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2)
12화. 동업을 제안하다.
12화. 동업을 제안하다.
[씨앗 상점이 열립니다.] [오늘 판매할 씨앗 3종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등급에서는 씨앗을 한 번만 구매 가능합니다.]씨앗들이 나타났다.
[수박 씨앗 10개 – 5탑코인] [단호박 씨앗 50개 – 1탑코인] [찰옥수수 씨앗 200개 – 0.5탑코인]이번 씨앗들은 저번에 나왔던 씨앗들과는 가격이 너무 달랐다.
세준이 가진 돈은 0.9탑코인이 전부. 살 수 있는 건 찰옥수수 씨앗뿐이었다.
‘이렇게 비싸면 다음에는 아무것도 못 사겠는데…’
하지만 여기서 돈을 더 늘릴 수단이 없었다.
헌터들이 탑에서 탑코인을 버는 방법은 3가지다.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세준은 알지 못했다.
탑코인을 버는 첫 번째 방법은 층을 클리어하고 받는 클리어 보상. 한 번에 벌어들이는 액수가 크지만 각 층에서 클리어 보상은 한 번만 받을 수 있기에 실제 헌터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다.
두 번째 방법은 몬스터 사냥. 몬스터의 사체를 탑을 돌아다니는 유랑 상인이나 1층 상점에서 팔아서 탑코인을 벌 수 있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헌터들의 가장 큰 수입원이다.
세 번째 방법은 퀘스트를 완료하고 받는 보상. 퀘스트 보상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세준에게 층을 클리어하는 건 동굴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나가도 흉악한 몬스터들 사이에서 생존할 확률이 낮으니 패스.
몬스터 사냥은 식삿거리로 먹는 피라니아 빼고는 전부 가족이다. 그리고 피라니아의 사체인 생선 뼈는 팔 곳도 없지만, 팔 수도 없을 거 같았다.
오도독.오도독.
요즘 토끼들이 피라니아 생선 뼈를 햇볓에 바짝 말려 간식으로 애용하고 있었다. 세준도 먹어봤는데 오도독거리는 식감도 좋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게 자꾸 손이 가는 맛이었다.
그렇게 세준에게 남은, 탑코인을 벌 수 있는 마지막 방법.
‘탑의 관리자가 주는 거의 강탈 수준의 퀘스트…’
그래서 씨앗 상점 거래 후 탑의 관리자에게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탑코인을 달라고 요구했더니.
[탑의 관리자가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크면 주겠다고 말합니다.]이상한 소리를 했다. 탑의 관리자가 탑코인을 모른다니? 그게 말이 돼?! 그리고 크면 주겠다니…
“너 몇 살인데?”
세준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물었다.
[탑의 관리자가 그건 비밀이라고 합니다.]“그럼 몇 년 지나면 크는데?”
[탑의 관리자가 300년 정도라고 말합니다.]“…장난하냐?! 그럼 지금부터 받을 탑코인을 다 기록해서 가문 대대로 물려주다 내 7대손이 받으라고?! 그리고 내가 지금 후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세준이 씩씩거리며 화를 내자 또 도망갔다. 이렇게 대답하기 곤란하면 사라진다. 그렇게 세준은 이곳에서 탑코인 버는 것을 단념했다.
“휴우. 그때 생각하니 또 열받네.”
세준이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씨앗 상점의 씨앗들을 바라봤다.
구매할 수 있는 건 옥수수 하나.
“옥수수도 나쁘지는 않으니까.”
쪄먹어도 구워 먹어도 맛있다. 거기다 가루를 빻아서 빵 비슷하게도 만들 수 있다.
“쓰읍…”
찐옥수수를 먹을 상상만 했는데 세준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역시 아는 맛이 더 무섭다.
“좋아! 찰옥수수다!”
세준이 찰옥수수를 구매했다.
[찰옥수수 씨앗 200개를 구매했습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0.5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 5점이 적립됩니다.] [씨앗 상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0일 후에 다시 씨앗 상점 Lv. 1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세준의 손에 찰옥수수 알갱이 200개가 담긴 가죽 주머니가 나타났다. 역시 주머니가 가장 고급스럽다.
세준이 고급 가죽 주머니를 열어 손에 붓자
촤르륵.
실해 보이는 찰옥수수 알갱이들이 우수수 흘러나왔다.
