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p to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풍운의 낙양(6)
설마 당비취까지 제거대상은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일말의 불안감이 있다.
비록 내가 지옥혈왕의 신체를 훼손했다고는 하지만 나에게 네 명이나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 놈들이 동원한 숫자는 30여 명.
한 사람이 한 명씩만 맡은 것이 아니라, 밤사이에 여러 명을 제거하는 것이 임무라면 수백 명이 살해될 수도 있다.
물론 백정맹의 간부가 고수라 하지만 고도로 훈련된 자객들 앞에서는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두 사람은 이놈을 잘 관리하세요.”
“소문주님, 이 야심한 밤에 어디를 가시려고요?”
“백정맹에 가봐야겠어요. 아무래도 독수화 당비취가 걱정이 되어서요.”
“우리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두 사람이요?”
“이놈이야 몸을 움직일 수 없는데, 곁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놈들을 상대하기 위함이라면 한 명보다야 세 명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그럼 남씨, 여씨도 같이 갑시다. 아, 그놈도 데리고 갑시다. 경비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남괴가 제압된 자객을 메자 백정맹으로 향한다.
‘당문의 객방이 어디지?’
방이 어딘지만 알면 바로 담을 넘어서라도 잠입하면 되지만, 객방을 모르니 물어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정문 경비를 상대하는 수밖에 없다.
“멈추어라. 무슨 일이냐?”
“나, 백정학관 출신의 현무비요. 특작대로 활동했던 현무비.”
“아, 현 소협이군요. 오랜만입니다.”
다행히 정문 경비는 반년 동안 백정학관을 다니면서 여러 차례 안면을 익힌 경비들이었다.
“이, 야심한 시각에 맹에는 무슨 일로 온 겁니까?”
“당비취 소저를 찾아왔어요. 당문이 머무는 객방을 알려주세요.”
“당문 객방이요?”
“네. 알아요, 몰라요?”
“자네 당문 객방이 어딘지 아나?”
“당문 무인들이야 일반 객사의 객방이 배정되었지만, 독수화 소저나 당문 가주 같은 귀빈급들은 빈객당에 배치되었지. 순환 교대로 빈객당 근무도 서서 아는데, 이곳 정문 기준으로 맨 끝 건물이었던 것 같아.”
“그래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지금 우리 셋이 당문 빈객당으로 들어가게 문 좀 열어줘요.”
정문 경비는 네 명이 서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고참인 듯한 사람이 낙양쌍괴를 훑어본다.
“현 소협은 신분이 확실하니 맹 안으로 들여보내는 일에 문제가 없지만, 이 두 사람은 신분이 불확실해서 안 됩니다. 신원확인이 된 다음에 들여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등 뒤의 그 사람은 뭡니까?”
“그건 아는데, 지금 긴급상황이니 융통성을 발휘해 줘요.”
“긴급상황이라뇨?”
“이놈이 개천혈교에서 보낸 자객으로 나를 암살하려고 했는데, 지금 백정맹 간부들도 암살하려고 잠입한 상태라서요. 30명 정도의 자객이 잠입해서 백정맹 간부를 암살하려고 하는 중이니 빨리 비상종을 울리고 맹의 사람들을 깨워야 해요.”
“네에? 자객이요? 그것도 30명이나요?”
“남씨, 그놈 내려놔요.”
– 털썩─
남괴가 자객을 내려놓자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경비들. 복면을 한 모습에 자객임을 바로 감지하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요. 전체 경보 울리고 비상경계로 바꿔야 해요. 나를 믿는다면, 당장 움직여야 해요. 나는 당장 당문 빈객당으로 가서 도와줘야 하고요.”
내 표정과 자객을 보더니 긴장감에 꿀꺽 하며 침을 삼키는 경비들.
“알겠습니다. 당장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맹 경비, 자네는 비상종을 치도록 하게. 전체 경계경보를 울리게. 선 경비 자네는 맹주님 침실로 가서 보고하고. 나하고 자네는 여기에서 정문을 계속 경계하고. 자 빨리 움직여.”
“알았네.”
경비 두 명이 정문 안으로 사라지자, 우리도 그 뒤를 따라 정문 안으로 이동한다.
“이쪽이요. 빈객당이면 이쪽이에요.”
낙양쌍괴와 함께 빈객당이 있는 곳으로 최대한 빨리 움직인다.
빠른 속도로 도착한 빈객당의 마지막 건물.
빈객당은 귀빈용 객방으로 독립된 별채 형태로 된 객방이다.
