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어른이 되다.
11화. 어른이 되다.
검은 용 에일린 프리타니는 세준이 동굴 구석에 숨겨둔 고구마를 찾아냈다. 그리고 끈질긴 설득(?) 끝에 인간에게서 고구마 세 개와 이파리를 퀘스트로 받아 화로에 굽기 시작했다.
군고마를 만드는 것은 그냥 이파리로 싸서 불에 넣으면 됐기에 수정구로 봤을 때는 엄청 쉬워 보였다.
“인간도 하는 걸 위대한 검은 용인 이몸이 못할 리 없지.”
성공을 장담한 에일린.
하지만 처음 군고구마는 완전히 태워 고구마 숯이 돼 먹지도 못하고 버렸다. 두 번째는 너무 빨리 빼서 속이 완전히 안 익었다. 군고구마는 인내를 시험하는 심오한 요리였다.
“히히히. 잘 됐나?”
에일린이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화로에서 달콤한 탄내를 풍기는 마지막 남은 군고구마를 꺼냈다. 이미 두 번의 실패로 노하우가 쌓였기에 이번에는 성공을 확신했다.
두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군고마를 잡아 반으로 꺾었다.
“응?”
인간이 줬던 군고구마를 반으로 꺾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뭐지?
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며 노랗게 익은 군고구마의 속살이 드러나자 금방 잊어버렸다.
“됐다! 됐어!”
에일린이 완성된 군고구마를 보며 기뻐했다.
“히히히. 인간, 봤느냐? 나 검은 용 에일린 프리타니 님이 만든 군고마를!”
에일린 뿌듯한 표정으로 군고구마를 바라봤다.
그리고
“앙.”
군고구마의 껍질을 까서 군고구마 반쪽을 입에 넣었다.
인간처럼 베어 물어야 더 맛있을 거 같지만, 자신은 검은 용이다. 품위 떨어지게 인간의 모습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아작.
“어?!”
이 식감이 아니다. 이빨이 아무런 저항 없이 들어가야 하는데 미묘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인간이 바친 물컹하고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아니다.
거기다 달기는 했지만, 자신이 처음 먹었던 군고구마의 더 농축된 단맛도 안 났다.
“이럴 수가 내 불이 더 센데…왜 내 것이 더 맛이 없는 거야…”
위대한 검은 용인 자신이 인간보다 군고구마를 못 굽는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용인 내가 인간보다 불조절을 못 하다니! 에일린이 좌절했다.
“에잇! 자존심 상해!”
에일린은 오늘도 혼자 분해했다.
“열받는데 인간이 뭐 하는지나 볼까?”
에일린이 수정구로 세준이 있는 동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
삐익!
삐이!
일어나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토끼 부부의 소리에 세준이 잠에서 깼다.
“읏차!”
세준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날짜를 기록하는 벽으로 갔다.
그리고
슥슥.
생선 가시로 벽에 선을 하나 그어 正을 완성시켰다.
벽에는 正이 10개씩 그려진 줄이 두 개에 그 아래에 3번째 줄에는 正이 4개 완성돼 있었다.
[조난 120일 차]‘거의 4달이 지났네…’
세준이 벽을 한 번 보고는 연못으로 가서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오전 농사를 시작했다.
톡.톡.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2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했습니다.]…
..
.
우다다다.
뺘아.
뺘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는 세준의 곁으로 달려온 새끼 토끼들이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훗. 그렇게 불쌍한 표정 짓는다고 삼촌이 방울토마토를 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경기도 오산이다.”
뺘아?
뺘?
삼촌 미쳤어? 세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새끼 토끼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고립된 세준의 개그는 세상과 함께 발전하지 못하고 갈라파고스처럼 독립적인 진화를 하고 있었다. 아니 퇴화가 맞을지도.
“삼촌 볼에 부비부비해주면 줄게.”
새끼 토끼들이 도망가려 하자 세준이 서둘러 본론을 말했다.
뺘이…
뺘…
새끼 토끼들이 인상을 쓰며 한숨을 쉬었다. 새끼 토끼들의 호감도 떨어지는 소리가 실시간으로 들려오는 듯했다.
미안하다. 이게 그 정도 부탁인지 몰랐다.
“삼촌이 장난친 거지. 자 여기…”
세준이 서둘러 수확한 방울토마토를 건네려 할 때
폴짝. 폴짝.
새끼 토끼 한 마리가 땅에서 한 번, 세준의 무릎 한 번을 밟고 점프하며 세준의 어깨로 올라왔다. 유독 세준을 따르는 토끼였다.
그리고
부비부비.
세준의 볼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부드러운 털의 감촉이 부들부들해 기분이 좋았다.
“오-! 넌 두 개!”