삐익!
삐이!
뺘악!
토끼들이 영롱한 찰옥수수 알갱이들을 보더니 우다다 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오전에 대파꽃에서 채종한 대파 씨앗을 심은 밭 위에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빨리 심으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탑의 관리자가 흥분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빨리 심으라고 재촉합니다.]“말 안 해도 심을 거야.”
보상도 안 주면서 시키는 건 많다. 탑의 관리자가 밉긴 했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이기도 했다.
세준이 토끼들이 만드는 밭으로 가서 옥수수 씨앗을 심기 시작했다.
[찰옥수수 씨앗을 심었습니다.] [씨뿌리기 Lv. 2의 효과로 찰옥수수 씨앗이 활착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씨뿌리기 Lv. 2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
.
이미 수천 번 해본 작업이었고, 찰옥수수 씨앗의 개수가 적었기에 심는 일은 금방 끝났다.
쏴아아.
물조리개를 가진 아빠 토끼와 자식 토끼가 한 줄씩 맡아 정성껏 물을 주는 것으로 찰옥수수 심기가 자는 시간 전에 마무리됐다.
덕분에 철야 없이 제시간에 잠들 수 있었다.
***
조난 128일 차.
아침을 먹고 세준과 백토끼들이 오전 일을 하는 사이
뾱!뾱!뾱!
흑토끼는 해머로 동굴 벽을 때리며 수련을 했다. 해머로 아무리 때려도 벽은 멀쩡했다.
저게 소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애쓰는 흑토끼의 노력이 어여뻤다.
그렇게 각자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때
윙윙.
독꿀벌이 출근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 요즘 독꿀벌이 여기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부비부비.
“어서 와.”
독꿀벌은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비며 출근 도장을 찍고 꽃에 앉아 꿀을 빨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삐익.
아내 토끼가 마른 파 이파리를 불에 넣어 불을 키우며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흑토끼!”
뺙!
세준의 부름에 흑토끼가 우다다다 달려왔다.
“사냥이다!”
뺙!
흑토끼가 호기롭게 외치며 자신의 해머를 들고 연못으로 우다다 달려갔다.
뺙!뺙!
연못 앞에서 사냥 자세를 잡고는 흑토끼가 빨리 오라고 세준을 재촉했다. 그동안의 수련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모양이다.
“알았어.”
흑토끼의 성화에 세준도 발걸음을 빨리해 연못으로 가서 횃불을 들고 연못 위에서 흔들었다.
첨벙!
피라니아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바로 뛰어올랐다.
폴짝.
뾱!
그동안 수련을 거듭한 흑토끼의 해머는 깔끔하게 피라니아의 몸통을 쳐 물 밖으로 날려버렸다.
그리고
척.
반동을 이용해 연못 밖으로 착지하는 마무리까지 완벽히 해냈다.
처음에는 물에 빠질 뻔할 걸 몇 번은 구해줬는데…아주 대견했다.
짝짝짝.
세준이 박수를 치며 흑토끼를 칭찬했다.
뺙!
세준의 칭찬에 우쭐해진 토끼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흑토끼의 열정이 불타올랐다.
점심에는 흑토끼의 불타는 열정 덕분에 생선구이를 아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모두가 평소보다 많이 먹었는데도 아직 생선구이가 5마리나 남았다.
삐익…
삐이…
삐…
토끼들은 더 이상 못 먹겠는지 모두 배가 뽈록 나온 상태로 바닥에 누워버렸다.
“아. 배불러.”
세준도 더 이상 먹을 수 없어 먹고 있던 생선구이를 내려놨다.
그때
뚝.뚝.뚝.
세준의 손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뭐야?!”
설마 몬스터?!
세준이 서둘러 위를 바라봤다.
“응? 고양이?!”
동굴 천장의 구멍에는 노란색 치즈냥이 침을 흘리며 생선구이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삐익!
삐이!
토끼들은 서둘러 굴로 도망갔고
폴짝.폴짝.
뺙!
전사인 흑토끼는 세준의 어깨로 올라와 고양이를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윙윙.
독꿀벌도 꼬리에서 날카로운 침을 꺼내며 전투 준비를 했다.
“앗! 여러분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음식을 훔치러 온 파렴치한 고양이가 아닙니다!”