일반적인 손님은 회랑으로 쭉 이어진 수십 개의 방이 있는 객사에 머물지만 구파일방의 장문인이나 세가의 가주 정도 되는 귀빈은 빈객당의 독채를 배정받는다.
다른 건물은 신경 쓸 틈도 없이 마지막 빈객당 안으로 바로 담을 넘어 진입한다.
세 명이 담을 넘지만 소리는 전혀 내지 않고 담장을 넘으면서 바람처럼 어둠 속에 은신한다.
암살자를 상대하려면 우리 역시 은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신한 적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조용한 빈객당.
[남씨, 여씨! 아직 놈들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아마 깊이 잠들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아요. 암살자들이 은신할 만한 곳을 찾아봅시다.] [네, 소문주님!]은신할 만한 곳을 찾아서 빈객당을 탐색하기 시작하는 세 사람.
잠시 후 나와 낙양쌍괴의 눈이 부딪친다.
[찾았죠?] [네, 아무래도 저기 나무 뒤가 의심스럽습니다. 공기가 흐르다가 그 주변에서 약간 휘어지면서 지나갑니다. 작은 나뭇잎 등이 날리다가 그 주변에서 방향이 바뀌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곳에 은신한 자객은 한 명인 것 같아요.] [한 명이 전부일까요?] [아닐걸요. 당문 가주인 암천독제 당청익이 있어요. 무려 7제 중 한 명이죠. 그런 인물을 상대하면서 고작 한 명을 보냈을 리가 없어요. 나를 죽이는 데도 네 명을 보냈잖아요. 최고의 자객으로 서너 명은 보냈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일단 저 나무 뒤의 자객은 여씨가 맡도록 해요. 남씨하고 나는 저 자객을 피해 우회해서 건물 안으로 잠입한 후에, 나머지 자객을 확인해 봅시다.] [그리하지요.]정원 쪽 자객을 여괴에게 맡기고, 나무를 우회해 담장의 어둠에 은신하면서 소리 없이 건물로 접근한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진입한 다음에 천장에 은신하면서 상황을 살핀다.
‘후각을 최대한 활성화시켜야 해.’
진기를 끌어올리고 기감을 최대로 확장한다. 그 중에서도 후각을 최대한 확장시킨다.
‘당비취가 머무는 방을 찾아야 해.’
후각을 확장해서 공기의 흐름 속에 있는 냄새를 최대한 탐색한다.
‘왼쪽! 화장품 냄새가 나는 것은 왼쪽 방이야.’
당문에서 화장품을 사용하는 사람은 당비취 한 명뿐이다. 그러니 당비취의 방은 왼쪽 끝방이다.
[남씨, 왼쪽 끝방에 독수화 소저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그쪽을 맡을 테니 나머지 방은 남씨가 탐색하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스윽─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인기척까지 감추면서 왼쪽 방으로 접근한다.
문 바깥쪽에서 자객의 흔적을 찾았지만 발견되지 않는다.
모든 공기의 흐름이나 냄새가 정상이다.
‘설마 벌써 방 안에 잠입한 상태인 건가? 아니면 당비취는 암살대상에서 제외된 건가?’
– 스윽─
회랑 쪽에 자객이 없는 것을 확인했으니 방 안을 확인할 차례다.
천리지청술을 이용해 이번에는 청각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방 안에서 들리는 가지런한 숨소리. 당비취의 숨소리다.
‘다행이네. 일단 아직은 놈들이 암살하기 전이라는 이야기잖아. 놈들은 암살 대상이 깊이 잠들 때를 기다려서 암살하려는 거야.’
30명이 암살하는 대규모 암살이다 보니 한 명이라도 실패해서 비상종이 울리면 낭패다.
30명이 분명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일시에 암살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백정맹 간부 중에는 고수도 많고, 늦게 잠드는 사람도 있을 터.
그러니 이들은 모든 사람이 깊게 잠드는 시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모두 깊이 잠드는 축시를 노리고 있는 거로군. 덕분에 아직 놈들이 행동을 개시하지 않은 거야. 휴, 다행이네.’
당비취가 아직 잠을 자고 있고, 놈들이 아직 행동을 개시하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 댕댕댕댕─!
비상종 소리가 들린다. 정문 경비병이 종루에 올라가서 비상종을 치는 것이다.
그 순간 방 안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인기척.
‘빌어먹을!’
당비취 말고도 한 명의 인기척이 방 안에서 느껴진다. 두말할 것도 없이 자객이다.
비상종 소리가 울려 퍼지자 놈들이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정상적이었다면 축시에 맞추어서 일시에 암살을 시도했겠지만, 비상종이 울리면서 자신들의 존재가 들켰으니 즉시 암살에 나서는 것이다.