세준이 자신의 말을 들어준 토끼에게 방울토마토 두 개를 줬다. 나머지 새끼 토끼들에게는 한 개씩.
뺘아!
뺘이!
방울토마토를 한 개만 받은 새끼 토끼들이 항의했지만, 방울토마토를 더 주지는 않았다.
“흐흐흐. 삼촌을 섭섭하게 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세준의 말에 새끼 토끼들이 흥칫뿡을 외치고 동굴의 시원한 곳으로 가서 방울토마토를 쭙줍 마시기 시작했다.
세준은 방울토마토 수확이 끝나자 잠깐 쉬다가 점심으로 먹을 피라니아를 잡아 생선구이를 준비했다.
그때
“또 왜?”
세준은 아무 이유 없이 혼자 분노하는 탑의 관리자의 메시지를 심드렁하게 넘겼다.
처음에는 엄청나게 큰 일인 줄 알고 긴장했지만, 아까부터 몇 번씩 분노하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분노조절 장애 그런 건가?”
점심 먹을 때가 되자
윙윙.
독꿀벌이 오늘도 꿀을 빨러 출근했다.
“어서 와.”
부비부비.
독꿀벌이 당근밭에 물을 주고 있던 세준의 어깨에 내려앉아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비며 출근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윙윙.
꿀을 빨기 위해 꽃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방울토마토밭이 아닌 대파밭으로 갔다.
대파꽃을 피우기 위해 이파리를 자르지 않고 놔뒀던 대파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독꿀벌은 대파꽃의 꿀을 먼저 먹고 방울토마토꽃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대파꽃을 따야지.”
슬슬 대파 씨앗을 받을 때가 됐다. 세준은 점심을 다 먹고 독꿀벌이 꿀을 다 빨고 떠난 대파꽃이 핀 대파를 뿌리째 뽑았다.
꽃을 피운 대파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죽어버리기에 빨리 수확해 먹어야 했다. 오늘 점심에 통대파 구이가 추가됐다.
대파꽃은 따로 떼어내 해에 말렸다. 대파꽃이 바짝 마르면 툭툭 털기만 해도 씨앗이 쉽게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세준은 대파꽃을 해에 잘 말려놓고 오후 농사를 시작했다.
윙윙.
저녁이 가까워지자 독꿀벌이 와서 꿀을 뱉어내고 집으로 돌아갔고 오후 농사도 순조롭게 끝났다.
“이틀 후가 블루문이네.”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 왔다 갔다 하던 세준이 벽 달력을 보며 말했다.
탑에 조난된 후 겪는 5번째 블루문.
4번째 블루문은 평화롭게 지나갔지만, 3번째 블루문처럼 몬스터가 나타날 수도 있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무사히 지나가야 할 텐데…”
세준이 걱정하며 자신의 지정석으로 와서 앉았다. 해를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는 농작물을 보니 세준의 마음에 밝은 기운이 부풀어 오르며 조금 전까지의 걱정을 밀어냈다.
“행복하다.”
세준이 앉은 지정석을 원점으로 1사분면에는 파밭이, 2사분면에는 방울토마토밭이, 3사분면에는 당근밭이, 4사분면에는 고구마밭이 세준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줬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조난 121일 차가 됐다.
오늘 하루도 평소와 비슷했다. 다만 오늘 점심에는 독꿀벌이 오지 않았다. 독꿀벌도 블루문을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저녁이 되자 세준이 불을 끄고 파 이파리로 만든 귀마개와 방울토마토를 챙기며 블루문을 준비했다.
동굴 구석에 자리를 잡고 블루문을 준비하는 세준의 눈에 평소와 다른 광경이 보였다.
“너희 왜 아직도 안 들어가고 있어?”
토끼 부부가 새끼 토끼들을 세준의 지정석에 올려두고 여섯 마리 새끼들의 다리를 파 이파리로 꽁꽁 묶어 서로 연결했다.
그리고
삐익…
삐이…
토끼 부부가 자신들만 굴로 돌아가 한참 새끼들을 바라보며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다가 굴의 입구를 닫았다.
“뭐야?! 너희 왜 그래?”
뺘야!
뺘!
뺙!
세준이 서둘러 새끼 토끼들을 데리고 오려 일어나자 새끼 토끼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랑한 발바닥을 들어 올리며 다가오지 말라고 외쳤다.
그리고 잠시 후 블루문이 시작됐다.
***
농부 백토끼들에게는 한 가지 전통이 있다. 태어나고 5번째 블루문이 뜨는 날, 블루문의 빛을 받아야만 진정한 어른 농부 백토끼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은 새끼 토끼들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새끼 토끼들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며 블루문이 뜨길 기다렸다.