생선구이에 정신이 팔려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고양이가 서둘러 자신의 앞발을 흔들며 외쳤다.
“그럼 여긴 왜 왔어?”
“혹시 박세준 고객님이신가요?”
“어. 내가 박세준인데. 그건 왜?”
펄쩍.
빙글.빙글.빙글.
척.
고양이가 구멍에서 뛰어내려 공중 3회전을 하며 사뿐하게 착지했다.
그리고
“안녕하십니까. 유랑 상인 테오라고 합니다.”
테오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자신의 가슴에 한쪽을 올리며 멋지게 자신을 소개했다.
“유랑 상인?”
세준이 테오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가끔 탑을 오르다 보면 만난다는 말은 들었지만, 고양이 유랑 상인은 못 들어봤다.
“네. 이번에 씨앗 상점에 신입 회원이 들어오셨다고 해서 인사도 드리고 거래도 할 겸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테오는 세준에게 얘기하면서 계속 생선구이를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생선구이와 가까워지자 진한 생선 냄새가 테오의 정신을 흐트러트렸다.
‘테오야! 안돼! 이성을 잃지 마!’
테오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꼬르르륵.
몸은 솔직했다.
“헉! 죄송합니다.”
테오가 서둘러 세준에게 사과했다. 앞으로 거래를 틀 수 있는 고객님 앞에서 이런 실례를 범하다니!
“괜찮아. 식사 안 했으면 이 생선구이라도 먹을래?”
“괜찮습니다.”
“어차피 이거 남은 거야. 먹어도 돼.”
“그…그럼 한 개만 먹을까요?”
테오가 조심스럽게 생선구이 하나를 잡아 입에 넣었다.
사르르륵.
입에 넣자마자 생선구이가 녹듯이 사라졌다.
“너무 맛있어!”
그 말을 외친 이후로 기억이 없었다. 기억이 돌아왔을 때 테오는 열심히 생선 가시를 핥고 있었다. 주변에는 생선 가시만 돌아다녔다. 생선구이 5개를 전부 다 먹어 버린 것이다.
토끼와 벌이 그런 테오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리고 세준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자 이제 거래를 시작해볼까? 우선 생선구이부터 계산하자.”
테오가 거래를 얘기할 때부터 세준은 느낌이 왔다. 이놈 호구다.
“네?”
테오가 세준의 말에 당황했다.
“공짜로 준 게 아니었어요?”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거래하러 왔다며?”
‘당했다.’
테오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렇게 테오는 생선구이 5마리 값으로 0.5탑코인을 세준에게 지불하기로 하고 거래가 시작됐다.
고객의 돈을 뺏어야 하는데 오히려 돈을 줬다. 이미 손해를 보고 시작하는 장사.
‘기필코 판다!’
테오가 각오를 다지며 봇짐에서 물건들을 깔아놨다.
“짜잔! 어떻습니까? 다른 층에서 넘어온 따끈따끈한 물건들입니다.”
세준이 테오가 자신하며 꺼낸 물건들을 살펴봤다.
[텀블러 – 5탑코인] [미니 선풍기 – 3탑코인] [휴대용 손난로 – 5탑코인]“이거 설마 탑 밖의 물건이야?”
“오! 바로 알아보시네요! 이 텀블러는 보존 마법이 걸려있어요. 여기다 뜨겁거나 차가운 것을 넣으면 온도가 유지되는 엄청난 물건입니다!”
“그리고 이 미니 선풍기는 윈드 마법이 인챈트 되어 있어 필요할 때마다 이렇게 스위치를…”
‘흐음…’
세준이 열심히 상품을 설명하는 테오를 자세히 바라봤다.
‘알고 속이는 거야?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거야?’
알고 속이는 거면 진짜 엄청난 연기력이었다.
하지만 텀블러에 보존 마법이, 미니 선풍기에는 윈드 마법이, 휴대용 손난로에는 웜 마법이 걸려있다고 말하는 테오의 눈빛에는 한줌의 거짓도 없었다.
‘얜 아무리 봐도 모르는 얼굴이야.’
호구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엄청난 대형 호구였다.
정말 운이 좋았다. 이런 녀석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이 호구를 이용하면 탑코인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호구야…아니 테오야. 우리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
세준이 테오에게 동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