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Overlord RAW novel - Chapter 1082
제1082화
패왕이 천하를 제패하다
개일은 항소운과 함께 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백리웅사의 호송을 마다하고 중원 밖에 남아 여섯 강자와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항소운이 중원까지 안전하게 옮겨지고 나자, 개일이 전음을 보냈다.
“이 스승은 널 제자로 두어 참으로 자랑스럽구나. 가서 신원의 힘을 흡수해 윤회 경지를 돌파하여 이 스승과 중원을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을 위해 싸우거라.”
“스승님, 안 돼요!!”
항소운은 목놓아 소리쳤다.
다시 중원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그것마저 막혀 할 수 없었다.
백리웅사가 혼돈쇄성진을 더욱 공고히 다듬은 뒤로 외부에서 들어오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안에서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백리웅사가 제 목숨을 희생하고, 스승님이 적들에게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데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개일은 붉은 피가 사방으로 흩날리고 사지가 잘려 나갔으며, 결국 영혼마저 착취를 당하다가 천연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안 돼!!!”
그는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었다.
목에서 피가 터져 나오는데도,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돌려내라고 악을 썼지만 모든 것이 허사였다.
“얘야, 내 힘을 흡수해 복수하거라.”
중원 성진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지금 9주 대륙은 박살이 나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이 멸망의 징조였다.
아직 중원에 남아있던 생명체들은 절규 속에 죽어갔고, 수천수만 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던 산들이 땅으로 꺼졌으며 강과 하천은 땅을 뒤덮었다.
모든 것이 파멸되는 와중에 오직 정수 신원만은 영롱한 빛을 뿜으며 항소운 앞에 모여있었다.
“스승님!”
그는 하늘을 향해 목놓아 외쳤다.
이윽고 그는 성해건곤을 열어 사방의 힘을 전부 흡수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정수 신원은 그를 부드럽게 감싸 거대한 고치로 만들었다.
이미 파괴됐던 산과 강은 성해건곤으로 흘러 들어가 새로운 산과 강을 이루었다.
정수 신원.
성진이 존재하는 근간으로, 이 힘이 사라지면 성진도 존재할 수 없었다.
이로써 중원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신원의 힘을 성해건곤에 넣자 무공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얼마 안 있어 구전급 정점에 이르러 이제 한 발만 내디디면 윤회 경지였다.
구전을 넘어 윤회에 오르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관문을 뛰어넘어야 했다.
윤회는 곧 왕생을 의미했다.
과거의 기억들이 차례로 스쳐 지나가고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전생과 현생의 기억은 그렇게 또 다른 깨달음으로 기억되었다.
그는 삼생을 패왕으로 살았다.
전전생은 전쟁의 신이라 불리던 대장군이었다.
그러나 말로에는 간신에게 모함을 받고, 가장 가까운 사람의 배신으로 결국 비명횡사했다.
전생에는 천하를 제패하기 위해 5대 전천장과 8천 항가군을 거느리고 중원 전역을 누비며 큰 업적을 세웠다.
하지만 결국 적들의 포위 속에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리고 현생은 가문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강해지려 부단히 노력했었다.
단지 악한 자들을 벌하고 제 것을 되찾으려 했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천하제일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린 과거가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듯했다.
영혼에 새겨진 삼생의 흔적은 과거를 비추고 앞날을 밝히어 육도(六道)를 윤회했다.
천도(天道).
‘천명성진(天命星辰)의 도’라고도 하며 성진을 다듬어 무학의 길로 접어들고 전장을 누벼 무적이 되는 것이다.
인간도(人間道).
인간 세상의 고통과 희로애락을 통해 인생의 참뜻을 깨우친다.
아수라도(阿修羅道).
본심을 읽고 선악을 파악하며 사악한 자를 벌하고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운 데도 후회가 없다.
축생도(畜生道).
날짐승과 길짐승을 포함한 모든 짐승으로, 악한 짓을 일삼으며 서로를 죽이고 중생을 해한다.
아귀도(餓鬼道).
배고픔에 굶주려 짐승의 피와 살을 그대로 취하니 야만인과 다를 바가 없다.
지옥도(地獄道).
팔열지옥과 팔한지옥에 갇혀 고통에 시달리니 왕생이 어렵도다.
내하교(奈何橋)를 건너 맹파탕(孟婆湯)을 마시고 나면 전생을 망각하고 현생은 존재하지 않으니 영원히 환생하지 못한다.
육도.