내가 방으로 들어가 놈을 제거하기 전에 놈이 먼저 당비취 암살에 나선 것.
– 콰당─
문을 열 시간도 없으니 그대로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간다.
어둠 속이지만 자객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천장에서 침상을 향해 소리 없이 떨어지면서 칼날을 당비취의 심장을 향해 꽂는 중이다.
내가 검을 빼 들고 놈의 검을 쳐낼 수는 없는 상황.
나는 문 쪽에 있고, 놈은 벌써 침상에 가까워진 상태다.
놈의 검이 훨씬 빠르다.
내가 침상에 도착해서 놈을 죽일 수는 있지만 당비취를 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정말 다행으로 내게는 두 개의 신물이 있다.
‘탄강─! 탄환─!’
– 쉭─ 쉭─
두 개의 물체가 내 양손에서 동시에 날아간다.
오른손에서는 은천잠사환이, 왼쪽에서는 지옥신환을 이용해 발사한 탄강기가 자객을 향해 쇄도한다.
– 퍽─ 칭─
“끅!”
탄강기가 놈의 팔을 관통한다.
그러나 천장에서 내리꽂히는 놈의 검까지 무력화시키지는 못한다.
은천잠사환의 환침이 놈의 검신을 휘감는다.
‘회환─!’
– 패앵─ 푹─
은천잠사환이 놈의 검신을 감는 순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잡아당긴다.
놈의 상태가 정상적이었다면, 잠깐은 버티며 검을 당비취의 심장에 꽂았을 것이다.
그러나 놈은 탄강기에 팔이 관통된 상태라 팔에 힘을 줄 수 없는 상황.
놈의 검은 저항 없이 은천잠사환에 당겨지면서 방향을 바꾸었고, 정말 간발의 차이로 당비취의 심장을 피해 침상에 박힌다.
– 착─
첫 번째 암습이 실패한 놈은 즉시 착지를 하더니 품에서 단검을 꺼낸다.
그러나 이제는 내가 직접 상대해도 되는 거리가 되었다.
– 쉬익─ 채앵─ 콰당당─
“크흑, 이런 빠름이라니. 더구나 탄지신통에 이상한 무기까지.”
놈은 지옥신환의 탄강기 기술을 탄지신통으로 오해한다.
하긴 누구나 그렇게 오해할 만한 암기지. 강기를 암기처럼 쏘는 기술이니까.
고작 단검으로 내 검을 감당할 수는 없다.
내 검과 맞부딪치는 순간 자객은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벽까지 처박힌다.
“누구?”
잠에서 깨어난 당비취가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낸다.
“비취 조심해. 자객이다.”
“오빠?”
– 휘릭─ 서걱─ 파앗─
“으윽!”
– 철퍼덕─
처박힌 상태에서 일어나려는 자객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리자 목에서 피가 분출되면서 쓰러진다.
일어나려다가 그대로 고꾸라지는 자객.
은신과 암습에는 능해도 정면대결에서는 역시 큰 힘을 쓰지 못한다.
“오빠? 오빠인 거야?”
“그래. 나야. 괜찮아?”
“괜찮냐니? 그리고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자객이 너를 노렸어. 죽기 일보 직전에 내가 놈의 공격을 막았다.”
“자객이? 무슨 소리야? 백정맹에 자객이라니?”
그때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
– 챙챙챙─
“자객이다. 모두 일어나라!”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소리.
이곳 당문 빈객당에서만 들리는 것이 아니다.
사방팔방에서 병장기 소리와 함께 아우성이 들린다.
“저, 정말 자객인 거야?”
“그래. 대규모 자객단을 백정맨 안으로 잠입시켰어. 그걸 알고 너를 구하러 온 거야. 조금만 늦었어도, 니 심장에 칼이 박힐 뻔했다.”
– 와락─
당비취가 내 품에 달려들면서 내 목을 와락 껴안는다.
“고마워. 내 목숨을 구해주다니. 역시 오빠야. 이 늦은 밤에 나를 위해서 달려와 준 거구나.”
“당연하지. 비취의 목숨이 위험한데, 내가 가만있을 수가 없지.”
– 쪽─
당비취는 내 입술을 덮친다.
“오빠가 최고야.”
– 추릅─ 쭈웁─ 쪽쪽─
당비취가 내 입술을 열정적으로 탐색하는데, 지금 비취의 기분을 아니 가만있어야겠다.
비취의 입맞춤을 방해해서는 안 될 것 같다.