍을 쉬게 해주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드라이브를 하며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도준이었다.
도준의 부가티가 한강변을 매끄럽게 달렸다. NEXT 이진환 대표가 도준에게 UM 빌리지를 선물한 이후, 소나무 엑터스 대표는 질 수 없다는 듯 도준에게 부가티를 선물했다.
아우디 모델을 하며 받은 아우디로도 충분했던 도준이었지만, 대표가 이미 풀옵션으로 뽑아온 차를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교통 정체가 만연한 서울과는 지독히도 어울리지 않는 차량이었지만 확실히 조금만 속도를 내도 다른 차를 몰 때와는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에 출연하게 된다라······.’
는 이미 시즌 1때부터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고, ‘격이 다른 의학드라마’로 명성이 자자한 드라마였다.
시즌 3도 미국 내에서 부동의 시청률 1위인 의 뒤를 이으며 무난히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제안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긴 했지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제 미팅 후 계약만 하면 되는, 출연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인기 드라마, 그것도 미국 드라마에 첫 발을 내딛는 게 확실시 되자 도준의 마음도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박찬종 감독님 작품에 캐스팅 되었을 때랑 비슷한 기분인걸.’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도준은 기분 좋은 떨림을 느꼈다.
***
며칠 후.
당분간 스케줄 없이 집에서 쉬고 있었어야 할 도준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단독 보도 기사가 나왔다.
기사 내용은 도준이 오후 경 인근의 대학병원에 입원한 상태이며 병명은 분명하지 않지만 건강 악화로 당분간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기사였다. 병원 입구로 들어가는 도준의 사진까지 함께였다.
기사가 나오자 실시간 검색어는 순식간에 도준의 이름이 떠올랐다.
강도준, 강도준 병, 강도준 입원, 팬미팅 취소까지······.
단독 보도 기사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연달아 쏟아졌다. 자신들이 따로 취재를 한 것이 아니라 단독 보도 기사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내용은 동일했다.
그러나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서 뒤로 가면 갈수록 내용은 자극적으로 변해갔다. 도준이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광고 촬영이 예정되어 있던 광고주들도 대 혼란에 빠졌다.
팬미팅 공연 관계자는 물론이고, 도준을 중심으로 한 연말 시상식을 준비 중이던 KVC도 난리였다.
물론 가장 난리가 난 곳은 도준의 소속사인 소나무 엑터스였다.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불가능할 수준이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도준 씨 매니저가··· 규홍 씨! 규홍 씨한테 빨리 연락 넣어 봐.”
홍보팀 임지유 팀장은 아예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 버리고는 정은지 대리에게 지시했다. 정은지 대리가 빠르게 규홍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임지유 팀장은 진성현 부장의 사무실로 곧바로 달려갔다.
그런데 자리에 있어야 할 진성현 부장이 자리에 없었다.
“···어 진 부장님 입원하셔서 오늘부터 병가 내셨어요. 왜 요 며칠 기침 심하셨잖아요. 어제 병원 갔더니 입원해야 된다고 했대요.”
임지유 팀장의 다급한 모습에 부장실 근처를 지나던 매니저 중 한 명이 설명했다. 매니저는 아직 인터넷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매니저의 말에 임지유 팀장이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설마’ 하며 물었다.
“혹시, 도준 씨 진 부장님 병원 갔어요?!”
“네? 그거까진······ 아마 병문안은 갔을 것 같은데······.”
다른 배우를 담당하는 매니저였기에 자세한 상황을 알 리 없었다. 임지유 팀장이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규홍과 연락을 마친 정은지 대리가 임지유 팀장을 찾아왔다.
“팀장님!”
“어, 정 대리.”
“규홍 씨랑 연락 됐는데 도준 씨 멀쩡하대요. 진 부장님 병문안 와 있었는데 기사가 이상하게 나간 것 같다고······.”
“하아······.”
임 팀장은 크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준이 아파 당분간 활동을 못하게 되면 차질을 빚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당장 광고주들이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도준의 몸 걱정보다 일 걱정부터 하는 자신이 매정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임 팀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임지유 팀장이 짜증 가득한 얼굴로 정은지 대리에게 정정 기사를 준비시켰다.
“오보 낸 신문사 쪽 말고 다른 데다가 전해요. 그리고… 아예 도준 씨가 매니저 챙기러 병원간 거 자세히 써서 좀 감동적으로··· 뭔 말인 줄 알죠? 최대한 빨리요. 삼십 분 안에 해결합시다.”
“네!”
정은지 대리가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그나저나 누가 멀쩡한 사람을 아픈 사람으로 만든 거야.’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이런 허위 기사에도 도준의 신변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이상한 소문이 날 수도 있는 곳이 연예계였다. 심지어 도준의 뒤를 밟았는지 병원에 들어가는 사진까지 있었다.
정은지 대리가 기사를 준비하는 동안 임지유 팀장은 최초 보도한 신문사를 확인했다. 기사를 내리게 하고, 따질 건 따지고 넘어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대서 스포츠?’
끝
ⓒ 천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