전생의 인연이 현생에 영향을 미치니, 삼생에 걸쳐 건곤을 역전하고 구전 경지를 지나 마침내 윤회에 이른다.
개일.
상고 시대, 영역 밖 생령과의 대전에서 두 눈을 잃은 이 남자는 오직 의지력만으로 무도천안을 수련해내어 독보적인 무공으로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
그리고 지금은 중원을 위해 목숨을 비롯한 모든 것을 기꺼이 바쳤다.
허나 그 위대한 업적을 누가 전부 기억이나 할까.
항소운은 스승과 보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지만, 스승께 전수받은 무예는 그가 무한히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는 하나뿐인 제자를 위해 마연에 가 마신을 죽였으며, 랑위란 정예 부대를 주셨고 지금은 정수 신원을 전부 남겼다.
스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한 것이다.
항소운은 스승이 돌아가시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앞에 두고도 구해낼 수 없음에 마음은 현실을 부정했고, 두 눈은 기어코 현실을 일깨워 가슴에 고통을 아로새겼다.
이제 그는 육도를 지나쳐 왔다.
전생과 현생의 모든 것을 꿰뚫고 인간사를 경험하고 체득하자 마침내 윤회가 눈앞에 훤히 보이는 듯했다.
몸을 둘러싸고 있던 아홉 줄기 은하는 마치 오래된 속박이 풀리듯 홀연히 찢겨나가 윤회 인장이 되었다.
영혼과 성해건곤에는 세 가지 문양의 윤회가 생겨났다.
이는 삼생에 걸친 윤회의 힘을 상징했다.
영혼은 윤회 인장에 앉아 눈부신 자태를 드러냈다.
영혼은 한층 실체를 갖추었고 갓 태어난 갓난아기처럼 한없이 맑고 순수했다.
한편, 성해건곤은 마치 해와 달이 순환하듯 낮과 밤이 분명해졌다.
태초의 시기는 끊임없이 생겨나 방대한 힘을 만들어냈으며, 그 힘은 성해건곤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게 되돌아갔다.
힘을 거의 상실했던 영롱신수와 혼돈신련은 태초의 시기에 촉촉이 적셔지자 다시 생기가 왕성해져서 힘이 거침없이 상승했다.
사람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들은 힘을 흡수한 뒤 경지를 잇달아 돌파했다.
그들에게는 성해건곤이라는 공간 자체가 거대한 기연이었다.
자세한 영문을 아는 이는 없었다.
그저 이곳을 신비로운 공간쯤으로 알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만물의 근원인 태초의 시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이곳에 감사했다.
이 무렵 중원 밖 여섯 강자는 힘을 합친 끝에 혼돈쇄성진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명도, 지금은 그놈이 자네와 같은 명황족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설령 명황족이라 해도 손은 봐줘야겠네.”
마불사가 말했다.
“우선 지켜보세.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근데 여기에 성진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무것도 안 보이지?”
“저길 봐. 놈이 이곳의 힘을 흡수하고 있어. 잠깐. 저, 저 녀석 그 경지를 넘었어!!”
천연이 한 곳을 가리키며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안 돼, 그것만은 절대 막아야 해!”
용무생은 포효를 내지르며 가장 먼저 공격에 나섰다.
용권은 순식간에 공간을 뚫고 허공에 떠 있는 항소운에게 떨어졌다.
항소운은 아직 깨달음의 상태에 푹 빠져 있는지 주먹이 날아오는 데도 가만히 있었다.
용권은 정확히 목표물을 가격했고, 항소운은 멀리 나동그라졌다.
용무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잇달아 권법을 81차례나 날렸는데, 각 권법은 은하를 파괴할 정도로 위력이 굉장했다.
개일에게 했던 것처럼 항소운도 힘으로 눌러 죽일 작정이었다.
콰아앙-!!
사방은 용 그림자로 가득 들어찼고, 공포스러운 힘이 활개를 쳤다.
한참을 때리던 용무생이 한숨 돌리려는데, 항소운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
“다 때린 거냐? 그럼 이젠 내 차례네.”
뒤이어 하늘에서 주먹이 맹렬히 떨어졌다.
기교랄 것도 없는 평범한 권법이지만, 그 기세와 힘은 세찬 물결이 되어 순식간에 휘몰아쳤다.
용무생은 놀랐지만, 바로 정면 승부를 택했다.
하지만 용권은 상대의 권법에 닿은 순간 산산조각이 났고, 팔은 충격을 견디다 못해 부러지고 말았다.
“이리 강하단 말인가!”