그리고 하늘의 해가 푸른빛으로 바뀌며 동굴 구멍을 통해서 새끼 토끼들에게 블루문의 기운이 내려앉았다.
뺘악!
뺘아!
토끼라고 좀 무시했는데 몬스터는 몬스터였다. 블루문의 빛을 보자 새끼 토끼들이 괴성을 지르며 흥분했다.
우드득.우드득.
새끼 토끼들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손바닥보다 작았던 토끼가 30cm 크기의 근육질 토끼로 변했다. 배에 王자도 있었다.
블루문 때 토끼가 저정도면…다른 몬스터는 상상하기도 싫었다.
뺘아!
뺘!
새끼 토끼들은 계속 괴성을 지르며 하늘을 바라봤다. 다행히 새끼 토끼들의 소리를 듣고 오는 몬스터는 없었다.
이번에도 무사히 블루문이 끝났다.
뺘아…
뺘…
블루문이 끝나자 풍선의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근육이 줄어들며 새끼 토끼들이 다시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크기는 이제 토끼 부부와 비슷하게 변해 있었다. 어른이 된 것이다.
그때
파앗.
새끼 토끼들의 몸에서 푸른빛이 폭발했다.
“어?!”
새끼 토끼들을 지켜보고 있던 세준은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푸른빛이 새끼 토끼들의 손끝으로 이동하며 뭉치면서 아이템으로 변해갔다.
‘이래서 남편 토끼의 물조리개를 내가 쓸 수 없었구나.’
세준은 자신이 들면 물조리개에서 왜 물이 안 나왔는지 깨달았다. 농부 백토끼들은 자신만의 귀속 아이템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템은 점점 형상을 만들더니 삽, 낫, 삽, 물조리개, 지게로 변했다.
그리고
“떡메?”
쇠로 됐으니 해머인가? 갑자기 장르가 다른 아이템이 나왔다.
그러고 보면 해머를 든 녀석만 색이 검게 변했다. 그리고 머리 위에 써진 이름도.
[전사 흑토끼]“전사 흑토끼?”
뺙!
깡총!
부비부비.
전사 흑토끼가 세준이 부른 줄 알고 어깨에 올라와 애교를 떨었다. 세준을 따르는 방울토마토 2개를 받은 녀석이었다.
아침이 되자 어른이 된 토끼들은 더 이상 놀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농기구를 사용해 농사를 도왔다.
물조리개를 가진 토끼는 남편 토끼를 도와 농작물에 물을 줬고 낫을 든 토끼는 아내 토끼를 도와 파 이파리를 잘랐다.
아이템으로 지게를 얻은 토끼는 잘린 파 이파리를 나르고 세준이 수확한 농장물을 저장고로 옮겼고 삽을 가진 토끼 둘은 추가로 씨앗을 심을 수 있게 밭을 확장했다.
아직 미숙한 실력이지만, 농기구가 아이템이었기에 농사에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농기구가 없는 흑토끼는 세준의 사냥을 도왔다.
첨벙.
세준이 연못 가까이에서 횃불을 흔들자 피라니아가 뛰어올랐다.
“지금!”
삐야!
세준의 신호에 대기하고 있던 흑토끼가 피라니아를 해머로 후려치기 위해 뛰어올랐다.
하지만
뺘?!
타이밍이 안 맞았다. 해머를 휘두르기 전 흑토끼의 몸이 이미 피라니아와 부딪혔다.
퍽!
그래도 운이 좋게 몸통 박치기가 통해 흑토끼가 피라니아와 함께 물 밖으로 떨어졌다.
발딱.
땅에 떨어지자마자 흑토끼가 서둘러 일어났다.
그리고
삐야!
파닥거리는 피라니아에게 달려가 해머로 내리쳤다.
뾱!뾱!뾱!
왜 해머에서 뾱망치 소리가 나는지는 모르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피라니아가 죽었으니까. 대신 먹지 못할 정도로 곤죽이 됐다.
삐야!
흑토끼가 승리자의 표정을 지으며 해머를 어깨에 올리며 거만하게 세준을 봤다. 나 어떰?
하지만
‘날 보지 말고 저기를 봐.’
흑토끼를 노려보는 눈빛이 있었다.
삐익!
식사로 먹어야 할 피라니아가 곤죽이 된 것을 보며 엄마 토끼가 다가오고 있었다.
삐익!
뺘…
흑토끼는 엄마 토끼에게 한 시간 정도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렇게 새로 어른이 된 토끼들이 각자의 장비에 익숙해져갈 때쯤
[씨앗 상점에서 구매하고 30일이 지났습니다.] [씨앗 상점 Lv. 1이 다시 활성화됩니다.]조난 125일 차, 씨앗 상점이 다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