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동생 찾기(3)
“불씨가 남아있어. 한 시진 이내 거리에 있다는 이야기야. 역시 놈들의 이동속도가 느려. 더구나 산을 따라 이동한 것이 문제였어. 보통의 길로 이동했다면 하루 백 리 정도 이동할 수 있지만, 납치된 사람을 데리고 산길로 이동하다 보니 하루 삼사십 리 정도밖에 이동하지 못했어.”
예상대로 놈들은 멀리 가지 못했다.
“놈들이 무당산을 벗어나 방현에 도착했다면 추격이 어려워졌을 거야. 그곳부터는 관도를 이용할 수 있으니까. 산길로 이동 중인 지금이 아니면 놈들을 따라잡을 수 없어.”
며칠을 달려왔지만 이제 놈들이 손에 잡힐 것 같으니 힘든 줄도 모르고 다시 달린다.
“말은 여기에 묶어두자. 말을 사용하면 놈들에게 들킬 위험이 있어.”
“알았어.”
말에서 내려 맨몸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놈들의 막사.
“내가 정찰해 볼게.”
놈들의 막사 주변을 둘러보면서 병력을 확인한다.
“50명 정도 되는데. 그중에 일류나 절정이 얼마나 포함되었는지는 모르겠고. 호송용 마차가 두 대야. 관에 갇혀있는 것 같은데, 대충 10여 명은 조금 넘는 것 같아.”
“50명이라.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아.”
“그래. 너무 많지. 우리 둘이 감당하기에는 벅차.”
이럴 때가 되면 당비취가 아쉽다.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비취가 제격인데. 비취의 독이 다수를 은밀하게 제거하는 일에 최고니까.”
“맞아. 이럴 때 비취가 없는 것이 아쉽기는 하네.”
“어떡하지? 정면으로 승부하기에는 너무 많고. 그렇다고 원군을 부를 상황도 아니고.”
“무비야, 목표 하나에 집중하자.”
“목표를 집중시킨다는 것이 무슨 뜻이야?”
“무당파 제자를 구하는 것과 저들과 싸우는 것 중에서 선택하라면?”
“그야 무당파 제자를 구하는 것이지. 저놈들과 싸우려는 이유는 포로를 구하려는 것이니까.”
“안 싸우고, 무당파 제자만 구하면 되는 거잖아.”
“그럼 훨씬 낫지. 우리 둘이서 저놈들과 싸워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데.”
“그러니까. 목표를 포로에만 집중하자는 거야. 저들과 싸우지 않으면서 포로를 구출하는 거지.”
“어떻게? 어떻게 저놈들과 싸우지 않고 포로만 구출할 수 있는 거야?”
“내가 가진 진법 기술을 이용하는 거야.”
“진법?”
“자, 여기를 봐.”
손연설이 나뭇가지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적들이 내일 아침이면 여기를 철수해 방현으로 향할 것이니 이쪽 길로 갈 거란 말이야.”
“그렇지.”
“바로 이 지점에 미리 진을 설치하는 거야.”
“진을 설치하면?”
“이건 약간의 환상이 겸해진 진이라, 안개가 자욱한 것처럼 보여. 그래서 진에 들어선 후에 저들이 앞 사람을 찾기 위해서 이동을 하게 될 거야. 길이 안 보이니 마차를 정지시킨 후에 길을 찾기 위해 잠시 앞으로 이동할 거야. 그러면서 놈들이 호송마차로부터 분리가 되는 거지.”
“분리된 후에는?”
– 스윽─
손연설이 나뭇가지로 선을 그어 앞뒤를 분리시킨다.
“내가 뒤쪽에서 진을 변형시키면 생문과 사문이 바뀌어. 그래서 앞 쪽의 놈들하고 뒤쪽의 마차하고 완전히 분리가 되지.”
“놈들이 마차에서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잖아?”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내 생각에는 많이 남아 봐야 마차당 한두 명씩 남을 것으로 보여.”
“마차당 한두 명이라. 그럼 두 명이나 네 명 정도만 마차에 붙어 있을 거라 이거지.”
“그렇지. 그리고 그 정도면 우리가 감당 가능하잖아.”
“충분히 감당 가능하지. 그런데 놈들이 우리의 습격을 눈치채고 진을 다시 돌아 나와 우리를 추적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지?”
“놈들 중에 진에 관해 약간이라도 지식이 있는 자가 있다면 힘으로 진을 깨부술 거야. 얼마나 걸릴지는 놈들의 수준에 달려있어서 나도 알 수 없고.”