용무생의 얼굴에선 놀라움이 가시지 않았다.
항소운은 하늘 높이 뛰어올라 살기 그득한 눈빛으로 적들을 노려보았다.
“너희는 죽어 마땅하다!!”
윤회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가슴속 분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눈앞의 여섯 놈을 죽여 스승님의 원한을 풀어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봐, 네 몸에 명황족의 피가 흐르고 있나?”
명도가 앞으로 걸어 나와 물었다.
항소운은 대답 대신 곧장 주먹을 날렸다.
태초의 시기를 품은 권의는 끝도 없이 솟구쳐 올라 가슴 속 전의와 살기를 마음껏 폭발시켰다.
“명황족은 얼어 죽을!!”
이제 혈맥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
현 경지를 넘어선 순간 몸속 혈맥은 변이돼서 자신만의 고유한 신혈을 갖게 되었다.
이젠 인간족이냐 명황족이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권파경소(拳破驚宵)!
명도가 휘두른 갈퀴손은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권법의 기세는 멈출 줄 모르고 날아와 적의 몸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항소운은 눈 깜짝할 사이 돌진해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처럼 적을 정신없이 가격했다.
삼생에 걸친 윤회의 힘은 위력이 극에 달해 명도는 없는 힘까지 짜내야 했다.
“말, 말도 안 돼. 이제 막 경지를 돌파한 놈이 어찌 이리 강하단 말이냐!”
명도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갈퀴손을 마구 휘둘렀다.
“예사 놈이 아니야. 다 같이 싸워야 해!”
용무생은 거만했던 자세를 버리고 동료들에게 외쳤다.
이제 다른 자들도 상대의 짙은 무적의 의지를 느꼈다.
그 의지는 자신들의 것보다 훨씬 강력했고, 태초의 시기까지 품고 있어 도저히 기세를 감당할 수 없었다.
힘을 합치지 않으면 모두 격파당하고 말리라.
이윽고 여섯 강자의 협공이 시작되었다.
명도는 명혼공간과 갈퀴손으로 명황족의 능력을 펼쳤고, 용무생은 용권으로 전방을 뚫었으며 마불사는 얼음처럼 차디찬 빙한의 힘으로 사방을 얼려버렸다.
천연은 천혼으로 영혼을 집요하게 공격했고 환형의는 환영으로 사람의 눈을 현혹시켰으며, 탄산하는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대단한 식성으로 살아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했다.
여섯 강자가 각기 절기를 펼치자 사방이 온갖 힘으로 자욱하게 뒤덮여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각 힘은 허공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무색의 공간을 색으로 뒤덮었다.
“죽어라!”
항소운의 머릿속에선 비참하게 죽어가던 스승의 모습이 반복적으로 되살아났다.
중원이 조각나 버린 지금과 영역 밖 생령이 처음 침입하던 그때.
그리고 대제사장과 전장에서 죽어간 수많은 이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이들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는 똑같이 피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삼생윤회, 태초멸세(太初滅世)!
항소운은 태초전도를 꽉 움켜쥐었다.
경지를 돌파함에 따라 태초전도는 완벽하게 태초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일도(一刀)에 삼생의 속세를 끊고 일도에 시간의 통로를 무너뜨린다.
일도에 세상 만물을 없애고 별이 박힌 거대한 하늘을 멸하며, 일도에 육도를 부수고 일도에 윤회 왕생을 이룬다.
끝없이 펼쳐진 허공은 수없이 많은 아홉 빛깔 도광으로 가득 찼다.
이윽고 여섯 강자의 공격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얼마나 오래 싸웠던 걸까.
마지막 남은 아홉 빛깔 도광 한 가닥이 저 멀리 만성 영역으로 날아가 상급 생명의 성진을 여럿 폭발시켰다.
그리고 무수한 성진의 힘은 아홉 빛깔 연꽃에 먹혀 흔적도 남지 않았다.
만성 영역의 모든 생령은 놀라움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윽고 한 젊은이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는 아홉 빛깔 신도(神刀)를 등에 멘 채 허공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마치 해와 달을 동시에 품은 듯 그에게선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곧 패기 넘치는 목소리가 온 천지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만성 영역의 강자도 별것 아니군.”
얼마 후 만성 영역 중앙에는 ‘패왕’이라 불리는 최상급 성진이 나타났다.
그 후 이 성진은 만성 영역 제1의 성진이 되어 수많은 성진의 숭배를 받았다.
패왕이 천하를 제패하니, 인간이여 영원토록 번성하리라!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