“그렇다면 그 안에 납치된 제자들을 최대한 멀리 도주시키는 것이 관건이라는 이야기잖아.”
“그런 이야기지.”
“좋아. 연설이 네 계획대로 하자. 그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니.”
손연설과 작전을 세운 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놈들의 막사를 멀리 우회하여 놈들이 이용할 길 앞에 진을 설치하기 시작하는 손연설.
거의 한 시진에 걸쳐 진을 설치한 후에 땀을 닦아낸다. 심력 소모가 큰 것이다.
“다, 설치했어. 이제 놈들이 지나가기만 기다리면 돼.”
“수고했다.”
길 옆의 숲속에서 잠복하며 밤을 새우기 시작한다.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하자 살짝 몸을 떠는 손연설.
“이런, 말을 두고 가벼운 몸으로 달려오느라고 야영 준비를 안 했더니.”
– 휘릭─
내가 입고 있던 장삼을 벗어서 손연설에게 씌워준다.
“무비, 네가 입던 옷을 내게 벗어주면 어떡해?”
“괜찮아. 나는 이렇게 잠복하는 것이 익숙하니까. 한겨울에도 잠복하고 그랬는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현무문 소문주인 네가 왜 야외에서 한겨울에 잠복하고 그래?”
아! 또 무심결에 전생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와신상담이라고 있잖아. 몰락한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일부러 섶나무 위에서도 잠을 자잖아. 몰락한 현무문을 일으켜 세우려고 일부러 험한 전투환경을 만들어 훈련하고 그랬어. 귀곡문도 그런 과정 있을 것 아냐.”
“아, 우리도 그런 과정이 있긴 하지. 그랬구나. 현무문을 재건하려고 일부러 험한 환경을 만들어 수련했구나.”
대충 만든 변명이 통하는 분위기다.
“응, 그래서 며칠 밤을 은신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 야외 훈련 때 봐서 알잖아.”
“맞아. 야외훈련 때 무비 너의 능력은 탁월했지.”
“그러니 이것 덮도록 해. 지금 정도 추위는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래. 고마워.”
장삼을 걸치는 손연설이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아쉬워.”
“뭐가?”
“내가 무비를 비취보다 늦게 안 것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본 남자 중에서는 무비 네가 가장 멋있다는 이야기야. 하지만 비취가 어려서부터 너를 좋아했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지.”
“그래, 내가 이렇게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몸이라 이거지. 어딜 가나 여자들이 나를 좋아해서 탈이라니까.”
반농담조로 으쓰거리자 손연설 풋 하고 웃는다.
“훗! 항상 밝고 자신감이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 하아, 밤하늘의 별도 많지. 저 별들도 다 짝이 있겠지?”
밤이 점점 깊어가자 밤하늘의 별이 더욱 많아진다.
손연설의 눈동자에 그 많은 별들이 내려앉는다.
그렇게 밤이 깊어간다.
* * *
“움직인다.”
다음 날 아침.
놈들이 이동을 시작한다. 마차를 가운데 두고 앞뒤로 마차를 호위하며 이동하는 개천혈교 무인들.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놈들은 선두부터 차례대로 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런 후에 터져 나오는 소리들.
「갑자기 웬 안개야?」
「앞이 안 보여. 선두가 안 보여. 이러다 선두를 놓치겠어.」
「마차를 정지하고 선두를 찾아 봐라.」
「후미에 있는 자들도 앞으로 와서 선두를 찾도록 해. 선두를 찾으면 가지 말고 제자리에 있으라고 해. 후미랑 끊어진 상태니.」
진 안에서 우왕좌왕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선두는 이미 앞으로 간 상태고 마차는 멈춘 상태.
후미에서 따라오던 무인들도 마차를 지나 선두를 찾아 나선다.
[손연설, 네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후미에서 호위하던 놈들이 선두 쪽으로 움직인다.] [마차를 지키는 최소한의 병력만 남을 거야.]손연설의 말대로 마차별로 두 명씩만 남기고 모두 앞으로 가서 선두를 찾기 시작한다.
[지금이야. 내가 알려준 길대로 들어가서 저들 넷을 해치워야 해. 그 사이에 나는 진을 변화시킬게.] [알았어.] [움직이자.]– 휘릭─ 휙─
은신을 풀고 움직이는 나와 손연설.
손연설은 진을 설치한 기물을 바꾸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나는 진 안으로 진입한다.
손연설이 설명한 경로를 외운 상태라 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놈들은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게는 안개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 부웅─
“아앗! 이건? 적이… 으악!”
안개 속에서 튀어나온 내 공격을 감지한 놈이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단칼에 한 놈이 쓰러진다. 남은 놈은 세 놈.
– 쉬익─
“크윽!”
첫 번째 마차에 남았던 두 놈을 해치우고 두 번째 마차로 접근하자 놈들도 나를 대적할 준비를 한다.
‘한 명씩 나를 막아서려 한다면 나로서는 감사한 일이지.’
일대일로는 내게 상대가 될 수 없는 자들이다. 그러니 일 검에 한 명씩 제거한다.
– 부웅─
“으악─!”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명까지.
“크헉!”
네 명을 모두 제거함으로써 마차를 확보했다. 이제 손연설이 진을 변화시키는 것만 기다리면 된다.
잠시 후 내 앞에 착지하는 손연설.
“모두 해치웠네.”
“응. 진 수정은 끝난 거야?”
“끝났어. 이제 앞의 사람들하고 우리 사이에는 장벽이 하나 생긴 거야.”
“각자 한 대씩 몰도록 하자.”
“그러자.”
“이럇─!”
적들이 끌던 마차를 한 대씩 올라탄 후에 방향을 바꾸어 달린다.
– 다가닥다가닥─
좁은 산길에 울려 퍼지는 마차 소리. 진이 설치된 곳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소리야? 마차가 뒤로 멀어지고 있는데?」
「마차를 담당하는 자들은 어떻게 된 거야?」
「적이 마차를 탈취한 거 같은데.」
「뭐라고, 그럼 마차를 뒤쫓아야지.」
「온통 안개뿐이라 길도 못 찾는 중인데 마차를 어떻게 뒤쫓아.」
진 안에서 놈들이 우왕좌왕 하는 동안 우리는 놈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열심히 마차를 몰았다.
– 다가닥다가닥─
– 히이이잉─ 히히잉─
“말들이 지쳐서 더 이상 못 움직여. 잠시 쉬어가야겠다.”
잠시 말을 쉬게 한 다음에 말들이 충분히 기력을 되찾자 다시 움직인다.
이번에는 전속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평보로 움직인다.
그런데 놈들이 예상보다 빨리 움직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다수의 이동 소리.
“뭐야? 놈들이 벌써 따라온 거야?”
“이런, 놈들 중에 진법을 아는 자가 있었던 모양이야. 생각보다 일찍 진을 깨고 나왔어. 어떡하지? 우리 둘이서 놈들을 막을 수는 없잖아.”
“지금이라도 도주는 가능해. 하지만 이제는 우리 둘만 도주할 수도 없잖아. 기껏 구한 무당파 제자를 다시 넘겨줄 수는 없어. 이번에 넘겨주면 다시는 못 찾아. 내 동생을 놈들에게 넘겨줄 수는 없어.”
“그럼 어떡해? 싸우기에는 너무 많아.”
“많으면 줄이면 되지.”
“줄인다고? 어떻게?”
“연설아, 진법으로 적들이 공격하는 통로를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어? 그러니까 적이 사방에서 공격하지 못하게 줄일 수 있는 너비가 어느 정도냐고.”
“일 장 정도. 일 장까지는 적이 공격하는 폭을 줄일 수 있어.”
“일 장이라. 그렇다면 해볼 만하군.”
“뭐를?”
“관 속에 있는 무당파 제자들을 깨우자.”
“그들은 왜 깨워?”
“왜는, 깨워서 같이 싸워야지.”
“싸운다고? 부상자들인데?”
“제대로 싸우지는 못해도 방어는 가능할 거야.”
– 콰당─ 콰당─
마차에 실었던 관들을 내린 후에 관 뚜껑을 열어젖힌다.
혼혈을 짚인 무당파 제자들은 부상당한 몸으로 잠이 든 상태다.
한 명씩 깨워나가면서 관 뚜껑을 뜯는다.
“원국아!”
마침내 설원국이 든 관을 찾아냈다.
황급히 혼혈을 짚어 깨우자 얼마 후에 신음과 함께 깨어나는 설원국.
잠에서 깨어난 설원국은 눈앞의 나를 보고는 잠시 어리둥절한 눈빛을 짓는다.
“…무비 형님?”
“맞다. 나 무비야.”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형님이 여기에 왜? 그리고 나는 또 왜 이런 모습. 아, 나는 적과 싸우다가 부상을 입고 쓰러졌는데.”
비로소 정신이 돌아온 설원국은 지금 이 상황이 금방 이해되지 않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